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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교통안전원(교통경찰)이 바삐 달리는 운전사를 세웠다.
* 안전원: 당신 속도위반이오.
* 운전사: 아니 지금 온 나라가 김정일 동지의 말씀대로 속도전의 불꽃 속에서 밤낮없이 노도로 뛰어다니는데 우리 주민들 중에서 빨리 달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소. 과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레 사상검토 대상이 아니오?
* 안전원: 듣고 보니 당신말이 옳구료.
공산주의 유머/북한 中
북한의 선동구호. 건설 등의 작업에서 마치 전쟁에서 전격전을 하듯이 재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하자는 운동이다. 즉, 모든 역량을 동원해 건설 사업을 되도록 빨리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원: 당신 속도위반이오.
* 운전사: 아니 지금 온 나라가 김정일 동지의 말씀대로 속도전의 불꽃 속에서 밤낮없이 노도로 뛰어다니는데 우리 주민들 중에서 빨리 달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소. 과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레 사상검토 대상이 아니오?
* 안전원: 듣고 보니 당신말이 옳구료.
공산주의 유머/북한 中
2. 설명
'n일 전투(ex 70일 전투, 150일 전투)'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며, 당에서 시행 날짜와 목표를 발표하면 시행 시작일부터 n일 동안 북한의 노동자들은 죽어라 일해야 한다. 노동자들 말고도 속도전 청년돌격대는 물론이고 일반 조선인민군 병사들, 일반 주민들까지 총동원되며, 조선노동당 간부들도 작업 현장에서 악착같이 지도해야 한다.1974년에 70일 전투를 실행한 것을 시작으로, 1978년과 1980년의 100일 전투, 1988년 200일 전투, 2009년 150일 전투, 2016년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 전 70일 전투, 대회 후 70일 전투, 그로부터 한 달 되기 전 200일 전투 등의 속도전을 시행하였다. 코로나-19와 대북제재,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삼중고를 겪은 2020년에도 2021년 1월의 8차 당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를 진행했다.
이러한 '전투'를 북한 당국에서 시행하는 이유는 내부결속 그리고 당대회를 앞두고 빨리 경제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선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3. 현실
일단 건축의 경우 무조건 빨리 서두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건축 업계에서 혁신적인 건축공법으로 이름난 한국, 일본 등에서조차 가장 급조적인 집인 컨테이너 박스 하우스도 각잡고 만드는 데는 며칠이 걸리고, 급조식이 아닌 건물 하나 지으려면 단독주택 같은 작달막한 집도 적어도 1개월이고, 건물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건축기간도 정비례해 길어져 저층 빌라도 2개월~3개월은 예사요, 아파트는 2~3년도 족히 걸린다. 특히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온갖 건축 신기술[1]과 연인원 500만명이라는 가공할 만한 인적&기술적 자원들이 총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완공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건물이 아닌 터널이며 도로에 교량, 철도, 항만, 지하설비 등 건축학과나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서 건축업계에 취직한 사람들이 투입되는 곳은 모두 그런다. 다만 북한에서는 일찍부터 소련에서 조립식 건축 기법을 도입해서 싸고 빠르게 건축[2]하는것이 일반적이기는 해서 단 몇달만에 아파트를 건축하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기는 하다.속도전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대다수는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한 채로 밤늦게까지 일하곤 하며, 심지어 24시간 철야 노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북한은 시멘트나 철근 같은 기본 자재조차 조달하기 힘들어 수시로 주민들에게 공출을 요구하는데, 문제는 여기저기에서 마구잡이로 공출하다 보니 자재들의 품질과 규격을 제대로 검증할 여력이 없다. 더구나 시멘트나 철근 같은 재료는 주민들이 농사하거나 수집해서 내보내는 물건이 아니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건설예산이 풍족한것도 아니니 아무리 조립식 건축을 한다해도 부실시공이 판칠수밖에 없다.
위 문단에 적혀 있듯이 정말로 그 목표를 달성시키는 것 말고 체제 선전의 목적이기에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 시설 자체가 무너진 마당에 심지어 최고존엄들조차 그저 빠르게 완공하라고만 하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김정은이 직접 지적하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양한 공사가 이러한 '속도전' 때문에 겉만 번드르르하게 올라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파탄을 맞았다. 건설 중에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잦다. 대표적으로 예성강 교량 붕괴사고와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 등. 그나마 존재하던 기술자들도 하나하나 수난 속에서 혹은 책임을 지고 죽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진 지 오래다.
이렇게 건설기술도 부족하고, 건설장비도 부족한데 이걸 보충할 만한 숙련 노동자들조차 부족하게 되자 주민, 군인, 학생을 마구잡이로 동원하여 현장에 투입했다. 그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부실공사의 끝판왕. 결국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로 그 정점에 도달했고, 해방 이후 최악의 재난[3]이라는 2016년 두만강 유역 대홍수도 속도전과 무관하지 않다.
조선로동당은 이 속도전을 미화하기 위해 속도전의 성과를 부풀리고 거짓을 유포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른다. 북한이 2018·2019 노예국가 1위에 괜히 선정된 게 아닌 셈. '권력' 문서도 참고할 만하다.
게다가 대북제재와 지하경제, 뿌리깊은 부정부패로 북한의 시장 자체가 매우 좁고 불건전하기 때문에 속도전만으로는 북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 이를 증명하듯이 2020~2021년에 일어난 '80일 전투'는 실패로 끝났다고 김정은이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스스로 인정했다. 그리고 북한은 정부보다 당의 권위가 앞서 있기 때문에 속도전을 총대 매고 지휘해야 할 정부의 정책 실효성이 떨어져 있다. 그러나 정신 못 차리고 속도전 악습은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선전되는 려명거리신도시, 미래과학자거리, 평양 5만세대 건설사업 등이 2020년대에도 이어진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한 탈북민은 하도 속도만을 강조하다 보니 항공기 부품을 거꾸로 생산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거꾸로 생산된 부품을 이용하면 조립은 되는데 비행기가 뜨질 않았다고.
4. 남한에서
속도를 강조함으로써 내실이 부실해지는 폐해는 남한에서도 벌어진다. 남한에서는 북한에서와 달리 정책적으로 속도전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빨리빨리 문화'라는 말로 대표되는 것처럼 "일단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사고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보니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부실공사로써 건물과 다리가 붕괴되는 끔찍한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했고, 법규 개정, 안전 교육 필증 발부 등 노력이 뒤따랐지만 2020년대에도 비용을 아끼겠다고 빠른 건설/철거 작업을 시켜서 대형참사가 터지는 등 빨리빨리의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이러한 속도 경쟁이 있는 이유가 남북분단 상황에서의 체제 경쟁을 위한 것도 없지는 않다. 당장 냉전 시기 때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우주 경쟁같은 전례가 있고 빨리빨리 문화의 원조가 바로 이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던 두 강대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