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22 02:05:37

겸손한 게임 제안

1. 개요2. 상세3. 시나리오의 내용4. 수상작5. 결과

1. 개요

A Modest Video Game Proposal

미국의 前 변호사이자 자칭 사회운동가인 반(反)게임주의자 잭 톰슨이 2005년 10월 ESA(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의 대표인 더글러스 로벤슈타인에게 보낸 서신과, 그 서신에서 시작된 창작 게임 대회(?). 제목은 조너선 스위프트가 18세기에 저술한 수필인 겸손한 제안(A Modest Proposal)에서 따 온 것이다.

2. 상세

우선 잭 톰슨이 보낸 서신의 내용을 요약하면
2006년에 본인(잭 톰슨)이 쓴 시나리오대로 게임을 만들고 배포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면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전 회장 폴 이벨러의 이름으로 지정한 단체에 $10,000를 기부하겠다.
라는 내용이다.

톰슨은 비디오 게임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을 죽이는 살인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라는 의도로 이런 글을 쓴 것인데, 사실 이전에도 게임 속에서 게임 개발자를 죽이는 경우는 일종의 팬 서비스, 이스터 에그로써 아주 흔했다.

대표적인 예로 울티마 시리즈의 전통인 로드 브리티쉬 죽이기와 둠 2의 최종 보스 죄악의 상징(Icon of Sin)의 머리구멍 속에 있는 존 로메로효수된 머리가 유명하며, 시리어스 샘 시리즈, 마이트 앤 매직 6, 포스탈 시리즈 등에서는 아예 제작진을 모티브로 만든 NPC들을 죽일 수 있는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즉, 잭 톰슨은 자신이 적대하는 대상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도 알아보지도 않고 일방적인 비난만 일삼는, 대화의 기본 자세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꽉꽉 틀어막힌 인간이라는 것을 이 서신 하나로 고스란히 입증한 셈이다.

3. 시나리오의 내용

잭 톰슨이 쓴 게임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중년 남성 오사키 김(Osaki Kim)은 어느 날 아들이 14세의 게임 중독 소년에게 야구방망이로 맞아죽는 사고를 겪는다. 그러나 범인인 소년은 그저 징역형만 선고받았을 뿐... 이에 복수하기 위해 오사키 김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뉴욕으로 나가 게임중독 소년이 하던 게임을 제작한 테이크 디스(Take This[1])의 CEO폴라 이벨[2]과 그의 가족들을 다 죽인 뒤 Take This의 변호사도 죽이고, 아케이드 체인인 게임워크스(GameWerks)에 쳐들어가 오락기를 다 때려부수고 2006년 E3쇼에 가서 비디오 게임 업계 경영진들을 다 때려 죽인다.

그리고는 또 게임을 판매하는 베스트 바이, 서킷 시티, 타깃, 월마트 본사를 습격하여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모두 죽인 뒤 외친다.

"(게임을 판매하기 전에)아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라!!"

4. 수상작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Imok.png
플레이 영상

수상작은 'I'm O.K - A Murder Simulator'라는 게임이다. 제목인 O.K는 괜찮다(OK)라는 표면적인 의미 이외에도 주인공인 오사키 김(Osaki Kim)의 이니셜이라는 중의적인 뜻이 있다. 그리고 부제목인 A Murder Simulator는 톰슨이 평소 게임을 일컫는 '멸칭'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http://www.imok.gzwn.net/
배포 사이트

제작사의 이름부터가 잭 톰슨을 풍자하는 톰슨소프트(Thompsonsoft)이며, 3명의 알코올 중독자와 1명의 외국인 교환학생이 제작했다고 주장하는 이 게임은 2006년 2월부터 무료로 배포되었다. 톰슨이 쓴 '겸손한 게임 제안'을 기초로 하여 중년 남성이 약간 이름을 바꾼(하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게임 개발자들을 죽이는 스토리로 제작되었으며, 톰슨의 주문대로 매우 폭력적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도 잔인하게 살해당한다![3] 그리고 톰슨 본인도 이름이 살짝 바뀐 채로 찬조출연한다. 시나리오의 충실함은 게임 끝까지 일관적으로 반영되어, 스탭롤에서는 게임의 개발자들도 죽는 극강의 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쿠아리아, Spelunky로 유명한 데릭 유(Derek Yu)가 그래픽을 담당했으며 타이틀 화면은 FC록맨 2의 패러디, 인터페이스는 메탈슬러그 시리즈와 유사하다.

게임 자체는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제법 괜찮은 그래픽과 조작감, 타격감, 난이도를 고루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그리고 작중 내내 깨알같은 패러디들 또한 산재해 있어서,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플레이하는 내내 빵빵 터지게 만든다. 가령 처음 시작부터 나오는 빌딩 인트로(록맨 2 인트로의 패러디)부터 중간중간 나오는 무기상점(캡콤던전 앤 드래곤의 상점 패러디)이나, 역시 왜곡된 게임 판매점의 이름들(베스트 바이 - 비스트 바이(Beast Buy) 등등), 그리고 인트로 동영상도 패러디(역전재판 시리즈 패러디)의 연속.

5. 결과

인터넷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정작 잭 톰슨 본인은 진짜로 이런 게임이 만들어질 줄은 몰랐는지 "그냥 농담이었다"라고 발뺌하면서 10,000 달러를 기부하지 않는 졸렬함을 보였다.

그러자 게임 관련 웹코믹 사이트인 페니 아케이드에서 ESA를 통해 잭 톰슨의 이름을 빌려 당초 약속되었던 10,000달러 수표[4]를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참고로 이 수표에는 "For Jack Thompson, Because Jack Thompson Won't"(잭 톰슨을 위해서, 왜냐면 잭은 기부를 안 할 테니까)라고 추신까지 붙임으로써 확인사살까지 했다.

제작진 중 한 명인 데릭 유는 본인의 블로그에서 톰슨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한편 톰슨은 본인을 놀린 페니 아케이드에 보복하려고 페니 아케이드 관리자를 고소하거나, 심지어 미국 부통령에게까지 투고를 하는 등 찌질하기 짝이 없는 추태를 부렸으나,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잭 톰슨 본인이 옛날에 저지른 온갖 위법 행위들이 적발되어 변호사 자격까지 취소당하고 역관광. 현재는 그냥 사회 운동가 행세나 하는 중이다.[5] 그리고 여전히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희대의 병신 취급이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듣보잡 취급이다.

[1] '이거나 먹어라'라는 뜻. 패러디 겸 게임을 증오하는 의미를 담은 나름대로 그럴싸한 작명이다...[2] 태이크 투의 전 CEO 폴 이벨러의 패러디.[3] 그 막 나가기로 유명한 폴아웃 시리즈조차 2편에서는 죽일 순 있어도 대량의 페널티를 주고 폴아웃 3 이후로는 죽일 수조차 없는 걸 보면 게임이 얼마나 막장인지 잘 알 수 있다.[4] 이 금액의 출처는 온라인에서 'I hate Jack Thompson'(나는 잭 톰슨이 싫어요) 티셔츠를 판매해 얻은 수익이라고 한다.[5] 물론 같은 사회 운동가들도 절대로 곱게 안 보는 블랙리스트 1순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