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14 16:34:40

오도베노케톱스

오도베노케톱스
Odobenocetops
파일:오도베노세텁스 페루비아누스.jpg
학명 Odobenocetops
Muizon, 1993
<colbgcolor=#fc6> 분류
동물계 Animalia
척삭동물문 Chordata
포유강 Mammalia
우제목 Artiodactyla
하목 고래하목 Cetacea
소목 이빨고래소목 Odontoceti
†오도베노케톱스과 Odobenocetopsidae
†오도베노케톱스속 Odobenocetops
  • †오도베노케톱스 페루비아누스(O. peruvianus)모식종
    Muizon, 1993
  • †오도베노케톱스 렙토돈(O. leptodon)
    Muizon, Domning & Parrish, 1999
파일:neogenekelpforrest.jpg
탈라소크누스(Thalassocnus)와 함께 켈프 숲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묘사한 복원도.

1. 개요2. 상세3. 등장 매체

[clearfix]

1. 개요

신생대 마이오세 후기에 남아메리카에 서식했던 원시 고래의 일종. 속명은 '이빨로 걷는 것 같은 고래'라는 뜻으로, 명명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동물이 바다 밑바닥을 훑으며 먹이를 섭취하는 모습이 마치 이빨이 달린 얼굴로 바닥을 딛고 걸어다니는 것 같으리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1]

2. 상세

이 동물은 남아메리카 페루 남부 수드 사카코(Sud Sacaco)의 피스코층(Pisco Formation)에서 발굴된 두개골 화석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1993년 모식종인 페루비아누스종(O. peruvianus)이 학계에 처음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전체 몸길이가 3~4m에 몸무게는 최대 650kg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 크기 자체만 보면 현생 돌고래류와 비교해도 별달리 특별할 것 없는 녀석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2] 유독 머리 부분의 경우 프랑스의 저명한 고생물학자로 이 동물의 명명자이기도 한 크리스티앙 드 뮈종(Christian de Muizon)의 "고래류 중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의 수렴 진화와 전문화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a startling example of convergence and specialization unprecedented among cetaceans)"라는 평가에 걸맞게 굉장히 기상천외한 생김새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선 대부분의 고래류가 길게 뻗어나온 형태의 좁다란 주둥이를 갖고 있는데 반해 이 동물의 주둥이는 짤막하고 둥그스름한 모양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주둥이 좌우 양 끝에는 길쭉한 원뿔형의 엄니가 돋아나있어 전체적인 두상이 고래나 돌고래라기보다는 차라리 바다코끼리를 연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상악골에서 이빨이 확인되지 않고 입천장이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점 또한 바다코끼리와 매우 유사하며, 전상악골 가장자리에 다수의 근육 부착점이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근육질의 윗입술을 갖고 있었으리라는 점 또한 바다코끼리와 비슷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상호 유사성을 근거로 이 동물이 바다코끼리처럼 해저 밑바닥을 헤집고 다니면서 이나 조개 같은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저서성 해양생물들의 연한 속살만 빨아들이는 방식의 먹이활동을 했으리라 추측하고 있다.[3]

모식종의 모식표본인 USNM 488252의 경우 왼쪽에 돋아난 엄니는 길이가 20cm를 조금 넘기는 반면 오른쪽에 돋아난 엄니는 그 2배 가량 되는 55cm에 달했으며, 1999년 명명된 오도베노케톱스속의 두 번째 종인 렙토돈종(O. leptodon)의 모식표본은 이보다 더 극단적인 차이를 보여서 왼쪽 엄니가 길이 25cm 정도였던데 비해 오른쪽 엄니는 뿌리 부분을 제외하고라도 무려 1m가 넘는 길이를 자랑했을 정도다.[4]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엄니는 바다코끼리나 일각고래의 엄니처럼 바다 밑바닥을 파헤쳐 주된 먹잇감인 작은 연체동물 따위를 찾는데 쓰였거나 번식기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 간의 우열경쟁을 벌일 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후자의 경우 양쪽 엄니의 길이가 차이를 보이는 두개골 화석을 연구자들이 수컷 개체로 판단한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5]

이 동물은 비단 여타 고래류와 다를 뿐 아니라 속 내에서도 모식종과 렙토돈종 간에 유의미한 해부학적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선 모식종의 경우 안와가 약간 위쪽을 향해 모로 나있고 전면부 가장자리에 깊은 홈이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학자들은 이 녀석이 양안시를 보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렙토돈종의 경우 안와 전면부 가장자리가 모식종보다 덜 오목하기 때문에 설혹 양안시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모식종보다는 약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헌데 이 녀석의 전상악골에서는 전상악골공이 없는 대신 야트막하게 움푹 들어간 부분이 확인되는데,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는 비록 작은 크기지만 멜론 기관[6]이 자리잡았던 흔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감안하면 이 두 종은 비록 같은 속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생태적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점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며, 당시 생태계에서 서로 다른 니치를 점유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고래나 돌고래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생김새 탓에 과연 고래류의 일종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법도 한데, 관련 연구자들은 돌고래류의 것과 비슷한 형태의 청소골 및 추체골을 가졌으며 익상돌기동과 연결되어있는 커다란 함기동 및 이마뼈에서 돌출된 안와상돌기가 확인되는데 반해 사상판은 없는 등 고래류의 두개골에서 나타나는 해부학적 형질들이 이 녀석에게서도 발견된다는 점을 근거로 고래류가 맞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타 고래류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별종이라는 점 자체는 자명하다보니 이 녀석이 소속된 분류군인 오도베노케톱스과는 아직 이 녀석 외에 다른 구성원이 비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계통분류학상으로는 일각고래나 흰돌고래 같은 일각고래과(Monodontidae) 고래들이 가장 가까운 친척뻘에 해당한다고 한다.

3. 등장 매체

2003년에 방영된 BBC의 6부작 다큐멘터리 Sea Monsters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지구 역사상 세 번째로 위험한 바다로 소개된 400만년 전 플라이오세 전기 무렵[7] 지금의 페루 일대에 해당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출연한 고생물 중 하나다. 여기서 출연한 종은 렙토돈종으로 켈프 숲이 울창하게 조성된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성체들을 피해 이 일대에서 활동하는 어린 메갈로돈의 주된 먹잇감이라는 설정이 붙어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잠수한 나이젤 마븐 앞에 나타난 수컷 개체 한 마리로 주둥이 좌우에 각각 길이 1m와 30cm짜리 뾰족한 엄니가 달려있는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며, 작중에서는 이를 이용해 번식기에 수컷끼리 서열다툼을 벌였을 것이라는 해설이 붙었다. 해당 개체는 나이젤이 보는 앞에서 얕은 바다 밑바닥을 주둥이로 훑으며 먹이를 찾는데 열중하다가 새끼 메갈로돈이 나타나자 황급히 우거진 켈프 사이로 몸을 피한 덕에 목숨을 구했으나, 이후 나이젤 일행이 메갈로돈의 사냥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만든 오도베노케톱스 모형의 경우 현생 백상아리와 비슷하게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어린 메갈로돈의 공격에 말 그대로 몸통 절반이 날아가 걸레짝 신세가 된다.

쥬라기 공원 빌더에서도 전시 가능한 해양 동물로 나온다.


[1] 세부적으로는 그리스어로 이빨을 뜻하는 '오돈(ὀδών, odṓn)'과 걷는다는 뜻의 '바이노(βαίνω, baínō)', 라틴어바다괴물 또는 고래를 지칭하는 '케투스(cetus)'에 다시 그리스어로 '~을 닮은' 또는 '~와 같은'이라는 뜻의 '옵스(ὤψ, ṓps)'를 합친 것이라고 한다. 마침 비슷한 모양의 엄니를 가진 바다코끼리의 속명이 앞서 언급한 네 단어 중 앞의 두 단어를 합쳐 만든 오도베누스(Odobenus)라 '바다코끼리 같은 고래'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애당초 명명자들이 이 동물과 바다코끼리 간의 유사성을 고려해 일부러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한다.[2] 여기에는 이 동물의 몸통과 꼬리 및 사지 부분의 생김새가 어땠을지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화석 표본이 그리 많이 발견된 편이 아니라는 자료상의 한계도 한 몫 했다.[3] 마침 이 동물은 후두과가 매우 두드러진 형태라 목의 가동범위가 여타 고래류보다 넓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덕분에 넓적한 주둥이로 바다 밑바닥을 훑을 때 머리와 몸통이 서로 거의 직각에 가까운 각도를 이루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했으리라고 한다. 여타 고래류의 숨구멍이 정수리 근처에서 발견되는 것과 달리 이 동물의 경우 그보다 낮은 높이의 두개골과 상악골이 맞물리는 지점에 비공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개 움직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4] 다만 길이에 비해 경도는 그리 대단치 않아서 외부 충격에 의해 부러지기 쉬웠을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화석으로 남은 엄니 끄트머리가 부러져나간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이 녀석들이 평상시에는 엄니가 몸통과 평행을 이루도록 한 채로 헤엄쳤으리라 보고 있다.[5] 그러나 아직 두 종 모두 수컷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모식표본 외에는 보고된 바 없기 때문에, 모든 수컷들의 좌우 엄니 길이가 현격한 차이를 보였으리라고 단언하기는 곤란한 상태다.[6] 이빨고래류의 이마 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일종의 기름주머니로, 내용물에서 멜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연구 중에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물 속에서 반향정위를 하기 위해 쏘아보내는 음파를 증폭시켜준다고 알려져 있다.[7] 이는 오도베노케톱스의 화석이 발굴된 피스코층이 한동안 플라이오세 전기인 잔클레아절 무렵에 형성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연대 재측정 결과 해당 지층이 플라이오세 전기가 아니라 마이오세 후기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해당하는 메시니아절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12년의 일이니 일종의 시대착오적 오류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