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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zmondo
1. 개요
2005년에 기즈몬도 사에서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이다.2. 사양
사실 이 게임기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다. 2004년에 처음 소개된 기즈몬도는 상당히 괜찮다고 평가받은 디자인에다가 삼성전자의 고성능 ARM9 400 Mhz 프로세서[1], 윈도우 CE가 기반인 운영체제, 2.8인치의 제법 큰 수준인 LCD 화면이 달려 있다.그래픽 면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다. NVIDIA Tegra의 전신격인 GeForce 3D 4500 그래픽 칩셋을 장착한 데다가 멀티 플레이용 블루투스 장착에 MMC, SD 카드 슬롯, 거기다가 문자 메일 전송, 음악과 동영상 재생, 디지털 카메라 기능, 네트워크 연결에, 나아가 GPS 기능도 갖고 있다. 보시다시피 조작 버튼부터가 게임기가 아닌 PMP의 재생 버튼에 가깝다. 정확히는 일부 대형 항공기에 달린 리모콘에 가까운 형태이다.
당시의 경쟁 기종과 비교하면 5세대 거치형 게임기, 즉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64와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DS보다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고, 그와 비교하여 더욱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SIE의 PSP보다도 살짝 우위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
3. 실패
그러나 배보다 배꼽이 큰 문제가 있다. 정작 게임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인데, 게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지도 않았으면서 높은 스펙만을 강조해온 것이다.2004년 발매된 경쟁 모델인 PSP와 비교하면 인터넷을 내장된 웹 브라우저로 할 수 있고, 동영상과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등 PMP에 가까운 기기이지만 이들 가운데 게임보다 비중이 높거나 강조된 기능은 없다. PSP보다 먼저 나온 닌텐도 DS 역시 게임 말고 할 수 있는 다른 것은 인터넷[2]이나 채팅 기능인 픽토챗 등을 제외하면 게임 밖의 기능은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DS는 무려 1억 5,500만 대 가까이 팔려 PS2와 함께 게임 콘솔 판매량 1위를 기록하였고, PSP 또한 PMP로 팔린 측면도 있지만 8,2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즈몬도와는 달리 '게임기의 기본 기능'인 게임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즈몬도는 게임성이라는 주기능은 부족한 반면, 다른 부수적인 기능이 지나치게 많아 생산 단가도 자연히 증가하였다. 기즈몬도는 발매 당시에 무려 399 달러나 했고(2018년 기준 500 달러 수준), 자연스럽게 낮은 판매량을 보이게 되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판매량이 25,000대 수준으로 9년 먼저 나온 희대의 실패작 애플 피핀조차 40,000대 정도 판매되었다. 결국 발매 예정 타이틀은 거의 대부분 취소되었고, 시범 발매된 타이틀도 게임기의 판매 대수가 25,000대 선이었으니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3.1. 제조사의 도산
기즈몬도의 실패로 제작 하청사인 타이거 텔레마틱스는 얼마 지나지 않은 2006년에 도산해 버렸고, 기즈몬도도 파산했다.4. 숨겨진 실체
사실 기즈몬도는 스웨덴 마피아들의 돈세탁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기이다.[3] 2006년 2월 22일, 기즈몬도의 유럽 법인 대표이사였던 스테판 에릭손 (Stefan Eriksson), 일명 '뚱뚱한 스티브(Tjock-Steffe)'[4]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엔초 페라리를 몰고 음주운전하다 사고를 냈는데, 그 때문에 경찰에서 심문받다 그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페라리 F50의 후속격으로 출시된 차로, 인지도와 상징성이 굉장히 높은 차였다. 이에 따라 크게 이슈화가 되었는데, 사실 이 페라리도 임대 차량이고, 원래는 영국에 있어야 하는 차라고 했다. 정확히는 영국에서 임대했으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이미 도난신고가 되어 있던 상태로, 파산 직후라 이걸 낼 능력도 당연히 없었다. 게다가 사고를 낸 당시에 스테판은 혈중 알콜 농도 0.09%로 음주운전 혐의까지 쓰게 되었다.
스테판 에릭슨은 기존부터 마피아와 연줄이 이미 있던 사이이고, '웁살라 마피아'라는 조직의 간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1993년에 관련 혐의로 기소되어 10년형을 받았고, 출소 후에 '기즈몬도'라는 회사를 설립해 게임기를 만든 것이다. 기즈몬도 사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즈몬도의 중역들이 모두 스웨덴에서 수배중인 중범죄자들임이 밝혀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미국 경찰은 나중에 스테판의 집을 수색했고, 여기에서 시리얼 넘버가 지워진 미등록 총기과 코카인을 발견하면서 음주운전에 마약 소지 혐의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전의 뺑소니 전적이 밝혀지며 음주운전에 마약 소지 혐의에 뺑소니, 이전에 채무 추심을 하면서 채무자에게 휘발유를 뿌린 혐의와 횡령까지 추가해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뒤 2008년에 형을 채우고 출소하였으나, 2014년에 코카인과 기타 약물 소지 및 마약 복용 후 운전한 혐의로 또 잡혀가서 형을 살게 되었다.
사실, 조폭이 문화산업에 찝적거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문화계에서 잘 나가서 아예 조폭과 연을 끊고 문화인으로 전향한 인물도 드물지 않다. 다만, 기즈몬도는 그 업계를 소유한 깡패들이 순수 진출 목적이 아닌 돈 세탁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고국에서도 꽤 충격적이었던 사건이었는지 2015년 그의 활동지 웁살라에서는 '뚱뚱한 스티브(Tjock-Steffe)'라는 제목으로 기즈몬도 개발과 교통사고로 밝혀진 전말을 담은 연극이 만들어져 초연되었다.
5. 기타
G/O 미디어 산하의 유명 IT 블로그-진 서비스인 기즈모도(Gizmodo)의 철자와는 딱 한 글자 차이이지만 이 게임기와 관련이 전혀 없고, 기즈모도가 먼저 생겼다. 기즈모도에서도 기즈몬도 내용을 다룬 바 있다. #1 #2의외로 한국과 관련이 조금 있는데, 나온 14개의 게임 중 하나인 포켓 핑퐁 2005가 개발사 넷돌에서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 괴담 레스토랑에서 이 게임기와 매우 흡사한 게임기가 4화 초반부에 등장했다.
[1] 닌텐도 DS의 CPU와 같은 세대이지만 DS는 클럭이 67 Mhz에 불과하다. 후기형인 DSi는 133 Mhz로 2배까지 증가했지만 여전히 기즈몬도보다는 훨씬 낮다.[2] 메모리 확장 팩을 장착하면 내장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었다. DSi는 따로 장착할 필요는 없다.[3]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스웨덴도 본고장인 이탈리아나 러시아, 멕시코, 콜롬비아 정도는 아니더라도 마피아들이 기승을 부리는 나라다. EU나 OECD 통계에서도 스웨덴의 범죄율은 항상 상위권에 든다. 특히 미국 다음으로 폭주족 형태의 갱단이 활개치는 곳이기도 하다.[4]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스웨덴 경찰에서 붙여준 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