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23 11:18:28

도둑맞은 편지

1. 개요2. 줄거리3. 그 외

1. 개요

에드거 앨런 포가 쓴 소설로 오귀스트 뒤팽 3부작의 마지막 작품.

2. 줄거리

탐정 뒤팽이 G경찰청장의 의뢰로 어떤 귀부인[1]이 비밀리에 찾는 편지를 찾아낸다는 줄거리다.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과정이 주 플롯인 대부분의 추리소설과 달리 아예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하는데, 바로 이 익명의 의뢰인과 정적 관계였던 D대신(번역본에 따라 D장관이라고도 나온다). 의뢰인이 문제의 편지를 남몰래 읽고 있던 중에 D대신이 들어왔는데, 의뢰인은 급히 편지를 숨기면 '이 편지가 뭔가 수상한 것이다'라는 사실을 들켜 약점을 잡힐까 봐 별것 아닌 척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2] 하지만 그 편지가 의뢰인의 약점이 될 것을 이미 눈치챈 D대신은 마침 가지고 있던 다른 편지를 책상에 놓아두고는 원래 용건이었던 대화를 좀 하다가 돌아가면서 헷갈린 척 문제의 편지를 챙겨 떠났고, 의뢰인은 이번에도 이걸 급히 막았다간 뭔가 문제 있는 편지임을 실토하는 꼴이 될까 봐 눈 뜨고 편지를 도둑맞은 것.

이후 D대신은 이 편지를 빌미로 의뢰인을 협박했고, 결국 의뢰인은 거액의 현상금을 약속하고 G청장에게 편지를 찾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G청장도 핑계를 대어 D대신의 저택을 샅샅이 수색하고, 소매치기를 고용해 그의 소지품을 털어 조사하는 등 최선을 다해 봤지만 통 찾을 수가 없으니 뒤팽에게 의뢰했고, 이에 뒤팽은 흔쾌히 수락한다.

그리고 한 달쯤 후, G청장이 다시 찾아오자 뒤팽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너스레를 떨다가 편지를 건넨다. 대경실색한 G청장이 결국 현상금을 수표로 끊어 주고 떠나자 화자는 뒤팽에게 편지를 어떻게 찾았느냐고 묻는데...

사실 뒤팽이 편지를 찾은 방법은 최근의 추리물 만화에 나오는 트릭 같은 것이 아니라 D대신의 심리적인 면을 꿰뚫은 것. 특히 핵심은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였다. 뒤팽은 먼저 편지가 어디 있는지부터 찾아내기 위해, 시선을 가려줄 색안경을 쓰고 D대신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편지를 숨긴 곳을 찾으려는 사람이 절대 예상하지 못할 곳인, 편지를 대놓고 꽂아두는 편지꽂이에 그 편지가 있음을 알아냈다. 목표물도 파악했으니 뒤팽은 일부러 금제 담뱃갑을 두고 D대신의 집을 나왔고, 다음날 담뱃갑을 찾으러 왔다는 핑계로 다시 방문한다. 그때 뒤팽이 미리 고용해둔 사람이 길거리에서 소총을 쏘며[3] 소란을 피우는 통에 D대신의 정신이 그쪽으로 쏠린 사이, 뒤팽은 문제의 편지를 회수하고 자신이 만든 가짜 편지를 갖다놓았다. 과거 뒤팽이 D장관과 빈에서 다소 악연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일을 복수해줄 겸 자신이 편지를 가져갔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적어놓았다고.

심리적인 면 때문에 이 작품의 추리를 바탕으로 논문도 여러가지 나왔다.

작품내에서 뒤팽이 금제 담뱃갑을 가지고 있고 경찰청장이 뒤팽에게 사건을 의뢰할 때 뒤팽이 해포석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이걸 볼 때 경제사정이 많이 나아진 모양이다. 심지어 돈으로 하수인을 고용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경찰청장이 사건 때문에 탐정을 찾아오는 최초의 작품이다.[4]

내용 중 청장이 시인은 바보와 매한가지라고 비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포 자신이 출중한 시를 여럿 남긴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의 극치. 이야기 후반에는 뒤팽 스스로 D대신이 시인이어서 이런 범죄가 가능했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3. 그 외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배트맨 : 허쉬>에 한 번씩 언급된 적이 있는데 이것은 배트맨이라는 작품이 가지는 '추리물로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작중 브루스 웨인은 부모가 죽은 뒤 잠도 못 이루고 괴로워하다가 알프레드가 이 이야기를 읽어주자 그제서야 편히 잠이 들었다고 한다. 범인이 처벌받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작중 범인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뒤팽에 의해 제대로 엿을 먹고 뒤팽이 그를 놀리는 편지를 남기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뉘앙스로는 나중에 범인이 데꿀멍하고 완전히 인생을 망쳤을 거라는 분위기를 남긴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큰 영향을 끼친 단편이기도 하다. '수정마개', '황금삼각형' 두 작품에서 뤼팽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이 단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 얻는다.[5]

셜록 홈즈 시리즈보헤미아 왕국 스캔들과 플롯에 유사한 점이 있다. 신분 높은 의뢰인이 정치적으로 크게 불리해질 수 있는 편지/사진을 되찾아와 달라고 의뢰했고, 주인공인 탐정은 목표 인물의 심리를 파악해서 물건의 위치를 알아냈으며, 사람들을 고용해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우는 방식으로 시선을 교란했다는 것. 홈즈 시리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작품 밖에서는 뒤팽을 극찬한 적이 있기에[6] 오마주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뒤팽과 범인 D대신이 일종의 도플갱어라는 가설도 있다. 뒤팽과 D대신의 이니셜은 똑같은 D이고,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했기 때문에 뒤팽이 그의 속임수를 밝혀낼 수 있었다는 것.


[1] 정확히 누구라는 단서는 없으나, 왕실 소유의 궁 내실에서 편지를 도둑맞았다는 말이 나오기에 왕족으로 추측된다. 아예 그냥 왕비라고 쓰는 판본이나 독자도 있다.[2] 의뢰인도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내용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놓아두기는 했다.[3] 그래도 총알이 없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4] 그 전 작품에선 뒤팽이 청장을 찾아갔다.[5] 모리스 르블랑은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뤼팽 시리즈 중 '암염소 가죽옷을 입은 사나이'라는 단편은 대놓고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을 오마주한 것이다. 작중에서 르블랑이 해당 단편을 언급하며 '훌륭한 작품'이라고 하기도 한다. 근데 홈즈한텐 왜 그랬는데[6] 다만 작품 내에서는 홈즈가 뒤팽을 까는 장면을 넣은 적이 있다. 그러나 르블랑의 헐록 숌즈와는 다른 것이, 홈즈는 뒤팽을 직접 마주해 모욕적일 정도로 털어버린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중 세계관의 소설 속 탐정인 뒤팽을 비평하며 '그 소설 주인공도 유능한 캐릭터지만 난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 장면을 통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홈즈의 성격도 알 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