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2 02:19:43

진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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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현역4. 예비군5. 필요성?
5.1. 부정적인 의견5.2. 반론
6. 같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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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진지공사()는 군사목적으로 진지참호들을 신축 혹은 보수하는 공사를 말한다. 관리거점공사 혹은 진지보수공사 등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나 의미하는 것은 똑같다.

2. 상세

침식과 노후화로 허물어진 진지와 참호들을 춘계(봄)와 추계(가을)에 유지보수 및 개/증축하는 공사다. 이와 동시에 삽질, 곡괭이, 해머, , 모래주머니, 담가 들기, 떼뜨기, 자재 도수 운반 등 작업(노가다) 역량이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보면 세계 7대 불가사의 건물들을 사람이 어떻게든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만 산지가 많고 고지가 중요한 한반도의 상황상 이것들은 거의 고지대에 있어[1] 한참동안 걸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 이후 훼손 정도나 지휘관의 요구사항에 따라 공사의 범위가 달라지는데, 콘크리트처럼 내구성이 강한 재질이라면 낙엽과 토사를 걷어낸 뒤 벽면에 가득한 곰팡이와 갈라진 페인트[2]를 벗겨내고 새로 칠하는 정도로 끝낼 수도 있지만 대다수 진지들은 손쉽게 조달할 수 있으면서도 포탄 충격시 파편들이 잘게 비산하는 나무나 타이어, 흙벽돌[3] 등으로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이것들은 내구성이 약해서 크고작든 수시로 갈아줘야 한다. 사실 주기적으로 손봐주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훈련같은 다른 일정들 때문에 특정 주기에 한꺼번에 해버리는 것.

게다가 전쟁을 수행하기 이전에 이에 대비해야 하는 군의 특성상 (1년에 한번 있는) 유격, 혹한기[4]와 달리 절대 빼먹을 수 없다. 게다가 이때 개고생을 한 이들은 진지공사 기간에 맞춰 10일짜리 정기휴가를 신청해 째는 경우도 있지만, 인원이 빠듯하다면 (부모상이나 말년 휴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중대장 및 행정보급관 선에서 진지공사가 끝난 뒤 나가도록 재조정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훈련 째는 것보단 낫다는 마인드로 그냥 내보내주는 부대들도 있다.

다만 도심에 있는 기행부대, 국방부 직할부대의 경우 대부분 진지공사는 먼 나라 이야기다. 부대 주변은 아파트촌에, 영내는 죄다 아스팔트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대도시권 기행부대 중 부대가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우(국방부 근무지원단, 국군재정관리단)가 아닌, 전시에 사용되는 방공부대 영외 진지라든가, 변두리나 뒷산 자락에 있는 부대(수도방위사령부, 군수사령부, 교육사령부 등)라면 사령부를 방어하기 위한 진지는 있기에 하기는 한다. 물론 그 규모가 전방 부대들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또한 비행단, 군항과 같은 기지에 근무하는 해군과 공군의 경우에도 진지공사라는 말 자체를 아예 모르고 산다. 어차피 전쟁이 나도 배나 비행기 타고 나가서 싸우거나 기지만 잘 지키면 되므로 이미 방어 시설은 튼튼하게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이걸 해야 할 일 자체가 별로 없을뿐더러, 만약 자신의 부서 내에서 진지공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대대 내 방어시설만 건드리면 되므로 시설(공병)대대에서 하거나 건축업자한테 외주 맡겨버리지 굳이 다른 임무가 있는 일반 병사를 동원해서 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지 관리를 위한 자잘한 사역들은 하지만.)

군 시설이 있는 땅이 민간인의 사유지일 경우, 진지공사 도중 땅 주인이 쳐들어와서 "내 땅에서 나가라"며 파토를 놓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로 진지공사하는 군인들이 땅에 들어가지 말라고 현수막이나 철망까지 쳐놓고, 진지공사를 강행하려 하면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오는 이들도 있다. 다만 노골적으로 알박기 상태가 아닌 한 국방부 상대로 소송까지 가서 아득바득 보상을 받아내는 경우는 드물다.

3. 현역

보통 지정되어 있는 작전계획지로 가서 텐트를 쳐 숙영지를 편성한 다음,[5] 아침부터 저녁까지(보통 일과시간인 08:00 ~ 17:00) 산 곳곳에[6] 배치된 벙커나 참호, 보급로 등을 건축, 혹은 보수하는 일과를 1~2주 가량 반복하게 된다. 가끔 운좋게도 인근 부대 막사에서 작전계획지까지 거리가 가까울 경우 숙영 대신 출퇴근 형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인원 수용능력이 충분하다면 비좁거나 (A, D형) 흙먼지+한낮엔 찜통인 (24인용) 텐트 대신 막사에서 편히 잘 수 있다는 면에서 운 좋은 경우. 더 운이 좋은 경우에는 작전계획지가 본래 주둔지와 매우 가까운 경우에는 주둔지에서 출퇴근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잠도 주둔지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식사 후 작전계획지로 가서 공사하고, 일과시간 마칠 때 다시 주둔지로 복귀해서 일과시간 이후 일정(저녁식사 및 개인정비)을 진행한다. 물론 연장은 첫 날 공사 시작전에 들고가서 소대별로 작계지에 있는 지붕이 있는 진지 1곳에 모아놓고[7] 마지막날 복귀할 때 회수해온다. 이 경우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는 주둔지에서 먹지만 점심식사는 주둔지에서 추진해온 것으로 먹어야 한다.

작전계획지가 진짜 거지 같은 곳, 가령 예를 들어 평지에서 800m 위의 고지라면, 산 중턱에 텐트를 설치한들 보급 문제로 해당 기간 내내 산행을 체험하게 된다.

행여나 재수가 지지리도 없어 작전계획지를 변경하는 시기에 딱 걸리면 멀쩡한 작은 산 하나를 후벼파고 들쑤셔서 참호선으로 도배된 요새를 만들어내는, 무에서 유를 빚어내는 초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8] 공사기간도 몇 달씩으로 늘어나며, 대대장 이상의 고급 간부들도 자꾸 올 수 있다. 덤으로, 고급 간부들이 자주 들르는 만큼, 이전 작업지시를 상급 지휘관이 이리저리 간섭하며 변경을 지시하면 계급으로 인해, 모조리 엎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축대를 쌓아 놓았는데 대대장이 와서 "경사가 심하다, 이래서는 큰 비가 오면 무너지니까 각을 완만하게 하여라" 라고 지시한다면 축대가 CAD로 만든 3D 데이터도 아니니 다 허물고 새로 쌓아아 하고, 연대장이 와서 "다 좋은데, 뒤로 1미터만 물려라" 라고 해도 다시 쌓아야 한다. 간부들은 이렇게 아랫사람이 해 놓은 것을 바꾸는 게 계급의 힘이고 권력이라 생각해서인지 웬만하여서는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며, 하급 지휘관은 거부하지 못한다. 군대라는 조직의 적폐 탓에 고생하는 건 병과 부사관, 대위 이하 하급 지휘관들이다.

FM스런 분침호의 제작과정을 살펴보자면
  1. 일단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구조가 있든없든 사각형으로 닥치고 파낸다.
  2. 내부 공간을 계측하여 필요한 크기와 형태의 통나무들을 현장에서 조달 혹은 흙벽돌이나 마대자루, 빈 드럼(기름)통, 타이어[9] 등을 산 밑에서부터 운반[10]해온다.
  3. 가져온 재료들을 흙이 드러난 참호의 벽쪽에 차례대로 쌓는다, 물론 이것들이 쏟아지겠다 싶으면 지지대도 박아줘야 한다.
  4. 긴 나무를 위쪽에 덮어 지붕을 만든 뒤 그 위에 방수를 위한 비닐 혹은 새마을천을 덮고, 흙과 낙옆까지 덮어 마무리. 안쪽엔 보온을 위해 나뭇잎을 넣어 준다.

보다 넓게 만들고 인원들이 앉을 공간까지 조성할수록 작업량도 늘어나고 빡세지지만 훗날 이곳을 이용할 후임들은 그만큼 편해지기에 이 둘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묘미라면 묘미라 할 수 있겠다.

포병, 기갑 및 중화기를 다루는 부대의 경우 추계에 방화지대 공사라는 난코스가 추가된다. 해당 항목으로.

보통 급조 진지나 목진지를 사대로 만들었는데. 이유는 비교적 신속하게 구축을 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목진지는 상황에 따라 옮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지를 옮겨야 하면 사대에 담은 흙만 버리고 사대만 챙겨서 진지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계방어 진지는 과거에는 사대나 쌀포대를 이용하여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시멘트를 섞은 흙벽돌로 진지 구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흙벽돌을 구매하여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대에서 만든다. 진지공사 출동 한 두달 전부터 대대급 부사관과 병사들이 합심하여 제작을 하는데. 제작 방법은 5.56mm 탄통을 이용하여 만든다. 시멘트 가루와 흙, 마사토, 물을 잘 배합하여 탄통에 꾹꾹 눌러 담아서 모양을 만들고 그대로 빼서 말린다 마르고 나면 단단한 벽돌이된다.

이것을 작계방어 진지까지 옮길 때는 진지공사 집결지까지 벽돌을 옮기고 거기서 부터 각 중대별 필요 수량을 나누고 각 중대 진지로 병사 간부 할거 없이 지게를 이용하여 3~4개씩 들고 진지가 있는 6~7부 능선까지 올라간다. 진지 근처에 흙벽돌을 쌓아 놓고 필요한 진지에 필요한 만큼 들고가서 진지 구축을 한다.

이렇게 만든 진지는 사대진지 보다 튼튼하고 우천으로 인해 무너질 염려가 없다.

4. 예비군

상근예비역, 특히 동대상근의 진지공사는 부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매 해 여름과 가을철에 있다. 관할지역에 있는 목진지나 헬기장에 찾아가 잡목과 낙엽을 제거하고 포대를 쌓거나 페인트를 새로 칠하는, 또는 아예 새로 목진지나 헬기장을 직접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물론 현역들이 하는 진지공사에 비한다면 아주 쉬운 편이지만, 간혹 가다 재수없게 등산로가 아닌 곳에 있는 진지 or 헬기장에 가야 한다면 그날은 죽었다고 여겨야 할 것이다. 애초에 등산로가 아닌데에 있으면 길도 험하고, 심할경우 예비군 지휘관 마저 길을 잃거나 헤매기 십상인 경우도 더러 있다. 자칫하면 발 삐끗해 굴러내려가서 다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낙엽이 쌓여진데는 발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몸만 가는게 아니라, 삽은 물론이고 콘크리트 벙커에 칠할 페인트와 붓, 잡목제거를 위한 낫이나 톱, 한술 더떠 예초기 등등 해서 군장 못지않은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올라야 한다. 게다가 예비군 지휘관들은 대부분 짬밥이 꽤 오래되다 보니 심할경우 예비군 지휘관이 도인처럼 산을 휙휙 타넘을때[11] 상근병이나 지원나온 현역병들은 죽기 일보직전까지 이를 정도. 심지어 현역병 인솔나온 현역 중대장마저 병사들하고 헉헉대며 죽으려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기껏 겨우 겨우 올라가서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다 끝나는게 아니라, 또 거기서 잡초나 잡목, 낙엽 제거와 새로 파내거나 하는 작업 등등 번거로운게 많은 만큼 체력소모가 장난아니다.

올라갈 때 지형도 지형이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괴생물체의 습격으로 다치는 경우도 많다. 뱀 또는 벌에 의해 다치는건 물론, 운이 없으면 멧돼지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론 예비군 지휘관과 상근예비역으로 가지만 몇몇 부대에서는 예비군 지휘관의 요청으로 그날 일 없는 현역들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이럴경우 보통 예비군 지휘관들은 작게는 초코파이/오예스&콜라/사이다&수육(+새우젓)&막걸리 등, 크게는 동대장 본인의 사비로[12] 현역들에게 점심식사 제공 등으로 현역병들의 사기를 북돋기도 한다.

부대 상근의 진지공사는 부대의 특성이나 개인의 업무에 따라 다르다. 별 상관 없이 지나갈 수도 있고, 일할 수도 있고. 노동의 강도도 물론 부대따라 다르다. 헬기장 진지공사가 예시로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사실 부대에 따라선 그 헬기장이 관할구역 내에 위치해 1년에 한 두 번은 지었다 해체했다 하는 상근도 있기에. 또 묘한 부대에 위치한 해안 상근의 경우 물론 각잡고 하는 진지 공사도 있지만 사실상 1년 내내 하는 게 진지공사다. 해안선을 따라 방어시설이 건축되어 있고 모래를 이용한 시설도 많은데 상시 불어닥치는 바닷바람과 파도는 물론 태풍이나 악천후로 인한 높고 강한 파도 덕분에 강제 포맷으로 인한 자동 업데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집에 가서 자기 때문에 작업의 최전선 1급 노예지만, 그래도 집에 간다는 것은 상근의 유리함.

우천시나 여타의 상황이 발생할 시에는 예비군 지휘관 재량으로 일을 미루거나 할수는 있다. 보통 진지공사 기간을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로 잡기때문에 대부분의 상근병들은 이 기간에 비가 내리 쏟아지는 날씨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노련한 예비군 지휘관은 진지공사 기간이 지나면 가라치고 은근슬쩍 넘어가기 쉽지만, 짬 없는 신입 예비군 지휘관은 어쩔수 없이 산 타야 한다.

5. 필요성?

하도 허구한 날 진행하는 것이 진지공사이다보니, 거기다 워낙 귀찮고 갈아엎는 일이 많아 힘들다보니 진지공사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5.1. 부정적인 의견

앞의 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부실공사의 향연이다. 매년 귀찮게 보수공사를 하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고, 다 무너져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일단 사용하는 재료 자체가 엉망진창이다. 가령 현지 조달 통나무들은 공사 후 한두달만 지나도 갈라지고 뒤틀리기 일쑤이다. 그나마 생각 좀 있다 싶은 간부들은 각목을 조달해오기도 하는데 각목 역시 진지에선 쓸모 없는 자재이다. 비 오고 눈 오는 야외 시설물에 목재를 쓰겠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나무를 건자재로 쓰는 경우가 드문 것은 아니며 제대로만 하면 오래 가지만, 니스타르 등을 사용한 방수처리는 기본이고 장기간 잘 말려서 뒤틀림을 제거하고 사용하며, 목조 건축물 제작 및 인테리어 목적이 아닌 한, 목재의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여름에 비맞아가며 폐타이어에 흙을 가득히 넣고 수공업으로 진지공사하니까 한달도 안가 홍수로 싸그리 무너진 사례도 종종 있다.

거푸집과 시멘트, 모래, 철근 등을 들고 올라와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거나 그것도 안된다면 적당한 두께에 튼튼한 벽돌을 쌓아 만들수도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부수는 구멍 세개짜리 시멘트 벽돌조차 나무나 흙벽돌보다 월등한 사용 편의성과 내구도를 자랑한다. 비싼가 하면 2018년 기준 장당 60원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다. 시멘트 벽돌 수백장[13]에 40kg 포대 하나 가격이 초코파이 가격만도 못한데[14] 조금만 더 고생하면 유지보수라곤 안으로 흘러내린 토사와 낙엽만 걷어내고 행여 깨진 곳들이 있다면 그 부분만 메꾸면 되는 최상위급 진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병사들의 조적 실력이 걱정된다? 그러면 굵은 철근을 안쪽에 오함마로 박아[15] 벽돌벽을 지지하고, 바깥쪽에는 흙을 쌓으면 된다. 인건비는 사실상 공짜니까 자재비 5만원이면 수년, 수십년간 유지보수가 어렵지 않고 튼튼한 분대 진지를 구축할 수 있는데, 그 돈이 아까워서(=상급 부대가 예산을 안 주어서) 매년 내구도 낮은 자재, 바깥에서 주운 건자재로써의 가치가 없는 도구까지 써가며 헛짓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렇게 부실하게 하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바로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진지 구조를 바꿀 것을 지시하므로, 튼튼하게 해 봐야 헛일이니까.

5.2. 반론

야전축성 개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 시각이다. 진지 문서에서 설명하듯, 진지는 마냥 머무르며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고 일종의 소모품이다. 진격이나 후퇴를 했을 때는 당연히 새 주둔지에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 당연하지만 후퇴 상황에서는 적이 못 쓰게 손을 쓰기도 한다.

매년 귀찮게 보수공사를 하는 것은 진지 구축 훈련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지조달 통나무가 한두 달만 지나면 갈라지고 뒤틀린다고 하는데, 생나무를 썼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를 이용해서 진지나 참호를 구축하는 이유는, 진지 자체가 한시적으로 사용할 소모품인데 지나치게 품을 들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또한 전시에 가까이 있는 재료를 쓰는 게 제일 좋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등으로 구축된 강화진지들은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있어 장기적으로 주둔하여 진지변환을 할 일이 없는 경우에 쓰인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마지노선이나 나치 독일의 대서양 방벽, 우리나라의 옛 수도권 방벽 같은 것이 육상에 설치된 것들이다. 오늘날에도 해/공군은 야전축성술이 필요한 공병대대 차원에서 진지공사를 하거나 건축업자에게 외주를 줘서 튼튼하게 만들어버리며, 육군도 포병 주둔지 포상처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들은 콘크리트로 보강된 반영구적 진지를 구축하고는 한다.

이런 식으로 보강하지 않는 진지는 그만큼 그 역할이 한정적이며 큰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강화진지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꼭 필요한 곳을 잘 판단하여 설치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한다. 단적으로 프랑스가 2차 대전 때 그런 식으로 마지노선을 구축했지만 결과는 다들 아는 대로다.

또한, 재료 면에서 생각 외로 야전축성에 비효율적인 소재들도 있다. 가령 시멘트 벽돌은 더더욱 사용하면 안 된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자들의 회고를 들어보면 진지를 만들 때 어느 정도 크기가 된다 싶은 돌들은 모두 골라내서 버리는 번거로운 작업을 했다. 왜냐하면 적의 포탄이 떨어졌을 때, 이 돌멩이들이 파편으로 튀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실전에 투입되는 미군들도 콘크리트로 지은 번듯한 시설물만 쓰는 것이 아니며, 실제 교전이 벌어질 수 있는 소규모 진지들에서 쓰이는 재료를 보면 흙과 나무 등 별 차이가 없다.

요컨대 괜히 부실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견고하게 만들지 않아야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새로 공사를 하는 것도 단순히 진지 구조가 바뀌는 게 아니라 그 사이 교리가 바뀐 부분을 반영하기도 하고 전시에 전장 환경에 따라 진지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에 계속 삽질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억지로 끌려온 대다수 병 관점에서는 이딴 개삽질도 개삽질이 없을 것이다. 군대에서 누가 하고 싶어하겠냐만은, 안 그래도 겉으로는 무의미해 보이는데 그렇게 불만이 가득찬 상태에서 바라보기에는 무의미한 뺑이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뻘짓과 같은 의미로서의 삽질이란 말이 이러한 군대 작업에서 나왔다고 알고들 있을 정도다.[16]

결론적으로 진지공사는 일견 무의미해 보일 수 있어도,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줄 뿐 실제로는 필요성이 있기에 시키는 것이다.

6. 같이보기



[1] 다만 이는 산성의 영역과도 겹쳐 이따금 파나가다 보면 산성으로 추정되는 돌무더기가 연속으로 나오기도 한다.[2] 사실 이는 곰팡이가 벽면에 가득해서 칠한 경우가 많다.[3] 2000년대 초반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남재준 대장의 지시로 추가된 재료다. 일단 당시 여론은 친환경 소재라며 꽤나 추켜세웠지만.. 이걸로 진지공사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비가 좀 쏟아지면 금이 가거나 허무하게 바스라지는 총체적 난국 수준이다.[4] 혹서기 훈련은 혹한기 훈련과는 다르게 폭염으로 인하여 상당히 위험한 훈련이라 국방부에서 어지간하면 잘 하지 않는다. 혹한기는 정말 잘 해봐야 감기동상 정도로 끝나나, 혹서기는 기본이 탈진이며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이어진다. 특히 열사병은 신속히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5] 주둔지 자체가 작전계획지인 경우도 있어서 이 경우에는 당연히 잠도 주둔지에서 잔다.[6] 혹은 능선을 따라[7] 주둔지 복귀하고 난 뒤 내리는 비에 연장이 젖는것을 방지[8] 이 경우에는 사전에 진지가 들어갈 곳을 경시끈으로 표시 해놓는 경우도 있다.[9] 환경 오염 등의 이유로 요즘은 사용을 자제하는 추세다. 심지어 이미 사용된 타이어를 모조리 친환경 재료로 교체하는 끔찍한 경우도 있다.[10] 참고로 공수라는 말은 공중 수송(Air freight)에만 해당되는 용어이고 실은 그냥 인력 또는 차량으로 옮긴다. 진지 공사에 헬리콥터가 동원되는 일은 험지 꼭대기에 있는 레이다 기지나 방공포 기지 같은 곳을 제외하면 없다.[11] 전역하고 등산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이게 매우 용이한게 대도시 한복판이 아닌 많은 예비군 읍면동대는 작전계획 구역 내에 산이 있다. 이게 의미하는건 예비군 지휘관이 등산을 좋아한다면 평일 근무시간에도 마음대로 산을 타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상부에서도 터치가 사실상 불가한게 작전계획 지역을 순시하는 것이다.[12] 인원이 굉장히 많은 대규모 부대라면 현역 장교들&현역 부사관들&예비군 지휘관들 이렇게 더치페이 식으로 계산한다. 그 많은 현역들을 혼자서 다 먹인다는 건 자기가 정말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불가능이니까.[13] 500장을 사도 3만원이다.[14] 톤당 가격이 8만원이 안 된다. kg가 아니라 t이다.[15] 시멘트 벽돌과 일반 벽돌에 뚫린 구멍은 무게를 줄이는 이유 외에, 이렇게 철근이나 나무 등 보강재를 넣으라는 용도 또한 있다.[16] 이러한 인식 문제는 병 계급 당사자들의 태도보다도 그들에 대한 전술 및 소부대 전투기술에서의 교육이 미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복무기간도 기간이지만 그마저 체계적으로 교육과 훈련에 전념하기 어려운 탓에 숙달은커녕 왜 이러한 일들이 필요한지 제대로 이해를 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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