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전여옥이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의 도쿄 특파원 시절 일본에서 겪은 일을 쓴 기행문 형식의 책. 1993년 11월에 첫 출간했고, 이후 1997년 재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펴낼 당시 전여옥은 KBS 기자였다. 일본판 제목은 悲しい日本人(슬픈 일본인)이다.[1]당시 100만 부가 넘게 팔렸으며 책 제목에까지 'XX는 있다(또는 없다)' 붐을 일으킬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후술되어있듯 내용부터가 비판거리가 많을뿐더러, 이후 법원에서 표절 판결을 받았다.
하여튼 이게 대박이라 이후 일본까지 비슷한 책자가 나왔으나 당연히 현재는 잊힌지 오래이다. 그 중 한 책자에서는 일본의 저질문화라느니 까면서 언급한게 바로 크레용 신짱.
2. 내용정리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일본 여자들은 외국인 남성을 좋아해서 육탄공세를 마다하지 않는다.
- 일본 여자들은 명품에 환장한 족속이다.
- 일본인들은 술집에 자주 간다.
- 주일미군 흑인 남자와 즐기는 일본 여자들이 많다. 그러고는 일본 사회와 남성들의 쪼잔함에 질려 일본 여성들이 백인, 흑인남성과 즐긴다고 한다.
- 일본 남자들은 마마보이이며, 해외에 나가 성매매를 즐겨 혼혈 사생아를 많이 낳는다.
- 일본인들은 남에게 사주는 것을 꺼리는 면이 있다.
- 일본에는 부모에 기대 사는 애 같은 어른들이 많다.
- 일본인들은 이지메(왕따)가 심하다.
- 일본 방송에선 맛집 탐방에 관한 내용을 자주 방영한다.
- 일본 방송은 자극적인 것이 많다.
- 많은 것들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 일본 어머니들은 성욕 때문에 고민하는 10대 아들들이 엇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쉬운 방편으로 자기 몸으로 욕구를 풀어주는 경우가 흔하다.
3. 비판
저자 본인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다[2]지만, 그 담담해보이는 어투 아래에는 일본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자의 말로는 최대한 주관적인 것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서술한다고 하나 실상은 완전한 꼬투리 잡기인 셈이다.일본의 신칸센을 타는 에피소드에 있는 책에 있는 글을 예로 들어, 책에 있는 문장들을 그대로 발췌해보자면...
어느 날 오후 두서너 시 쯤으로 기억되는데 서른 명 남짓한 승객을 관찰하며
'야, 일본 여자들, 참 못생겼구나.' 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확인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빼고는 승객 모두가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종점까지 갈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젊은 여자 등, 하여튼 모두들 졸거나 자고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들었던 바로는 일본인들은 모두가 전차 안에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가짜 일본에서 진짜 일본을 체험하는 일종의 분수령 같은 신호였다.
모든 부분이 이런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정도면 극도의 혐일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객관적인 지표 없는 외모로 타국을 비방하거나 본인이 무근거하게 가지고 있던 타국에 대한 과한 판타지가 깨진 것을 해당국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3][4]'야, 일본 여자들, 참 못생겼구나.' 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확인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빼고는 승객 모두가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종점까지 갈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젊은 여자 등, 하여튼 모두들 졸거나 자고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들었던 바로는 일본인들은 모두가 전차 안에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가짜 일본에서 진짜 일본을 체험하는 일종의 분수령 같은 신호였다.
그 외 한국 유학생이 일본인 지인에게 집에 데려가 달라고 해서는 저녁까지 먹겠다고 해서 일본인 가족이 부담스러워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한국인 가족이라도 저녁까지 먹겠다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또 같이 근무하던 현지인들과 회식하러 간 식당에서 몇몇 사람이 신발을 나갈 때 편하도록 돌려놓은 것을 보고 역시 일본인들은 눈 앞의 편리함만을 추구한다고 하며, 나중에는 중국인 유학생과 일본인 가정집에 초대받은 일화를 소개하는데 일본인 주부가 중국 유학생이 벗어놓은 신발을 나갈 때 편리하게 돌려놓자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이라고 욕한다. 그 유학생에게 이게 무슨 몰상식한 짓이냐고 뭐라고 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냥 신발 돌려놓은 것 하나로 그 주부의 눈에서 경멸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는 둥 온갖 비방을 한다. 개인의 편리함을 찾는 것이 어째서 전체 일본인들의 결점이 되는 것인지는 그야말로 미스테리. 심지어는 나비부인도 일본을 까내리는 도구로 이용한다. 저런 식으로 일부 사람들의 행동을 확장시켜 일본인 전체를 싸잡아 까버리는 태도는 명백히 논리법칙에 어긋난다. 간단히 말해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그 외에는 일본에 대한 성적 편견 또한 주를 이루기도 한다. 위에 요약돼있다시피 일본 여성은 흑인 남성과의 성관계를 즐기고 일본 어머니가 아들의 성욕을 풀어주는 근친상간 등등 문란한 풍습이 만연해있다는 주장을, 성경에서 소돔과 고모라 얘기하듯이 늘어놓는데 이런 정보들에 신뢰성이 있기나 할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는 음지 대중문화에서 다뤄지는 성적 판타지들을 현실과 혼동하여 소위 '스시녀'에 대한 환상을 갖는 류의 미성숙한 태도와 다를 바가 없는데 이를 특파원의 저서에 정보랍시고 적어놓았다.
그 외 일본에 만연한 저질문화의 예시로 크레용 신짱, 즉 짱구는 못말려를 적어 놓았는데, 이 역시 뭔가 의미 있는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화장실 유머가 아니꼬웠나 보다.
결국 이 책은 비뚤어진 애국심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출간 당시에는 많이 팔렸다.[5] 당시에는 일본에 대한 정보에 굶주려 이 책을 구매한 사람도 엄청 많았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정보가 드물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난을 꽤 했는데, 정작 스스로가 그나마 낸 책이 이런 표절작이라는 것은, 제대로 된 가치 판단 기준이 없거나 혹은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4. 표절
"나는 당당하다. 그리고 내 자긍심을 그 어떤 것도 손상시킬 수 없었다."
- 항소심 패소 직후
이 책은 대법원에서 표절로 판명났다.[6] 2010년 1월 13일 전여옥 의원이 건 항소심에서 원고, 그러니까 전여옥 의원측 패소로 우선 판결이 났고,[7] 이후 대법원에서도 2012년 5월 18일, 표절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 즉, 1, 2, 3심에서 모두 예외 없이 표절로 판결이 났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혹은 법적 역관광을 당한 셈. 그리고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 표절 혐의를 보도한 언론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도 패소했다.- 항소심 패소 직후
전후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전여옥은 1991년 KBS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갔다가 당시 유명 르포작가인 유재순과 친분을 쌓으면서 유재순으로부터 일본인 관련한 책 출간 계획과 자료 수집, 초고 작성 등의 내용을 듣게 되는데, 특파원을 마치고 난 이후엔 유씨 집에 며칠 머물면서 일부 내용은 복사해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일본은 없다'란 책이 출간되고 내용을 보니 유재순이 구상하던 내용과 매우 흡사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 때문에 당시부터 한국 출판계와 일본 유학생들 사이에선 이 책이 유재순의 취재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2000년대 초에 두 명이 동시기 같은 스포츠신문에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다. 칼럼은 몇몇 기고가들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1-2번 쓰는 형식인데, 일본에선 친하게 지냈지만
표절 관련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및 피고측의 글은 여기 # 참고. 이후 전여옥에게 고소당했던 JP통신의 유재순 대표와 사건의 불씨를 지피고 역시 고소당했던 박철현 기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또 여담으로 당시 1심에서 전여옥을 상대로 정의구현을 하면서 물먹였던 원작자쪽의 변호사는 이후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사회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변호사였다. 그리고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박원순과 전여옥 사이의 이런 비화가 밝혀지면서 세간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유재순 작가는 2012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박원순 변호사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1심,2심 모두 송호창 변호사가 맡았다고 밝혔다. 어느 변호사죠?
5. 협박 주장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대법원에서 표절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이 직후 원작자인 유재순은 CBS 라디오에서 임신 8개월인 자신을 전여옥과 전여옥의 남편인 이상만이 전화를 걸어 "죽이겠다", "우리에게는 돈과 힘이 있다"등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하여 파문이 일기도 했다. 기사1 기사2 전여옥은 이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6. 여담
- 부록에 의하면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NHK 기자로부터 사츠키란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 2권도 내놓았다. 새로운 에세이지만 주제나 내용은 별 차이없다. 사실 진짜 '일본은 없다'의 후속편은 '삿포로에서 맥주를 마시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은 또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얘기가 주를 이룬다.
- 한국버전인 '한국은 있다'도 있다. 이쪽은 한국 호평하는 이야기.
- 라이벌 구도의 책으로 '일본은 있다' 가 있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서현섭의 저작으로 어떻게 일본이 아시아 처음으로 서구화에 성공했는지를 주로 일본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제목 시리즈의 결정타로 '일본은 일본이다'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임영훈. 1995년 출판되었다.
최종적으로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한국 요릿집을 차린 강성재가 책을 냈다. 책 제목은 '일본이 있는지 없는지는 가봐야 안다슈뢰딩거의 일본 - 이 외에도 일본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 책의 편협한 식견에 못마땅해하여 자신들이 직접 일본 문화와 일본사에 대한 저서를 집필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 책의 몇 안되는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국사편찬위원회 박경희 연구원 저서인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일본사>는 서문에서 저술의 이유를 '일본은 있다/없다 논쟁에서 보여주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피상적 이해'라고 밝혔다. - (판본에 따라 다르지만) 이지메에 대해 다루는 내용에서 히라가나 철자가 틀렸다. '이지메'는 いじめ라고 써야 맞는 데, いじぬ(이지누)라고 썼다. 물론 초보자들에게 め와 ぬ는 헷갈리기 쉽긴 하다.[8] 심지어 일본인들도 틀릴 때가 있다(...)[9]
- 헤딩라인 뉴스에서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일본의 실상을 비판한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는 척하다가, 마지막에 '아쉽게도 이 책의 저자는 미상입니다.'라고 하며 위에 언급한 표절 부분을 비꼬았다.
[1] 일본판의 경우 발행연도가 1994년으로 나온다. 또 新 悲しい日本人의 경우 1996년 발행했다고 나온다.[2] 1994년 재판된 지식공작소 발행판은 맨 앞의 이유라는 서문에서 개인의 주관적인 글이라고 밝혔다.[3] 그러나 전여옥 본인은 자신은 혐일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4] 이 서술의 오류들을 나열해 보자면 일단 자신의 모국인 한국또한 다를 바 없고, 엄연한 주관인 외모를 가지고 일본인을 폄하하고 있으며,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의 명확성이 부족하고, 총체적으로 자기가 본 일부분만 가지고 일반화를 시킨다는게 문제이다.[5] 일본은 없다 1권은 1백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후속작인 일본은 없다 2권도 족히 수십만 권은 팔렸다.[6] 그러나 전여옥 본인은 재판에서도 표절로 판명나지 않았다고 단호히 부정한다.[7] 전여옥이 표절의혹을 제기한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8] 94년 7월 재판된 지식공작소 발행판은 철자가 맞다.[9] 미디어 작품 중에서는 풀 메탈 패닉? 후못후에서는 치도리 카나메가 사용하는 화판에 "치도리 카나누"라고 적혀 있다. 맞춤법에 익숙하지 못한 어린 시절부터 줄곧 쓰던 물건이란 걸 알려주기 위한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