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인조잔디(人造莎草/Astroturf)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잔디 모양을 만든 것을 말한다.
대개 합성섬유를 사용하며 발명은 1956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스포츠 구장에 처음 도입된 건 1966년이다. 인조 잔디가 처음 깔린 곳이 바로 세계 최초의 돔구장인 애스트로돔이다. 이 인조 잔디를 만든 회사가 몬산토로, '애스트로터프'라는 브랜드로 이름을 날려 한때는 제록스마냥 인조 잔디계의 상표의 보통명사화 취급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몬산토에서 분리된 뒤 여러 회사들에 팔려 나갔지만 여전히 개량된 인조 잔디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 astroturf라는 단어는 보통명사로 정착해 이제는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 democracy) 와는 반대로 정부나 기업, 정치세력이 동원이나 SNS 조작, 여론조작으로 마치 국민들의 여론인 양 위장하는 대중적인 여론조작을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대개 지속적으로 천연잔디를 관리해주기 어려운 스포츠 구장 등에서 사용된다. 대개 우레탄, 나일론 등으로 만든다.
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햇볕과 물을 주는 등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없고 주변 환경의 제약이 없으나[1] 계절감과 질감이 다소 떨어지고[2] 시간이 오래 되면 색이 바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인공적으로 만든 물건이다보니 습기가 차면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주로 쓰였으나 현재 메인 그라운드에 인조 잔디가 깔린 KBO 리그 1군 정규 경기장은 실내 경기장인 고척 스카이돔 뿐이다.[3][4] 반대로 NPB의 경우 주로 인조 잔디를 깔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야 수비의 경우 인조 잔디를 깔 수록 땅볼이 빠르게 굴러가서 송구를 천천히, 불안정하게 해도 아웃을 잡기 쉽다보니 수비가 용이하다고 평가받는다는 듯. 천연 잔디는 반대로 땅볼의 속도 감속이 빨라서 내야안타가 되기 쉽다 보니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송구를 해야만 아웃을 잡을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내야안타, 실책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고.[5][6]
일선 학교의 운동장에도 자주 쓰였으나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모래밭 운동장에 비하면 관리 측면에서 나은 편이기에 인조 잔디로 바꿔버리는 학교들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몇년전에 재질의 발암물질 논란 때문에 인조 잔디를 갈아엎고 맨땅으로 바꾸는 학교들도 있었는데 신설 학교 중에서는 인조 잔디를 넣는 걸 보면 재질을 바꾼것 같다.
반면 인조 잔디의 대우가 좋은 분야가 있는데, 바로 필드 하키. 필드 하키는 A급 국제대회에서는 반드시 물을 뿌린 인조 잔디 경기장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이 쪽에서는 인조 잔디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원산지인 미국 스포츠에서는 미식축구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플레이 특성상 천연잔디는 빨리 갈려나가고, 슈퍼볼 할 때 되면 거의 죽어나가서 단점이 크게 부각되어 기피하고 있다.
2010년경부터 시작된 미국 서부 가뭄 문제로 인해,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나 시간을 조례로 정하거나,[7] 유타 주에서는 원래는 흉하다고 금지했던 인조잔디를 합법화 하기도 하고, 심지어 네바다주 처럼 관상용 잔디를 금지하는 주도 나오는 등,[8] 갈수록 관리가 힘들어져 가정집 마당 천연 잔디를 인조 잔디로 대체하는 추세이다.
2. 위험성
사시사철 푸른 땅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해준다는 장점과 달리 단점도 많다. 특히 부상의 위험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우선 천연잔디에 비해 충격 흡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인조잔디 설치 전 토지에 대한 기초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반 콘크리트 바닥 위에 인조잔디를 아무렇게나 깔 때 문제가 극심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잔디가 엄청 딱딱해진다. 이런 식으로 잔디를 깔았다가 멀쩡히 잘 뛰던 선수들을 여럿 병원으로 보낸 곳이 있는데 바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이다.
이들 경기장에서 부상을 입은 최대의 피해자는 삼성 시절의 박진만과 2004년 이후의 홍세완을 꼽을 수 있다. 둘 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수겸장 유격수였지만 딱딱한 인조잔디 위에서 뛴 탓에 무릎 관절이 망가져버렸고 다소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끝냈다는 공통점이 있다.[9]
박진만은 인천고 시절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긴 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악화됐다. 삼성으로 오기 전 현대 유니콘스 시절에는 내야 전체가 흙으로 덮여있는 인천 숭의 야구장과 천연잔디 형태의 그라운드인 수원 야구장에서 뛰었기에 부상이 악화되지 않았지만 삼성에 와서 무릎이 망가졌다. 현대 시절에는 거의 전경기를 뛰던 선수가 삼성 이적 후에는 전경기는 커녕 100경기 이상을 뛴 시즌이 삼성에서 보낸 6시즌 중에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의 거포 유격수로 주목을 받았던 홍세완도 2004년부터 설치된 무등 야구장의 악명 높은 카페트형 인조 잔디 때문에 무릎이 다 망가졌고[10] 결국 불과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야구선수들의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문제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폐쇄식 돔구장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11]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은 흙바닥에서 더 심하게 더 많이 일어나며 인조 잔디는 천연 잔디에 비해 그 정도가 심할 뿐이지 당연히 흙바닥과는 비교할 거리조차 안된다.
참고로 여름에는 한낮에 인조 잔디에서 뛰어다니지 않는게 좋다. 인조 잔디가 땡볕의 열을 받아 가열되어 온도가 매우 높아지고 여기서 넘어질 경우 추가로 마찰열이 발생해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인조잔디의 지열이 50도를 넘어서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인조 잔디 구장의 경우 여름에 물을 주기적으로 뿌려줘야 한다.
다만 잔디 위에 뿌린 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살포된 물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높여 운동장의 여건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2009년, 2011년에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인조 잔디의 위험성을 방영했다.
3. 최근
최근 들어 메이저 리그의 많은 구단들에서 다시 인조 잔디가 사용되고 있다. 인조 잔디에 대한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최근에 훌륭한 인조 잔디들은 여러 스포츠적인 측면이나 부상 방지 차원에서 오히려 더 좋다고 평가하는 선수들도 많다. 2019년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체이스 필드가 인조 잔디를 사용 중이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2020년 신축 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론디포 파크도 인조 잔디를 채택했다. 두 팀은 오랜 조사 끝에 최근 개발된 최신식 인조 잔디는 부상 방지에 더 나을 거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12]한편 축구계에선 천연 잔디와 인조 잔디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잔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발명 자체는 무려 1980년대에 됐을 만큼 오래되었으나 보수적인 축구계 특성상 도입이 상당히 늦다가[13] 2010년대에 일부 구단들이 경제성을 이유로 서서히 도입되었는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잔디를 택하는 구장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14]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 잔디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인조 잔디가 천연 잔디를 고정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구의 태클이나 슈팅 등 거친 플레이도 비교적 잘 견딘다. 또한 천연 잔디에 비해 오히려 생육이 쉬운 편이다. 다만 인조 잔디의 단점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아직까진 천연 잔디에 비해 꽤 미끄럽다는 말이 많다. 또한 생육이 쉽다는 얘기도 어디까지나 유럽이나 해당되는 얘기지 유럽과 기후가 상이한 한국에선 오히려 천연 잔디보다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한국에선 2018년경에 파주 NFC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게 처음이다. 다만 이전까지 설치해 본 적이 없어서 생육에 꽤나 애를 먹은 모양. 2022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되었는데 정식 경기장으로는 처음이다. 2025년에는 충남 아산시의 이순신종합운동장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4. 관련 문서
[1] 특히 일반 모래 운동장은 비나 눈이 오면 모래가 젖어버려서 질퍽질퍽해지고 요철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닥에 웅덩이가 자주 생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모래가 햇볕에 의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2] 인조 잔디 매트 안에는 조그마한 규조토 알갱이가 있는데 이것이 유출되어 사라지면 눈에 띄게 성능이 하락한다. 특히 후술할 위험성도 재질 때문에 발생한다.[3] 한국 최초의 인조 잔디 야구장은 사직 야구장이었다. 이후 인조 잔디 그라운드의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널리 퍼져 2000년대까지는 부산 사직야구장(1985~2006), 대구 시민야구장(1994~현재), 인천 숭의야구장(1996~2008), 대전 한밭야구장(1996~2012), 광주 무등야구장(2004~2011) 등 KBO 리그 1군 정규 경기장 중 절반 이상이 인조 잔디 구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직구장의 인조 잔디도 2006년 철거됐다.[4] 고척 스카이돔을 제외한 KBO 리그의 1군 정규 경기장은 모두 천연 잔디가 깔려 있다. 다만 포수 뒷쪽과 내야 쪽의 파울 지역에 인조 잔디가 깔린 곳은 꽤 있다. 잠실 야구장,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인천 SSG 랜더스필드, 사직 야구장이 대표적인 예.[5]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내야에 잔디가 아예 안 깔려 있는 한신 고시엔 구장이나, 천연 잔디가 깔린 마츠다 줌줌 스타디움 등은 내야수비 난이도가 헬이 된다.[6] 또한 이 이유 때문에 KBO 리그의 내야수들의 수비가 일본에 비해서 많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크게 차이가 안 날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7] 동네마다 차이는 있으나 비온뒤 몇시간 내에는 잔디에 물주기 금지, 낮시간대에 물주기 금지, 요일제로 1주일에 한번만 가능.[8] 2027년까지 운동장에 깔린 잔디처럼 기능용 잔디를 제외하고 모두 제거해야 한다.[9] 박진만은 만 39세가 된 2015년까지 뛰기는 했으나 2011년부터 천연 잔디 구장인 인천 문학 야구장을 홈으로 썼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SK로의 이적은 박진만 본인이 원했던 것으로 애초에 삼성을 떠날 때 "천연 잔디 형태의 홈구장을 갖춘 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만약 딱딱한 바닥의 대구구장에서 계속 뛰었다면 박진만은 더 이른 나이에 은퇴했을 수도 있다.[10] 무등 야구장 문서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을 위한 경기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 시설이 심각하게 열악했다. 이 때문에 다시 2012년 천연 잔디로 복귀해 리모델링 이전까지 천연 잔디 그라운드를 유지했다.[11] 의외로 일본은 제1홈구장 기준 4개 구장(한신 고시엔 구장과 마츠다 줌줌 스타디움, 라쿠텐생명파크 미야기,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을 제외하고 다 인조 잔디이다. 지리적이나 주변 환경의 문제 등으로 천연 잔디 생육이 불가능한 ZOZO 마린 스타디움이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 돔구장이 많아서란걸 감안하더라도 특이한 부분인데, NFL의 경우 신구장이 폐쇄형 경기장으로 지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 이쪽은 종목 특성상 천연 잔디를 거의 제대로 유지를 할 수가 없어서 인조 잔디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며 그러다 보니 사무국에서도 인조 잔디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12] 추신수는 이러한 인조 잔디들을 경험하고 난 뒤 천연 잔디랑 똑같더라며 신기해했다고 한다.[13] 다만 초창기의 하이브리드 잔디는 사실상 인조 잔디와 별 차이가 없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인조 잔디의 부상 위험이 그대로 남아있었기에 높으신 분들은 물론 선수들마저 기피했다.[14] 러시아 월드컵을 치른 12개의 구장 중 무려 8개의 구장에서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