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13:13:04

구관이 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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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관점3. 원인
3.1. 기본적인 원인3.2. 구관에 익숙한 부하들과 손발 맞추기 어려움3.3. 경험 부족3.4. 시행착오 및 부정행위3.5. 전임자의 한계3.6. 상황, 배경의 차이3.7. 장유유서
4. 소포모어 징크스와의 차이5. 여담6. 관련 문서

1. 개요

어떤 직책에 있던 옛 인물이 현재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때 쓰는 속담이다. 사자성어로는 '구관명관()'.

현대에는 '옛것이 더 좋다'는 관용적인 의미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1] 일례로 연합뉴스의 기사제목을 보면 '구관이 명관?…연말정산서 구 공인인증서 이용 90%', '구관이 명관?…삼성, 0%점유율 벗자며 중국시장에 갤S8 재출격' 이런 식이다.

<<지명관, 인간에 관한 단장>>에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 속에는 언제나 현재는 과거만 못하다는 회고 조의 소극적인 역사의식이 나타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비슷한 의미의 영어로는 "Better the devil you know than the one you don't"가 있다. 직역하면 모르는 사람보다 알던 악마가 낫다는 의미이다.

2. 관점

대개 업무 환경 및 주변 정세 같은 외부적 요인을 배제하고 구관(이하 전임자)과 신관(이하 후임자)의 능력만을 가지고 평하는 일이 많다.

다른 관점에서는 이미 구관에게 인정(人情=일종의 뇌물)을 잔뜩 먹여놓아 편해졌는데, 그런 구관이 떠나가고 신관이 오면 다시 처음부터 바쳐야 하는 상황이 되므로,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바칠 것을 다 바친 구관이 명관이었다고 하여, 관료계에 뇌물수수가 당연시되는 걸 풍자하는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고인물', '권력' 문서에도 나온다.

매관매직이 일상화되어 있는 국가는 구관명관이 된다. 고대에는 대놓고 이런 형태로 돌아가는 국가도 있었고 명목상은 다르다할지라도 현실은 대부분 이렇게 돌아갔다. 예를들어 로마제국의 경우 세금을 징수할 권리를 사실상 경매나 다름없는 방식으로까지 거래했기 때문에[2] 이를 행사할 속주 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면 본전을 빨리 뽑아야해서 더 가혹한 징수를 하기 일 쑤였다. 티베리우스황제는 이를 상처 부위에 새 파리들이 와서 빨아먹는 거보다, 처음부터 빨아먹던 파리들이 계속 빨아먹는 편이 낫다라고 칭하며 지방관을 장기유임 시켰는데[3] 이러니 이미 본전을 뽑아 빛도 다 갚고 부자가된 속주 장관들이 세금징수에 이런 저런 사정을 봐주기 시작했고 속주 주민들이 살기가 매우 좋아졌다는 말이 있다. 조선 시대에도 지방관을 너무 자주 팔아먹어서 관료 임기가 너무 짧으면 그 짧은 기간에 본전을 뽑기 위해 각종 세금을 날조하고 누명을 씌워 주민들의 재산을 빼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는데 임기가 길어져 일단 빛을 다 갚고나면 적어도 빛을 갚기위해 지방관 본인의 양심에 찔릴정도로까지 착취하진 않기 때문에 주민복리를 위해서라면 구관을 그냥 가만히 놔두는게 제일 나은 일이 된다. 그래서 조선 시대 폭정을 말할때 매관매직의 텀이 너무 짧은 나머지 전라도 순천 임명장을 받은 사또가 임명지를 향해 출발하여 충청도를 지날때 이미 서울에선 새 사또 자리를 팔아 파견한다. 라는 묘사가 있는 것이다.

3. 원인

3.1. 기본적인 원인

일반적으로는 전임자의 능력이 뛰어난데 반해 후임자의 능력이 이에 못 미치거나 무능하면 이 상황이 생긴다.

3.2. 구관에 익숙한 부하들과 손발 맞추기 어려움

기존에 있던 부하들은 구관에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관이 오면 신관에게 다시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부하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관이 구관과 차이점이 최소화되길 바라는데 구관이 지나치게 나쁜 인간이 아닌 이상은 어지간하면 새로 오는 신관이 구관처럼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쌍둥이마저 성격이 다르듯이 구관과는 행동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부하들에게는 구관과의 차이를 극복할 몫이 생기므로 이게 클수록 구관을 그리워하게 된다.

3.3. 경험 부족

후임자의 능력이 전임자보다 뛰어나도 발생하는데, 아무리 후임자가 능력이 뛰어나 본들 전임자보다 관련 업무를 맡는 경험이 부족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업무가 비통상적이고 특수할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데, 특히 지방관은 지역색이 강한 반면에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니면 이런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관은 연고지 임관자가 아닌 이상은 구관보다 임지의 지리에 어두운 일도 많아서 부하들은 그런 신관에게 임지의 지리를 상세히 가르쳐줘야 한다.

3.4. 시행착오 및 부정행위

후임자가 무리한 욕심 때문에 개혁이나 적폐청산을 미명으로 기존에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함부로 건드려 부작용이 일어난 경우에도 성립된다. 기본적으로 전임자가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 놨는데, 후임자가 개혁한다는 이유로 본인 입맛에 맞는 시스템으로 뜯어 고치면서 이에 수반되는 부작용이 초래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만일 그걸 수습한다 해도 결국엔 전임자보다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이는 3.2와도 어느 정도 비슷한 사항이다.

3.5. 전임자의 한계

의외로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원인인데, 전임자가 겉보기에 그럴듯한 시스템을 완비했으나 실상은 미봉책이거나 많은 모순점과 위험성을 내재한 일도 있다. 전임자는 나름대로 돌려막기에 성공하고 물러나 일단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후임자가 일을 맡은 시기에 문제가 터지면서 후임자가 덤터기를 쓰는 일이 있다. 한때 김성근의 저주가 이랬다. 물론 한화 이글스에서 밑천이 들통났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쪽으로 회자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 이유로 통상적으로 명군으로 알려졌으나 역사가들의 연구 등으로 인해 암군으로 바뀐 일이 종종 있다.

3.6. 상황, 배경의 차이

혹은 애초부터 상황이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을때도 그렇다. 이 경우에는 전임자든 후임자든 그냥저냥 평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쪽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던때에 일을 잡고 깔끔하게 물러날 수 있지만, 한쪽은 능력 이상의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려서 상대적으로 무능하게 보인다.

3.7. 장유유서

나이와 기수로 상하관계 따지기 좋아하는 것처럼 신관이 구관을 능가하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도 있다.

4. 소포모어 징크스와의 차이

언뜻 소포모어 징크스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표현은 해당 주체가 나중에 갈수록 부진하다는 의미이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표현은 가리키는 주체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전편보다 부진한 후편을 의미하는 표현으로는 안 쓰며 관련 인물 등의 교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 등에 곧잘 쓰인다.

5. 여담

  • 1956년 5월 15일에 치러지게 된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신익희(申翼熙)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권 교체를 호소하였다. 이에 맞서 자유당의 이승만(李承晩) 후보는 '갈아 봤자 쓸데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구호를 내세워 사회 안정을 호소했다. 관련 기사

6. 관련 문서



[1] '(대소변이) 마렵다'는 형용사의 뜻이 확장되어 쓰이는 것과 같다. 뜻이 확장되어 쓰이다 보면 나중에 국어사전을 개정할 때 새로운 뜻이 포함될 수도 있다.[2] 공화정 시대부터 이미 그랬다. 공식적으로는 선거였지만 이 선거자금을 위해 로마 시민들을 빵과 서커스로 매수했고 공공건축물을 지어 바쳤다. 이 자금을 고리대금을 통해 얻고 속주에서 얻는 세금으로 이를 갚는 것이다. 제정 당시에도 이런 관행은 이어졌는데 명의만 황제가 짓는 건축물로 바뀌었을 뿐, 황제와 관료에게 바치는 뇌물과 공공건축물의 재원을 빛져서 속주장관이 되고 이후 속주의 세금을 징수해 이를 갚는 관행은 지속되었다.[3] 당연히 로마시민들은 이런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공공건축물의 착공과 빵과 서커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로원도 얻어먹는 뇌물이 줄어드니 싫어했고 티베리우스의 대한 당대 평가는 최악이었다. 따라서 우군이 없어 정치적으로 위기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속주민들의 착취를 막은 이 정책과 더불어 후대에 로마제국을 천년이 지속되는 안정적인 제정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 명군으로 재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