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09:41

관찰법

1. 개요2. 설명3. 관찰자의 역할4. 관찰결과의 기록5. 장단점6. 관찰 오류7. 둘러보기


observational research

1. 개요

자료 수집의 하나로, 일정 시간 동안 연구대상을 감각이나 관찰도구를 활용해 지켜보고 그 결과를 기록함으로써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 현장 조사(field research)라고도 하며, 탐색연구(pilot study)의 한 방식으로도 쓰일 수 있다.

2. 설명

가장 유서 깊은 자료수집 방법이자 질적 연구의 터줏대감. 단, 관찰법 자체는 질적 연구이면서 동시에 과학적 연구의 최초 시작점이기도 하다. 인류가 초창기에 과학이라는 활동을 할 때, 자연에 대한 관찰을 하지 않았다면 천문학이, 물리학이, 생물학이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자연에 대한 관찰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찰이 더 타당성 문제가 크기 때문에, 방법론적 논쟁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현대에는 에스노그라피 등으로까지 방법론이 정교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광의의 관찰법 그 자체를 다루며, 참여적 성격이 덧붙은 관찰법에 대한 설명은 에스노그라피 문서를 함께 참고할 것.

관찰법을 통해 자연적 상황 속에서 얻어진 자료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며, 흔히 O-자료(observational data)라고 하여 실험 데이터나 설문 데이터, 생애 데이터와는 별개로 취급한다. 만일 하나의 관찰 자료가 다른 관찰 자료와 해석 상 상통하는 경우에는 관찰결과의 재현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유사한 관찰 사례들이 충분하다면 그 현상이 재발 가능한지, 혹은 어떠한 규칙성을 갖고 나타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관찰법은 꽤 다양한 기준들에 따라서 분류될 수 있는데, 우선 환경의 통제여부에 대해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통제적 관찰법(controlled observation): 실험법의 장점과 참여관찰법의 장점을 조합한 것이다. 일체의 외생변인들은 통제되며, 모든 다른 상황들이 일정한 환경에서 연구 대상의 행태나 반응을 관찰하게 된다. 심리학, 특히 발달심리학 분야에서 굉장히 자주 쓰이는데, 당장 저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나, 장 피아제의 절벽 실험, 밀그램의 복종 실험 등등은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참가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그 반응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비통제적 관찰법(uncontrolled observation): 정성적 연구를 중시하는 현장 인류학자들 및 종교학자, 그리고 동물행동학을 위시한 여러 현장 생물학자들이 애용한다.[1] 인류학의 간판 연구법쯤으로 인식되고 있기는 한데, 사실 인류학이 "인류학적 연구가치가 있는 사회" 를 찾는다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다, 인류학의 외연이 갈수록 넓어져서 서구 도시인들의 생활이나 인류의 진화, 전통문화 등등도 함께 연구하게 된 탓에 이제는 그냥 다양한 연구방법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는 듯.

다음으로 관찰의 시간대를 기준으로도 두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 직접적 관찰법(direct observation): 관찰자의 관찰시기와 관찰대상의 발생시기가 서로 동일하다. 이때 관찰자는 일방향 유리나 카메라 등의 수단을 통해서 관찰할 수 있으며, 물론 관찰대상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관찰할 수도 있다. 대개의 관찰예능이나 흔히 떠올릴 법한 대부분의 관찰연구들은 여기에 속한다. 가령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이 상황실에 앉아 이경규와 함께하는 문제견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면 이것이 바로 직접적 관찰법.
  • 간접적 관찰법(indirect observation): 관찰자의 관찰시기와 관찰대상의 발생시기가 서로 달라진다. 이때 관찰자는 이미 녹화된 영상을 열람하거나 시각적 자료 등을 확인함으로써 관찰하게 된다. 만일 TV 프로그램에서 강형욱이 시청자가 보내 온 문제견 녹화영상을 시청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이것이 바로 간접적 관찰법이다.

또한 관찰계획의 구조화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구분법도 있다.
  • 체계적 관찰법(systematic observation): 무엇을 관찰할지, 어떤 방식으로 관찰할지, 어떤 절차를 거쳐 관찰할지 등을 사전에 미리 다 정해 놓은 후, 관찰 현장에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실제 관찰결과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해당 관찰 활동에서 참여적 성격은 크게 저하되며, 양적 방법론과 궁합이 잘 맞는다.
  • 비체계적 관찰법(unsystematic observation): 상기 언급된 구체적인 관찰계획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은 상태로 관찰 현장에 투입되는 방법이다. 연구자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혹은 차후의 본격적인 관찰에 대비한 정보수집의 목적으로 쓰이기에 가장 좋다. 대개의 참여관찰법은 비체계적 관찰법에 해당하며, 질적 방법론과 궁합이 잘 맞는다.

3. 관찰자의 역할

관찰자의 역할에 따라, 관찰법은 네 종류로 나누어지게 된다.
  • 완전한 참여자 (complete participant): 연구자가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 집단, 지역, 조직 내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실제 그들 속에 섞여들어가서 관찰하는 방법이다. 마거릿 미드(M.Mead)의 사모아 섬에서의 인류학 연구가 대표적이며, 악마 숭배자들을 연구하거나 길거리 흑인들을 연구하는 학자들,[2] 언론인들 등등이 채택한다. 그 외에도 예를 들자면 일본 넷 우익들의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팀에서 정체를 숨기고 그들의 집단에 가입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른 방법에 비해서 더 심층적이고 더 내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구 최후반부에는 어쨌든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연구 출판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3] 게다가 연구 대상과 동질화하거나 연구 대상에 대해서 최대한 실드(?)를 치려는 식으로 편향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심할 경우 연구자의 이데올로기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다는 것.(…)
  • 완전한 관찰자 (complete observer): 연구자가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 집단, 지역, 조직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어떤 접촉이나 역할도 없이 관찰자의 성격으로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외계의 고등 생명체들이 지구인들을 대하는 태도와도 유사하다. 그 이름대로 스타크래프트관측선이라고 보면 딱 알맞다.(…) 이 방법은 연구윤리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데이터에 그친다는 단점도 있다. 연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존재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그냥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지켜볼 뿐이며, 그 이상의 접촉이나 교류는 절대 허가되지 않는다. 이 방법을 취할 때 관찰자는 자신이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만 한다. 레알 관측선 심리학에서의 애착(attachment)실험[4]이 대표적인 사례다.
  • 참여자적 관찰자 (observer as participant): 연구자가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 집단, 지역, 조직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상태로 그들 속에 섞여들어가서 참여하는 방법. 인류학자들이 애용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기자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노사갈등으로 인해 시끄러울 때,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촬영팀은 그들의 정체(?)를 노조측 간부들에게 정식으로 밝히고, 노조의 파업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다. 절충형 연구법이기 때문에 장단점이 극명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방법은 위의 호손 실험과 마찬가지로 신뢰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며,[5] 그와 동시에 주화입마의 가능성까지 함께 갖고 있다. 양자의 장점만 취한다고는 했는데 단점도 함께 취해버린 것.
  • 관찰자적 참여자 (participant as observer): 연구자가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 집단, 지역, 조직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상태로 그들과 교류하지 않고 관찰하는 방법. 위의 참여자적 관찰자가 "정체를 알리고, 연구대상에 참여한다" 면, 관찰자적 참여자는 "정체를 알리고, 연구대상을 관찰한다" 고 볼 수 있다. 즉 연구자가 연구 대상들 사이에 섞여서 대놓고 따라다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유명한 사례로는 경영학 분야의 호손 실험이 꼽히는데, 불행히도 이 실험은 원래는 관찰자적 참여자로 설계된 게 아니었다. 즉, 완전한 관찰자 상태에서 연구 대상이 "어라,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 라고 의식하게 될 경우 데이터가 쓸모없어지게 된다는 반면교사가 된 것이다.[6] TV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7]

이를 두 가지 기준, 즉 "참가자가 연구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가?" 와 "연구자가 연구대상 속에서 연구 이외의 역할을 수행하는가?" 로 나누어 다시 정리할 수도 있다. 연구자의 정체가 숨겨지는 두 유형은 따로 위장형 관찰법(disguised observation)이라고도 부른다.
완전한 참여자완전한 관찰자참여자적 관찰자관찰자적 참여자
<colbgcolor=#f5f5f5,#2d2f34>연구자의 정체 인지 여부XXOO
연구자의 역할 수행 여부OXOX

조사방법론 분야의 많은 국내 문헌들을 비교하다 보면 종종 '참여자적 관찰자' 와 '관찰자적 참여자' 개념이 서로 뒤바뀌어 설명돼 있는 경우가 많다. 용어가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폐해. 하지만 구글링을 활용한 해외 문헌을 검토해 보면, 영문으로 된 각각의 용어의 뜻은 r.63판 기준 나무위키에 서술된 의미가 옳다. 두 개념은 연구자가 관찰대상과 섞여드는가에서 차이를 보이며, '적'(的) 자 앞쪽에 주목하여 의미를 해석하면 된다. 즉 참여자적 관찰자가 관찰대상에게 '참여' 하는 것이고, 관찰자적 참여자가 관찰대상에게 '관찰' 하는 것이다.

4. 관찰결과의 기록

그 외에도 관찰결과를 기록하는 방법에서도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 내러티브 기록(narrative record): 실제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그것을 연구자가 관찰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고스란히 속기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확보된 연구용 속기 노트는 비가공 데이터(raw data)로서, 적절한 가공을 거친 뒤 연구목적과 관련된 가설검증에 동원할 수 있게 된다.
  • 현장 노트(field note): 연구자는 별도의 노트에 관찰 사실을 개조식 등의 방법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메모하게 된다.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서 인상적인 특징이나 중요한 부분, 가설과 관련된 성격, 차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단서 등을 추출하여 적어두는 것. 현대에는 언론인들과 연구자들, 임상분야 종사자들이 자주 쓰고 있긴 하지만, 과거에는 박물학이 한창 잘나가고 있을 때 즐겨 사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찰스 다윈장 앙리 파브르가 현장 노트를 이용하여 그들의 명저 《종의 기원》 및 《곤충기》 를 출판하기도 했다.

5. 장단점

관찰법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어떤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 사이에서 나타나는 왜곡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태도 변인" 이 무시될 수 있다.
  • 관찰법은 문맹자나 유아, 동물 등 자신의 상태나 감정, 행위를 문자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대상에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아의 발달을 연구하는 발달심리학자들이 관찰법을 즐겨 사용한다.
  • 관찰대상을 추적할 경우 그 개인이 갖고 있는 특수한 입장이나 관점, 처지와 같은 다양한 주관적 정보의 확보가 가능하다.
  • 일반적으로 질문지법이 입장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회수가 잘 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응답하게 되는 반면에, 관찰법은 입장이 확고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가 될 수 있다.
  • 관찰법은 관찰대상이 실제 현실 속에서 어떤 전후맥락을 갖고 나타나게 되는지 제반 사정 및 환경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연관성을 갖고 함께 발생하는 다른 현상들도 확인이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관찰법은 피관찰자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연구주제에 대해서도 관찰 및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참여)관찰법은 단점 역시 존재한다.
  • 관찰 대상이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연구결과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참여자적 관찰자나 관찰자적 참여자는 이러한 연구결과의 왜곡을 감수하는 방법론이다.
  • 관찰법은 관찰결과의 해석 단계에서 연구자 본인의 주관이나 편견, 개인적 성향 등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이는 아래에서 설명할 인식과정의 오류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에서는 가능하다면 CCTV를 동원하여, 그 찍힌 영상을 결론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 관찰법은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으려는 부분까지는 관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허락되지 않은 인원에게는 공개가 금지된 비밀 의식(…)이나, 연구대상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 연구대상의 성생활(…)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연구할 수 없으며, 설령 무리해서 (잠입을 한다거나 몰카를 설치한다거나 해서) 데이터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연구윤리 논란에 시달리게 된다.
    • 이 논리를 조금 더 확장하면, 관찰법은 그 조사자에게 가용한 관찰수단들을 통해서 가장 관찰되기 쉬운 측면들 위주로 편중되어 보고하게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조사나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관찰수단으로 관찰하게 되면 왜곡되고 오도된 관찰결과만을 얻게 된다. 이것을 가로등 효과(streetlight effect)[8]라고도 한다.
  • 참여관찰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정성적이기 때문에 일반화에 제약이 있으며, 연구자가 항상 현장에서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 도중에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참여하며 장기 데이터를 수집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 반대로 일반적인 관찰법은 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러 혼입변인들의 개입이 심해진다. 특히 유아발달이나 노인복지 분야에서는 관찰대상의 성숙(maturation)이 혼입될 수 있다.
  • 참여관찰법은 연구 도중에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9] 이럴 경우 일반적인 관찰법에 비해 연구자가 대처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로, 한 저널리스트가 노숙자들의 삶을 취재하겠다고 길바닥에 나앉아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얼마 못 가서 그만 저체온증으로 얼어죽고 말았다.(…) 이 인물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는 별개로 그 해의 다윈상에 오르기도 했다.

6. 관찰 오류

관찰법을 통한 자료수집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오감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자료수집에 비해 주관성의 위험이 상당히 크다. 이것을 심리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인간은 먼저 외부의 자극을 감각(sense)하고, 그 감각된 자극이 뇌에서 일차적으로 지각(perceive)되면서 다듬어지며, 최종적으로 뇌가 그것을 인식하여 평가(appraise)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은 한없이 부족한 동물인지라, 이런 관찰의 각 단계들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관찰법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각 및 인식과정의 오류이며, 감각과정의 오류는 의학적인(…) 문제여서 관찰법에서는 거의 강조되지 않는다.

지각과정의 오류는 오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적 자극을 인간의 뇌가 다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파티나 클럽에서도 인간은 자기 맞은편에 마주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착시드레스 색깔 문제도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가 엉뚱하게 처리하면서 불거진다. 극단적인 사례로 인간은 농구팀 사이로 멀쩡히 지나가는 고릴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 어떤 인류학자가 부족집단에 들어갔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연구자는 자신을 환대하는 추장의 너그러운 목소리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다른 연구자는 그의 근육질의 몸에 새겨진 칼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못 볼 수도 있다. 이후 정신없는 환영 축제 속에서 한 연구자는 북 소리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에 정신이 팔려서 과일꼬치를 먹는 주민들의 식사예절에는 신경쓰지 못할 수도 있고, 다른 연구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지각과정의 오류를 줄이려면, 수집되는 자료에 연구자의 뇌가 압도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러 명의 연구자들을 동원한다면 각자가 맡을 자료수집의 양이 분산됨으로써 오류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연구인원이 제한되어 있다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관찰하기보다는 관찰단위를 높여서 전반적인 분위기나 양상 위주로 관찰하는 것이 좋다. 연구자들도 사람인지라 관찰기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를 느끼고 건성건성 관찰하게 될 것이므로, 관찰기간을 제한하여 너무 피곤해지기 전에 동료와 교대하거나 아예 현장에서 철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구자 개개인이 효율적 관찰을 위한 테크닉과 노하우를 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식과정의 오류는 뇌가 일차적으로 지각한 자료들을 심리적으로 '평가' 하는 과정에서 자기 재량을 동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것은 개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사고방식, 세계관, 인간관, 지식수준 등에 좌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양상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유년시절에 부모님의 불륜을 목격한 것이 상처가 되어 이성교제 상대방의 평범한 일거수일투족까지 유난히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자기 혼자만 평생 손해보고 산다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은 코로나 19 시국에 지하철에서 혼자 마스크 내리고 다니는 얌체족들을 유난히 잘 발견할 수 있다. 유아들의 놀이 양상을 관찰하는 유아발달 연구자를 가정해 보자. 이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연구자는 여아의 인형놀이와 남아의 기차놀이를 더 많이 보고하는 반면 진보적인 가치관의 연구자는 누구나 손에 잡히는 걸 갖고 논다는 보고를 한다는 문제에 시달린다. 다른 예로, 성 소수자 커뮤니티를 주제로 하는 연구를 퀴어 운동가가 진행하는 것과 페미니스트가 진행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인식을 낳는다. 게이트랜스여성들이 보여주는 맵시 있는 옷차림만 관찰하더라도 두 연구자는 해석 상의 극단적인 이견을 보일 것이다.

인식과정의 오류를 줄이려면 관찰대상의 주관적인 측면들을 가능한 한 객관화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시작 전에 먼저 관찰대상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못박아야 한다. "이러이러한 모습이 보여야만 이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하겠다" 고 정해놓는 것이다. 또한 충분한 훈련을 통해서 연구대상에 대한 배경지식을 넓히고 자기 인식의 렌즈를 깨닫는 작업을 해야 한다.[10] 그리고 가능하다면 관찰법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자료수집 방법, 이를테면 심층면접법이나 초점집단면접법, 질문지법 등을 활용하여 비교하는 것도 좋고, 카메라로 찍힌 사진이나 녹음기, CCTV 자료 등을 함께 공개할 수도 있다. 가치관을 달리하는 다수의 연구자들이 적대적 협업(adversarial collaboration)을 통해 서로가 놓친 부분을 캐치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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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상술했듯이, 자연과학에서는 비통제적 관찰법이라고 하더라도 일반화가 용이하다. 그래서, 열대 정글의 희귀한 개미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어떤 생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개미를 키우지만(통제적 관찰법), 현지로 직접 들어가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관찰하는 생물학자들도 있다.(비통제적 관찰법) 대략 이 정도 차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2] 흑인의 사회적 차별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존 그리핀(J.H.Griffin)의 경우는 좀 애매하다. 백인인 그는 일부러 몸에 검은 물감을 칠하고 흑인처럼 생활하면서 구직활동을 하고 사회생활을 했는데, 이를 두고 흑인 집단과 교류했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감이 있다.[3] 자료수집 도중에 정체를 드러내면 그때부터는 이하의 참여자적 관찰자가 되어 버린다. 연구 최후반부에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연구윤리의 문제 때문.[4] 이 실험을 통해 안정/불안정 애착, 혼란애착 등의 유형화가 이루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의 대상인 영아들은 연구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5] 예를 들어 어떤 소대장이 이등병의 고충을 체험한답시고 이등병 행세를 하면서 신병들 사이에 섞여들어갔다고 끔찍한 가정을 해 보자.(…) 그 소대장이 끝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와, 처음부터 "나 사실 소대장인데 이등병 생활 좀 해 보겠음 데헷♡" 이라고 대놓고 밝히고 이등병 생활을 하는 경우, 선임들의 행동패턴에 얼마나 차이가 날지 예상되지 않는가?[6] 연구자들의 본의는 완전한 관찰자를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실험설계의 한계 탓에 그만 이하의 관찰자적 참여자가 되어버려서 연구결과가 왜곡된 것.[7] 촬영 스탭들이 집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PD와 작가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유아교육 전문가가 보게 될 내담자의 양육 모습은 실제와 조금 달라질 가능성이 생긴다.[8] 다음의 유명한 농담에서 기원한다. 경찰관: 아니, 이 늦은 밤중에 가로등 아래에서 뭘 그렇게 찾고 있습니까? / 주정뱅이: 내가 열쇠를 잃어뜨려서 그것을 찾고 있다오. / 경찰관: 하지만 이곳에 열쇠는 없잖습니까? 어디서 떨어뜨린 거죠? / 주정뱅이: 예전에 공원에서 잃어버렸지. / 경찰관: 아니, 그럼 왜 여기서 열쇠를 찾고 있는 겁니까? / 주정뱅이: 하지만 밝은 곳이 여기밖에 없잖소?[9] 현지에서 억지로 두집살림을 차리게 된다거나(…), 갑자기 부족 간 전쟁이 벌어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겠으며, 이때 자칫하다간 피관찰자들과의 라포(rapport) 내지 신뢰관계를 깰 위험이 있다.[10] 사실 사회과학분야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비단 관찰법이 아니더라도, 논문을 쓸 때쯤 되면 자기 논문 주제의 배경지식은 기본적으로 쌓이게 되며, 그 논문에 필요한 인식론이 무엇이며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그 주제를 바라보면서 살아왔는지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