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Quo vadis: Powieść z czasów Nerona폴란드인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1]가 미국의 루 월리스의 소설 벤허에 영감을 받아 쓴 역사소설로 1895년에 발표했다. 네로 황제 시기의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인 귀족 청년 비니키우스와 그리스도교도 리기아를 중심으로 당대 로마 제국의 퇴폐상, 로마 대화재와 그에 뒤이은 그리스도교도 탄압, 사도 베드로와 바울로의 순교, 네로의 몰락에 이르는 과정을 다뤘다. 1항목에서 언급된, 베드로가 예수를 만나 대화하는 환상을 보는 장면도 당연히 작중에 묘사된다.
한편으로 작품 속 로마의 그리스도교도들은 당시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압제를 받던 폴란드인들의 고난을 은유하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고난받는 이들이 승리하리라 암시하는 민족주의 소설이기도 하다.
시엔키에비치는 《쿠오 바디스》 이외에도 크미치스 등 폴란드 역사를 배경으로 한 많은 역사 소설을 집필하였고 190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네로와 당시 로마 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미 타키투스 등 기록 때문에 네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사실 시엔키에비치가 소설을 쓰며 가장 많이 참고한 기록이 타키투스의 <연대기>이다. 서구 지성계는 역사학이 본격적인 학문 분과로 정립되어 로마사를 더욱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기 이전까지는, 티베리우스에서 네로까지 이어지는 원수정 초기 황제들의 평가에 있어서 원로원 계급의 적대감이 투영된 타키투스의 시선을 전반적으로 수용해왔다. 그리고 <쿠오 바디스>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19세기 작품임을 감안하면, 그 시대 기준으로 제정 로마 시기의 각종 풍속, 문화 고증은 훌륭한 편이다.
줄거리 참고
1.1. 등장인물
참고- 마르쿠스 비니키우스
로마의 젊은 트리부누스 밀리툼.[2] 다른 나라에서 볼모로 끌려온 왕녀 리기아를 사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리기아를 얻고자 하지만, 리기아를 찾으려다 여러 사건을 겪은 이후 리기아에게 감화되어 그리스도교도가 된다.[3] 분명 주인공이지만 사실 많은 독자들이 페트로니우스를 진 주인공으로 취급한다.[4] 입체적인 면모가 없다는 말 또한 주인공의 행동에만 집중할 경우에만 나오는 것이다. 책의 상당 부분은 비니키우스의 내면 묘사에 할애한다. 리기아를 사랑하면서도 그리스도교를 강하게 거부하던 그가 오랜 고뇌와 방황을 거쳐 조금씩 진정한 그리스도교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정작 진주인공 운운하는 페트로니우스는 그런 내면의 묘사가 별로 없다.
우리말 더빙 성우는 양지운
- 리기아
리기족의 볼모로 끌려온 여자로 본명은 '리기아'가 아니라 '칼리나'라고 소개된다.[5] 로마 귀족 아울루스 부부의 수양딸이 되었다. 비니키우스와 엮이면서 비니키우스를 감화시켜 그리스도교에 귀의하는 데에 공헌한다. 꽤나 고난을 당하지만[6] 생존해 비니키우스와 이어진다. 작중에선 일관되이 이상적인 그리스도교도의 모습만 보여줘 제일 평면적인 인물이란 평도 있다.[7] 계림문고판처럼 일본판을 번역한 아동용 해적판에서는 종종 "리디아"로 표기된다. 일본판 표기로도 リギア(리기아)인데 리디아라고 적은 것을 보면, 리디아 왕국과 뒤섞여 뭔가 혼동해버린 듯.
우리말 더빙 성우는 송도영
- 아울루스 플라우티우스와 폼포니아 그라이키나 부부
리기아를 수양딸로 맞이해준 부부. 둘 다 실존인물로, 아울루스는 클라우디우스 황제 시절에 브리타니아를 정복한 장군이다. 게다가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와 인척관계에 있는, 생각보다 뼈대 높은 귀족 가문이다. 폼포니아가 그리스도교도로 설정되었으며, 리기아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교도가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는 아울루스까지 그리스도교도로 묘사하는데, 원작에서 그는 엄연히 로마의 전통적인 신들을 숭상한다고 묘사된다. 폼포니아는 실제로 그리스도교도가 아니었나 하는 가설이 있고[8] 그 후손은 정말로 그리스도교도가 되었다.
- 페트로니우스
실존인물인데 비니키우스의 숙부로 설정되어 나온다. 당대 최고의 예술인이자 유능한 행정가. 실존 인물은 제정 로마 시기의 중요한 풍자문학 작품 사티리콘의 저자로 유명하다. 소설 내에서도 서점에서 사티리콘을 슬쩍 사서 비니키우스에게 선물하는 대목으로 언급된다. 책을 받은 비니키우스가 저자가 누구냐고 묻자 '바로 내가 저자다. 일부러 익명으로 냈으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 마라.' 하고 답한다. 다른 간신들처럼 황제에게 굽실대지는 않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시크하게 아부를 날리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런 처신을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조소하는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조카를 많이 아끼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도와주는 좋은 삼촌이기도 하다.
사실 다른 귀족들처럼 앞장서서 아첨을 떠는 건 아니고, 황제가 자기 시에 대한 평가를 요구할 경우에 아첨이 아닌 것처럼 시크하게 아첨을 해준다.[9][10] 동시에 황제가 막나가는 것을 적당히 제어하는 모습도 보여 많은 이들에게 인망이 높다.[11] 페트로니우스를 썩 좋아하지 않는 세네카도 "네로를 둘러싼 다른 간신배들보단 그래도 나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러다 조카 비니키우스와 비니키우스가 사랑하는 리기아를 돕던 일 때문에 네로에게 숙청의 위기에 몰리자, 자신이 사랑하는 에우니케에게 전재산을 다 주기로 하고 자살한다.[12] 자살하기 전에 유언으로 네로를 격하게 조롱한다. 한편 그리스도교에 귀의한 조카와 달리 그리스도교도는 되지 않았지만 예술인으로서 긍지를 지니고[13] 품위를 지킬 줄 아는 긍정적인 로마인으로 묘사된다.[14]
우리말 더빙 성우는 김규식
- 네로 황제
실존 인물로 당대의 황제. 네로 황제의 세간의 이미지를 확정한 작품답게 무능한 암군으로 등장하며 향락과 부패로 점철된 당대 로마 시대의 부정적인 대표인사. 작품 자랑질을 좋아하는 데다 페트로니우스에게 이를 칭찬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페트로니우스의 속내와 유언에 따르면 예술가로서는 무능한 듯. 작 중 죄 없는 그리스도교인들을 사자들의 먹이로 주는 등[15] 악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이미 모친과 아내, 이복 형제(브리타니쿠스)를 살해한 것 때문에 이미 욕을 먹는 상황이다. 그간 쌓인 병폐의 여파로 민심을 잃고 비참하고도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와 관해 유명한 장면은 바로 로마 대화재 때 다른 사람들이 다들 난리치는 와중에 혼자서 유유히 시 짓고 노래하며 로마 대화재를 구경하면서 새 로마를 재건하겠다고 말하는 부분. 바로 이 소설 때문에 네로가 로마에 불을 질렀다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고하게 뿌리박혔다. 하지만 이는 낭설에 불과하다. 실제 역사에서 네로는 화재진압에 최선을 다했다.[16] 다만 화재의 탓을 애먼 그리스도교도에게 돌리고 탄압한 부분은 사실이나 이는 여론의 의견과도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었다.[17] 그러나 그리스도교도에게 누명을 씌워 잔인하게 죽이는 방식으로 오히려 시민들의 시선은 더욱 나빠져[18] 네로의 정치적 생명줄을 갉아먹는 데 한몫했다.
우리말 더빙 성우는 박상일
- 포페아
네로 황제의 황후. 리기아와 처음 만났을 때 권력에 위협이 될까 봐 리기아를 경계한다. 허나 나중에 비니키우스를 끌어들이려 모습을 숨기고 그의 앞에 나타나는데, 이 상황에서 비니키우스를 채가는 식으로 구해준 페트로니우스의 말에 따르면 실은 비니키우스를 연모한다고. 그리고 페트로니우스는 이 사실을 황제가 알면 그를 가만두지 않고 복수할 테니 조심하라고 이른다.
- 베드로
실존인물로 예수의 제자이자 천주교의 초대 교황으로 인정받는 바로 그 인물이다. 박해받는 그리스도교도들을 위로하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한다. 베드로의 순교 장면은 뒤의 짤막한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클라이막스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까지는 온화한 사목자 이미지가 강하던 베드로가 바티칸 언덕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러 가는 장면에서는 당당한 개선장군의 이미지를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 직전 로마시를 바라보면서 손을 들어 강복한다. 이때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이 도시와 온 세계에게(축복을)')라는 말을 남기는데,[19] 이게 이 소설에서 그의 마지막 대사다. 문학 평론가들도 소설의 파토스가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이라고 평한다. 저자 시엔키에비치의 가톨릭적 배경이 잘 드러나는 묘사이기도 하다.
우리말 더빙 성우는 최흘
- 우르수스
리기아의 노예로 같은 리기족 출신. 큰 덩치에 걸맞게 힘이 매우 센 장사이자[21] 리기아의 충직한 심복이기도 하다. 나중에 리기아가 위기에 처할 때 구해내는 활약을 한다.
기절한 리기아를 매단 성난 황소를 경기장에서 맨몸으로 상대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다른 신자들처럼 아무 저항도 안 하고 순순히 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마지막 기도를 드리던 참에 황소의 뿔 위에 리디아가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싸운다. 우르수스는 황소의 뿔을 잡은 채로 버티다 결국 황소의 목을 비틀어버리면서 황소를 제압하고 리기아를 구해내어 관중들 앞에 안아들면서 살려주기를 청한다. 관중석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비니키우스도 당장 경기장으로 뛰어내려가 자기 옷으로 리기아의 벗은 몸을 덮어주고, 같이 호소한다. 이에 감탄한 관중들이 우르수스와 그가 구하려던 리기아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어 그들을 구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면서 리기아와 함께 살아나게 된다.
우르수스는 라틴어로 곰을 의미하는데, 당연히 본명이 아니라 로마인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리기족 출신이니 당연히 자기 부족의 언어로 따로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도가 된 뒤로 '우르바누스'라는 세례명을 받는다.
우리말 더빙 성우는 이봉준
- 에우니케
페트로니우스의 해방 노예로 페트로니우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페트로니우스도 그런 사랑에 감화되어 에우니케를 사랑하게 된다. 페트로니우스가 죽을 때까지 곁을 지켰으며 그의 유언으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하지만 페트로니우스가 죽은 후 혼자 살 의욕이 없어져 그와 함께 자살한다.
- 킬로 킬로니데스
철학자를 자칭하는 사기꾼으로 리기아를 찾으려는 비니키우스를 돕는다.[22] 글라우코스에겐 가족과 전 재산을 뺏어간 원수나 다름없지만 나중에 베드로에게 감화된 글라우코스에게 용서받는다. 이후 네로 앞에서 그리스도교도를 화재의 범인으로 몰아세우나, 그네들이 네로에게 학살을 당하자 충격을 받아 깊이 반성, 바울로에게 인도되어 그리스도교도가 된 뒤 네로의 죄를 고발한다.
- 에우리키우스
킬로에게 구해져 노예 신세에서 해방된 그리스도교도 노인. 킬로는 리기아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그를 이용한다. 사정을 모르는 에우리키우스는 킬로를 은인으로 여겨 킬로의 의도대로 행동한다.
- 글라우코스
그리스도교도 의사. 킬로에게 가족과 재산을 잃은 피해자로 나중에 킬로와 마주치자 원한을 드러낸다. 때마침 킬로 때문에 무고한 그를 죽일 뻔한 우르수스도 합세해 킬로는 정말 죽을 뻔하나 결국 킬로를 용서해준다. 이후에 킬로의 그리스도교도 고발[23] 때문에 다른 그리스도교인들과 함께 죽는데, 이때 이를 본 킬로에게 자기를 용서해달란 부탁을 받고 또 용서해준다.
- 크리스푸스
그리스도교 장로로 리기아가 비니키우스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자 리기아를 꾸짖는 등 깐깐한 모습을 보인다.[24] 그러나 베드로에게 오히려 한 소리 듣는다. 나중에 순교를 앞두고도 신자들에게 계속해서 회개하라고 질책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하고 광신적인 모습을 보이다 바울로에게 또 한 소리 듣는다.
- 티겔리누스
실존인물. 네로 황제 시대의 근위대장으로 전형적인 간신배 캐릭터다. 작중 내내 페트로니우스와 세력 다툼을 벌이지만 매번 패하다, 네로에게 그리스도교도들을 방화범으로 몰자는 의견을 내면서 승기를 잡는다. 중후반에 아픈 상태의 리기아를 탈옥시키려는 비니키우스 측보다도 먼저 리기아를 다른 감옥으로 빼돌리고 경기장에서 성난 소의 뿔에 벌거벗겨 매달아놓고 그 소를 리기아의 노비 우르수스와 싸움 붙인다. 이유는 리기아가 아픈 상태로 죽어버리면 경기장에서 조롱하면서 죽이려는 계획이 수틀리기 때문. 허나 우르수스가 승리해서 리기아를 구해 계획이 실패한다. 이에 군중들이 리기아를 풀어달라고 외치는데 그래도 끝까지 반대하지만 군중들이 네로 보고 방화범이라고 욕하자 네로가 결국 리기아를 풀어주라는 신호를 보내 그의 마지막 시도도 실패한다.
우리말 더빙 성우는 이강식
- 세네카
네로의 스승이자 신하로 페트로니우스의 연회에 초대된 사람 중 하나. 큰 비중은 없으나 바로 아랫 문단에 나온 영화에서 페트로니우스가 네로를 조롱하는 유언을 네로 앞에서 들려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25] 그러나 원작에서는 페트로니우스의 연회에 초대되지 않는다. 원작에서는 본인 스스로가 페트로니우스와 반목하는 관계라고 말한다. 원작에서는 황제의 악행을 말리지 못하고, 황제에게 아부하며 스토아 철학자에 어울리지 않는 삶을 이어나가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가득한 캐릭터다.[26]
- 네로의 신하들
네로에게 아첨 떠느라 정신없는 이들로 묘사된다. 권력을 좇아 아첨하는 사람들로 페트로니우스가 네로의 총애를 받을 때는 페트로니우스의 위세에 기대려 하기 바쁘지만 페트로니우스가 조카와 조카의 사랑을 구하고 그리스도교인들이 로마 방화범이 아니라 주장하며 네로의 총애를 잃자 냉담하게 대한다. 이후 다시 총애를 얻었다 잃었다 할 때에도 이에 따라 반응하는 철새들이다. 루카누스, 비텔리우스 등 대부분 실존인물들이다. 그러나 당시에 황제에게 아첨하지 않는 강직한 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트라세아스 같은 이들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결한 인물로 묘사된다.
2. 외부 링크
2.1. 영어
- 위키백과(영어) : 쿠오 바디스(노벨)
- 위키완드 : 쿠오 바디스(노벨)
- TV Tropes : 리터러처 / 쿠오 바디스
-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 : 쿠오 바디스 노벨
-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 쿠오 바디스
- 리브리복스 : 쿠오 바디스
- 위키문헌 : 쿠오 바디스
2.2. 한국어
2.3. 중국어
3. 미러 링크
[1] 러시아가 폴란드를 지배하던 시절의 인물이라, 정식으로 폴란드 국적을 가진 적은 없다.[2] 한국어 역본에서는 호민관이라고 했는데 사실 오역이다. 이런 오역이 의외로 자주 나온다. 작중 비니키우스는 코르불로 휘하에서 아르메니아 전쟁을 치르다 잠깐 귀국한 군인이다. 그래서 호민관(트리부누스 플레비스)이 아니라 대대장이나 천부장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 일본판에서도 대대장으로 번역한다.[3] 사실 리기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 끌렸지만, 갈수록 베드로와 바울로에게 감화를 받으면서 진정한 신앙인이자 크리스천이 되어간다.[4] 사실 묘하게 취급이 주인공치고는 좋지 않다. 입체적인 면모나 매력적인 면에선 삼촌 페트로니우스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고, 로맨스물에선 주인공의 특징이기도 한 '위기에 처한 연인을 구하는 역할'을 별로 연애와 연관 없는 우르수스가 맡는다. 그러나 이는 본 소설이 단순한 로맨스물이 아님을 간과한 설명이다. 초반의 비니키우스는 원하는 건 뭐든지 얻어야 직성이 풀리는 방약무인한 귀족이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겸손한 신앙인이 되어간다. 리기아를 탈옥시키려는 자신의 시도가 실패한 뒤,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묘사는 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5] 로마에선 노예를 들이면 노예의 본명을 무시하고 주인이 새로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대체로 노예를 구입한 장소나 출신지에서 따왔다. 그러니까 '리기족의 공주'라고 '리기아'라는 것은 딱 로마인이 지어줄 법한 노예의 이름이다. 리기아의 본명인 "칼리나"는 슬라브 계열 여성 이름으로, 실제로 작중에서 슬라브계 인물이라고 나온다. 묘사를 보면 영락없이 폴란드다.[6] 나중에 로마군에 잡혀 성난 소의 뿔에 묶인 채로 경기장에 들어갔다. 이 소를 리기아의 노예 우르수스가 상대해야 했는데, 다행히 우르수스가 소를 제압하여 구해낸다.[7] 다만 입장을 바꾸지 않았을 뿐, 인간적인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둘을 양립시킬 수 없어 비니키우스를 사랑하면서도 그리스도교도인 자신은 이교도인 그와 엮여선 안 된다는 관념 때문에 내적으로 갈등하고, 이런 갈등 때문에 크리스푸스에게 꾸지람을 듣는 등 인간적인 면모는 있다. 한편으로는 비니키우스가 그리스도교도가 되기 전에 그가 자신을 차지하려 다가오는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도주한다.[8] 정확한 종교 이름은 알 수 없으나, 타키투스의 기록에도 폼포니아가 '외국 미신'을 숭상해 비난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9] 이때 삼국지연의의 화웅급 아부 실력을 보여주는데, 네로가 시를 읊으면 다른 신하들은 뛰어난 작문 실력이라고 이구동성 외치는 반면 페트로니우스는 끔찍한 시라고 비판한다. 주변이 그 발언에 충격을 받아 조용해진 이때 네로가 페트로니우스의 말을 듣고 언짢은 표정으로 뭐가 문제냐고 묻자 페트로니우는 네로가 지은 시가 만약 동서고금의 유명 시인들이 지었다면 세기의 작품이라 칭송했겠으나 네로의 실력이 그들을 뛰어넘기에 황제 폐하가 자신의 재능에 걸맞지 않는 끔찍한 시를 지은 것을 알아 그렇게 말했다고 답한다. 그 대답을 들은 네로가 크게 기뻐하며 페트로니우스를 더욱 가까이하여 본인이 지은 시를 버리고 더 좋은 시를 쓰겠다고 하자 페트로니우스는 한술 더 얹어 네로가 지은 시는 비록 네로의 재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범인들에겐 걸작이니 버릴 바엔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매우 유명한 장면으로, 영화 간신에서도 연산군과 임숭재의 일화로 나오고 각종 소설이나 대중매체 등에서 아첨꾼들의 신들린 아부를 보여줄 때 오마주된다.[10] 페트로니우스의 아부 약발이 잘 먹히는 이유에는 페트로니우스의 행실과 학식이 크게 한몫한다. '네로는 다른 조신들의 거창한 아부와 찬사는 모두 자기네들의 일신상 이득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페트로니우스만은 순수하게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설 내용이나 페트로니우스가 그리스도교인들이 로마 시 방화범이 아니라고 주장해 네로의 눈밖에 난 후 네로의 시 낭송회에 참가하자 비록 총애를 조금 잃었어도 시 낭송회에서 순식간에 총애를 되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쟁자 티겔리우스, 실제로 다시 네로와 친밀해지자 이전에 잠시 총애를 잃었을 때 냉담하게 대했음을 후회하는 신하들을 보면 페트로니우스의 위상을 알 수 있다.[11] 실제로도 이런 아첨 실력을 사용하여 네로가 시를 낭송할 때 졸았던 베스파시아누스를 구해준 일화가 있다.[12] 역사상의 페트로니우스가 죽었던 것처럼 여러 사람들을 불러와 이야기를 나누다 의사에게 정맥을 자르게 해 과다출혈로 천천히 죽어간다.[13] 살아남기 위해 네로에게 열심히 아첨했으나 유언장에서 네로를 엄청 까댄 것과 저질스러운 네로의 작품들에 억지 찬양과 아첨을 한 것에 회의감을 느끼던 걸 보면 예술인의 긍지가 있던 사람이 맞는다. 살아남기 위해 이를 감추고 다녔을 뿐.[14] 선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스도교의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 로마의 긍정적인 부분을 반영하는 사람이라는 뜻.[15] 짐승과 싸우던 검투사 베스티아리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인데, 이 경우 일부러 빈약한 무장만 주거나 아예 맨몸으로 짐승과 대치시켜 사실상 짐승 먹이가 되라는 처형법이다.[16] 화재 당시 네로는 직접 전차를 몰고 수습하러 와 화재 현장 수습을 지휘하고 창고를 열어 로마인들을 구제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고, 이와 관련된 증거들도 나중에서야 속속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런 낭설이 당대에나 후대에나 널리 퍼질 정도로 대화재와 관련하여 네로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17] 당시 로마인들은 그리스도교도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인들은 국가적인 행사 등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로마인들이 3세기의 위기 때 신전에 가서 울고불고 했을 때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시민들은 그리스도교도들을 더욱 좋지 않게 보았다. 군인 황제들은 이들이 사회적인 단합을 해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인들을 탄압하였고, 이로 인해 다른 로마인들이 단결하길 바랐다.[18] 찔리니까 저런다고 판단하는 식으로 여론이 흘러갔다.[19] 해당 단어는 오늘날 교황이 천주교의 수장으로서, 중요한 행사마다 올리는 강복을 뜻하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베드로가 초대 교황임을 생각한다면, 그 기원이 되는 셈.[20] 이 당시 킬로는 자기 때문에 결국 죽게 된 글라우쿠스를 비롯한 그리스도도들의 학살을 본 뒤였다. 거기서 우연히 바울을 만나는데 용서를 비는 그를 보고 바울이 그에게 세례성사를 해줬다.[21] 비니키우스가 리기아를 납치하기 위해 고용한 당시 로마 최고의 검투사가 자기를 처리하려고 달려들자, 그 자리에서 그를 맨몸으로 상대해 죽여버렸다. 이후 비니키우스와 킬로도 처리하려 했는데 킬로는 도망가고 비니키우스는 리기아가 중도에 끼어들어 말린 덕에 겨우 구사일생한다.[22] 이 과정에서 익투스, 즉 당시 그리스도교인들이 사용하던 물고기 표식과 그 의미를 처음으로 언급하는 작중 인물이 된다.[23] 실은 화재 사건을 일으키지 않은 그리스도교도들에게 누명을 씌운 것.[24] 이교도와 사랑함은 그리스도교도에게 있어 용서하지 못할 부분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교도인 리기아가 사랑하게 된 이가 하필이면 그냥 이교도도 아니고 네로의 부하 비니키우스였으니.[25] 페트로니우스가 직접 부탁했다. 영화 중 한 버전에선 페트로니우스의 죽음의 장면이 좀 앞당겨져 세네카가 페트로니우스의 유언을 네로 앞에서 말해주는 장면이 보다 일찍 나오게 되었다. 세네카는 네로 앞에서 페트로니우스의 유언장을 읽는데, 네로는 유언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페트로니우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유언장 내용을 귀담아듣다 그게 죄다 자기를 조롱하고 자기 예술성을 비웃으며 페트로니우스의 칭찬도 그냥 네로 앞에서 아첨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내용이라는걸 깨닫자 바로 화를 낸다. 졸지에 세네카는 네로 앞에서 유언장만 읊어줬는데 네로의 화내기와 꼬장질을 면전에서 당한다.[26] 실제로는 세네카가 페트로니우스보다 1년 앞서 사망했는데 둘이 같은 방식으로 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