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18:31:49

인플레이션

물가상승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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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원인
2.1. 은행2.2. 정부
3. 측정4. 비용5. 편익6. 실업 관련7. 양적 완화 및 기대 인플레이션
7.1.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7.2. 양적 완화 및 인플레이션 타게팅의 충돌
8. 인플레이션 목표제
8.1. 배경8.2. 준칙, 재량8.3. 비판
9. 대한민국 관련10. 온라인 게임 관련11. 여담12. 관련 문서
12.1. ~플레이션 합성어

1. 개요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 혹은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 반대말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있다. 경제 성장은 대개 인플레이션을 동반한다.

2. 원인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통상 일회적 물가상승이 아니라 지속적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은 주로 통화량 팽창에 관계된다. 이를 두고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 "인플레이션은, 생산량 보다 통화량이 더 빠르게 증가할 때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이라는 것은 거의 경구가 되었다. 인플레이션의 원래 뜻이란 (우주 팽창할 때의) "팽창"이고 몇세기 전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이란 (통화량의) 팽창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정도로 그 관계는 깊다.[1] 즉, 돈이 너무 많으니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 예를 들어, 경제 내에 500원짜리 빵이 하나 있는데, 다른 조건은 변화없이 통화량만 2배로 팽창하면 그 빵의 가격은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1,000원짜리 지폐 1장이면 2개 살 수 있던 빵이 화폐가치가 반으로 떨어지며 1개밖에 못 사는 셈이다. 또 다른 예로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보면 주인공인 허생이 50만 냥을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2]

이렇게 통화량 팽창으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관점을 화폐수량설이라고 한다. 2008 금융위기 이후로 이러한 화폐수량설적 관점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2008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엄청난 양의 화폐를 시중에 투입하였으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과연 어떤 이유로 생겨나는 것인지, 정말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가에 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2022~2023년 시점에서 과도한 재정지출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어 역시 고전적 관점의 화폐수량설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경기가 회복시기에 있어 통화량을 저축이나 자산가격으로 흡수할 수 있을 때에는 양적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기침체가 와서 그 물량이 시장으로 풀리게 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초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난 것이다. 2010년부터 2014년은 경기회복기였고 딱 그때 양적완화가 종료되었으며 2017년까지 호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통화량이 흡수될 수 있는 여유가 마련되었을 뿐이다.

2.1. 은행

통화량 팽창에는 은행의 수익구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단 은행의 수익 구조는 대출이자에서 나온다. 즉 돈을 빌려주고 약간의 이자를 받아서 챙기는 것이 은행의 수익 구조. 하지만 은행은 돈이 있어서 빌려주는것이 절대로 아니다.[3] 채무자가 돈을 갚을것을 전제로 빌려주는 곳이 은행이다.[4]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현금의 양만 본다면, 은행에 예금을 한 사람도 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도 현금을 가지고 있게 되므로 통화량이 2배로 뻥튀기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시중에 통화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또한 은행 예금에 붙는 이자 역시 소소하게나마 이것에 기여한다고 한다.

2.2. 정부

중앙은행을 통한 양적완화나 헬리콥터 머니등 경기부양책으로 자본을 시장에 투입하는 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시장에 풀린 자본을 다시 거두기란 몹시 까다로우며 인플레이션이 터지면 금리를 크게 올려서 경제 전반이 고통을 겪는 고육지책이 주로 애용된다.

그런데 왜 통화량이 경제의 생산량과 무관하게 무지막지하게 증가해서 초인플레이션이란 아주 불편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가?

이에 대해선 재정적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이론이 있다. 정부의 재정수요는 비교적 크지만 정부가 여러가지 이유로 조세 조달능력이 굉장히 제한된 경우 화폐 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려고 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주장은 거시경제학, 특히 통화정책 쪽에서의 연구로 이름높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전트가 이야기 했다.

가령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인플레이션은 정부 기능이 당시에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루르 파업 당시의 노동자들을 지원하려고 재원을 화폐증발로 충당하고자 하면서 불거졌다. 러시아 역시 구소련 해체 이후 조세 조달 능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이를 충당하고자 한 사례가 있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거시경제학 학부 수준 교과서 등지에도 올라온 이야기라 일부의 견해 수준으로 무시하기 어렵다.

3. 측정

우선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따지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해(기준년도, base year)가 필요로 한다. 그다음은 어떤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이용할지에 따라 계산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느끼는 물가의 변동을 숫자로 나타낸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를 많이 사용한다. 소비자 물가지수란, 일반적인 소비자가 구매하는 양을 바탕으로 물가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다른 용도에 따라 생산자 물가지수, 경제 전반의 물가 변동을 볼 때는 GDP deflator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CPI는 다소간 인플레이션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편의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어떤 재화의 가격상승을 피해 다른 대체재를 소비할수 있는데 CPI는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 이 경우 CPI는 진정한 인플레이션을 넘어서게 된다.[5] 다른 이유로는 신상품의 출현이 있는데 이는 넓게 보면 대체가능성의 확대이므로 위의 대체편의에 포함시켜 다룰수 있다. 기타 이유로 제품의 품질개선이 있다. 품질개선을 수량적으로 전환해서 살펴보는 게 이해하기 편하다.

을 예로 들면, 이 닭이 10개의 달걀을 낳는다고 하자. 닭의 2010년 가격은 1,000원이었는데 2011년에는 1,200원으로 올랐다. CPI 식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은 20%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닭의 품종개량을 통해 이제는 12개의 달걀을 생산하게 되었다. 여기서 진정한 인플레이션을 구하기 위해선 닭은 신경쓸 게 없다. 달걀의 가격에만 신경쓰면 된다. 달걀은 100원(10개에 1,000원)에서 100원(12개에 1,200원)으로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 고로 진정한 인플레이션은 0%다. 그러나 CPI 방식으로 보면 품질개선(여기서는 달걀의 수량증가)이 감안되지 않으므로 이전처럼 인플레이션이 20%라고 보게 된다.[6]

이렇게 급속도로 품질개선이 나타나면서 CPI를 끌어내리는 현상[7]IT나노, 사물인터넷, 바이오/제약 등 흔히 말하는 '신 경제'(New economy)가 출현하면서 극심해지게 된다. 일례로 1998년까지만 해도 펜티엄 3에 램 128MB, 하드디스크 10GB 정도의 컴퓨터가 300-400만 원 언저리 했는데 2016년의 컴퓨터는 1998년의 컴퓨터에 비해 무려 1천 배 가량의 성능을 자랑하면서 가격은 100만원 내외로 급전직하했다. 그리고 당시 돈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또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 스마트폰마저 1998년의 컴퓨터 사양을 아득히 초월해버린 상태(게다가 스마트폰 역시 매년 새 폰이 나오면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 이렇게 되면 CPI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스마트폰도 휴대폰에 포함)의 가격은 "매년" 수십%씩 폭락(스마트폰은 가격이 올랐다 해도 성능 개선이 가격상승분을 초월하므로)하게 되는데, 이 상황은 CPI지표 자체에 대해 신뢰도를 낮추게 된다. 이런 가격'폭락'의 예가 믿기 힘들다면 텔레비전을 가지고 생각해도 된다. TV의 가격과 성능, 그리고 TV의 '크기'까지 고려한다면 CPI를 측정할 때 TV를 뭘로 전제해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CPI에 수급액이 연동하는 공적연금 때문으로 CPI가 인플레이션을 과장한다면 쓸모없는 곳에 재정을 낭비한 셈이 된다는 것이다. CPI 대신 GDP 디플레이터를 쓰는 것도 썩 좋진 않다. 실질 GDP를 라스페이레스 방식으로 평가할 경우 GDP 디플레이터에서는 반대방향으로 대체편의가 발생하여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8] 미국 의회에 이 문제를 위촉한 보스킨 위원회는 CPI가 매년 1% 정도를 과다하게 측정한다고 결론지었고, 이후 이를 감안한 생계비 조정을 이루었다. 다른 방법은 매년 기준연도를 앞당겨 새로 설정하는 연쇄가중측정법이 있는데, 이 경우 CPI의 인플레이션 과대평가 경향은 상당부분 제거될 수 있다. 따라서 연쇄가중측정방식으로 CPI가 산정되는 경우라면 연기금 수급액 결정시 CPI 상승률에서 감하는 부분은 더 작아져야 한다. 아니라면 연기금 수급자의 생계비 부담은 매년 가중될 것이다.

하지만 '물가인식'은 CPI를 항상 상회하고 있다.

한편 자신의 장바구니 물가가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더 올랐다는 것이 인플레이션 측정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연간 소득이 1인당 GNI보다 훨씬 더 낮다고 해서 GNI 측정이 잘못된 것은 아님과 동일한 이유에서다.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방법은 기준년도의 음식료, 교육비, 통신비 등 세부항목의 가중치를 정한뒤 매월 15일 전후로 전국 시장에 조사원을 파견 전년도/전월대비 가격 상승분을 조사한다. 기준가격 대비 상승분(100.0 * 조사가격 / 기준가격)을 가중치를 적용하여 합산하여 총합을 지수로 생성한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당시 시민들의 물가인식을 반영하여 개편을 실시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금가격은 제외되었다. 기존 금은 돌잔치나 결혼반지등으로 사용됨에 따라 물가(축의금)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현금으로 대체를 하고 금은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여 제외하였다.

4. 비용

순수하게 고전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팔았을 때 버는 돈도 늘어난다는 소리니 그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제 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생기는 충격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 여럿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 위해 우선 비용 측면을 고려해보도록 하자.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의 해악은 극심해지므로 초인플레이션의 경우를 따져본다.

우선 임금 같은 소득은 인출하지 않고 있다가 꼭 필요할 때마다 꼭 그만큼씩만 인출해야 할 것이다. 월급날 다 빼두었다간 정작 쓸 때는 반토막나기 십상이므로. 이렇게 은행 문턱을 불이 나게 들락날락해야 하는 불편함을 shoe leather cost, 즉 구두창 비용이라고 한다. 만약 은행이 물가인상률에 턱없이 부족한 이자(율)을 준다면, 사람들은 금과 같은 물건을 잔뜩 사두게 된다. 은 희소자원이면서 산화로 인하여 감소하는 광물이 아니기 때문에[9] 몇천년이 지나도 동일 중량을 보증하기 때문에 초인플레이션 기간이나 금융위기시 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상인들은 가격이 붙은 꼬리표나 메뉴판을 연신 교체해주어야 한다. 아니면 자선사업이 되니까. 이런 불편함을 menu cost, 가격판 비용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실제 물가 상승분을 메뉴판에 반영하여 재화를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잦은 가격변동은 소비자에 대한 혼란과 2~3차 제품(예: 원두 사업자 → 아메리카노 가격)에 대하여 가격전이가 빈번해 지기 때문에 손익을 따져본 다음 한계이익이 되면 가격을 인상/인하를 진행한다.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메뉴판의 교체 주기가 잦아지게 된다. 화폐의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기 때문에 잦은 교체를 해야 하지만 개인들의 통화가치의 감소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게 된다.

또다른 비용은 조세납부에서 발생한다. 통상 누진소득세제 하에서 한계세율[10]은 명목소득구간[11] 별로 높아진다. 그러니 초인플레이션 하에서 사람들은 실질소득의 증가가 없어도 더 높은 한계세율 및 평균세율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더 높은 세율은 기존의 과세로 인한 사중손실을 늘리게된다. 그러나 동시에 과세시점과 납세시점간의 차이 때문에 초인플레이션은 실질납세액을 오히려 낮출 수도 있으므로 이런 비용은 다소간 미묘한 상태가 된다.

마지막으로 초인플레이션이 관성화되기전 최초의 발생 당시에는 기대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때는 채권자의 부와 소득이 채무자에게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 간단히 말해 명목임금계약을 해두고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무자인 고용주는 땡잡은 것이고, 고정이자율을 정해두고 대출을 받았는데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은행은 울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소득이전은 한 경제내에서 이동하는 것일 뿐이므로 경제전체로 볼때 손실은 아니다. 단지, 상대가격구조는 왜곡되었다. 이것만이 인플레이션의 비용을 구성한다. 또한 이 비용은 인플레이션이 일상화되면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 일회적인 비용이다[12]

물론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인플레이션의 상대가격 구조의 왜곡이 경제 전체의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인플레이션에 내제된 불확실성 때문에 재화 및 요소 시장의 상대가격의 왜곡이 나타나고, 개인적 부의 재분배로 사회 갈등이 야기되며, 소비자의 최적 자원배분이 교란되어 후생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요지다. 이상의 비용은 상당히 미묘한 구석이 있다. 초인플레이션이 아닌 일반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구두밑창비용이나 가격판비용은 정말 극히 미미할것이다. 조세법상의 왜곡도 다분히 서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고, 재분배효과는 단지 일회적일뿐이다. 그래서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3~4% 정도의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면 상기 비용이 미미하므로 굳이 경기침체의 위험을 감수해가며 진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13] 또한 이것은 인플레이션에 나름의 편익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0년 양적완화 이후 적극적인 통화확대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나쁜 인플레이션이란 없으며 통화량의 증가가 물가상승을 불러오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학에는 기회비용이라는 말이 있듯, 명시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 상에서 물가가 오름으로 인해 현금성 자산의 가치가 낮아지고 실물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등 사회에는 명백한 부가효과가 나타나고 이자 생활자, 연금 생활자 등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저소득층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의 실직적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덤이다. 물가가 오름으로 인해 사람들은 저축을 줄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다. 또한 소비를 줄이게 되므로 명목 GDP는 팽창할지언정 생산량은 오히려 줄게 된다. 비용절감에 따른 임금 하락과 실업률의 증가도 뒤따라오며, 이것이 침체를 일으킬 정도로 극심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이상의 사태가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비용이지, 구두창이나 메뉴판 비용은 1차적이고 피상적인 비용일 뿐이다. 통화량의 팽창은 총수요와 생산량의 증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물가상승이 그것을 뒤따라 와야 하지, 통화량 팽창으로 물가상승을 일으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생각은 인과관계조차 거꾸로 된 잘못된 생각이다.

5. 편익

대표적으로 불경기에 중앙은행이 실질금리를 0이하로 낮추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할때 몇% 정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져 왔다면[14]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 - 기대인플레이션 이고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명목금리는 마이너스가 될수 없으니 말이다. 특수한 경우들은 물론 있다. 비자금 은닉 목적의 스위스 예금이라거나, 대규모자금의 전자적 보관의 편의등으로 특정국가 단기국채가 미세한 마이너스금리를 기록한다거나.[15] 그러나 한국, 일본, 유럽,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는 그렇지 않았지만,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기어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유의 결단을 해버린 상태다.(2016년 2월 기준 유럽중앙은행 정책금리 -0.5%, 일본은행 정책금리 -0.1%) 정책금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영향을 주려고 하는 타겟인 장기금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명목금리를 0이하로 만들수없다고 해도 중앙은행이 손빨고 있어야만 하는건 아니다. 그러한 유동성함정에서는 전통적 통화정책이 아니라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직접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장해 실질금리를 0이하로 낮출수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인플레이션과 관계된다.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을 빌자면 모든 물가상승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정한 수준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어떤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라는 것이 있다. 임금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상대적인 생산성은 변화한다. 이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는 상대적인 생산성이 높아진 활동의 임금은 상승하고 반대로 낮아진 활동에서는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임금이 오르기는 해도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상품가격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여서 상품가격도 같이 하방 경직성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물가변동은 0%에 머물지 않는다. 대체로 2% 정도의 물가상승이 임금 하방경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각국 중앙은행도 2%를 중심으로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운용한다. 이 정도면 정책금리도 올리지 않는다. 이 정도 물가상승에서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자부담의 실질가치가 하락하고 제품가격은 상승하므로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지나친 물가상승은 기업의 원자재 가격과 최종 소비자의 구매 가격을 높여 수요를 억제하게 만드니 도움이 안 된다. 경제성장에도 좋지 않다.

이익이라고까지 하긴 뭐하지만 인플레이션시 고용자는 임금 하방경직성을 낮추는 방법을 취할수 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불경기시 노동자는 임금 삭감이나 해고의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단 보너스에 대한 삭감을 잘 받아들인다. 물론 그냥 임금을 깎을수도 있으며 이렇게 절약된 비용으로 상품 판매가를 인하하고 인플레이션이 줄어들면서 실질 임금이 다시 늘어나 피해가 최소화된다는 것인데 노동자 입장에선 물가 안정으로 인한 실질 임금 회복보다 깎여 나간 돈이 더 크기에 결국은 손해다. 때문에 어지간해선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만큼의 임금 인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16]

6. 실업 관련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19세기 영국의 통계자료를 통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반비례 관계라고 추정하였으며, 이를 관계식 형태의 곡선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필립스 곡선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 필립스 곡선은 단기 총공급곡선의 또다른 표현방식으로 이론거시경제에 포섭되었다.[17] 총수요 정책으로 경제를 안정화하려는 당국자는 이러한 단기적 상충관계에 마주하게 된다.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보려면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1. 필립스곡선이 단기 총공급곡선의 다른 표현인만큼 그러한 역의 관계 역시 단기에만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단기 총공급곡선(=필립스곡선)은 이동한다. 과거 미국이 신경제를 운운한 시점에서 필립스 관계의 종언을 선언한 돌팔이 언론은 미국이고 한국이고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90년대 후반 미국의 총공급곡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었으며 따라서 필립스 커브는 지속적으로 수축되고 있었다. 즉 필립스곡선상의 이동이 아니라 필립스곡선 자체가 이동한 것이다. 물론 총공급의 확대가 정체상태로 들어가면서 연준은 행복한 시절을 뒤로 한채 다시금 실업과 인플레이션간의 상충관계에 직면해야 했다.
  2. 공급충격으로 인플레와 실업률 둘 다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역시 필립스곡선의 예외가 아니다. 공급충격이라면 총공급의 위축이며 필립스곡선의 우상방이동이다. 필립스곡선 자체가 이동한 것을 필립스관계의 붕괴로 볼 수는 없다.
  3. 미국의 어느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전국민이 모두 겪는 문제이지만 실업은 전국민의 고작 몇 % 정도에 국한되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확실히 해두어야 하는건 바로 실업이 소수에 한정되기에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국에 걸쳐 부슬부슬 내리는 이슬비를 1평방미터에 모아 부으면 그곳을 지나는 사람은 죽는다.
  4. 소위 고통지수라는게 있다. 실업률에 인플레이션을 더한 것인데.. 속지 마라. 5% 실업률에 5% 인플레이션인 상황이 10% 실업률에 0% 인플레이션인 상황과 비슷하다고? 차원이 다른 문제를 멋대로 가중치 매겨 합산한다고 무슨 의미가 샘솟는게 아니다. 실제로 블룸버그 등에서 산정하는 세계 고통지수 순위에서 최하위는 늘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실업률도 적당히 낮고 물가는 늘 제자리걸음 혹은 뒷걸음 중이니까. 다만 경제가 막장인 국가들을 비교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데, 실업률은 100%가 최대값이지만 인플레이션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5. 필립스곡선 상의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느냐는 총수요관리정책(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에 달렸다. 총수요곡선을 이동시키지 않고 총공급곡선의 한 점을 선택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총공급관리정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정책은 언제나 필립스관계적 상충을 벗어날 수 없다. 정책으로 실업도 줄이고 동시에 인플레이션도 낮추는건 현재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며 이러한 불가능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인터넷에서 나돈 다음 인용문을 검토해보자.
인플레이션이 높게 발생할수록 실업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의 골자는 이러하다. A라는 기업이 있고, 노동시장에는 B1, B2, ...Bn이라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A는 노동자에게 1인당 매달 100원을 임금으로써 지급한다고 상정해 보자. 이 사고실험의 최초 상황에서 명목임금 100원의 실질적 가치는 C이다. 이때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고 하자. 이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실질가치를 절반으로 떨어트리는 혹독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기업은 여전히 노동자에게 1인당 100원씩을 매달 지불하지만,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실질적 가치는 C/2가 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본시 노동자 고용을 위해 축적해 둔 실질적 가치 자본이 D였고, D를 모두 써서 기업은 노동자 n명을 고용할 수 있었다고 할 때, 이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은 노동자 2n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인플레이션에 비례해서 기업의 고용 역량이 증가한 셈이다.
'실질적 가치 자본' 같은 이상한 개념 몇가지만 제껴두면 굳이 틀렸다고까지 말할건 없는 글이다. 사실상 이 글은 명목임금 경직성을 토대로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우하향하는 필립스곡선과 연결이 된다. 하지만 전반적 시각에 문제가 있다. 이 모형은 고용을 증대시키는 과정에서 실질임금이 인플레이션으로 낮아질 것을 예상한다. 글쓴이는 총수요진작으로 고용을 늘리는것이 잘해야 조삼모사이며 노동자들은 단지 실업을 피하면서 대신 저임금에 시달리게 된다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증분석은 실질임금의 약한 경기순행성을 지지한다. 즉 경기가 회복될수록 실질임금은 약하지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저 모형은 무엇이냐고? 단기총공급 곡선을 도출하는 방법은 위의 인용문처럼 노동시장을 상정하는 부류와 대조적으로 재화시장을 상정하는 모형들로 나누어진다. 노동시장 쪽 모형들은 총수요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이 실질임금을 낮춘다고 예상하며, 재화시장 쪽 모형들은 그 반대로 실질임금은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 모형들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므로 결국 어느쪽의 영향이 더 큰가에 따라 실질임금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실증분석 결과는 그 답을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더 높은 실질임금과 더 많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단, 실질임금 상승효과보다는 고용확대가 더 큰 비율로 일어날 것이다.

7. 양적 완화 및 기대 인플레이션

위에서 인플레이션의 편익중에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해서 유동성함정하의 심각한 경기불황에 대응할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만약 현실에서 인플레이션이 미미한 상태라도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장함으로써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할수있고, 이를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여 경기부양을 할수있음도 언급했는데, 여기서는 이것을 다룬다.

7.1.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의 전형인 공개 시장 조작 (open market operation)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인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와 무엇이 다르냐를 두고 심각한 혼란이 있어 왔다. 심지어는 양적 완화를 두고, 이자율 조절을 할수 없으니 통화량 조절로 전환하는 것, 가격정책으로부터 수량정책으로의 일대전환이라고 하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이건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를 M2 같은 통화량으로 볼거냐, 아님 단기이자율로 볼거냐의 문제가 아니다. 연준이 연방자금금리를 몇 bp 올린다, 내린다 할때 그것은 공개시장조작을 가리킨다. 공개시장조작은 중앙은행이 민간과의 채권매매를 통해 통화를 풀거나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이자율 조정과 통화량 조절은 같은 정책의 앞뒷면일 뿐이다!

경제학자 Willem Buiter의 구분에 따르면 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확대를 수반한 통화팽창을 의미한다. 얼핏보면 공개시장조작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민간에서 채권을 매입하면서 돈을 풀때 역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는 자산(채권)과 부채(국내신용) 공히 확장되지 않는가? 양적완화는 공개시장조작처럼 채권만기에 대한 그런 제한이 없다. 10년짜리건 30년짜리건, 공채건 사채건, 채권이건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따라서 민간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장할수 있다.

Buiter의 구분에 의하면 질적 완화 (qualitative easing) 라는 것도 있다. 이는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상의 규모는 불변인채 행하는 완화인데 예컨대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공채를 민간이 보유한 부실자산과 맞바꿔 줌으로서 민간의 위험자산을 중앙은행이 떠맡아주면서 민간의 유동성을 증대시켜주는 것이다. 질적완화의 부양효과는 있겠지만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좀 분명치가 않다. 또한 2011년 9월에 미국 연준이 시행한 operation twist도 질적 완화의 일종으로 볼수도있다. 단기채권을 매각하면서 장기채권을 딱 그만큼 매입하는 이 정책은 단기금리를 높이면서 장기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수있다. 시중에 통화량은 충분한데 단기금리 하락이 좀체 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때 시행하여 장기금리에 의존하는 기업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조금 달리 보면 시중의 유동성도 증대된다고 할수있다. 민간에서는 장기채권보다 단기채권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되는데 단기채권이 장기채권보다 더 유동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것을 통화정책으로 보는데는 약간 무리가 있는 편인데, 국채의 만기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인만큼 재정정책으로 볼수도 있다. 미국은 이것을 연준에 위임하는 재무성의 묵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미국외에서 이 정책이 쓰일 경우는 기관간 권한논쟁이 있을수도 있다. [18] 현실에서 양적완화와 질적완화는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언론도 학자들도 굳이 이렇게 양자를 뚜렷하게 구분해서 쓰지는 않는 편이다.

7.2. 양적 완화 및 인플레이션 타게팅의 충돌

양적 완화가 목표로 하는 것은 실제 인플레이션이라기 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기업이 고정투자를 결정할때 고려하는 사전적(ex-ante)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현실의 인플레이션을 감한게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을 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럼 기대 인플레이션은 조장하면서 현실의 인플레이션은 그보다 낮게 유지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어차피 중앙은행이 통화증가율을 올려야 민간이 그것을 믿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갈테니까 현실의 인플레이션도 그만큼 올라가는걸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그 정도라면 문제랄 것도 없다. 이론적으로 보면 통화증가율을 올렸을때 단기(프리드먼은 거시에서의 단기를 5년 정도로 잡은바 있다)의 효과는, 현실의 인플레이션이 통화증가율 이상으로 치솟는 구간이 반드시 발생하게 되고, 단기동안 현실의 인플레이션 평균은 반드시 통화증가율을 능가한다.[19]

이것은 미국의 1차 및 2차 양적완화에서 문제가 되었다. 분명히 말해서 연준은 한국은행과 달리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양적완화를 전후로 한 연준의 의사록(공개자료다)을 보면 연준이 약 3%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진압개시시점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 사실은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의 회복에 필요한 수준까지 이르지 못할 가능성을 매우 높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실은 이러한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목표제(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간의 상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통화증가율을 늘리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즉시 시중 통화량을 대규모로 환수하는 것. 요컨대 채권이나 외환등을 급격하게 풀면서 통화를 거둬들이는 한편, 장기 채권을 발행한다던지 화폐통화량을 늘린다던지 정부지출을 늘린다던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자산보유고는 한계가 있고 자산을 푸는 행위와 지출을 늘리는 행위 모두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방법이다. 웬만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실시조차 못할 일이며 좋지 않은 상황이 길게 이어질 경우 단번에 국가경제가 파탄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은 영구적인 초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므로 웬만한 상황이라면 절대 금기다.

2015년 중국 버블이 꺼지기 시작할 때부터 중국은 이걸 반대로 하고 있다. 통화의 증가율을 낮추면서 시중에 통화량을 대규모로 푸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통화증가율이 중국인민은행의 통제범위(6-10%)에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인민은행이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이것. 인민은행은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의 환율을 매일 결정 고시하는데, 이 때 하루짜리 역레포[20]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대규모로(매일 500-1,000억 위안씩 푼다) 계속 공급하면서, 역외시장(홍콩, 서울)에서는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위안화를 대규모로 사들여서 위안화 단기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8. 인플레이션 목표제

8.1. 배경

20세기 말부터 21세기의 시작까지 세계 중앙은행들의 트렌드가 좀 바뀌었다. 원래는 K% 준칙이었는데 이게 인플레이션 목표제 (inflation targeting)으로 변모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이스라엘, 그리고 대한민국도...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 전까지는 많은 다른 나라처럼 M2가 통화관리의 중간목표였다. 물론 M1과 M3도 보조지표. 그게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은행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한번은 경제의 포괄적 유동성이 중요하다며 M3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 너무 광범위해서 관리가 안되니 범위좁고 관리편한게 제일이라며 심지어 M1도 써본일이 있다! 이게 영 아니다 싶자 M2로 좀 외연을 늘려보려 했는데 그냥 돌아오는건 뭐했던지 M2a, M2b 같은 한국형 통화지표들이 양산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간의 앞뒤 안맞는 언플들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연준처럼 이자율을 주시하는게 요즘 유행이라며 통화지표관리에서 한발빼는 모양새를 보이더니, 이번에는 연준은 하지도 않는 인플레이션 타게팅 한다며 아예 중간목표관리 방식 폐기. "우린 중간목표 따위 안쓸거임. 인플레이션 타게팅이 최신 트렌드라고 해서 그거 할거임. 걱정마셈. 통화지표들은 계속 참조할거임." 상당기간 통화지표들이 서로 다른 추이를 보인게 혼란의 원인이었음을 부인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돌아가면서 다 한번씩 써보는건 좀... 한편 미 연준과 독일 분데스방크는 이 트렌드에 따라가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한국은행이 Lf나 L같은 지표도 산출하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조하지는 않는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K% 준칙이건 인플레이션 목표제건 중앙은행가가 나름 대외적으로 보이기 근사하다고 여기는 간판일뿐 꼭 그에 따라 행동하는건 아니지만, 진짜로 그걸 하늘이 내린 계시처럼 신봉하는 쪽도 가끔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K% 준칙은, 화폐의 유통속도가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최적 통화증가율(K%)은 잠재성장률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0이 된다. 잠재성장률에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2~3% 정도 추가해 주는 것은 추가적 장식. 그런데 가정과 달리 유통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요동치면서 이건 진짜로 간판으로 걸기도 뭐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보다 단순하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이자율을 올려 조정한다.

8.2. 준칙, 재량

물을 것도 없이 K% 준칙처럼 확실한 소극적 준칙[21] 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실질균형경기변동론의 키들랜드와 프레스콧은 자신들의 재량보다 나은 준칙 (Rules-rather-than-Discretion) 모형[22]이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시행하는데 원동력이 되었거나 적어도 영향은 주었다며 뿌듯해 한다. 그런데 그 모형은 합리적 기대하에서 가격경직성을 고려하지 않는 모형이다. 가격경직성을 그 모형에 도입하면 재량이 더 나을수도 있다. 게다가 새고전파의 본산인 시카고대학 출신인 서울대 이지순 교수조차 그의 저서에서 가격경직성을 고려할 필요없다는 새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음을 생각해보자.[23]

한편 이걸 재량과 마찬가지로 여기는 학자들도 많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의 달성기간은 3년이다. 목표치가 3%라면, 첫해에 5%, 다음해에 3%, 그다음해에 1%로 해도 된다. 97년 경제위기 이래 한국의 경기변동주기가 3년 이내로 짧아진 점을 고려하면 이런 배분으로도 충분히 경기에 재량적 대응이 가능하다. 또다른 재량적 요소는 3년동안 딱 3%만이 아니라 상하 1%의 범위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즉, 6%, 4%, 2%를 각연도별로 배분할수도 있다. 나아가 달성해야 할 인플레이션도 근원인플레이션으로 잡아서 유가나 농산물의 가격앙등을 제외하면 재량적 성격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한은은 CPI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져오는 문제는 아래에서 후술한다.

8.3. 비판

1. 우선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 목표제 하에서 시행될때 경기부양이 곤란하다는 것으로 이는 앞서 언급했다.

2. 다른 비판은 스태그플레이션, 특히 공급충격에 의한 것과 관련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은 공급충격에 의한 것(대표적으로 오일 쇼크. 공급충격은 경제적 이유가 아닌 국제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한다.)과 과도한 총수요 팽창에 뒤따르는 장기적 조정으로 크게 나누어 볼수있다. 통상 전자의 경우는 인플레이션을 진압하지 않는것이 낫고[24] 후자의 경우에는 진압하는 것이 낫다는게 중론인데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두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진압하게 된다. 그래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걸 두고 인플레이션의 원인도 따지지 않는 조악한 규칙이라고 맹 비난한다.
질병 그 자체보다 더 나쁜 처방을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연민을 느낀다.

물론 그 처방은 인플레이션 목표제이다.

대표적인 공급충격인 오일쇼크 당시 세계 중앙은행은 미국 연준을 따라 금리를 20% 수준까지 올려야 했고, 경기는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전혀 꺾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경제적 요인 바깥인 중동 이슬람 국가와 이스라엘 간 전쟁인 중동전쟁, 즉 국제정치의 불안정 때문이므로, 경제적 대책인 금리 인상을 백날 해봐야 효과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오일쇼크의 해결은 금리 인상이 아닌 중동 산유국 간 전쟁인 이란-이라크 전쟁 덕분이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목표제에도 다소간 변명할 거리는 있다. 바로 시행국들중 근원인플레이션을 타겟으로 잡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근원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설정하면 유가충격이나 국제곡물가 앙등 같은 공급충격의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진압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타겟으로 하다가 2007~2009 목표부터 CPI로 전환했다. 사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이 중앙은행의 목표달성 여부를 보다 확실히 알게 하여 중앙은행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제고한다는 좋은 취지지만 한은 보도자료를 보면 일회적 공급충격에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기조적 물가흐름으로 판단하겠다고.

3. 또 다른 비판은 2008년 미국 자산버블붕괴 이후 강조된 것으로 통화정책은 거시건전성 규제와 관련하여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타게팅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의 수준을 낮추고 그 변동성을 줄이게 된다. 이는 금융안정성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시장참여자들은 시장의 안정성을 믿고 위험선호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감소하면 부동산과 증권의 대체성이 감소하여 역사적으로 다르게 움직여온 두 부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져서 분산투자가 외려 위험을 키우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수정론은 이러한 위험선호 내지 자산버블 위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 가속할 뚜렷한 징후를 볼수없다며 대응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즉, 저금리 정책을 펼때는 그로인한 위험선호 증가를 예상하여 거시건전성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며, 반대로 거시건전성 규제가 강화되었다면 위험선호의 감소가 예측되므로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테일러 준칙에 따라 금리를 정할 때 산출갭과 인플레이션갭 외에도 자산시장갭 역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 대한민국 관련

10. 온라인 게임 관련

온라인 게임은 일종의 가상 사회이기 때문에, 거래 시스템만 게임 상에 존재한다면 그 가상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사이버 머니)가 있기 마련이다. 현실과 다른 점은, 현실에서는 한국은행에서만 돈을 찍을 수 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게임 상에서 드롭된 아이템을 NPC 상점에 팔거나 퀘스트를 수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누구나 화폐를 찍어낼 수 있다. 이렇게 찍어낸 화폐는 유저들간의 거래를 통해 돌고 돌다가, NPC 상점에서의 아이템 구입 등 게임 컨텐츠 이용 비용으로 소비되어 없어진다.(통칭 골드회수)

따라서 화폐 생산과 화폐 소비의 균형이 맞아야 온라인 게임상의 물가가 유지되는데, 화폐 생산이 소비보다 더 많아지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특히 오토마우스 작업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게임은 화폐 생산이 매일매일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이 화폐가 시중에 대량으로 풀리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11. 여담

  • 어떤 현상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무게감이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인플레이션에 빗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승률의 인플레이션이 있다.[25]
  • 일부 게임에서는 업데이트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용자들의 평균적인 점수가 높아지는 점수 인플레이션도 발생한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가 좋은 예로, 이쪽은 2019년에 스킨 뽑기가 생기면서 무지개큐브 인플레이션까지 생겼다.
  • 알로이스 이를마이어작은 판지로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되어 돈의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다고 예언했는데 코로나19, 전쟁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답이 되겠지만 이전 유수의 경제 학자들은 이미 휴대폰 결제의 보편화가 이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 특정 물품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두고 'XX플레이션'이라고 이름짓는 것이 언론을 중심으로 사실상 관습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어의 남용은 '플레이션=인플레이션'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처럼 확실하게 정립된 용어가 아니라면 'XX플레이션'이 아니라 'XX 인플레이션'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12. 관련 문서

12.1. ~플레이션 합성어


[1] 지금은 물가상승과 통화량 팽창을 구분한다.[2] 쉽게말해, 양적긴축이다. 통화량을 감소시키는 극단적 방법- 실물 화폐(본원통화)을 그대로 소각한 것. 단 그 시절 화폐는 금속으로 만든 실물화폐였음을 감안하면...[3] 왜 은행이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는지는 뱅크런 항목과 지급준비제도를 참고.[4] 그래서 은행 대출에 신용등급이 중요하다.[5] 예를 들어 한국에서 많이 팔린 어떤 미국 도서는 정부의 물가 조사원이 할인점에 들어가 조사하느니 백화점에 가서 더 편하게 조사하려 들것이며 굳이 번거롭게 각종 할인쿠폰을 이용하는 수고를 하려 하지 않아서 CPI가 높게 나온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편의는 매년 똑같이 발생하는 것이어서 CPI에 별 영향을 줄 수가 없다.[6]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는데는 물론 초단순화가 필요하다. 이 경제에 닭 이외의 재화는 없다 등이 있다.[7] 위의 달걀 예에서 알 수 있겠지만, 실제로 CPI를 측정할 때는 이런 품질개선분을 조정하려고 한다.[8] 게다가 그 외에도 GDP 디플레이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수입물가 변동이 GDP 디플레이터에선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다만 이 문제는 GDI 디플레이터(명목 GDI/실질 GDI)를 쓰는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다.[9] 물론 거대한 스케일로 봐선 몇백억 년 정도가 지나면 줄어들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현실에서 사용되는 시간 단위로는 감소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10] 추가소득에 따르는 이득에서 세금으로 인한 손실이 만나는 구간. 즉 추가적으로 소득을 얻을 때마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세율이 고정되어 있다면 소득을 얻는 입장에서 고민이 적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많은 소득을 얻을수록 세율은 올라가기 때문에,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함으로 얻는 효용이 한계를 얻는 순간이 온다.[11] 실질소득이다. 그러니까 돈을 딱 손에 쥐었을 당시의 화폐가 가지는 가치며 물가변동에 따라서 화폐가치는 변화하기 마련이다.[12] 그러나 반론의 여지도 있는데, 언제나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인플레이션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단어이며, 기대되지 않은 인플레이션이 처음 일어난 후로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인플레이션만 일어난다는 가정은 현실에서는 적용되기 힘들다.[13] 앨런 블라인더는 이를 두고 경미한 코감기에 대뇌백질절제수술을 자청하는 꼴이라고 비유하였다.[14] 이때 기대인플레이션도 현실의 인플레이션과 일치할 것이다.[15] 미시킨에 의하면 안전자산선호는 그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16] 물론 임금 인상시 공급자는 물가를 그만큼 더 올려버리니 후술할 임금-물가 연쇄상승이 발생한다.[17] 단기총공급곡선은 생산량과 물가수준 간의 정의 관계를 나타낸다. 조금 조작하면 이것은 생산량과 인플레이션율과의 정의 관계가 되며, 여기에 생산량과 실업의 역관계를 보이는 오쿤의 공식을 대입하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간의 역의 관계, 즉 필립스 곡선을 얻는다.[18] operation twist는 케네디 행정부 하에서 처음 실시되었다. 당시 브레튼우드 체계의 균열이 나타나 외국으로부터 달러의 금태환 요구가 비등하던 시점이었는데 단기금리를 높여 이에 대응하면서 국내 투자를 촉진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효과는 다소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19] 적응적 기대를 가정하거나, 합리적 기대 하의 가격 경직성을 가정할 경우 모두 적용되는 결론이다.[20] 일반적으로 미국 연준의 역레포(Reverse Repo)는 금융사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으로부터 채권을 담보로 받고 연준에 하루 이자만큼의 현금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 현금으로 이자를 갚는 식이라 매일 현금이 연준으로 들어오는 효과를 가진다.[21] 적극적 준칙의 예로는 GDP 갭이 추가로 고려되는 테일러 준칙을 들 수 있다.[22] 어지간한 거시교과서에는 다 실려있다. '최적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이라는 제목이 달려있기도 하다.[23] 사실 거시경제학에서 새고전파와 새케인지언의 통합성은 최근 들어 양자가 공동연구도 많이 하는 등 의외로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학부 교수만 따지면 시카고 대학 교수들 중에 케인지언 대학이라서 불리는 프린스턴 대학라인이라고 하니 유사한 현상은 케인지언 대학이라 불렸던 하버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24] 이에 관련된 개념이 총수요 관리정책의 딜레마다.[25] 대표적으로 2002년2020년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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