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순서대로 프란치스코회, 베네딕토회, 도미니코회의 수도복 |
수도복(修道服)은 수도자들이 입는 복식을 말한다. 어쩌면 전통의상의 한 계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도복은 흰색, 갈색, 회색, 검은색 같은 저채도 계열을 사용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수도복 디자인은 수도회에 따라 다르다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학교마다 교복이 다른 것처럼). 심지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수한 색과는 거리가 먼 새빨간 수도복을 입는 수도회도 있고, 아예 수도복 없이 사복을 입는 수도회도 있는 등, 완전히 천차만별이다.
수도 생활을 결심한 사람이 수도회에 입회하여 지원기와 청원기가 지나고 수련기에 입문할 때 착복식을 거행하게 되며, 이는 수도 생활에 정식으로 입문했다는 증거가 된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수도자들이 공통적으로 입는 스카풀라(Scapular)는 소매 없이 앞뒤로 걸쳐입으며, 방한 등에 용이한 머리와 어깨를 덮는 형태의 쿠쿨라(Cuculla)도 있으나 요즘엔 대부분 카디건과 조끼 등을 입는다. 망토 형식의 카파(Cappa)는 장엄전례 때 주로 사용한다. 또 수도회마다 각 사도직 현장에서 입는 작업복 등도 따로 있다.
프란치스코회에서는 갈색 계열의 수도복에 허리에 흰 밧줄을 동여맨다. 작은형제회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머리와 어깨를 덮는 부분이 분리되어 있으나 카푸친 작은형제회는 통으로 붙어있다. 또한 카푸친의 후드는 다른 두 수도회보다 더 크다. 작은형제회의 수도복 색깔은 비교적 밝은 갈색이지만, 콘벤투알의 경우엔 검은색 또는 회색이다.
베네딕도회는 검은색 또는 흰색 수도복을 착용하며, 허리에는 벨트를 맨다. 앞 뒤로 흘러내린 스카풀라 뒤로 소매를 감추어 넣고 다닌다. 가르멜 수도회는 어두운 갈색 계열이며, 마찬가지로 벨트를 맨다. 예수회는 따로 수도복이 없으며 그냥 수단을 주로 입는다. 마리스타 교육수사회는 후드가 없다. 흰색 수도복에 허리에 검은 띠를 묶은 형태를 띤다.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역시 후드가 없으며, 검은 수도복이다. 박성구신부가 설립한 서울 광진구의 작은예수수도회는 밝은 갈색의 수도복에 허리에도 갈색 벨트를 착용한다. 아우구스티노회는 검은색과 흰색 수도복을 착용하며 허리에 검은 벨트를 맨다. 그러나 베네딕도회수도복과는 약간 다르게 생겼다. 카르투시오회는 흰색 수도복을 입고 벨트를 맨다. 트라피스트회와 도미니코회는 검은색과 흰색을 한번에 함께 입고 검은 벨트를 착용한다.
특이하게도 그리스도 왕 사제회의 수도회는 밝은 하늘색의 수도복을 착용한다. 개신교수도원 중 충주봉쇄수도원에서는 파란색 수도복에 검은 끈을 사용한다. 정교회는 주로 검은 수도복에 모자를 착용하기도 하나, 아토스의 수도자들 중 은수자의 경우엔 아예 자유로운 복장을 쓰기도 하는 것 같다.
2. 수사(修士): 남성 수도자[1]
상하의가 나뉘어 있지 않고 통짜 천으로 되어 있는, 로브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의 수도복을 착용한다. 가톨릭 전체를 통틀어 흰색[2][3], 갈색, 검은색, 회백색의 수도복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 색은 거의 없다.남자 수도복의 가장 대표적인 옷은 투니카(Tunica). 투니카는 큰 천 2장을 맞대 목과 팔이 나올 곳만 남기고 어깨와 옆솔기를 꿰맨 단순한 형태로, 여기에 허리띠[4]를 하고 스카풀라와 두건 등을 착용한다.
3. 수녀(修女): 여성 수도자[5]
수녀가 입는 수도복은 수사의 것과 마찬가지로 상하의 구분이 없는 원피스지만, 그것과 달리 가슴께에서부터 목까지 두르는 베일과 수도복으로 구분된다.수녀라는 직위가 등장한 뒤로 대부분의 기간 동안은 현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몸매가 전혀 드러날 여지 없이 흡사 포대기를 닮은 펑퍼짐한 수도복밖에 없다. 1950~60년대에 산업화와 맞물려 다른 시대와 달리 서브컬처에서의 수도복과 비교적 유사하게 몸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수도복들이 주를 이뤘던 때도 있지만, 그 기간은 매우 짧다. 현대에서도 볼 수 있는 수녀용 수도복은 모두 펑퍼짐한 형태이며 라인이 있다 해도 허리 선만 구분한 게 대부분이다.
서브컬처의 영향으로 수녀들이 입는 수도복만을 수녀복이라고 부르며 남성의 것과 구분하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 천주교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 남녀 구분 없이 통들어서 수도복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검은색, 진회색, 푸른색, 진한 갈색 등의 수도복을 입은 수녀님들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연한 회색 수도복에 흰 베일, 연한 하늘색 등. 그 외의 색은 보기 힘들다.
정교회의 여성용 수도복은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영락없는 차도르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정교회 수녀들은 이 오해를 막기 위해 머리 앞쪽에 하얀 깃을 넣고 다니기도 한다.
4. 창작물에서의 수도복
오타쿠 계열 창작물에서는 어째선지 수도자, 특히 수녀들이 수도회나 지역에 따른 구분 없이 몽땅 새파란 수도복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아주 잦아 현실과 굉장한 이질감을 준다.어째서 하필 이 색으로 정착되었는지는 의견이 좀 분분하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등장하는 직업인 여성 프리스트의 수도복이 새파란 것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원색에 가까운 새파란 색의 수도복을 입고 있는 수녀 캐릭터가 대부분이지만, 이 외에도 짙은 검은색 수도복이 사용되는 경우도 비등비등하게 많다. 그 외 색의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또한 이런 계열 창작물에 등장하는 수녀복에 옆트임을 도입한 것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최초다.
un athée iconoclaste, 클로비스 트레이유 1944년 作 |
물론 어디까지나 서브컬처 계열, 비디오 게임 쪽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최초인 것이지 수녀복에게 저런 요소 자체를 넣은 것은 이전부터 다양하게 시도되었던 이미지 중 하나다. 위의 그림이 대표적인 예시.
평상복이나 각종 고급스러운 드레스 등의 기타 복장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수수하면서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절제된 독특한 느낌을 주는 덕에 중요한 모에 속성 중 하나로 여겨진다. 수도자 문서에도 적혀있는 내용이지만, 1위인 교사에 이어 오타쿠 계열 창작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 2위가 수녀이니 만큼, 이 매력에 매혹된 사람들도 무시할 수 없게 많다. 한중일이나 여타 국가들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선 가톨릭이 개신교보다 먼저 전래된 데다가 비슷한 개념인 무녀가 있으므로 일본인 입장에서 이해가 직관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알아둬야 할 것은, 오타쿠 문화에서는 현실적인 수도복과는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갖는 수도복밖에 없다는 것. 주로 착용자의 몸에 꼭 들어맞아 몸매 윤곽이 거의 다 드러나고 치파오처럼 보일 정도로 여유가 없는 수도복이나 앞머리는 가리지않은 수도복들이 많이 등장한다.
심지어 명백히 금욕을 철칙으로 할 것이 분명한 수도자에게 입히는 복장인데도 성적인 매력이 어필될 수밖에 없는 복장을 입고 나오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옆트임은 흔하게 볼 수 있고 심지어 검은색 가터벨트를 착용하고 나오는 경우도 매우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우연히 현실에서의 수녀와 마주친 적 없는 사람이 오타쿠 계열 창작물에서의 수도복만 보고 "수녀 하악하악"거리는 경우가 있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훈계할 필요까지도 없다. 미사 참례 등 어떤 이유로든 실제 성당에 한번 들르게 되면 현실과 가상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性)적인 것을 생각하며 갔다가 성(聖)스러움만 느끼고 올 것이다.
창작물에 정착된 수녀복 이미지는 창작물에서의 망상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중세 유럽에서 수녀들의 복장을 놓고 왈가왈부하던 일이 있으며, 각종 중세 문학작품과 기록들에서도 수녀들이 탈선하여 문란한 행실을 일삼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1] 수사에는 서품을 받은 성직수사와, 그렇지 않은 평수사가 있다. 전자의 경우 수도사제와, 수도부제이다.[2] 21세기에 들어서는 실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추는 추세지만 시토회, 도미니코회, 카르투시오회 등 역사가 오래된 곳에서는 여전히 쓰인다.[3] 트라피스트회 같이 튜닉은 흰색이면서 스카풀라는 검은색인, 수도회에 따라 수도복에 여러 색이 있을 수 있다.[4] 가죽 벨트부터 끈까지, 수도회에 따라 다르다.[5] 가톨릭과 정교회에서는 여성의 서품을 허용하지 않으나, 성공회에서는 허용한다. 때문에 성공회 수녀들 중에는 서품을 받은 이들도 있다. 대한성공회에서도 2007년 최초로 여성 수도사제를 배출했다(성가수녀회 오인숙 가타리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