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9:10:24

천승재

괴담 동아리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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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
2.1. 이해도
3. 작중 행적4. 천승재가 들려주는 괴담
4.1. 해석
5. 떡밥과 추측
5.1. 전대 용사
6. 명대사

1. 개요

괴담 동아리에 등장하는 클로버 기업 창업자이자 회장. 회사를 일으킬 당시 나이가 20살에 불과한 나이라서 화제가 되었다. 또한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압도적인 천재로 불린다.

2. 특징

전형적인 상류층 엘리트, 예민한 천재 느낌의 외모, 항상 젤을 발라 빗어 넘긴 머리에 광채가 띄는 금테 안경, 샤프한 턱선, 반드시 양복만 입고 다니는 탓에 빈틈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인상만 빼면 슈트 간지 나는 빈틈없는 집사 같은 느낌. 양복이 잘 어울리는 훤칠한 신체라서, 여성 잡지들에서 '세계에서 가장 슈트가 잘 어우리는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현재는 30대 후반으로 중고등학교를 유학으로 갔다 온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에 가깝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 더 보기 힘들다는, 세계 최고의 유명인이다.

작중에서 외모 묘사는 됐지만, 그의 실제 얼굴 묘사는 희한하게도 안 나온다. 달에 공격 위성을 계획할 때도 디스플레이의 빛의 역광으로 그늘만 보여 얼굴이 안 보였으며, 이준과의 대면에서 실제 자신의 얼굴을 안 보여주려고 한다[1]. 작중에서 건방지게 다리를 꼰 모습에서 뿜어나오는 젊은 천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많은 보안요원들이 주위에 있다. 군대가 발맞추어 행진하는 것처럼 선글라스에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다닌다.

역사상 모든 천재라고 불린 사람을 다 데려와도 이 사람 앞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혼자서 인류 수준을 20년은 앞당겼다고 무방하다. 100개의 회사에서 나올 상품들이 클로버 한 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그 기술들 자체를 소유하고 있다.

1회차 이준이 평하길 악인이지만, 죽는 게 무서워서 도망칠 위인은 아니라고 한다.

2.1. 이해도

  • 이준의 오래된 선배로서 정신력이든 도덕이든 양심이든 이미 다 깎였다. (이해도 +2) / 467화[2]

3. 작중 행적

111화에서 오랜만에 한국에 입국했고, 이에 대통령이 웃음과 덕담으로 인사를 나눈다.

302화에서 밝혀지길, 두 개의 공격 위성으로 하여금 달의 주위를 공회전하게 만들려고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돌린 후 이를 적당히 포장해서 뉴스에 발표하려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백교 측도 이미 알아차린 기괴한 현상들이니 그 역시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 듯.
308화에서 1회차 배드 엔딩의 여파로 파멸한 클로버 기업의 회장실에서 라디오 신호를 통해 이준과 안경원, 그리고 이진희와 대원들에게 의문의 메세지를 남기고는 사라졌다.[3]

달 괴담 클로버 기업에서는 달 괴담을 마주할 생각이 없어서 '승천'했다고 한다. 인하윤은 이를 세상 너머의 세상, 마이크래프트의 경계선 너머에 있는 세상,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면 있는 이번 생 너머의 세상, 우주의 끝에 도달해서 건너는 우주 밖의 세상, 의식의 건너편으로 들어가는 사후 세계의 세상으로 갔다고 표현한다. 다만 이준이 다른 세계로 가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승천은 실패, 클로버 기업의 사람들도 전멸당했다.

다른 세계에서 회장실로 진입했을 때, 실패했다는 천승재의 울부짖음이 녹음된 채 들려온다. [실패했다! 실패했어! 아아악-이런 건 가짜야- 지옥의 악마가 벌레처럼 떠오르-] 문을 열자, 다소 가라앉은 톤의 음성이 녹음된 채 흘러나온다. 철두철미하게도 이를 대비해 미리 회장실에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녹음해서 반복적으로 방송한다. [...알린다. 프로토콜 승천은 실패했다. 돌아온 사람이 있다면 지금 즉시 달에 대한 파괴 코드를 작동해라. 알린다. 프로토콜 승천은 실패했다. 직원 중 누구라도 돌아온 사람이 있다면 지금 즉시.....] 이준이 준 플로피 디스크를 넣던 선아에게 회장실 내부의 스피커를 통해 [ 여보세요? 허억, 허억. 거기 누구지? 방금 누가 미사일을 쏘았지?] [임원중에 하나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잘했다. 어떻게 그 코드를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나머지도 넣어. 얼른!] [여기 기술실에 있다. 승천은 실패했어. 현재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모양새지. 거기 있는 네가 얼른 크읏...!] [젠장 몸이] 이후 전 권한을 위임할테니 즉시 핵미사일들을 모조리 발사해서 악마를 죽여 사태를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4]

재난 괴담 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괴담 동아리 멤버들이 새벽 3시가 되도록 기다린 끝에 경호 병력을 이끌고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요란한 입장과는 달리 그림자를 빼면 실제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5], 늙은 비서를 통해 기묘한 괴담을 전하고는 그대로 돌아간다.

살아있는 영상 401화에서 최고층, 유리로 된 회장 사무실. 가장 높은 곳에서 남자의 실루엣이 뒷짐을 지고 시민들을 쳐다보고 있다. 웃는 여자 바이러스의 원흉이 클로버라고 생각하는 미쳐버린 사람들이 바리케이트를 넘어 클로버 본사로 들어가려는 순간, 1, 2층 창문에서부터 기관총 포탑들이 고개를 내밀더니 불꽃을 뿜으며 군중들을 학살했다. 이후 현실 세계로 거슬러 올라가던 이준 일행에 의해 종말을 맞이한 시간선에서는 온갖 클리셰에서 비롯된 괴담이 클로버를 오염시켜놨음이 확인되기도 했다.[6]

귀신 게임 귀신게임 괴담으로 전 세계의 시간이 멈추자 타키온 입자를 통해 클로버 본사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이준과 대화를 하기위해 낙성고로 리무진을 타고 떠난다. 환상을 쫓아내는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이준에게 받은 질문을 대답해주고 사망한다. 이후 소원으로 인한 현실 조작으로 부활한다.

486화에서 이준이 1학년을 무사히 끝냈다는 사실을 보고 받으며 다음 해부터는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이준의 여정에 개입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왕이 부활하는 모습을 백 번 넘게 보았다고 한다.

4. 천승재가 들려주는 괴담

괴담 동아리가 과학 전람회에 대통령상을 받자, 새벽 3시쯤에 천승재가 직접 오는데 정작 자신의 모습은 안 보여준다. 천승재는 비서에게 말을 건네고, 수행비서는 입을 열어 천승재에게 들은 문장을 그대로 전해준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액자식 구성 이야기를 말해준다. 아래는 대략적인 요약 내용이다.

시간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

(0) 나
자신은 신참 기자인데, 유명한 작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이야기.

(1) 영화배우
한국의 어떤 청춘 영화. 밝고 발랄한 분위기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번째가 주연배우의 자살 사건. 서브 주인공 역할의 남자 배우가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예정된 촬영 분량을 한참 못 미쳐 자살했기에, 하마터면 영화 프로젝트가 무산돼 버릴 뻔했지만. 제작사와 감독이 각본을 대폭 수정하여, 영화를 끝까지 촬영해내고 만다. 수정 방법은 바로 자살한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영화 중간에 유학 보내 버리는 것. 원래라면 영화 도중 하차하는 일 없이 끝가지 함께해 여자 조연과 이어지는 스토리로 엔딩이 나야 하지만. 거기까지는 분량을 못 찍어 놨기에, 영화 도중에 갑자기 유학을 간다며 캐릭터가 하차해 버린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수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게 신의 한 수 였다. 청춘 로맨스의 분위기 가운데 남자 캐릭터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것이, 마치 하늘로 떠난 자살한 배우를 의미하는 것 같아 쓸쓸한 여운을 남겨주었던 것. 결과적으로 원래 중박만 쳤을 작품이 그런 씁쓸한 여운이 남겨지는 연출로 인해 가산점이 붙어 상상 이상의 흥행한다. 거기에 배우의 유작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 감독의 영화 커리어 정점을 이 영화로 찍게되었다.

두 번째는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캠버전 유출이었다. 필름이 영화관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누가 영화관에서 찍은 캠 버전이 토렌트로 유출되고 만 것. 다행이도 제작사는 경찰들과 협력하여 파일들을 삭제해 간신히 흥행에 없도록 인터넷상에서 그 자료를 지워버리는 데 성공한다. 지금은 캠 버전 영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한때 그 영상을 보았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유출된 버전에는 이상하고 소름 끼치는 점이 있다 증언한다. 목매달아 자살한 배우가 하차하지 않고 영화 끝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원래라면 수정 각본대로 자살한 캐릭터를 영화 중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이 유출된 토렌트 버전에서는 그러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원래 각본대로 조연 캐릭터와 연애를 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다.

감독과 제작진은 그런 결말을 찍지 않은, 찍을 수 없었기에 아연실색했지만. 경찰이 인터넷상에서 모든 자료를 지워 버린 지금은 그저 도시 전설로만 떠도는 이야기. 하지만 아직도 감독과 스태프에게 이 얘기를 언급하면, 그들의 안색이 창백해진다고 한다.

(1.5) 작가와 기자
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기 작가인 그가 '목매달아 자살한 배우가 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나오는 이야기'를 들려준 후, 다리를 꼬고 나를 바라보았다. 신참 기자인 필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베테랑이 된 지금에야 '좋은 이야기입니다, 역시 작가님입니다. 천재적이시군요' 하는 아부 섞인 멘트를 날릴 수 있지만, 필자는 당시 그런 인기 대작가는 처음 인터뷰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당시 벌벌 떨며, 내가 그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던 걸로 기억한다. "제 감상을 말씀드려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이야기... 그걸로 끝인가요?" "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에요. 그냥 그런 영상이 있었다. 거기까지만." 인기 작가가 다리를 꼬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정확히는 뒷부분은 생각해 놓지 않은 거죠. 말씀드렸다시피, 머릿속에 있는 여러 소재 중 하나니깐요. 긴장 푸세요." 그의 지적에 부끄럽게도 덜덜 떨던 다리를 콱 잡고 말았다. 그의 말처럼 나는 확실히 긴장해 있었던 것이다. '편하게 감상을 말하라 했지만, 어쩌면 이건 테스트일 수도 있으니까.' 자신과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코드가 같은 편인지, 아닌지. 그걸 나는 그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반응을 봄으로써, 나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당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라면 풋내기인 나와 왜 인터뷰를 해주겠는가?)

그래서 여기서 잘 대답해야만 이 사람의 마음에 들어 다음 인터뷰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공포쪽의 소재가 아닐까? 죽은 배우의 원한이 영화에 서려 내용이 바뀐다는. 그렇게 판단한 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그 영화는... 원혼이 깃든 비디오 같은, 심령영상인 건 아닌가요? 다음 차기작으로는 공포소설을 생각하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전혀 아닙니다." 그의 대답에 정적이 흘렀다. 그가 나를 보다가 팔짱을 꼈다. "...뭐, 다른 이야기도 몇 개 있는데. 들어 보시겠어요?" 나는 90도로 고개 숙였다. 그는 다리를 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1977년 8월 20일. 미국의 NASA는-"

(2) 골든 레코드
1977년 8월 20일. 미국의 NASA는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를 쏘아 올린다. 2호의 목적은 우주 탐사 말고도 숨겨진 임무 하나가 더 있는데. 혹시 마주칠지 모를 외계생명체를 위하여, 지구에 대한 정보를 담은 '골든 레코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골든 레코드에는 지구의 모습들과 지구의 위치 등 인류가 쌓아온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지식들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보이저 2호는 이 골든 레코드를 싣고 우주로 나아가, 탐사를 마친 뒤에는 외계생명체를 만날 때까지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발사 당일 새벽. 우주 발사대 근처 하늘에서 운석이 나타나 길게 호를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위치가 발사대와 가까운 지점이라 과학자들은 기겁해서는 운석 추락 지점으로 갔다. 자칫하면 탐사대 발사를 미뤄야 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 그곳에서 발견한 건 운석이 아닌, 아주 녹이 슬대로 슬어 버린 복잡한 기계장치들이었다. 얼마나 오래전 물건들인지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로 망가지고 부식된 복잡한 기계 부품들. 마치 인류 이전에 만들어진 기계들 같았다. 과학자들은 그 잔해들 속, 아주 익숙한 물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탐사선 안에 실어서 발사할 예정이던 '골든 레코드'. 그러고 보니 이 오래돼 보이는 복잡한 기계 잔해들은 어딘지 낯이 익었다. 그랬다. 방금 추락한 이 고대의 기계는 자신들이 쏘아 올리려는 보이저 2호였다.

(2.5) 작가와 기자
작가님의 얘기가 끝나고, 나는 정색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에 무슨 감상을 들려달라는 말인가. "재밌... 네요." "그래요?" 작가가 빈정대는 듯 다리를 꼬았다. 역시 재밌다 재미없다 따위의 답변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흥미롭습니다. 왜 똑같은 보이저 2호가 오래된 모습으로 떨어졌는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게 해요." "왤까요?" "예?" "왜 아직 발사하지도 않은 탐사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까요?" 기자는 당황해하며. 나로서는 머리를 쥐어짜내 뭐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번 답변은 제발 그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며, 다음 인터뷰도 내가 따낼 수 있기를 바라며.

기자에게 번뜩하는 느낌을 준 것은 외계인이었다. "그, 사실 우주에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아주 강한 외계인이 있었던 겁니다. 타노스 같은." "타노스가 뭐죠?" 작가라는 사람이 그걸 모르나. 하지만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그 얘기를 슥 빼버렸다. "아주 강한 외계인인데... 골든 레코드에 담긴 지구 정보들을 다른 적대적인 외계인들이 보면 위험할까봐, 그걸 보내면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로 우주탐사선을 복사해서는 그대로 지구에 날려 보냈다..." 내가 말하면서도 한심해 점점 소리가 작아진다. 그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무례하게 본다. "그런 존재가 있으면 그냥 말해주지, 뭐하러 그렇게 번거로운 방식으로 경고합니까?" "뒷이야기는 작가님도 생각 안 해놓으신 것 아니셨나요......?" "뒷이야기는 없어도 내가 생각해 놓은 설정은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결말을 그렇게 지어버리면, 추락한 탐사선이 녹슬고 오래돼 보이는 이유가 전혀 설명이 안 되잖아요." 나는 그에게 사과했다. 기준에 못 미쳤다면 빌붙기라도 해야 한다.

작가는 손을 휘휘 저어 다시 앉혔다. "작가님이 나한테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앉으세요." 갓 사회인이 된 나는 당연히 감내해야 할 어른의 감정으로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더 어른이 된 나는 아직도 모든 곳에 굽신거리고 다닌다. 능력 없는 나는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남았다.) 어깨를 숙이고 앉아 있으니, 작가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다음 얘기입니다. 들어 보시겠어요?" 나는 그에게 고개 숙였다. 제발 이번엔 내가 그의 마음에 맞는 답변을 하기를 바라며.

(3) 표절
인류 역사에 남을 수많은 노래를 만들어 낸 한 가수가 죽기 직전, 병상에서 한 고백이다.
이보게들, 들어주게나. 내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고향은 완전 깡촌이었네. 내 심심함을 달래주던 취미는 바로 라디오였네. 그렇게 잡히는 채널 중에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대중가요만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주파수도 있었네. 한 노래가 끝나면 다음 노래로, 그 노래가 끝나면 그냥 그다음 노래로. 그렇게 약 몇십 개의 노래들이 항상 그 채널에서는 반복해서 재생되었는데 말이야. 어른이 되기까지 나는 매일 라디오에서 채널 노래들을 음정 하나. 가사 하나하나. 마디마다 가수가 숨 들이켜는 소리하나마저, 지겹도록 반복해서 귀에 새기며 자랐다네. 그런데 웃긴 게 뭔 줄 아나.....? 내가 어른이 돼서 나온 후에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그 노래들을 찾을 수 없었다는 거야. 음악에 대해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하면 그 노래 목록들을 흥얼거려주며 아는 노래가 있나 물었지.

내가 생생히 기억하는 사십여 개나 되는 곡 중, 단 한 노래도 아는 사람이 없더군. 고향에 있던 라디오는 오래되어 고장 나서 버린 지 오래였고. 10년의 세월 동안 손쉽게 잡아 왔던 그 주파수는 어떤 라디오에도 다시 잡히지 않았네. 이 세상에서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이젠 사라진 거야. 그래서 아무것도 찾지 못한 내가, 결국 뭘 떠올렸는지 아나.....? 마지막 수단으로 돈을 바짝 모아,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자 곧장 머릿속 노래들에 내 이름을 붙여서는 음악 세계에 뛰어들었네. 누구 하나는 내 노래를 듣고 표절이라고 따지지 않겠나? 차라리 따져서, 이거 표절 아니냐고 제발 내 멱살을 붙들어 달라는 심정으로, 나는 지금까지..... 하지만 내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천수를 누리고 떠나기 직전. 병상에 누운 지금까지 나는 표절 의혹이라곤 받아 본 적 없네. 내 노래들은 지구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노래이기도 한 거야. 나는 오히려 쓸쓸해. 이 모든 것이.....

(3.5) 작가와 기자
세 번째 이야기를 들은 후. 그의 커피가 다 떨어진 것을 눈치채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마침 카드 오류가 발생하고, 현금도 없자. 작가가 들어와 자기 카드를 내밀었다. "커피 나올 때까지 다른 얘기도 들어 보시렵니까." 이 정도까지 심기를 거슬렀는데도 아직 기회를 주는 그가 이젠 대단해 보일 지경. "지금까지 제가 들려드린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걸 잘 생각하면서 얘기를 들으셨으면 합니다."

(4) 미래에서 온 문자
미안. 난 너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우리 그냥 친구로만 지내자.
케이크는 고마워, 잘 먹을게.
- 이혜진
고백하기 하루 전, 갑자기 내일 날짜로 문자가 날아왔다. 나는 고백 준비를 위해 수제 케이크까지 준비해, 케이크는 고맙다는 텍스트에 뜨끔했다. 이것이 미래에서 온 문자라 생각하고, 내일 고백이 실패한다고 여겨 그냥 마음을 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녀는 다른 반의 반장과 사귀게 되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흑역사 하나를 덜 만들게 되었다고. 하지만 한 달 뒤 내게 날라온 문자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거기서 만날까 ㅋㅋㅋ
너는 왜 왔던 거야?
- 이혜진
대박이다 ㅋㅋㅋㅋㅋㅋ
알았어 학교에서 봐 ㅋㅋㅋㅋ
- 이혜진
어딘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양인지, 또다시 내일의 날짜로 온 반가웠다는 내용의 문자. 다음 날 부산으로 여행 갈예정이었기에, 우리가 부산에서 마주치는 것이라 짐작. 그리고 해운대의 밤바다에서 우연히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인 다른 반 반장과 팔짱을 낀 채였다. 나에게 마주쳐서 신기했다고 문자가 날아오는 일 따위는 없었다. 나는 몇 건의 미래에서 온 문자를 더 받고는 마침내 일이 어떻게 꼬인 것인지 알게 됐다.
응응 ㅋㅋㅋ 근데 나 사실 너랑 사귀기 전에 옆 반 반장이 고백 먼저 했었당...♡
나 인기겨 >_ㅇ
- 우리 이혜진♥
아니~ 그때 좀 심란해서 그냥 거절했어
먼저 나 좋아해 준 건 너라서 계속 생각나더라고~~
- 우리 이혜진♥
어느새 사귀는 건지, 폰에 저장된 이름도 달라져 있는 그녀. 원래 흐름대로라면 그녀에게 고백하고 차였겠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이 남아 계속 생각하던 차에, 부산 바닷가에서 우연히 마주쳐 얘기를 나눴을 거고. 거기서부터 감정이 다시 싹터서 연인이 되는 게 원래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미래에서 온 문자를 보고 실패할 걸 알아 그녀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었고, 그사이 다른 반 반장이 고백해서 사귀게 돼 버렸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날아오는 내일 날짜의 나와의 연애 문자와, 현실에서는 반장의 팔짱을 끼고 다니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휴대폰을 밟아 부수고는 새 기종으로 바꾸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뭘 잃어버린 건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기억 저편으로 부정하는 중이다.

(5) 자석 경첩
낙성고라는 학교에 이준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과학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거기에서 우승 하고 싶어 최대한 발품을 팔았으나 결국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이 학생에게는 기묘한 능력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부터 발생할 일을 미리 체험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학생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나머지, 결국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1,2년 앞의 일을 미리 체험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좋은 아이디어를 빼 와 결국 대회에서 우승하고 만다.

이상한 일이 생긴 건 그다음부터였다. 그다음, 그다음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시험, 대회, 결정의 순간에서도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 보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1,2년 뒤는 잘 보여도 딱 3년 뒤, 2022년 2월 이후의 미래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3년 뒤는 너무 먼 미래라서 못 보고 싶었지만,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고. 그 보이지 않는 미래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이준이라는 학생은 그 너머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미래의 전날 밤, 이준이라는 학생은 모든 걸 깨닫고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하며 목을 긋고 자살하고 만다.

(6) 신참 작가와 신참 기자
"내가 지금까지 들려드린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을 알아채셨습니까?"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이제는 내 감상이 궁금하지 않은지 그냥 연속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나는 그와의 상호작용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단 이혜진이라는 학생을 좋아한 남자애는 좀 안타까웠고, 이준이라는 학생은 상당히 치사한-" 그는 내 말을 끊으며 손을 저을뿐이었다. "그런 걸 말하려 한 게 아닙니다. 전혀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군요."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억울한 심정이 가득했지만. 그는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뿐이었다.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나'는 신참 작가입니다. 잘 안 풀리는 인생에 한탄하며 출판사를 욕하죠." "매일 글이라고는 500자도 안 쓰는 주제에, 인터넷에 들어가 기성 작가인 척 흉내 내며 사람들과 토론을 하는 게 유일한 재미입니다. 대학은 중퇴해서 다시 다닐 자신 없고, 몸으로 하는 일은 싫어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들고 있지만 열심히는 안 하는 한심한 사람이죠."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기자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자리에 나가봅니다. 그리고 대충 맞장구를 쳐주던 중, 이 기자 양반이 나를 놀리러 온 게 아니라 정말로 미래에서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나'는 미래에 내가 쓸 모든 소설과 소재거리, 그 흥행 여부를 인터뷰 중 미리 알게 됩니다. 연도마다 유행할 트렌드와 장르마저도 대화중에 교묘하게 파악해서 머릿속에 기억하죠. 주요 작품들의 핵심 흐름과 반전 결말까지도요." "그는 마치 내가 대작가인 양 굽신대며 자기가 신참 기자이니 잘 봐달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둘 다 초짜배기라는 걸 알아챈 사람은 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미래의 모든 소재를 얻고 유유히 떠나려 하지만. 그래도 눈앞의 사내가 불쌍해 약간의 힌트를 주려 합니다. 하지만 남성은 끝내 내 이야기의 요지를 알아채지 못하고 우린 헤어지고 맙니다." "경고하는데 절대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지 마세요. 그걸 보는 순간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건 클리셰니깐. 그럼 이만." 작가는 먼저 카페를 나섰다. 나는 카페에 혼자 남겨져 멍하니 허공만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거닐어 가게 밖으로 나왔다. 작가는 이미 길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30분간 거리를 거닐며 그가 한 이야기들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감상을 말할 때마다 그가 고개 저었던 이유를 알아채고 만 것이다. 그는 외계인이나 오컬트, 미스테리에 대해 말하려 했던 게 아니었다. 그는 '시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옛날에 살던 자취방 앞까지 와 있었다. 나는 기자로 취업하기 전, 집을 떠나 이곳에서 학업을 하며 비루한 인생을 살았었다. 아직 어벤져스가 1편까지밖에 안 나와, 타노스를 모르는 시간대. 아직 내가 취업준비생이라 신용카드가 없는 시간대. 이곳은 정말 과거인가. 그게 뭐냐 묻던 것조차 그의 연기였고, 카드에 오류가 뜬 것은 단순한 카페 측 실수였나. 어쩌면 이 모든 게 그의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일 수도 있었다. 그는 작가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가 선물한 이 기묘한 시간 감각을 만끽하기 위해, 일부러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았다. 꿈에서 깨기 전, 일부러 깨기 싫어 꿈에 집중하는 것처럼. 나는 예전의 내가 살던 곳에 집중해 볼 뿐이었다. 건물 1층에서 누군가 내린다. 그곳에 꼭 예전의 나와 같은 모습의 사람이 나오고 있었기에. 옷까지 똑같은 것은 우연인가. 나는 잠시 그 뒷모습으로 다가가려다 그냥 멈춰 서고 말았다.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선 지금 시간이 다른 시간으로부터 항상 무언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러준 그 본인조차도 미래에서 영감을 받고 떠났다 주장하고. 하지만 나는 저기 서 있는 과거의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고, 그건 불혹의 나이에 이른 지금의 내가 돌아간 데도 마찬가지다. 나는 비루한 인생을 살았기에 다른 나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시간에 관해 정말 기묘한 이야기는, 내가 다른 시간으로 전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4.1. 해석

작중에서 경원이와 덕훈이가 며칠에 걸친 토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작가와 기자가 현실의 누군가를 뜻하는 건지, 그냥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몇 가지는 확실한 게 있다. 여기서 나오는 자석 경첩과 이준은 확실히 이준을 뜻한다는 것.

(1) 영화배우
다른 시간선에 대한 이야기를 뜻한다. 하나는 배우가 자살한 시간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배우가 자살하지 않은 시간대. 원래라면 이 두 시간대는 결코 섞일 일이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어쩐 일인지 기묘하게도 다른 선택을 한 시간대의 결과가 지금 시간대로 흘러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덕훈이는 이준 네가 용사가 되는 걸 선택하지 않은 지난 3년 시간대의 결과가, 꼭 토렌트 유출본처럼 스물스물 지금 시간대로 이준을 통해서 계속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거라 말한다. 이준이 전생에서 얻은 미래의 지식을 쓸 때마다, 그걸 알고 숨만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섞일 일 없는 다른 시간대의 결과가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다른 시간대에서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고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시간대는 순수하게 지금만의 시간선이 아닌. 이미 다른 시간대가 섞여 원래와는 다른 복합적인 시간선이 된다. 덕훈이가 볼 땐 아마 경고가 아닐까 추측한다. 이야기에서의 흐름처럼, 누군가는 그 유출본을 기를 쓰고 지우려 하는... 그 누군가는 모르겠지만, 원래 예정된 미래와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을 싫어하지 않겠냐는 것. 이야기 속 영화사와 경찰같이, 어떤 세력은 이를 악물고 그런 유출본을 쳐내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런 경고 같은 느낌이다.

이준은 전생에서 얻은 지식을 쓰더라도, 그게 원래 흐름과 다른 줄은 어떻게 아냐면서. 회귀해서 미래를 아는 건 나 하나뿐이라고 말한다. 경원이와 덕훈이는 그 싫어할 세력이 누군지까지는 모르는 눈치.

(1)편의 이야기 속에서 감독과 스태프에게 이 얘기를 언급하면, 그들의 안색이 창백해진다는 언급이 있는데. 116화에서 감독이 마왕[7]으로 나왔던 적이 있어서. 원래 예정된 미래와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8]을 싫어하는 세력은 어쩌면 괴신 마왕일지도 모른다.

(2) 골든 레코드
이 이야기에 나오는 추락한 건, 1회차의 우주선으로 생각한다. 괴담 동아리가 옛날부터 토론해 온 대로, 이 우주는 아마 끊임없이 팽창하고 수축되기를 반복해 온. N번 차 우주일거라 생각한다. 우리 전에도 다른 우주가 있었고, 우리 후에도 또 생성되는 우주가 있다는 것. 빅뱅으로 인해 우주가 탄생 후, 처음의 폭발력으로 계속해서 팽창하다가. 어느 기점을 지나면 인력을 못 이기고 다시 수축하기 시작하는 거다.

튀어 올랐다 다시 내려가는 스프링처럼, 이 떨어진 아주 낡은 우주선은 모종의 이유로 그런 우주의 재구성을 피해 숨어 있다가, 새로운 우주가 돼서야 다시 나타난 것. 그게 지금 발사하려는 것과 똑같은데 낡아 있는 이유다. 경원이는 중요한 건 방법은 몰라도 이미 우리한테도 일어났다면서. 우리도 1회차로부터의 골든 레코드를 받았다 언급. 그 라디오 요새도 작동하냐고 묻는다.

그 비유대로 이준은 전 우주의 내가 겪은 노하우의 정수를 잠시 전해 받아 큰 위기를 한 번 넘겼었다. 이준이라는 우주선이 모종의 이유로 우주의 재구성조차 버틴 뒤, 지금 시간대로 메시지를 추락시킨 것이다. '심지어 양방향. 그때 짧지만 대화까지 가능했어' 천승재가 이 이야기를 했다는 시점에서, 그런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의 구조를 이미 꿰뚫고 있었고. 심지어 현 용사가 전 우주의 용사 자신과 커넥션이 있을 거라는 것까지 예측했을지 모른다.

이준은 그렇게 생각하니 이 이야기들 자체가 하나의 테스트처럼 들린다고 한다. 만약 이준이 난수 방송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1회차의 나라는 그런 개념조차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그럼 아마 이 이야기를 절대 이해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런 면에서 천승재의 이야기는 하나의 테스트같이 들리기도 했다.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다른 시간대의 결과를 여기 가져오는 것에 대해 아느냐. 3년의 회귀를 했느냐. 만일 3년의 회귀를 아직 거치지 않은. 첫 시도 중인 용사였다면. 영화배우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두 번째, 골드 레코드 이야기에서는 우주의 구조에 대해 이해했느냐. 전 우주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일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겪어 봤느냐.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거름망을 통해 이준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대해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첫 트라이 중인 초짜배기 용사라면. 어차피 실패해서 돌아갈 시간대, 우리가 나눌 얘기는 없다... 더 뺑뺑이 돌고 돌아와라, 뭐 이런 건가.' 다행히도 3년 뺑뺑이를 이미 마친 후였기에 이 두 거름망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천승재가 원하는 대로, 3년을 이미 돌고 1회차의 나와 접점까지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용사인 것이다. 천승재가 이걸 다 알고 있는 게 이상하다 말하자. 경원이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그 사람이 바로 전대 용사라는 추측을 한다.

이준은 천승재가 자신의 나이와 20살쯤 차이인데 전대 용사면, 전전대 용사는 어디 있고 전전전대 용사는 또 어디 있는지 궁금해한다. 마왕의 나이를 볼 때 이 대립의 구도는 아주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고. 그 용사가 뽑히는 주기가 20살 정도라 치면, 다른 용사도 아직 늙어 죽을 나이는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점을 남겼다.

(3) 표절
(4) 미래에서 온 문자
한 묶음으로 이야기가 같이 나와서 전하려는 주제도 비슷한 듯 싶다고 경원이가 추측한다. 결국 어딘가 다른 시간선으로부터 무언가를 받느냐, 마느냐.

특히 3번째 이야기 '표절'의 원래 들리다 안 들리는 라디오는 노골적으로 난수 방송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진희는 네 번째 이야기 이혜진이 왜 등장하냐면서 이거 노골적으로 누구 주인공 같지 않냐고 놀린다. 경원이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고. 웃을 일이 아니라면서. 5번의 이야기를 꺼낸다.

(5) 자석 경첩
자석 경첩도 포함해서, 클로버가 우리 사생활까지 다 알고 있다는 얘기인데, 경각심이 안 드냐고 말해도. 괴담 동아리 여자애들 다 경원이를 놀렸다.

(6) 신참 작가와 신참 기자
안경원은 '다른 시간대에서 무언가를 받는 주체가 사실 작가 본인이었다. 화자인 기자는 과거의 자신을 만나나 아무 해 줄 말이 없어 한탄한다.'고 간략히 해석한다.

이게 만약 테스트라면. 이준은 천승재가 원하는 대로 3년 회귀와 1회차 접점을 이미 마친 용사이다. 본인이 낸 문제이니 본인이 답을 들으러 올 거라 생각하며. 애초에 찾아간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니, 이 이야기는 다음 천승재와의 만남까지 이렇게 결론을 내린 채 놔둘거라고 마지막에 정리한다.

5. 떡밥과 추측

미래의 내 친구 당신들[9]에게 이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수축하기를 반복해 온, 처음 생성되자마자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양면적인 세계[10]입니다.
당신과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처음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의 우주에서도, 그 이전의 우주에서도 항상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마주쳐 왔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에 인류는 항상 2022년에 종말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이 반복되는 우주 속에서 처음으로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켜 다음 우주의 우리가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이제 내가 이렇게 보냈으니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확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이라도 당신이 끝이라고 하면 끝입니다.
원하는 만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당신이 얻은 모든 걸 전해주세요.
이것을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친구들이 겪었던 것을 이제 우리도 겪는 것뿐입니다.
나는 죽지 않았고, 당신도 그럴 것입니다.
어딘가에서는 우리가 웃으며 막을 내리는 곳이 있다고만 해 두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끝입니다.

1회차 배드 엔딩 이후 시점의 천승재가 남긴 메세지.
  • 1회차 관련
    - 308화에서 천승재의 회장실 속 모스 부호를 해석해 얻어낸 메세지로,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 속에서 자신이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켰으며, 그 목적은 다음 우주의 천승재와 사람들의 해피 엔딩을 위함이라고 밝힌다.
    - 천승재는 인류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멸망했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천승재는 우주에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키는 역할이었으며, 1회차에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 이 메세지를 받은 시점의 2031년 1회차 이준은 이미 원한다면 해당 회차를 종료할 수 있는 상태이다.[11][12]
    - 1회차의 이준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이 얻은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려 한다. 그 대상은 높은 확률로 2회차 이준.

    타임 패러독스 현상으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과거의 사람과 미래의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만약 천승재가 스스로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켰다면 그 대상은 1회차의 이준과 2회차의 이준일 확률이 높다. 일단 1회차와 2회차의 이준은 각각 다이아, 하트로 대표되며 엄연히 구분되는 인물이다. 또한 '회차'의 개념 상 다음 회차로 넘어가면서 무언가를 전달, 계승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13]

    교내 방송 괴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준의 목소리가 2회차 이준의 행적을 모두 예측하고 인과율을 낮추는 도움을 주는데, 아무리 1회차의 노련한 이준이라도 초인과적 개념인 시스템에 직접 개입해 인과율을 건드리는 행위를 할 정도의 능력은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14][15] 즉, 1회차의 이준은 천승재가 일으킨 타임 패러독스의 영향으로 다음 회차인 2회차의 이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걸로 추정된다. 또한 단순히 인과율을 낮추는 도움을 준 것 뿐만이 아니라 2회차의 이준이 악몽처럼 꾸는 1회차 이준의 기억들 또한 다음 회차로 계승된 요소일 수도 있다.
  • 천승재의 정체
    전대 용사로 확정되었다. 17화부터 이준이 간혹 가다가 꾸는 마왕과 휴전하는 용사의 꿈의 주인공이 바로 이 사람.
  • 박담임과의 관계
    귀신 게임에서 천승재는 이번 괴담이 이준의 의사와 관계 없이, 아무 일 없던것처럼 무사히 해결될 거라 확신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긴 했지만, 이는 박담임의 소원이 이뤄진 결과였다. 즉 천승재는 박담임이 이런 소원을 가질 성향의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었으며, 상대하는게 이준만 아니면[16] 귀신 게임에서 충분히 우승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 여동생의 존재
    귀신 게임 에피소드에서 천승재는 눈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동생의 무엇을 먹느냐는 물음에 환각을 없애주는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답했고, 이후 약을 먹자 여동생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천승재에게 죽었거나 혹은 만나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괴담 동아리 중 유일하게 예쁜[17] 여동생을 가진 오덕훈이 천승재가 아니냐는 추측이 존재한다. 천승재가 설명해 준 타임 패러독스에 관한 이야기들 중, 이혜진과 안경원의 관계처럼 괴담 동아리 관련인물이 아닌 이상 모를 법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도 천승재가 오덕훈이라면 말끔하게 해결된다.[18]

5.1. 전대 용사

안경원낙성 고등학교 1999년 2월 졸업생들의 앨범을 구했는데도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참고로 클로버의 대표 천승재가 올해 만 나이 39세로 딱 199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클로버의 대표 천승재는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유학으로 갔다 온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에 가까운 인물로, 낙성고랑은 아예 인연 자체가 없는 건 물론이고 그 시기에는 한국에 들어온 적조차 없던 사람이다.

이준은 천승재 외에도 마왕과 휴전하는 꿈 속에서 봤던 스포츠머리의 남성을 졸업 앨범에서 찾아봤는데. 이 시기의 교복과 일치했다. 그러나 이때는 두발이 꽤 엄격했는지 죄다 똑같은 스포츠머리고, 인상착의로만 찾기에는 두세번밖에 본 적 없는 사람이라 구분하기 굉장히 힘들다. 또 꿈의 일이라 그런지 현실에서 떠올려보니 흐릿할 뿐이고, 이 시기에는 인구수도 많아서 결국 못 찾고 앨범을 덮었다.

결국 귀신 게임 에피소드에서 천승재가 전대 용사였음이 밝혀졌는데[19], 천승재는 마왕과 휴전 협정을 맺고 용사 자리를 포기하여 상태창의 기능을 거의 잃어버렸으며, 회귀 시점이 낙성고 입학 통지서를 받는 시점이라 회귀 후 입학 통지서를 찢고 곧바로 유학 길에 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 이준의 질문에 답하며 상태창의 인도에 따르지 않고 상태창 자체가 망가진 이들은 죽을 때 영벌[20][21]을 받는다 언급한다.

이준에게 마왕의 제안을 거절하라는 충고와 비밀들을 말한 후 괴담에 의해 사망하고 영벌을 받는다. 이후 천국에서 영혼이 다시 등장하는데, 영벌 때문에 정신이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얇은 철사를 꼬아놓은 것처럼 된 상태다.

용사로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면서 정신이 많이 깎여나갔다고 한다. 마왕의 부활을 백 번 넘게 보았으니 최소 300년, 자잘한 회귀까지 포함하면 어쩌면 천 년을 바라볼 정도로 긴 시간 동안 괴담과 싸웠으니 당연한 수순.

6. 명대사

"꿈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마."
"특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꿈에 큰 의미를 둬서는 안 돼."
"친구들에게도 전해주겠니."
"여기까지."
"너에게 이 말을 전하기를 원하고 또 원해 왔다······."
"······."
"이제, 가라."
천기누설天機漏洩로 죽고 영벌을 당하기 전
"이준. 우리에게 있어서 죽음은 해방이 아니다."
"우리 같은 회귀자에게 죽음은 해방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인류에게도 그래."
우주의 다양한 필름 사진을 보여주며
"모르겠나? 이 모든 것이··· 귀신 게임이라는 것을."
"인생은, 반드시 귀신이 이기도록 되어 있는 게임이야. 삶은 일장춘몽이고, 인간은 발버둥 쳐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 속에서 우린 저 거대한 무언가에게 모래사장 위 선 하나를 직 그어 놓고는, 이 선을 그어 놓았기로서 당신은 3년이 되기까지 넘어오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개미들이다."
"인류는, 우주에 살아남은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다. 이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라. 우리의 이··· 창백하고도··· 푸른 점을······."

[1]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그림자만 내비친 채, 중얼중얼 비서에게 할 말을 읊어준다. 안경원은 상태창으로 자기 정보 다 띄울까 봐로 추측했었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모양. 이후 귀신게임에서 전대 용사로서 가지는 깨진 상태창과 영벌을 받으면서 늙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다고 밝혀진다.[2] 어떻게 보면 심각한 떡밥 중 하나.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음에도 천승재에 대한 이해도는 100 중 고작해야 2밖에 올라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대부분은 괴담에 대한 설명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제법 있었음을 감안하면 기묘한 부분. 1회차 이준이 말한 천승재가 '악인'이라는 것과 합쳐서 설명하면, 이 심각한 와중에도 자신에 대한 건 나름대로 꽁꽁 숨겨두고 적당히 이준을 어르고 달랬다는 말이 된다. 전대 용사이자 굴지의 대기업 회장 다운 처세라고 봐야 할 듯.[3] 라디오 방송국이던 채널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읊조리고 있고, 이걸 들으면 거기에 홀려서 똑같이 되거나 그와 같은 일이 들은 사람의 주변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런 라디오 방송국과는 별개로 회장실에서만 나오는 라디오 전파에서 모스부호로 메세지가 전달되고 있었다.[4] 이 때 선아는 이준이 죽었다는 것에 억누르고 있던 어두운 감정이 폭발해서 너희같은 무능한 놈들 뒤치다꺼리나 해주다 준이가 죽었다며 독설을 한껏 퍼부었다.[5] 이준이 자신의 상태창을 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6] 1회차 세계선과는 전혀 별개의 괴담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여러 개의 괴담이 동시에 클로버에 침습했을 가능성이 더 높긴 하다.[7] 감독-마왕, 각본-이준, 연출-시스템.[8] 인류는 항상 2022년에 종말을 맞이했다는 1회차 천승재의 메시지가 있다. 2022년에 종말하는 건 예정된 미래라는 것.[9] 1회차의 이준과 동아리 부원들[10] 참고로 이준의 특성 또한 양면성이다[11] 여기서 한 걸음이라도 당신이 끝이라고 하면 끝입니다.[12] 아마도 마왕이 부활하면서 시스템의 기능이 먹통이 되어버린 1회차의 이준은 사망회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13] 작중에서는 초반부에 오덕훈이 해당 내용을 언급한다[14] 애초에 1회차의 이준은 마왕의 부활을 막거나 그를 처치하지 못했고, 의도적으로 배드 엔딩을 봤다. 사실 미래에 어떤 특별한 일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의도적으로 배드 엔딩을 볼 이유는 없는데 말이다. 또한 회차가 넘어가는 것은 인과율이 100%에 이르렀을 때 일어나는 일로 추측되는데, 미래에 있을 일을 위해 의도적으로 마왕과 대적하지 않고 인과율을 관리, 배드 엔딩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15] 초반부에 덕훈은 배드 엔딩을 보고도 계속 플레이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거나 진엔딩을 보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는데, 1회차의 이준이 배드 엔딩을 맞이한 후에도 생존을 이어간 이유가 진엔딩을 보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16] 이준에게 제안한 귀신 게임 1등 상품이 휴전이니 마왕은 박담임을 상대하더라도 이준이 우승할거란 확신이 있었다.[17] 달 괴담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며 오덕훈과 달리 말랐지만 눈이 크다고 한다.[18] 물론 천승재의 정보력이면 괴담 동아리 관련 인물이 아니어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긴 하다.[19] 17화에 풀린 떡밥이 468화까지 와서야 풀렸다. 회차로 따지면 452화만에 풀린 셈[20] 망가진 상태창이 오류를 일으켜 회귀 지점이 죽는 순간으로 지정되며 영원한 죽음을 반복하는 것[21] 이준이 하필 공백교처럼 영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지 묻자 천승재는 그건 공백교에게 물어보라며 반문한다. 천승재가 수상할정도로 상태창에 해박한 이유가 공백교 때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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