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صكوك / Sukuk이슬람 국가에서 발행되는 채권.[1]
쿠란에 이자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데[2] 이를 바탕으로 '샤리아(Shariah)'라는 이슬람 율법에서는 이자(riba, ربا)를 받는 것을 부당이득으로 정의하여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이자(interest), 즉 자본소득이 실질적인 기여 없이 발생하는 수익이라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좀 더 확대하면 자본을 가진 사람은 자본만으로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자본이 없는 계층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불평등하다고 정의하는 것이다.[3]
이자를 금지하기 때문에 이슬람 율법을 근간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전통적인 서구 금융 상품인 대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고 석유로 얻은 막대한 자본을 제대로 굴릴 수 없다는 문제점과 율법 때문에 금융 분야가 정체되어 사회에 자본이 잘 돌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본투자에 대한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수쿠크다.
전통 서구 금융 상품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자본투자자의 책임 범위에 있다. 전통 금융에서 자본투자가는 ①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리스크 ②화폐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 ③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자금을 투자하였다면 이슬람 금융에서의 자본투자가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배당을 받지 못할 리스크"를 추가로 부담한다. 결론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땡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며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시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코 안 풀고 돈을 벌어가는 데 대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수쿠크는 좋은 대안금융상품이 될 수 있다.
2. 수쿠크와 채권
현재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시행하는 채권은- 타인에게 자본을 투자했음을 알리는 유가증권이다.
- 따라서 채권을 가진 사람은 채권에 해당되는 자본에 대한 원리청구권을 가진다.
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쿠크는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업[4]에 투자한 뒤 그를 통해 얻은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2.1. 투자구조와 원리
사진 출처: 매일경제
율법에 따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월세 등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리츠의 개념으로 이를 중개해 주는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가 있다.
일단 차입자는 가지고 있는 보유자산을 SPV에 매각한다. SPV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매입하기 위해 수쿠크 채권을 발행한다. 투자자는 수쿠크채권을 구입함으로써 SPV에 투자한다. SPV는 투자자로부터 얻은 돈으로 차입자의 보유자산을 매입하고 매입한 자산을 다시 차입자에게 임대한다.
차입자는 자산에서 차감된 금액(리스료)을 지불하게 되므로 임대 수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이자 대신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리스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수쿠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이슬람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릴 경우 산은은 자기 건물을 이슬람 투자자에게 파는 형식을 취해 매각대금을 활용한다. 산은은 원금, 이자 대신 건물 사용료를 지불한다. (사용료를 온전히 지불해서) 만기가 되면 반대매매로 소유권을 원상회복 시켜준다. 반대로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건물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다.
문제는 화폐가 아니라 부동산 같은 실물 거래를 통하기 때문에 취득세와 등록세, 부가세, 양도세 등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 세금을 회피하는 게 수쿠크법이다. #
2.2. 장점
우선 투자자가 기초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금융위기나 차입자의 부도 등에 의한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 위험이 일반 채권에 비해 훨씬 적다.자본이 풍부한 이슬람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미국과 유럽 중심의 차입선을 다변화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으며 차입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을 가지고 있어 장기 대규모 프로젝트 재정계획에 적합하다.
실제로 에너지 분야를 제외하고 중동 지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UASC를 필두로 하는 해운사와 에미레이츠 항공이나 카타르 항공 등을 필두로 하는 항공사들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업종은 대단히 자본집약적인데 항공기와 선박이라는 대단히 고가의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이런 업종은 수쿠크라는 투자상품에 그야말로 딱이다. 흔히들 석유재벌이 오일머니로 돈을 주체 못해서 항공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오일머니가 자본집약적 사업에 쉽게 모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수쿠크다.
2.3. 단점
전통적인 대부업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다. 주로 부동산을 이용한 실물거래가 발생하는 점 때문에 어디까지가 채권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서 채권 이자에 대한 면세제도 적용 여부가 애매하다.일반 채권에는 없는 자산이전 거래가 수반돼서 양도세, 부가가치세, 취.등록세 등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된 세금을 면제하고 일반 채권과 동등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쿠크 발행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3. 한국에서의 인식
단순히 이슬람 국가에서 시행되는 금융 법률이란 이유로 개신교와 정치인들 위주로 비난했다.특히 이 금융법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진 곳은 한기총이다. 한기총에서는 절대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법이 시행되는 이슬람 국가에서 금융 수입의 2.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5]고 하는데 이 돈이 테러단체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6] 이렇게 따지자면 한국이 석유를 돈 주고 사오는 게 더 큰일이다. 그런 돈보다도 이슬람권인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할 때 사용하는 돈이 어디로 흐를지 누가 아는가?[7] 자선 단체를 단순한 테러단체의 연줄 중 하나로 착각하게 만드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비판의 표면적인 이유이며 실질적인 이유는 위의 원색적인 이유 때문이다. 거기에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 "교인의 힘을 모르나 본데 좋게 말로 할 때 그만둬라"며 직접 협박까지 서슴치 않아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무서운 말씀 하신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심지어 한 원로 목사는 "이슬람 채권법 입법을 계속 추진할 때,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발언을 하여 충격과 공포를 보여줬다.
거기에 이명박 정부가 아랍 에미리트에 행한 원전수주에 관련된 각종 특혜 의혹에 연루되었고 대한민국 헌법의 문제[8]도 같이 걸려 있기 때문에 기독교와는 관계 없는 타 야당들까지 수쿠크 법을 까는 데 동참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여 일각에서는 수쿠크를 비롯한 이슬람 금융상품을 연구하고 투자하는 것이 테러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슬람계 자금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알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 단체에 지원되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있지만 이는 제대로 자금 통제를 못하는 해당 국가와 금융기관들의 잘못이지 이슬람 금융과는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다. 비유하자면 스위스 은행들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독재자들의 자금을 은닉하고 세탁하는 데 협조했으니 스위스 금융업에 투자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이와는 별개로 수쿠크 법이 필요하다고 해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쿠크 법을 시행한다고 해도 한국에는 이슬람에 정통한 금융전문가가 없고 수쿠크를 시행할 인프라가 부족한 마당에 법부터 만들면 뭐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미리 관계법령을 정비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거부감이나 무관심한 대다수 국민들과는 달리 한국 경제는 이슬람권과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른 금융 거래 가능성도 무시할 수 다. 기업이 먼저 나서기 전에 나라가
만약 정서상의 이유로 수쿠크 채권 관련 법령을 정비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금지한다면 종교적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중국이나 일본 금융기관들에 비해 금융기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경쟁력이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단순한 거부감만을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막대한 손실이다.
[1]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2] 이는 중세 기독교도 마찬가지여서 유럽인 대신 유대인이 대부업 등에 종사하면서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게 된다. 금전적인 이유로 유대인에 대한 유럽인의 인식이 아주 나빠지고 급기야 콧수염 양반이 대학살까지 벌일 정도로 반유대주의가 강해진 것도 이러한 '욕심쟁이' 이미지가 오랜 세월 덧씌워져 왔기 때문이다. 정작 기독교인도 금융업에 뛰어들어 돈맛을 본 후에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유대인보다도 악독한 고리업자들도 나왔다고...[3] 물론 수쿠크 이전에도 이자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는 있었다. 심지어 성직자들이 그러기도 했는데 예시로 카자르 왕조 시절 이란의 성직자들은(정확히는 율법학자들) 율법에 따라서 당연히 이자는 거두지 않았다. 대신에 '벌금' 명목으로 원금에다 추가로 돈을 더 가져갔는데 이게 무려 적게는 30% 많으면 75%까지 되었다. 물론 현 이란은 그 성직자 계층이 차지한 나라인 만큼 이러한 역사를 부인하고 자신들의 죄를 카자르 왕실, 외국인, 유대인에게 떠넘긴다.[4] 물론 술·돼지고기 등의 하람 사업 및 도박·담배·무기와 같이 이슬람에서 철저히 터부시하는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5] 이건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이슬람의 종교적 세금인 자카트는 금융수입이 아닌 "과세대상 총 자산"의 2.5%에 대하여 과세되며,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세무기관에서 징수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각국의 세법에 따르면 자카트는 원리상 무슬림에게만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에 대해서는 별개의 소득세, 법인세, 또는 원천징수세를 매긴다.[6] 정부는 이를 '십일조 헌금'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설명했고 수쿠크에 대해 '역차별을 해서' 일반 채권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7] 뭐 석유는 불가피한 문제이긴 하지만 사실 세계 최대 산유국/석유 생산국이자 수니파 종주국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등 석유 수입국이 낸 돈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교육을 지원하고 이렇게 양성된(?) 자국의 테러 꿈나무들에게 해외 지하드(...)를 적극 권유하는 등 사실상 테러단체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8] 헌법에서는 종교와 정부를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범종교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적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