원신/코스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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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하루살이의 꿈》이라는 연주곡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곡은 어느 고아한 명곡이 아니다. 비록 감동적인 선율로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행이란 것이 늘 그렇듯, 새로운 곡이 나오면 과거의 곡들은 점점 찾는 이가 줄어드는 법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이 곡을 쓴 사람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더는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의 재능도 그저 잠시 피고 지는 꽃인 월하미인처럼, 여느 가객과 다를 바 없다고 말이다.

「그저 잠시 피고 지는 꽃 월하미인처럼, 여느 가객과 다를 바 없다…」
세인들의 평론을 말하며, 그녀는 정원 옆 복도에 앉은 언니를 바라봤다.
언니는 그녀를 등진 채, 현악기를 비스듬히 품고 따라랑, 따라랑 현을 튕겼다.
「세인들은 또 말했어. 하루살이의 삶은 짧음에도 꿈에 젖으려 하기에, 너무도 굼뜨다고」
기억 속의 언니는 줄곧 그녀를 등진 채 그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점점 세인들에게 잊혀가는 그 곡조를 연주할 뿐이었다.
작곡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곡조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이후 그녀의 언니는 거의 시간을 낼 수 없게 됐고, 더 시간이 지나서는… 그녀 역시 그 연주를 들을 기회를 영영 잃고 말았다.
하지만 언니에 비해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점차 그 일들을 잊어갔다.

그것을 다시 들은 건, 그녀가 여행 중 어느 주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할 때였다.
눈먼 악사는 사장에게 술 적선을 바라며 그 곡을 연주했다. 노인의 실력은 수준급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연주가 끝나 술 한잔 얻어먹고 얼굴이 발개진 악사는 그 노래가 어느 존귀한 인물의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세상을 떠도는 이가 습관처럼 말하는 과장된 말을 과연 누가 믿을까.
모두가 크게 웃어댈 때, 그녀만은 문득 옛 기억을 떠올렸다.
오후의 햇살이 가득하던 정원과 연못에 불던 산들바람, 가볍게 흔들리던 나무 그늘, 따라랑, 따라랑 울리던 현 소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너무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현악기를 안고 복도 옆에 앉아 있던 그 모습.
그렇게 얼굴을 돌리려는데, 마침 돌리려는데…

하루살이가 어때서? 살고 죽는 것이 만물의 법칙인데. 새벽이슬을 마시고 밤이 되면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뜨거운 꿈은 품을 수 있는 거지.
월하미인이 어때서? 하룻밤 사이 피고 지며, 그 모습을 본 이에게 잊지 못할 풍경이 되어주는 것을.
하지만 추억이란, 추억이란 것은 말이지…
추억이란 과거의 찰나가 황홀한 순간에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이 바람의 날개는 야시로 봉행이 옛 물건을 정리할 때 먼지 쌓인 현악기 옆에서 발견한 것이다. 내겐 그다지 쓸모없는 물건이니 받거라」
여인이 그렇게 말할 때, 그녀의 손에 들린 현악기는 새로 옻이 칠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고 있는 자세는 너무나 어색했다.
당신의 기대 어린 눈빛을 느꼈는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내 연주 솜씨는 무예 실력에 한참 못 미쳐」
그녀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녀가 유일하게 배운 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