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野蠻
동·서양 문화권을 막론하고 거대한 문화권을 이룬 국가에서 살고 있는 이른바 '문명권'과 변변한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유목민 등을 포함한 '야만권'의 구분은 존재하였지만 그렇다고 이들 야만인들이 독자적인 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기록된 내용들을 보면 이 야만인들도 생각보다 고도화된 정치체제와 외교력을 가지고 복잡한 생활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 모든 인류가 늘 그렇듯 야만족들도 빈부격차가 존재해서 고위 족장이나 왕들은 웬만한 문명인들 못지않은 부와 문화를 누리기도 했다.사실 야만인/야만족과 문명인의 구분은 상당히 상대적인 것이어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입장에서는 고대 로마인들이 야만족이었지만[1] 고대 로마인들의 입장에서는 갈리아인이 야만족이었다. 갈리아인들의 입장에서는 게르만족이 야만족이었고, 게르만족 입장에서 슬라브나 저 멀리서 훈족이 야만족이고... 무엇보다 이들 야만족 모두는 철기 시대에 접어든, 결코 원시인 수준의 문명은 아니었다.[2] 현대인들의 입장에서는 고대 로마인들은 야만족일 테지만 만일 로마인들이 현대의 성적 보수주의 문화를 본다면 현대인들을 야만적인 꼰대라고 평했을 것이다.[3]
어원 "Barbarus"(라틴어), Βάρβαρος Bárbaros(그리스어)는 로마/그리스인의 기준에서 외국인(게르만족/페르시아인)이 말하는 모양새를 흉내낸 의성어다. 따라서 Barbarus는 문명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것보다 이방인을 지칭하는 것에 가깝다. Barbarus가 경멸적인 공시를 얻게 된 것은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의 부재였다고 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오랑캐가 이와 비슷하게 사용되었다.
단, 과거에도 지역별 주류 문명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문화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존재했다. 물론 문명권에서 '야만인'이라 일컬었던 사람들도 분명 주류 문명 사람들을 미개하다고 여기기도 했지만.
사실 문명 항목의 2번째 문단을 참고해 보면 비문명을 야만이랑 일치시키는 것은 오류가 된다.
반어적인 표현으로 보일 수 있는 단어로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도 있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비문명인들을 긍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로, 요즘에는 도리어 '문명의 때'가 묻지 않아 '문명인'들과 다르게 '비문명인'들을 순진하고 순박한, 나쁘게 말하면 덜떨어진 사람들로 그려내는 작품들을 비판할 때 쓰이는 단어이다. '문명권' 밖의 사람들도 당연히 사람인 만큼 약삭빠르거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모두 순진하고 어린아이 같은 존재로 그려내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유럽중심주의라는 것이다. 론 레인저나 늑대와 춤을 등의 작품들이 이러한 비판을 들었다. 의외로 기원이 오래된 개념인데 이미 근대 계몽 사상가들이 이 표현을 사용하며 인간의 이상적인 본성을 지칭하는데 많이 사용하였다.
1.1. 관련 표현
북적 | ||
서융 | 중화 | 동이 |
남만 |
1.2. 창작물에서
- 로마: 토탈 워의 고증 모드인 EB모드(EUROPA BARBARORUM, '야만인의 유럽'이라는 뜻)의 부제는 'QUISQUE EST BARBARUS ALIO'(누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야만인이다)인데 이런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 엽기적인 그녀가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 "나의 야만적인 여자친구(我的野蠻女友)"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여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탓에 이후로 해적판으로 수입된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죄다 제목에 야만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 문명 시리즈에서는 모든 문명에게 적대적인 NPC 세력으로 문명 1부터 최신작인 문명 6에 이르기까지 줄곧 출연하며 상세 설정으로 등장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4] 시리즈의 역사가 길고 각 작품마다 세부적인 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문명 1부터 문명 3까지는 그냥 돌아다니는 적대적인 유닛 수준이었다가 문명 4에서는 게임 극초반에 야만인 역할을 하는 야생동물들이 먼저 나오다가 문명들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에 야만인 소속의 도시들이 세워지고 여기에서 유닛들이 찍혀 나온다.[5] 플레이어를 비롯한 문명들은 다른 문명들에 속한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를 공격, 함락하고 파괴하거나 자신의 도시로 삼을 수 있는데, 점령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일반적인 문명들처럼 타일을 개발하거나 건물을 짓거나 문화를 축적해 영토를 확장하거나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세부 사항은 물론 많이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후속작들에 나오는 도시국가 시스템의 시초격이다. 문명 5부터는 야만인 소속 도시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주둔지나 전초기지라는 고유한 시설물이 생겨나고 여기에서 유닛들이 생성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명 1부터 문명 5까지는 별도의 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들과 교섭하거나 대화할 수단이 없으며 무력으로 응징하는 것이 주된 해결책인데, 대신 야만인을 상대로 전투력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고 야만인을 상대로 효과가 있는 불가사의[6]를 보유해 이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며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 아군으로 포섭할 수도 있다. 문명 6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게임 모드 가운데 하나인 "야만인 부족들(Barbarian Clans)" 에서 처음으로 뇌물을 주어 침공하지 않도록 하거나 다른 문명을 공격하도록 부추기는 등 교류할 수 있게 됐다. 게임 내의 요소들을 역사적 배경까지 설명해 놓은 일종의 백과사전인 시빌로피디아에는, 상술된 실제 역사상에서의 야만인의 정의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다.
- 디아블로 시리즈의 직업 가운데 하나인 야만용사는 용사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붙어 있지만 이건 한국어판에서의 창작이고, 원문(Barbarian)을 보면 그냥 야만인이라는 뜻이다. 물론 바바리안들 스스로 부르는 이름은 아니고 이들을 경계하거나 업신여기는 외부인들이 붙인 것인데, 디아블로 3에서 바바리안 캐릭터로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사실에 불평하는 대사를 내뱉기도 한다.
- 야만인(제5인격) - 제5인격
2. 자메이카 영어
Yaman자메이카에서 긍정의 의미로 쓰는(okay의 뜻) 표현이며, 한국에서는 레게 스타일을 선호하는 하하에 의해, 무한도전을 통해서 대중에 전파되었다.
하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에도 동명의 레게바가 존재한다.
[1] 처음에는 그랬지만, 나중에 로마에게 짓밟히고 종속되고 나서는 로마인들이 그리스인들의 후손이라는 식으로 정신승리를 시전했다. 그러다가 더 시간이 지나자 아예 자신들을 로마인이라 칭했고 그리스인이라는 개념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바르바로이 항목 참조.[2] 야만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게르만족들도 기원전 500년 경이면 청동기 시대를 이미 졸업했으며 이쑤시개와 면봉 같은 섬세한 도구를 만들어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켈트족들은 청동 판으로 거대한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 청동판 달력은 별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500년 후의 날짜까지 맞출 수 있었다.[3] 실제로 고대 로마에선 성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라 당시 유물들을 보면 남근 등의 묘사를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황제나 고위 공직자들의 전라를 묘사한 조각상도 있을 정도다.[4] 다만 문명 4까지는 고대 유적이나 부족 오두막 같은 걸 밟을 경우 재수가 없으면 야만인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것까지 없어지진 않는다.[5] 일반적인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야만인 소속 도시도 도시 이름이 정해지는데, 정규 문명으로 등장하지 않는 문화나 문명, 부족들의 이름이 채택되어 있다.[6] 문명 5에서는 국경을 넘어온 모든 적 유닛의 발을 묶어 놓는 것으로 악명을 떨쳤고 문명 6에서는 중국의 고유 시설물로 나오고 있는 만리장성. 특히 문명 4에서는 야만인이 국경 내로 침입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