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6-07-27 00:55:11

탈중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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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배경3. 방법
3.1. 기술적 탈중앙화3.2. 정치철학적 탈중앙화
4. 장단점
4.1. 장점4.2. 단점

1. 개요

Decentralization

탈중앙화는 권한, 통제, 의사결정 기능이 하나의 중앙 기관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주체나 노드에 분산되는 구조 또는 과정을 말한다. 정치·행정·조직·컴퓨터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개념이지만 현재는 금융,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이다.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비트코인 백서에서 탈중앙화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없이 P2P 방식으로 거래하는 전자화폐 시스템[1]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분야에서 탈중앙화 개념을 대표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탈중앙화를 창시한 사람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니나, 그는 금융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탈중앙화를 구현한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 없이도 참여자 간 거래와 네트워크 검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후 등장한 다양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었다.

2. 배경

파일:decentralization.png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2]에는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영국 재무장관” 이라는 숨겨진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 메시지는 사토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으로 전세계 경제는 대침체를 맞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파산했고, 기업들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도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과 투자자를 살리는 대신 세금으로 대형 은행을 구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구조는 사토시가 문제로 본 중앙 집중형 신뢰 모델과 맞닿아 있다.

이에 그는 정부,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 시스템을 개인 중심으로 돌리며, 암호학을 기반으로 하여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익명의 개인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시스템인 비트코인탈중앙화라는 형태로 제안했다. 이와 함께 그의 철학을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에 담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면, 사토시가 제시한 탈중앙화 철학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 기술적 대체
    전통적인 중앙화 기관 없이도 참가자들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합의 알고리즘과 암호학을 통해 원장 관리와 검증을 수행함으로써, 기존 중앙 관리자가 맡았던 역할을 기술적·구조적으로 대체했다.
  • 개인화
    기존에는 은행, 정부가 예금, 송금, 대출을 중개하는 권한을 독점했지만,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자금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즉, 개인이 자신의 지갑을 소유하고, 지갑에 대한 접근 권한을 스스로 결정하며, 송금과 거래를 위해 굳이 은행이나 금융회사에 결제를 의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 독립성
    탈중앙화 금융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나 중앙기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화가치 변동, 자본 통제, 외환 규제와 같은 문제로부터 독립되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서 국가나 은행의 부실 운용으로 인한 대중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금융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개인 중심의 경제 생태계를 지향한다.
  • 익명성
    탈중앙화 철학은 익명성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 거래를 수행하려면 신원을 밝히고, KYC(Know Your Customer)나 AML(Anti-Money Laundering) 같은 각종 신원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주소와 주소 간의 거래만 있을 뿐,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신원 정보가 없어도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즉, 익명성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탈중앙화 가치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으며, 비트코인의 구조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

3. 방법

3.1. 기술적 탈중앙화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백서에서 현행 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짚었다. 첫 번째는 은행의 '이중지불'(double-spending)[3] 문제다. 물론 기존의 은행 시스템이 송금 대기열과 데이터베이스 동시성 제어[4] 등 기술적 메커니즘을 통해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여기서 연결되는 두 번째 문제인 '신뢰받는 제 3자'를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발생한다. 사토시는 은행이라는 제 3자인 중개자의 신뢰성에 의존하는 방식은 완전한[5] 전자 현금을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6] 은행이 실수나 오류, 또는 악의적 행동[7]을 하게 될 경우 거래의 무결성과 신뢰성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과 같은 신뢰받던 기관들이 잘못된 판단과 윤리적 실패로 큰 피해를 초래한 사례를 목격한 사토시는 '신뢰받는 3자'를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고, 금융 거래 과정에서 이들의 개입을 제거하고자 했다. 이는 비트코인 백서에는 서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 단락에 상술했듯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에 이 금융 시스템이 왜 만들어졌는지 맥락을 암시하는 문구를 넣음으로서 사토시의 철학을 추론할 수 있다.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토시가 도입한 '합의(consensus)' 메커니즘은 은행과 같은 중개 기관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거래 내역을 함께 검증하고 승인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거래 장부, 즉 블록체인을 함께 관리하여 누구 한 명이 임의로 거래를 조작하거나 이중 지불을 시도해도 전체 네트워크가 이를 즉시 발견하고 거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하면 거래의 진실성을 특정 기관이 아닌 전체 네트워크의 합의된 판단에 맡기게 되어 더 이상 제3자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합의 메커니즘은 작업증명(Proof of Work)과 같은 비용 기반 메커니즘을 통해 악의적 조작을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또한, 은행 등 제 3자가 금융 거래자들의 이름, 주소, 계좌 번호와 계좌 접근 정보 등 개인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은 해킹이나 내부 유출 등으로 인해 금융사기, 명의 도용, 신용 피해 등 다양한 형태로 악용될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에 따라 사토시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거래 자체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면서도 거래자의 신원은 노출하지 않는 '가명성(pseudonymity)' 방식을 선택하였다. 거래자의 신원이 아닌 거래의 내역과 정당성만으로 신뢰를 확보하도록 설계된 이 방식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거래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요소와 철학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은 전자 현금(electronic cash)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탈중앙화란 비트코인이 목표로 한 제3자 중개 없는 전자 현금을 구현하기 위해 채택한 핵심적인 기술적 원리이자, 그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적 전제다.

3.2. 정치철학적 탈중앙화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는 탈중앙화를 주로 기술적 설계 원리로 다루며, 거래 검증과 기록 권한을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분산시키는 구조에 초점을 둔다. 정치철학적 의미의 탈중앙화는 백서에서 명시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지만, 신뢰받는 제3자에 대한 문제 제기와 중개자 제거라는 설계 목표를 통해 암묵적으로 드러난다.

전 단락의 내용을 다시 요약하여 설명하자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란 은행이나 기업 등 중앙화된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래자와 거래자간의 투명한 거래를 표방하는 것이다. 탈중앙화된 사회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국가나 은행 같은 중앙 권력의 보증 없이 오직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합의만으로 화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중앙화된 법정화폐와 구별된다. 이것이 탈중앙화의 정치철학적인 요소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다크 웹에서 암호화폐로 총기나 마약류를 거래하는 지하경제를 들 수 있다. 이는 중앙 권력의 보증 없이도 익명의 거래가 성립하는 사례다.

물론, 암호화폐가 아니더라도 특정 사회에서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사회에서만 가치를 인정받는 화폐로 거래한다면 그것도 탈중앙화된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이 교회 아동부의 달란트 시스템이다.

상술했던 달란트 같은 사례는 물론 교회에서 발행하긴 하지만, 달란트의 가치가 교회 구성원들의 암묵적 동의와 내부 합의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점에서는 정치철학적으로는 탈중앙화된 거래 방식을 일부 충족한다. 즉, 가치의 인정과 사용 주체가 공동체 내부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탈중앙화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의미의 탈중앙화까지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폐가 공동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조건만으로는 부족하다. 발행권·검증권·운영권이 하나의 조직에 집중되지 않고 구성원들 사이에 분산되어야 하며, 거래의 승인과 기록 또한 특정 주체의 통제 없이 네트워크 전체의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화폐가 어떻게 쓰이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관리되는가가 탈중앙화의 핵심 기준이 된다. 즉, 달란트는 정치철학적으로는 탈중앙화되었지만 기술적으로 탈중앙화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시 비트코인으로 돌아와서, '현재 비트코인은 정치철학적으로 탈중앙화되었느냐?'라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 속시원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기술 구조는 탈중앙화를 지향하여 설계되긴 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채굴 자원 집중, 해시파워 점유, 글로벌 규제 환경, 거래소 중심의 유동성 구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여러 측면에서 중앙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굴 인프라 구축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규모 참여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그 결과 네트워크 유지에 핵심적인 권한이 소수 대규모 채굴자들에게 귀속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 역시 특정 권력이 사전에 설계하거나 강제한 결과가 아니라, 탈중앙화된 경쟁 환경 속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과 자본 축적에 의해 형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탈중앙화의 한 형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앙 기관이 개입하여 권한을 배분하거나 통제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참여 구조 속에서 특정 주체들에게 영향력이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시장의 공급-수요 시스템으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 발생적 귀속이 지속될 경우, 네트워크의 의사 결정과 유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제한된 소수로 수렴하게 되고, 그 결과 탈중앙화가 지향했던 권한 분산과 검열 저항성은 점차 약화될 수 있다. 또 다른 중앙화가 탈중앙화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즉, 비트코인의 현재 상황은 탈중앙화된 구조 속에서 다시 중앙화의 압력이 발생하는 긴장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나, 정치철학적인 의미의 탈중앙화 철학은 투자·투기 중심 시장 구조, 정부 규제 개입, 기관 자본 유입 등으로 인해 초기의 의미가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비트코인처럼 완전한 기술적 탈중앙화를 구현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그 운영 과정에서 경제적·현실적 요인에 의해 다시 중앙화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암호화폐는 기술적인 요소의 탈중앙화만 남은 채, 철학적 탈중앙화는 대부분 시장 구조 속에 희석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 장단점

4.1. 장점

  • 익명 및 투명성
    모든 거래 과정(트랜잭션)이 공개되고,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자기가 나서서 밝히지 않는 이상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익명성이 높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분산성
    앞서 설명했듯 탈중앙화 거래 방식은 제 3자가 개입하지 않고, 제공자와 수령자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이다. 따라서 공격자가 단일 실패 지점을 목표로 삼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기존 은행 대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은행을 털거나 은행에서 수령자의 통장으로 돈이 옮겨지는 과정을 비틀어서 자기 지갑으로 옮겨지게 하는 것보다 탈중앙화 방식의 비트코인 지갑을 터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이다.
  • 속도와 비용
    사토시 나카모토는 논문에서 탈중앙화의 장점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일례로 신용카드 네트워크는 매입은행, 발급은행, 결제대행사, VAN 등 중개자가 너무 많아서 중개 수수료가 필연적으로 붙고 단말기 보급이 필요하다는 비용상의 단점이 있으며, 결제 과정과 대금 지급이 너무 느리다는 시간상의 단점이 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BNPL 등도 카드사의 망을 사용하고 결제 금액에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는 해외송금에도 이점을 가진다.

4.2. 단점

"공급자가 룰을 정하고, 공급자가 공급하고, 심지어 공급자는 갖고 시작을 해. 이만큼 중에서 이만큼을 갖고 시작을 해. 그건 탈중앙을 했는데 다른 중앙이 오는 거잖아요? 중앙은행이랑 정부를 못 믿어서 나왔는데 개별 인원이나 조직을 믿어야 하는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되니까 대단히 어렵죠. 뭔 놈의 탈중앙화가 그렇게 되냐, 그런 생각을 안 할수가 없고." # - 슈카월드
단점을 선 요약하자면 취지 자체는 납득이 가능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현금을 벌기 위한 투자 자산으로 발전한 후, 탈중앙화라는 단어는 모순에 가까운 단어로 변질되었다.

  • 탈중앙화 철학의 소실
    암호화폐가 처음으로 나왔을 때로 돌아가보면 아주아주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만 거래를 진행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이자, 탈중앙화 모델이 현물 가치가 있는지 최초로 부각된 사건이 비트코인 피자데이[8]다. 이 거래는 비트코인 초창기 커뮤니티에서 내부자들끼리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거래에 해당된다. 이 사례를 보면, 탈중앙화 철학에서 출범한 비트코인은 정부와 기업의 개입 없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구성원들끼리 사용하는 화폐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비트코인을 제시하며 강조한 이상 자체는 아니었지만, 현실적으로 무정부 경제체제는 확장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탈중앙화는 소규모 커뮤니티 기반의 모델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9]

    그런데 최근 암호화폐 거래는 보통 중개 기업암호화폐 거래소, NFT 거래소,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10]을 거친다. 탈중앙화의 이념이 애당초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들에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자기들끼리 거래하겠다는 건데, 이미 내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송금하기 위해서 기업에 개인정보를 줘야 하므로 모순이다. 심지어 블랙록에서 현물 ETF를 출시하며 미국 증권위원회는 제도권 금융에 비트코인을 편입해버렸으며,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첫 탄생은 탈중앙화 철학에 입각되었으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유입되고 투자 자산으로 변질되며 탈중앙화 철학은 소실되었다.

    이 단락에서 말하는 탈중앙화 철학의 소실이란, 암호화폐의 기술적 작동 여부가 아니라 거래의 의미와 가치가 더 이상 공동체 내부의 합의가 아닌 제도권 금융과 국가 권력에 의해 규정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능적으로 탈중앙화가 구현되었고 아직까지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기능적인 분산 원장(블록체인) 기반의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그 위에서 막대한 양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중앙화 시스템을 둘러싼 외부 - 즉, 제도권 금융, 기업, 심지어 국가 기관들의 개입이 점점 커지고 심지어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탈중앙화라는 이상은 일종의 '작동되는 기능'으로만 남아버렸다. 이것을 진짜 탈중앙화라고 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 기업의 개입 - 코인 제작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더리움 역시 익명은 아니지만 비탈릭 부테린이라는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물론 현재는 투자 자산화되었지만, 개인이 만든 암호화폐에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기고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암호화폐나 NFT는 다르다. 도대체 뭘 믿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가짜 돈을 사야 하냐는 의문 하에 기업(법인)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또 사업체가 신뢰할 만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판매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자기들이 만든 코인들이 진짜 탈중앙화된 코인이라며 강조하지만, 애초에 기업에서 만들고 관리하며 기업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탈중앙화라 하기에는 모순된 점이 많다.
  • 기업의 개입 - 거래소
    앞 문단의 거래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듯, 통념상 암호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거래소가 거래 과정에 포함된다. 즉, 주식 시장처럼 거래소의 인정을 받아 상장된 코인만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런 거래소는 중앙화 거래소(CEX, Centralized Exchanges)라고 한다. 중앙화 거래소는 거래소 자체가 코인의 유통과 거래를 통제하며, 이는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라는 본래의 철학에 위배되는 부분이 많다.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탈중앙화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s)가 있는데, 중앙화된 관리자가 없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거래를 실행하며, 기업의 승인을 기다릴 필요 없이 사용자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유동성 풀에 포함시키고, 이를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할 수 있다.[11]

    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나온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DEX는 분명히 사용자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 안에 숨겨진 여러 모순들이 있다.

    우선, DEX가 진정으로 탈중앙화되기 위해선 거래소를 운영하는 주체가 전혀 없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DEX는 여전히 특정 프로토콜이나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그 프로토콜을 개발한 사람들 혹은 기업이 실제로 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탈중앙화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거래소를 운영하는 주체가 없다고 해도 여전히 코드와 시스템을 관리하는 주체는 존재하는 셈이다.

    게다가, DEX에서 거래를 하려면 여전히 지갑을 연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나 거래 속도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결국, 탈중앙화 거래소가 등장했다고 해서 진정한 탈중앙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중앙화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본래의 암호화폐 철학을 완벽하게 실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 똑같은 독점 구조
    탈중앙화와 암호화폐 예찬론자들은 세계의 부는 일부 부자들에 의해 독점되고 그 부로 인해 세계가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많은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 이들이 지적하는 건 사실이며, 부의 양극화 또한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 역시 일부 홀더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어찌보면 통용화폐가 아니라는 특성상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어느날 갑자기 개인 재산인 200조를 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국가 당 몇천억 씩 뿌리겠다고 발표한다고 치자. 그런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오거나[12]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최대 홀더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갑자기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해서 그가 보유한 100만 비트코인[13]을 전액 시장가에 매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 자체가 파괴된다. 괜히 사토시 지갑이 움직이는 순간 비트코인 둠스데이가 온다고 하는 게 아니다.[14] 오히려 사토시 같이 5% 정도만 가지고 있는 건 양반이고 적지않은 알트코인은 30, 40%씩 독점하고 있는 고래들에 의해서 시장이 좌지우지된다. 따라서, 전 세계의 부가 독점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구조는 암호화폐 시장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 법적 안전 장치의 부재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예금보험공사가, 미국은 FDIC가 예금자 보호라는 법적화폐 보호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는 이러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FTX 파산2022년 LUNA 대폭락 같은 사건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정부와 규제의 간섭을 거부하며 탄생한 탈중앙화 자산이 역설적이게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1] 1페이지의 'What is needed is an electronic payment system based on cryptographic proof instead of trust, allowing any two willing parties to transact directly with each other without the need for a trusted third party'라는 부분이다.[2] 최초로 만들어진 블록[3] "The problem of course is the double-spending problem."[4] 가령, A가 1,000원을 가지고 있는데 B와 C에게 동시에 1,000원을 보낸다고 가정해 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A의 계좌 → B, C의 계좌로 돈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은행이라는 주체를 거치므로, A의 돈은 A의 계좌 → D(제 3자인 은행의 검증) → B, C의 계좌 같은 경로로 이동할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A가 가진 총액이 1,000원밖에 없다면 B나 C 중 한 사람만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동시에 B와 C에게 입금이 되는 이중지불 현상이 발생한다면, A가 가졌던 총액은 1,000원이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한다. 은행에서는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송금 대기열(Queue)에 거래를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방식과 기타 데이터베이스의 동시성 제어 등을 이용한 복잡한 기술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한다. 이론적으로 송금 요청이 완벽히 동시에 진행되었더라도, '대기열'에 순서를 부여받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B와 C중에 더 먼저 대기열에 들어온 쪽에 송금이 되고 반대 쪽의 거래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5] 완전한 전자 현금이란, 기존 은행의 전자적 결제 수단과 달리 제3자의 승인이나 중재 없이도 거래가 성립하도록 설계된 전자적 화폐를 의미한다.[6] "Completely non-reversible transactions are not really possible, since financial institutions cannot avoid mediating disputes."[7] 거래 되돌리기, 임의적인 분쟁 판단, 사용자 개인정보 보유 등[8] 커뮤니티에서 10,000 비트코인으로 파파존스 피자 2판을 간접거래한 사건.[9] 사실 비트코인 피자데이는 철학적으로 보면 완전한 탈중앙화 거래는 아니다. 이 사건은 3개의 주체를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구매하라고 송금한 사람 A - 비트코인을 받고 신용카드(달러)로 피자를 대리 결제해 준 사람 B - 피자를 만들고 배달해준 피자집 주인 C 인데, B는 C에게 '신용카드'로 결제했으므로 결제 과정에 은행이 끼어있기 때문. 물론 은행은 이게 비트코인을 받고 대리로 결제하는 것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만약 피자집 주인 C가 비트코인 커뮤니티 멤버여서 A가 C에게 비트코인을 직접 준 다음에 피자를 받았으면 A, C가 피자 2판 = 비트코인 10,000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기들의 커뮤니티에서 인정한 진정한 탈중앙화 거래가 된다. 이 거래 전에는 그냥 비트코인은 채굴이나 송금(현물성 대가가 없는)이 정상적으로 되는지, 그게 블록체인에 기록이 남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에만 쓰였다.[10]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은행에 넣은 현금-암호화폐의 직접 거래나 출입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탈중앙화와는 전혀 관계 없는 중개 기업인 암호화폐 거래소, NFT 거래소,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과 현금(원화, 달러 등)입출금 제휴를 맺어서 간접적으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가령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제휴되어 있고 케이뱅크에 넣은 현금이 거래소에 들어가면 그걸로 코인을 구매하는 거래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11] 유동성 풀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A코인을 새로 만든 다음에 이것을 테더(USDT)와 1:1 교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유동성 공급자는 A코인과 테더를 1:1 비율로 준비하여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유동성 풀에 예치해놓아야 한다. 다른 A코인 보유자가 테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A코인으로 테더를 구매하게 된다면 유동성 공급자가 예치해놓은 테더를 가져가게 된다.[12] 물론 시장규모가 아주 작은 나라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몇천억 가지고 생태계가 무너지진 않는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금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합 12조 정도의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13] 2026년 6월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약 2000만 개 정도가 채굴되었다. 사토시는 이 중 5% 가량을 혼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14] 이는 주식 시장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 주식 시장도 투기판으로 바뀌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주식은 명목상 배당금이나 경영참여 같은 기능을 제공하긴 한다. 그리고 주식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거래소(KRX)를 이용해 거래하며, 대주주의 경우 매도한다면 매도공시를 통해 신원이 공개된다. 원래는 기업 자율에 맡겼으나, 최근에는 이게 법제화되었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있는 것. 물론 다시 강조하지만, 개미들을 꼬셔야 하는 건 주식이나 코인이나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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