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The law is far and the fist is close.법치주의의 한계와 사법불신, 사적제재 등을 한 번에 녹여낸 명문장.
법이 개인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현실에서 법치는 통하지 않고 폭력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쓰이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내포한 의미가 너무 많아 속담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 한자식 표현으로 법원권근(法遠拳近)이라고도 한다.
“법은 실체가 없고 주먹은 실체가 존재하기에 주먹이 법보다 앞선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른 표현법으로 “힘이 곧 법이다.”가 있는데 아마 영어권의 “Might makes right.”(힘이 권리를 만든다.)란 속담을 번역한 듯하다.
2. 상세
주된 이유는 역시 법[1] 자체에, 그리고 행정력[2]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에서는 법이 개인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최종수단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는 법이 모든 상황을 예비하고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맹점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맹점이 없더라도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폭력 혹은 그에 준하는 행위에 의해 일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3] 그래서 법률적 · 사회적 체제가 미비한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볼 것 같지만 소위 선진국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일단 법적으로 해결하려면 증거 확보, 관련 법무 상담, 변호사 선임 등 온갖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절차가 필요하다. 설령 이 모든 난관(?)을 거쳐 정식 재판을 벌여도 상대방이 법을 잘 아는 사람과 그 사람을 확보할 뒷배경을 가지고 있다면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공산이 높다. 그렇다보니 피해자가 1인 시위나 청와대 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아주 많다 보니 사법불신이 퍼지게 된다. 그러니 법 대신에 폭력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유혹에 금방 빠지게 된다.
정당방위적 측면에서 강력범죄처럼 재판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위급한 상황일 경우,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이 도착할 즈음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다수이며 심하면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4] 설령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물리적 혹은 심리적 협박이 존재하기 마련이며[5] 도와주고 누명쓰기 같은 폭력은 없지만 피해를 입는 상황도 있다. 여기에 무고한 사망자가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원망과 자신이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합쳐지면서 보복성 사적제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법치를 생각하지 않고 폭력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법과 정의는 같은 게 아니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져. 설령 다소 터무니없는 해석이라도 법정에서 인정받으면 그게 옳은 일이 돼. 그런데도 당신들은, '법률은 올바른 인간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완전히 믿고, 학습도 안 하고 경계도 하지 않지![6] 법의 기본원칙 따위 표면상의 방침 같은 거라고. 법률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거지, 결코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 따위가 아냐!
쿠로사키, 법에만 의지하며 스스로 생각하지 않다가 계속해서 사기에 걸리는 피해자에게
쿠로사키, 법에만 의지하며 스스로 생각하지 않다가 계속해서 사기에 걸리는 피해자에게
갈등론의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법률이라는 건 기득권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사회 불안정 요소를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득권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사소한 분쟁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7]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현상이지만 상술했듯이 법에 한계가 있어서 없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사례
- 영화 대부의 오프닝에서 장의사 보나세라가 마피아 두목 비토 콜레오네에게 "나는 미국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하는 오프닝 장면이 유명하다. 딸이 폭행과 강간미수를 당했지만 처벌이 집행유예로 끝나자 마피아 두목을 찾아가 복수를 요청하는 장면이야말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를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8]
- 국제 외교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국제법을 무시하거나 교묘하게 악용하는 요구를 해도 약소국은 항의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9] 이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바로 전쟁인데 전쟁이 지나치게 서로 악에 받힐 대로 받히면 법이고 뭐고 없어진다. 특히 전쟁에서 주먹에 대응하는 전쟁범죄는 법에 대응하는 국제법보다 훨씬 가깝다. 처벌이라는 것도 로마처럼 10분의 1형 때리는 게 아닌, 대개 관계자들만 모가지 날아가는 수준이고 승전국이면 뺑뺑이 돌다 무혐의 종결로 끝나 전쟁범죄의 강도에 비해 미약하니 이 말에 더욱 들어맞는다.
- 사법시험 3차 면접에서 이와 비슷한 대답을 한 학생이 탈락한 사례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정확히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라는 정치적 의지를 개입시켰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다. 기사 원래 사시 면접은 탈락을 진짜 거의 시키지 않으며 몇 안 되는 면접 탈락의 사례가 이것과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는 수험생에 대한 탈락 조치였다.
- 정당방위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상황에서는 주먹으로 주먹을 상대하라고 법이 허락하는 것이다.
- 층간소음의 격우 소음을 내서 이웃집에게 피해를 주는 것 자체로는 민사 소송을 내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고 형법에 저촉되지 않을 뿐더러 층간 소음을 내는 입장에서도 배째라 식으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100%라 당하는 쪽도 똑같이 소음을 내서 복수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심하게는 살인 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 귀농인 사례 중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한 노인이 귀농하였는데 시골 사람들 텃세에 시달리자 이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자신의 집에 시비거는 사람을 반쯤 죽여놓자 그 다음부터는 누구도 텃세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귀농한 노인이 소싯적 복싱을 했기 때문이었다.
- 호신용품은 그 목적부터가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킨다'는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특히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심할수록 호신용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삼단봉, 너클, 페퍼 스프레이, 전기충격기 등 어찌됐든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위에서 언급된 지역들같이 불안한 사회에선 무기가 필수일 정도다. 대한민국도 점차 치안이 흉흉해지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 보다 본질적인 방향으로 접근하자면 법은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간 무형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킬지 아닐지는 개인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 실체가 없는 법이 물질세계에 개입하는 건 현 시대상 기술적인 한계가 뒤따른다. 쉽게 말하면 법은 범법이 발생하는 즉시 그것을 감지하고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3] 가령 뒷차가 앞차를 박았다고 치자. 그 뒷차는 부자에다 고급차였고 앞차는 서민일 경우 합의고 뭐고 어정쩡하게 넘어가 버리고 그 반대에는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법으로 해결하기 전에 당사자들끼리 일이 '해결(?)'되는 것이다.[4] 그래서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고 주택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굉장히 걸리다 보니 수정헌법 2조에 기반하여 총기를 소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5] 괜히 신체포기각서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다. 분명 불법이며 효력도 없음에도 작성한 사례가 완전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이유다.[6] 이 말을 듣는 사람은 피고임에도 재판마다 늘 제 때에 출석하고 원고에게 최대한 성심성의껏 사죄하려고 했으나 사실 원고는 재판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이었고 중간에서 중재해 준다던 변호사는 무능해서 서면으로 중재서를 만들지도 않았다. 결국 주인공이 역으로 사기를 쳐서 사기꾼을 위기로 몰아넣은 다음에야 지금까지 뜯긴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7]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 정의, 올바른 사회를 위한 구성요소는 법률이 아니라 도덕이다.[8] 2015년 어느 레스토랑 주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국 마피아 조직 루케시 패밀리 소속 행동대원에게 전처의 현 남자친구를 폭행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얼마 뒤 그 마피아는 부하 1명과 함께 복면으로 위장하고 곤봉을 휘둘러 보복 폭행을 해줬다. 이후 폭행을 사주한 레스토랑 주인은 부탁을 들어준 마피아 행동대원의 결혼식 피로연 행사를 자신의 업소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했다. 사건의 관계자들은 5년이 지난 2020년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이런 비슷한 일들은 항상 벌어져왔고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다.[9] 근대 일본의 지식인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이 문제를 가리켜 "만국 공법(국제법)을 담은 책 100권이 대포 한 문보다 못하다."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