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6 13:44:14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1. 개요2. 줄거리
2.1. 사건 발생
3. 영화4. 기타

1. 개요

에드거 앨런 포가 지은 소설로 최초의 추리소설로 여겨진다. 탐정의 존재와 1인칭 화자, 밀실 미스터리, 그리고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과 최후에 범인을 밝히는 모습은 추리 소설의 원형이 되었다.

2. 줄거리

몰락한 귀족 출신인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탐정이 등장한다. 그는 분석력이 매우 뛰어나 대충 함께 산책하는 친구가 하는 생각을 알아맞출 정도다.[1] 뒤팽의 친구인 화자가 뒤팽과 함께 모르그 가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을 풀게 된다.

2.1. 사건 발생

모르그 거리의 한 건물 4층에서 어느날, 새벽 늦게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잠이 깬 이웃들이 경찰과 함께 레스파녜 부인과 카미유 양 모녀가 살고있는 그 집으로 찾아가지만 이미 비명소리는 멎은 상태. 사람들이 첫번째 층계를 올라설 때 두 명이 거칠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번째 층계에 다다랐을 때는 이마저도 멎었고, 마침내 사람들이 4층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끔찍한 살인현장을 발견한다.

집안은 난장판이고 금고는 열려 있고 수만 프랑이란 거액이 뒹굴고 있었지만 도난당한 흔적은 없었다. 이후 딸의 시체가 벽난로에 거꾸로 쳐박힌 채 발견되었고, 레스파녜 부인의 시체도 목이 절단된 채 뒤뜰에서 발견된다.

용의자로 보이는 두 명이 다투는 소리를 열 명이 모두 들었으나, 증언이 제각각 엇갈린다. 뭔가 화내면서 당황해하는 굵은 남성의 목소리는 프랑스인이라는 증언에 모두 의견의 일치를 보았지만, 다른 한 명에 대한 증언이 매우 난처하다. 일단 날카로운 목소리만 듣고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으며 이탈리아인, 영국인, 스페인인, 네덜란드인, 프랑스인 증인들이 저마다 자신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쓰고 있었다고 진술한다.

사건이 좀체 오리무중이던 상황에 그 날 은행에서 돈을 찾은 모녀에게 돈을 건네주던 은행원 아돌프 르 봉이 용의자로 불구속 입건된다. 하지만 뒤팽은 여러 신문기사들을 보고 발견된 모순점과 직접 사건현장에 가서 얻은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진상을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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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추리 소설이라 그런지 진상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범인은 바로 오랑우탄이었다.

화자인 나는, 다양한 국적의 목격자들이 국적을 알 수 없다는 소리를 했다는 건 범인이 정신병자일 것이라 추측한다. 뒤팽은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누군가는 알아듣기 마련이야. 그럼에도 모두가 못 알아들었다는 건 간단하네, 그건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라고 대답한다. 또한 지문도 사람 지문이 아닌 것을 발견했고 사건 현장에서 사람의 것이 아닌 털, 작은 리본도 찾아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그 리본은 뱃사람이 긴 뒷머리를 묶는 용도로 쓰이는데 뒤팽은 리본 생김새로 보아 동남아를 여행하는 배에서 자주 하는 리본이란 것도 추리해냈다. 즉, 동남아에서 어떤 뱃사람이 잡은 사람 아닌 생물이 범인이라는 것. 이후 뒤팽은 여러 동물들의 정보를 조사한 결과, 범인은 오랑우탄이며 그 오랑우탄을 잡은 뱃사람이 오랑우탄을 놓쳤다는 것까지 모두 추리해냈다. 이후 뒤팽은 오랑우탄을 잡았으니 보관비 및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찾아가라는 신문광고를 낸다.

그 광고를 보고 프랑스인 선원이 찾아오자 뒤팽은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하라고 한다. 당황한 그가 덤빌듯이 굴자 뒤팽은 준비한 권총을 겨누었고 총을 본 선원이 덜덜 떨면서, 자신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애원한다. 뒤팽은 부드럽게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선원이 마음만 먹었더라면 거액의 돈(사건 당일, 모녀가 찾아온 거액)을 건드릴 수도 있었겠지만 돈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던 점, 목격자들이 진술한 '당황해하면서 막으려던 프랑스인 남성 목소리'가 바로 당신의 목소리였으니 이는 사건을 막으려고 한 증거가 되기에 당신에게는 전혀 죄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지금 억울한 은행원이 용의자가 돼서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으니 증언이 필요하다고 부드럽게 설득한다. 그러자 선원은 모든 걸 털어놓는다.

오랑우탄은 그 선원이 보르네오 섬에서 잡아온 보르네오오랑우탄이었다. 바타비아 (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숲의 사람이라고 불리는 오랑우탄은 워낙 순하고 사람들과 친한데 그 중 하나 유달리 난폭한 녀석이 있었다. 바타비아 사람들은 그 오랑우탄을 악마라고 부르며 나타나면 피해다녔는데 그 선원은 저렇게 난폭한 녀석이라면 되려 프랑스 동물원에서 멋진 구경거리가 될테니 비싸게 팔 수 있다고[2] 동료 선원과 같이 그놈을 그물로 잡았다. 현지인들은 악마가 사라졌다며 되려 기뻐하며 잘 데려가라고 환영했으니 전혀 문제없이 배에 가두고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오던 길에 동료 선원들은 그만 열병으로 죽고 오랑우탄 소유권은 그 선원 홀로 가지게 되었다.

그 오랑우탄은 배에 가둔 우리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난폭하게 날뛰었는데, 선원이 채찍으로 패면서 한동안 얌전하게 만들었고 이제 동물원에 팔아버릴 일만 남았다. 그런데 녀석의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고, 치료를 위해 녀석을 자신의 집에 데려다가 놓았는데 선원이 집을 비운 사이 작은 방에 숨겨두었던 오랑우탄이 문을 부수고 탈출한 것이었다. 그 선원은 술자리를 가진 후 기분좋게 취해서 마침 들어오던 터였는데 그 오랑우탄이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선원의 면도칼을 쥐고 면도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대경실색한 선원이 다시 제압하려고 채찍을 가져왔으나 그것을 보자마자 겁을 먹고 달아나 살인사건이 일어난 4층 방의 창문을 통해 침입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단숨에 술기운이 확 달아난 선원은 채찍을 들고 온 힘을 다해 오랑우탄을 쫓아갔지만 건물을 미친듯이 빠르게 올라가는 오랑우탄의 엄청난 신체능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고[3], 이후 선원이 간신히 4층방 창문에 도착한 이후에는 이미 흥분한 오랑우탄이 모녀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4] 사람들이 들었던 소리는 오랑우탄의 포효소리와 선원의 공포에 찬 외침[5]이었던 것이었다.

이후 선원은 무죄로 처리되었고 그의 진술이 결정타가 되어 은행원 르 봉은 풀려나지만 프랑스 경찰간부 G경감[6]은 기자들에게 인터뷰로 '왜 경찰도 아닌 이가 멋대로 사건에 끼어드냐'는 투로 시샘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 기사를 본 뒤팽은 그저 피식 웃으며, 마음껏 지껄이게 내버려두라, 이 사람도 유능하니 뭐 그러려니 한다는 투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선원은 기어코 그 오랑우탄을 잡아서 동물원에 비싸게 팔았다.[7] 사람들은 사람을 둘이나 죽인 그 악마 오랑우탄을 보고자 우르르 몰려들 터, 어처구니없게도 선원은 이 살인사건으로 돈을 더 비싸게 벌게 된 셈이다. 그 오랑우탄은 나름 종신형에 처해진 셈이라며 끝을 맺는다.

3. 영화

여러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Murdersintheruemorgueposter.jpg
1932년 유니버설에서 흑백 호러 영화로 만든 바 있다. 포스터에 범인의 정체(...)를 대놓고 보여주어 스포일러를 훤히 드러내고 있지만,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할테니 문제 없을지도?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Phantom_of_the_Rue_Morgue.jpg
1954년 워너 브라더스에서 배급한 Phantom of the Rue Morgue는 좀 각색을 했다. 한국에서 과거에 모르그의 괴한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여기에선 뒤팽을 맡은 이가 칼 말든(1912~2009)인데 칼 말든은 밑에 영화에서 뒤팽을 맡은 조지 C. 스콧이랑 패튼대전차군단에 오마 브래들리 역으로 나온 바 있다.

https://youtu.be/rcLiHpaL-fI
1971년 MGM에서 배급한 고든 헤슬러 감독 작품은 엉뚱하게 오페라의 유령과 이야기를 섞었다.

1986년에는 미국에서 TV영화로 만든 바 있다. 패튼 대전차군단에서 패튼을 연기한 조지 C. 스콧이 뒤팽을 맡았는데 당시 나이 60에 가깝던 터라 나이가 많은 모습으로 20대 딸아이까지 둔 것으로 각색되었다. 사랑의 은하수, 죠스 2, 슈퍼걸을 감독한 자노트 슈아크가 감독하고 발 킬머가 조수로 나와 뒤팽의 딸과 맺어지는 결말이다. 더불어 원작과 달리 오랑우탄이 밤길에 한 사람을 목졸라 죽이는 게 추가되었으며 선원이 그물로 뒤팽과 조수 앞에서 오랑우탄을 잡는다. 90년대에 더빙되어 KBS-2에서 일요외화로 방영했다.

4. 기타

  • 영국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이 1981년에 Murders in the Rue Morgue 를 그대로 타이틀로 삼은 노래를 발표했다. 사건 자체는 원작대로인데, 여기서는 비명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주인공이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다니는 내용.
  • 내용상 오랑우탄은 칼춤 한번에 모녀를 끔살시킨 킬러급 생물로 나오는데, 실제로 힘이 센 건 맞지만, 오랑우탄의 원래 성격은 비교적 온순하다. 극 중에서 나오는 녀석은 이래적으로 사나운 개체였고, 딱히 악의가 있어 살인을 저지른게 아닌, 사람이 면도하는 걸 따라하다가 레스파녜 모녀의 비명에 놀라서 면도날을 이리저리 휘두르다 보니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나온다.


[1] 셜록 홈즈의 데뷔작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즈가 최초로 자신의 능력을 독자들에게 보이는 장면이 바로 뒤팽이 친구 생각을 알아맞추는 데 15분이나 걸렸다고 까면서, 본인은 한 단편에서 이걸 30초 만에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 이를 보이는 것이다. 단 <모르그 가의 살인> 소설을 보면 뒤팽이 친구(서술자)의 말에 답변을 한 시간이 15분 후였던 것이고, 이미 중간에 친구의 머릿속 생각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2] 사실 오랑우탄은 이미 19세기 유럽에선 흔하게 알려진 동물이라 동물원에 내다 팔아봐야 그리 비싼 값을 받지 못하는 동물이었다. 심지어 중세 유럽에서도 오랑우탄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알려질 정도였다. 그러나 현대에도 흔히 알려진 동물이라도 털빛이 다르거나 독특한 행동을 하는 등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 개체는 화젯거리가 되는 일이 빈번한 만큼, 문제의 오랑우탄은 다른 개체에 비해 특이하게 난폭한 녀석이라 이렇게 판단한 것.[3] 오랑우탄이 가로등을 타고 올라가 그 위에서 몇미터 떨어져 있던 레스파네 부인의 집 창문이 열린 걸 보고 뛰어 들어갔다. 선원도 돛대 등을 자주 타고 오르는 뱃사람인지라 가로등은 쉽게 타고 올라갔지만 거기서 창문으로 뛰어들 능력은 없어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4] 오랑우탄은 레스파녜 부인의 머리채를 잡고 면도칼을 들이댔다가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자 더욱 흥분하여 팔을 휘두르는 바람에 부인의 머리는 몸통에서 거의 잘려나가기 직전까지 난도질당하고 말았고 그 후에는 기절해 있는 딸 카미유의 목을 질식사할 때까지 쥐고 흔들었다. 그 순간 창문 너머로 공포에 질린 선원의 얼굴이 비쳤고, 녀석은 채찍질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 겁이 난 듯 불안감에 가구들을 이리저리 밀치고 끌어당기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혼날만한 짓을 했다는 자각은 있었는지 급기야는 부인의 시신을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딸의 시신을 굴뚝 속에 처박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을 숨길 수는 없었다.[5] 목격자들은 대부분 프랑스 억양으로 안돼! 빌어먹을! 이라며 비명지르고 화내는 걸 듣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범인들 중 누군가가 살인을 막으려고 한 거 아닐까 추정했는데, 그 소리가 바로 선원의 목소리였고, 대부분의 목격자들이 도저히 알 수조차 없던 소리는 바로 광기에 빠진 오랑우탄의 고함소리였던 것이다.[6] 이름이 이렇게만 나온다. 그는 도둑맞은 편지에서도 등장한다.[7] 당연하지만 모르그 가 살인사건을 일으킨 악마 오랑우탄이라느니 하면서 동물원은 좋아라 홍보할 것이다. 현대 같으면 이런 홍보는 윤리적으로 대단히 문제가 될 일이지만 작가인 포가 살던 시기만 해도 그런 의식이 많이 약했다. 당시에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인들을 동물원에 가두고 구경거리로 만들던 시대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