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gging
1. 개요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육활동과 자연보호활동이 합쳐진 개념을 의미하는 신조어.스웨덴에서 2016년에 처음 시작했으며, 스웨덴어에서 '줍다' 를 뜻하는 플로카 우프(Plocka Upp)[1]와 영어단어 조깅(jogging)이 합쳐졌다. 아이슬란드의 그뷔드니 요한네손(Guðni Jóhannesson) 대통령이 참여하면서 유럽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는 대략 2018년 즈음에 상륙했으며, '쓰레기 줍는 조깅'의 줄임말인 '줍깅'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동아오츠카에서 후원하는 '라이브스웨트' 모임의 경우 남산 일대를 돌면서 플로깅을 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적도 있다.
등산을 하면서 겸사겸사 쓰레기를 줍는다는 클린 하이킹(clean hiking) 개념과도 꽤 유사하다. 일본에서도 후지산 등산로에 쓰레기들이 많아지는 걸 보다못한 지역 주민들이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도 함께 모아오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에베레스트의 경우 각국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하도 많이 쌓여서 네팔 정부가 산악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게 하고, 쓰레기 수거 전문 등반대까지 편성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2. 설명
플로깅의 핵심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다는 환경보호 개념에서 그치는 게 아닌, 쓰레기 줍는 것을 건강을 단련하는 운동의 하나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조깅보다 체력소모가 더 많다는 것이 장점.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평범하게 조깅을 하다가,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마주치게 되면 이를 주워서 쓰레기봉투 속에 담는다. 이때 쓰레기를 줍는 자세는 가급적 스쿼트에 유사하게 하고, 쓰레기를 줍기 힘들 정도로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충분히 쓰레기가 모이면 쓰레기 자체의 무게로 인해 팔 근력도 강화할 수 있고, 다수가 참여하는 플로깅 대회를 열 경우에는 결승점에서 각자의 쓰레기봉투 무게를 달아서 골인 순서와는 별도로 우승자를 가릴 수도 있다.많은 양의 무게감 있는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환경에 적합하다. 쓰레기 오염이 심각한 경우 1시간만에 봉투 무게가 10kg을 넘긴다는 해외 환경운동가들의 증언들도 있다. 동네 마을을 돌면서 플로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플로깅은 그보다는 유명 관광지나 해변가 등에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활동의 이미지가 강하다. 당초 스웨덴에서 플로깅이 사회 운동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의 동기 자체가 범람하는 폐플라스틱을 줄여 보겠다는 의도였던 것도 있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센터로 보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원순환을 위해 업사이클링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해변에 떠밀려 온 페트병들을 모아다 예술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 그들이 그 페트병들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비치코밍(beach-combing)이라고 부른다. 그 철학은 업사이클링과도 동일하다. 즉 늘어가는 폐플라스틱을 골칫거리로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잠재성과 값어치를 지니는 자원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플로깅은 '하나의 활동으로 둘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회 운동의 점차적인 변천 방향을 드러내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활동이 따로 있고 환경을 지키는 활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왕 둘 다 해야 한다면 동시에 연결해서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건강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은 덤으로 자연도 지키니 좋은 일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은 건강도 지키는 계기가 되니 좋은 일인 것. 비단 플로깅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 캠페인이나 마을공동체 운동, 지방자치단체 정책들은 대부분 이런 복합적인 성격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3. 한계점
아직 뚜렷한 한계점이 제시된 적은 없지만, 플로깅이 환경 문제에 대한 '기적의' 해답은 당연히 아니다.우선 플로깅은 플라스틱류의 쓰레기가 지속적으로 쌓이는 특수한 환경을 가정하여 만들어진 활동이라, 아무데서나 무작정 플로깅으로 쓰레기 수거를 대체할 수가 없다. 실제로 당장 공원이나 길거리를 돌아 보면, 대개의 쓰레기는 몇 군데에 집중적으로 몰려서 쌓이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달리다가 주기적으로 앉았다 일어나는' 식으로 쓰레기 수거를 하기가 힘들다. 또한 환경미화원들이 어차피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라면 아무리 오래 달려도 봉투 속에 쌓이는 건 낙엽 조각 몇 개와 담배꽁초 몇 개밖에는 없을 수도 있다. 농촌지역에서도 더럽고 축축한 멀칭비닐을 한아름 끌어안고 달릴 게 아니라면(…) 플로깅으로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다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본인이 어느 정도 이상 의욕이 있고 동기부여가 되어 있어야 한다. 충분한 조깅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쓰레기를 주울 때 아무렇게나 대충 허리를 숙여서 줍는다면 그건 그냥 환경보호 활동이지 플로깅이 아니다. 간혹 일부 지역에서는 청소년 자원봉사 방법으로 플로깅을 도입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도대체 얼마나 적극적으로 열심히 뛰면서 체력을 단련할지는(…) 아무도 체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개인적으로 제한시간을 정한다거나 혹은 둘이서 기록경쟁을 하는 식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플로깅은 혼자 하거나 혹은 소규모의 사람들끼리 하기에는 적절하지만, 대규모 대회를 여는 데에는 다소 부적합하다. 즉 마라톤 대회처럼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코스를 따라서 몰려다니는 건 플로깅으로서 가장 비효율적인 형태다. 이 경우에는 앞서 달릴수록 더 많은 쓰레기를 모을 수 있으므로 뒤처진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게 없어지며, 투입되는 인력에 비해 쓰레기의 수거 효율성이 너무 나빠진다. 꼭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한다면 최대한 많은 달리기 코스를 지정하든지, 알아서 흩어졌다가 언제까지 다시 돌아오라는 식으로 합의를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미세먼지 이슈 하나만 떠도 플로깅 활동은 전부 마비된다. 애초에 북유럽 사람들이 관심이 많았던 환경이슈가 폐플라스틱이었을 뿐, 환경문제가 폐플라스틱 수거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가장 심각한 환경이슈라면 거의 대부분 미세먼지를 꼽을 텐데, 플로깅을 한다는 건 야외에서 달리는 동안 이 미세먼지를 다 들이마시겠다는
[1] 영어의 pick up에 대응된다.[2] 실제로도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있다. https://www.kdca.go.kr/contents.es?mid=a2020507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