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1-07 02:00:08

성계 시리즈/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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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기에 앞서
1.1. 반론
2. 비판
2.1. 제국주의 아브의 행태에 대한 정당화2.2. 아브 제국2.3. 주인공 진트의 고민 없는 행보
3. 반론?
3.1. 진트의 고민 없는 행보에 대한 반론3.2. 사실은 일본 극우를 돌려서 까는 이야기다?3.3. 사실 아브 제국은 '근대성'에 반하는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3.3.1. 재옹호론

1. 읽기에 앞서

일본에서 나온 작품에서 '제국'이 소재로 등장하면 '제국주의 일본'을 생각나게 해서 그런지 항상 논란이 되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 제국의 묘사는 '제국주의 일본'보단 '고대 로마 제국'에 가깝다. 우주 이민자들로부터 시작하는 아브 제국의 시작은 로마의 시조라고 전해 내려오는 그리스인 아아네아스가 배를 타고 새로운 식민지를 찾아 떠난 것과 유사하며, 아브 제국의 제정 시스템 역시 핏줄로 이어지며 종교적 색채가 짙고 실권력과는 거리가 먼 일본식 제정 시스템보다는 여러 가문 중에서 황제가 배출되고 실제적 권력을 가지는 로마식 제정 시스템에 더 가깝다. 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하게 비교해볼 점은 제국의 모토이다. 작중에서 아브의 제국주의는 점령당한 패자들에게 부와 평화, 특히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외치고 이는 아브의 피를 대가로 거의 언제나 이루어진다.[1] 착취와 수탈이 주된 '업무'였던 '제국주의 일본'과는 아주 매우 거리가 있는 설정이다.

이 '제국주의'와 '평화'란 단어가 합쳐 생각할 수 있는 단어는 PAX ROMANA(로마의 평화)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로마는 공화정 시대부터 제정 시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기에 로마인의 피를 대가로 점령당한 패자들을 지켜주며 강요가 아닌 자의로 로마인들과 스스로 동화되도록 유도하여,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세계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평화를 제국 내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여기에 더해 아브 제국과 로마 제국의 공통점을 더 발견할 수 있다. 로마 제국에서는 비로마시민이 보조병으로서 25년을 복무하면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여 로마인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은 자손 대대로 세습이었다. 아브 제국에서 비아브인이 군에 복무하며 작위를 얻게 되면 그 자손은 아브로 태어나게 되어서 아브 세계에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선인은 어디까지나 조센징으로 차별되어 구분되었고 자의든 타의든 제국에 기여를 하여도 제국의 일원이 아닌 단순한 소모품으로 취급되었을 뿐이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면 작가는 단순히 '제국'의 모티브를 '로마 제국'에서 따왔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본 작품에서 '제국'이 소재로 쓰인다고 '제국주의의 정당화'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지식부족으로 인한 너무나 단순하고 노골적인 1차원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1.1. 반론

<일본에서 만들어잔 직품에서 제국이 나오니까 일제 옹호> 라는 수준의 피상적이고 편협한 비판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위 주장은 분명 유효한 반론이다. 일본을 아브의 뿌리로 설정하면서도 아브의 정치체계에서 세심하게 일본색을 지운 작가의 노력 덕분에, 성계 시리즈를 "일본 제국주의 미화"의 틀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위 반론으로 본작이 받는 <제국주의 미화 의혹> 자체가 반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애초에 성계 시리즈에 대한 제국주의 미화 논란은 단순히 '일본 제국을 미화한 것 아니냐' 수준의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비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이 문서의 내용 및 들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는것처럼 이 작품에 대한 비판은 <아브 제국에 의해 강요되는 평화나 질서 자체가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이상적 정치관이 <국민국가나 민주주의 개념을 포함한 근현대적 체제를 조롱>하고 <전근대적인 귀족 봉건제를 예찬>하고 있지 않으냐는 비판까지 훨씬 넓고 깊은 영역을 다루고 있다. 위 주장이 반론에 성공한 부분은 비판론이 다루는 넓은 영역의 다양한 논점 중 하나에 불과하다. 즉, 위 주장에서는 <일본 작품에서 '제국'이 소재로 쓰인다고 '제국주의의 정당화'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지식부족으로 인한 너무나 단순하고 노골적인 1차원적인 결론> 이라고 비판론을 조롱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주장이 <비판론의 논지를 반론하기 편한 형태로 왜곡-축소하여 반론함으로써 허수아비를 치고 있다>고 역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위 반론의 한계는 해당 문단 자체의 내용을 봐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나쁜 제국주의>인 일본 제국주의와 <착한 제국주의>인 로마 제국주의를 대비시키고 본작의 아브 제국이 로마 제국과 더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본작에 대한 비판에 반론하고 있으나, 이것으로는 본작이 제국주의 자체를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반론할 수 없다. 일단 이 대비를 위해 사용된 로마 제국의 예시 자체가 터무니없이 미화되어 있는 것부터가 문제이다. <로마인의 피를 대가로 점령당한 패자들을 지켜주며 강요가 아닌 자의로 로마인들과 스스로 동화되도록 유도하여,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세계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평화를 제국 내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고 로마 제국을 무슨 지상에 강림한 천사들의 제국처럼 묘사하고 있으나, 이는 로마 제국의 긍정적 면모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관점일 뿐이다. 로마 제국은 당대 기준으로써는 주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문명과 문화를 갖춘 문명국이었을지언정 그 지배는 어디까지나 폭력적인 정복을 통해 확립된 것이었고, 제국의 확장 역시 '자신들의 피를 댓가로 약자들을 지켜주기 위한 것' 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당장 로마사를 공부해보면 로마에서 파견된 지배자(총독)이 속주를 과도하게 착취하고 탄압한 것이 '로마 제국 내에서도' 문제로 여겨진 경우가 드물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고, 노예를 이용한 대농장(라티푼디움)이 오랜 기간동안 로마의 경제적 기반 역할을 해 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노예들은 자신들이 정복한 주변의 '야만족들'을 끌고 온 것이었는데, 아마 이들이 강요가 아닌 자의로 노예의 운명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아브 제국의 롤모델이라고 옹호론측에서 제기한 로마 제국의 사례 자체가 제국주의를 정당화해도 괜찮을 것처럼 느껴지도록 심하게 왜곡된 것.

여기서 좀 더 논지를 발전시키면, 과연 아브에 의한 인류제국이 (인류사적으로 가장 긍정적인 발자취를 남긴 정복 제국의 사례 중 하나인) 로마 제국의 사례와 얼마나 유사한지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다. 위에서는 <군역을 통한 시민권 취득> 이나 <명문 귀족가문 내에서 배출되는 황제>등의 공통점을 근거로 아브 제국이 로마 제국을 모티프로 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로마 제국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인류사적으로 긍정적인 발자취를 남기게 한 원동력인 <제국으로써의 보편성>에 있어서는 두 제국의 면모가 전혀 다르다. 로마 제국은 그 성립 이전까지 서로 교류하지 못하던 '다른 세계'들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당시까지 유래 없던 보편 제국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아브 제국의 노선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우주 공간은 오직 아브들의 것' 이라는 규칙을 내세워 자신들이 정복한 문명들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아브 외의 다른 이들에게는 보편성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브 제국의 통치 영역은 보편제국이 아니라 소수의 군사-상업 귀족인 아브들만이 통상과 통행의 자유를 누리고, 각각의 거주 행성들은 봉건 영지와 같은 수준으로 고립된 중세 봉건제국과 같은 형태를 띄게 되며, 이러한 면모는 고대 로마 제국보다는 오히려 중세 전기의 프랑크 제국이나 신성 로마 제국에 더 가깝다.(물론 프랑크 왕국이나 신성 로마 제국은 '의도적으로' 각각의 영지와 마을을 고립시킨 것이 아니라 당시 기술과 정세의 한계상 연결망을 복원하지 못한 것에 더 가깝지만.) 심지어 황제 선출 제도의 특징을 보더라도 각각 대영주이기도 한 8왕가 중 하나에서 황제가 배출되는 아브식 계승법은 신성 로마 제국의 선거황제 시스템과 더 유사하다.
  • 아브 제국이 보여주는 반 보편성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반론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브가 아닌 이들도 원한다면 아브군에 입대하여 우주로 나갈 수 있고, 그 자식들도 유전자 조작을 거쳐 아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주 공간은 아브의 전유물' 이라는 원칙 내에서 우주로 나가고 싶은 자는 아브의 규칙을 받아들여 아브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차라리 진짜 고대 로마제국 시대라면 이 정도의 개방성이라도 놀라운 진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이 작품의 독자는 이미 평등주의적 보편국가를 접해본 현대인들이고, 심지어 작중에도 현대적 국민국가나 보편국가를 지향하는 인류통합체가 등장하여 거의 악의적인 수준으로 조롱당하고 있다. 결국 작가가 반 보편적인 귀족주의를 미화한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워지기 힘든 것이다.
더구나 이런 특징들은 전근대 정복 제국에서 흔히 그러했듯 '당시의 시대적 특성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난 것조차 아니다. 작가는 작품 전반에 걸쳐 일관적으로 근대적 국민국가를 조롱하고 소수의 귀족에 의해 통치되는 제국의 봉건체제를 예찬하고 있다. 심지어 각 행성단위의 영지가 직접 와우주 항해에 나서는 것은 금지하고, 이미 형성된 상태의 성간국가를 정복한 경우 이를 해체시키며, 한 성계에 복수의 거주 행성이 있을 경우 각 행성마다 별도의 영민 정부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점이 작중 명확히 서술되어 있다. 즉 작가가 묘사한 아브 제국은 작품 내적으로 명백하게 보편성의 탄생에 반대하며 전 근대적 봉건제야말로 옳다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작가는 메리 수 종족인 아브를 통해 우주봉건제국에 매력을 부여하여 독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정치적 프레임은 아주 명백하며, 이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은 이런 거부감에 기반한 논란과 비판을 <일본을 까자고 억지를 부리는 것> 이라고 왜곡하는 쪽이다.

2. 비판

2.1. 제국주의 아브의 행태에 대한 정당화

보통 독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점은, 아브 제국[2]에 관한 설정과 그에 영합하는 듯한 진트의 행보다.

2.2. 아브 제국

우선 아브 제국은 직간접적으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던 것으로 묘사된다.

일본[3]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우주 도시를 만들고 아브를 만들었다는 설정도 그렇고, 자신들을 노예로 다시 삼으려는 모도시를 아브들이 공격해 파괴해 놓고 자신들은 모도시를 사랑했다면서 모도시의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아브들의 모습 등이 보인다.[4]

전기 1에서의 라피르의 말에 따르면 모도시를 만들던 사람들도 자기들 주관에 맞는 것들을 자신들의 문화라며 모으는 과정에서 온갖 시대의 것들이 섞였으며[5]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것도 문화의 특징으로서 현재의 아브의 문화가 모도시의 문화와 거의 딴판으로 변한 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는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결국 아브 문화의 저변에 많은 일본의 '문화잔재'가 남아있긴 하다.

이런 아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침략하고[6] 지상인(=행성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지상에 가두고 우주 항행은 아브만이 독점하는 모습이 제대로 욕을 먹고 있는 점이다.[7]

이런 식의 매우 차별적인 식민지 정책에 더해, SF적인 형태로 각색된 인종주의적인 성향의 아브들의 모습이 작가의 국적과 더해져서, 과거 소위 대동아 공영권을 내세우며 아시아 각국을 침공한 일제의 행적을 연상시킨다는 것이 주요한 비판점이다. 또한 성간항행기술을 독점해 불필요한 분쟁을 막겠다는 명분도 은근슬쩍 비치는 바람에 그게 그렌라간의 로제놈과 다른게 뭐가 있냐라는 비판도 있다.[8]

특히 아브 외의 국가의 묘사를 보면 이런 부류의 내용에서 잘 나오듯 주인공 집단은 이상적으로, 적국은 정치가 썩었거나 음모를 꾸미는 등의 막장국가로 나온다.[9] 아무리 설정이 강압적인 전제 제국이고 배경 진행으로 온갖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져도 주인공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씨 좋고 예쁜 사람들뿐이면 독자들은 적대감을 가지기 어렵게 마련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들 어떠하리 타입이라면 더더욱(...).

타국 대사들과 아브 황제와의 대화중 "(무력 통일로) 영원한 평화가 온 적은 없다."는 말에 아브 황제가 "그건 우리들 순수 아리아 민족아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라고 받아치는 걸 보면, 정말 어이가 쏙 빠진다. 그리고 아브에게도 인간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언제든지 나아갈 수 있다) 작가 때문에 저 말은 그야말로 허언.

2.3. 주인공 진트의 고민 없는 행보

진트라는 주인공이자 독자의 에 해당하는 인물이, 비록 자의로 매국한 것이 아니지만 체제 안의 저항자나 그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안 보이고 새로운 체제에 그냥 적응해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점. 그리고 자신의 선대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이전의 정체성을 고의적으로 폐기한 채 본문-즉 아브와 엮이는 새로운-의 삶 속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10]

이미 항복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국민들을 버리고 침략자의 귀족이 되어버리는 일을 저질러 버린 아버지 때문에 진트도 마틴 주민들에겐 매국노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11]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뭔가 아스트랄하고 을사조약경술국치가 생각나는 설정이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자국민의 생명을 버려가며 전투를 하고 그 결과 패배하여 무의미한 죽음을 치르느냐' 아니면 '지도자 혼자 욕을 먹고 전투를 포기함으로써 자국민의 생명만 간신히 유지시켜놓고, 온 국민에게 헬게이트가 열리는 걸 감수할 것인가'는 분명 고민되는 문제이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막대한 대가를 치루게 된다. 침략자는 반드시 침략의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쪽을 선택하기 전에, 국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도 알아보고,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분명 필요한데, 록 린은 이러한 고민조차 하지 않고, 나라를 팔았다(...). 따라서 이러한 고민이 없다는 점에서 성계 시리즈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록 린의 경우, 국민의 생명에 관련된 사안보다는 '마틴의 생태계는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은데, 그냥 놔뒀다간 이 보물들이 헐값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으니 어차피 넘어갈 거 최대한 높은 값에 팔아먹자는 계산'에서 나라를 팔아먹었고, 진트 역시 국민의 생명, 마틴의 주권에 관해서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아브에게 항복하고 다른 성계로 보내졌을 때는 어렸기 때문이라고 변명해줄 수도 있지만, 그 후로 6년이 지나도록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자신은 아브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자신을 아버지 대신 키워주다시피해 부모라고까지 생각하는 콜린트 부부가 제국에 대해 저항했음에도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취했는가에 대해서도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으며, 아브가 기계가 아니라 인간임을 알아가면서도 그들 역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크로와르에 의해 죽을 뻔 했음에도.

이런걸 본다면 '진트는 그저 자신이 지배층(기득권)이 된 것을 무의식 중에 인식했기 때문에 아브에 대한 지배를 별 저항감없이 받아들였다'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더라도 심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3. 반론?

3.1. 진트의 고민 없는 행보에 대한 반론

어릴 때는 넘어갈 수 있지만 6년 간 깊은 성찰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것과 체제에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첫번째로 단순히 진트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진트가 체제 안에서 적응하는 것 이외에 대체 뭐가 가능했단 말인가? 애초에 체제 안에서 저항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데, 진트가 하이드 성계에 영향력을 가졌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진트가 발언권을 갖고 체제에 저항할 정도의 자리에 앉아있었나?

성계의 문장이 시작했을 시점에 진트는 아브란 시스템, 아브란 체제 안에 속해 있지도 못 하는 상태였다. 심지어 제국 시민이 되기 위한 지식을 가르쳐준다는 델크토의 학교에조차 아브는 없었다. 사적으로 처음 만난 아브가 라피르였다. 성계의 문장 초반까지 진트는 아브란 체제 안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체제 안에서 저항할 환경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진트가 계속 마틴에 있었다면 틸과 손 잡고 다소의 아버지의 결정에 대한 반항 같은 것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한데 진트는 마틴에서 완전히 떨어져서 델크토에서 자랐다.

두번째로 진트는 충분히 고찰을 했고, 고민을 하고 체념한 것이다. 진트는 델크토에서 마틴 주민들이 모두 진트의 아버지를 매국노로 보고 있고, 진트 또한 자신이 증오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랐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당연히 어릴 때부터 계속 고민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묘사는 없었지만 성계의 문장에서 라피르와 만났을 때의 진트는 현실과 타협한 상태였다. 뭣보다 마틴에 돌아간다고 해도 제대로 된 인생을 살기는 틀린 상태란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쿠 후린과의 대화에서 진트는 확실히 말한다. "영주가 아닌 일개 시민으로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다."고...한데 고향에서 증오 받는 진트로선 마틴에 돌아갈 수도 없었고, 아브 귀족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지만, 포기하면 진트가 살아갈 방법 자체가 없었다. [12] 게다가 설사 마틴에 돌아가도 아브 귀족이란 방패가 없으면 마틴 사람들의 증오에 몰려 살해당하기 딱 좋은 상태였다. 그리고 실제로 마틴에 있었다면 인류통합체에 해방된 시점에서 록 린과 함께 처형당했을 것이다. [13] 진트가 아브 귀족의 삶을 사는 것 이외에 대체 무슨 선택지가 있었단 말인가?[14]

그리고 진트가 하이드 성계에 대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버지가 죽고 나서다. 백작 아들은 그런 포지션이니까. 한데 아버지가 죽고 나서 바로 하이드 성계가 해방되었었다. 진트가 하이드 성계에 대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전혀 없었던거다. 사관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하이드 성계는 인류통합체에 의해 해방되어 독립했지 않은가? 과연 어릴 때부터 진트의 인생 내내 하이드 성계나 마틴에 대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시간이 진트에게 1초라도 있었던가? 없었다. 나중에 하이드 성계를 되돌려 받았을 때 진트가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데, 그때 마틴에 돌아가서 처음 했던게 자치권 보장과 영구 추방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세번째로 진트가 사관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시점에선 성계군의 전투력이 마틴을 비웃을 정도로 강하단 것과 아브가 은근히 막나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록 린의 생각 없는 매국 행위가 사실 얼마나 터무니 없는 행운이었는지, 아브 우주선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대궤도병기의 컨트롤을 팔아서 백작 자격을 산 것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거래였는지 진트는 자각하게 되었다. 또한 자신이 시골 구석에서 투석기 레벨의 병기를 갖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틴의 우물 안의 개구리들과 행성을 간단히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아브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것도 자각하고 있었다.

진트의 고민 없는 행보를 비판하는 글의 상당 부분이 록 린에 대한 비판인데, 록 린이 고민하지 않았다고 진트가 고민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고, 록 린이 나라를 팔았지 진트가 나라를 판 것은 아니다. 애초에 진트조차 록 린에 대해선 죽어도 자업자득이라고 체념한 상태였다. 실제로 하이드 성계가 인류통합체에게 해방되어 록 린이 재판도 없이 사형 당했을 땐 별 감흥도 없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또한 나중에 하이드 성계를 아브가 되찾았을 때 아버지를 재판없이 사형한 것에 대한 항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진트는 록 린의 죄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었고, 자업자득이라고 하고 넘어간거다.

침략자는 반드시 침략의 댓가를 요구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작가의 영리한 부분으로 아브란 종족이 지배하려는 것은 결국 행성 밖의 항로와 자원 그리고 무역권 뿐이다. 마틴은 우주 기술이 일천한 행성이었기 때문에 록 린이 지키려고 했던 행성 내의 자원 조차 아브는 원하지 않았다. 록 린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전제도 아브에 대한 평가도 모두 틀렸지만 마틴 전체를 위해서) 옳았다. 애초에 가족의 식탁에서 나오는 이야기론 마틴 최강의 병기이자, 자랑이자, 록 린이 제어권을 바쳐서 백작의 권한을 얻은 대궤도 병기의 파괴력은 성계군의 눈엔 모의 연습 이하였다. 마틴의 최대 최강의 공격을 성계군 장교는 공격이라고 인식하지도 못 했다. 록 린이 얼마나 아브의 우주군의 힘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압도적으로 불리하단 것을 알고 항복한 것은 결과만 따져서 아주 틀린 행동은 아니다. 물론 하이드 성계의 백작 자리에 오른 것은 답이 없는 매국 행위였지만 말이다. [15]

진트가 국민의 생명, 마틴의 주권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도 틀린 말이다. 만약 정말로 진트가 국민의 생명이나 마틴의 주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면, 가족의 식탁에서 간단히 자치권을 내주고 마틴의 영구 추방 명령을 달게 받았을 것 같은가? 마틴 주민이 자길 증오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틴이란 별을 시민을 사랑한다고 언제나 말할 수 있었을까? 엄밀히 따져서 재점령한 시점에서 하이드 성계는 아브의 룰로는 진트의 소유인데, 진트가 마틴의 소유를 주장하거나 명령을 한 적 있는가?

성계군이 인류 통합체에게서 하이드 성계를 빼앗아 재점령했지만, 마틴은 항복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이때 진트가 원했다면, 아브 성계군의 함선 한두개 데려가서 수도를 불태워버리고 점령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진트는 "록 린이 매국해서 부당하게 팔아먹은 마틴"을 아브 백작이며 성계군인 자기의 위치를 이용해서 정당하게 점령하는 것도 가능했다. 진트가 정말로 국민의 생명이나 마틴의 주권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진짜 농담 않고 버튼 하나 누르라고 명령해서 자기들은 무력 시위를 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마틴 사람들에게 아브의 무력을 보여줘서 그냥 찍 소리 못 하도록 점령하는게 가능했다. [16]

하지만 마틴과 아브의 성계군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진트는 정말로 놀라서 노심초사한다. 위의 비판에서 마틴의 시민들의 생명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다는 진트가 성계군이 반격했다는 말에 얼굴이 파래져서 설마 핵융합탄을 쐈냐고 질문을 했을 것 같은가? 연습용의 가벼운 질량탄으로 대궤도 병기를 파괴했다고 했을 때 피해자가 있는지 없는지 호들갑을 떨며 가르쳐달라고 한 게 진트다. 경고하고 몇시간 후에 쐈다고 했을 때에서야 조금 안심했다. 진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마틴의 시민들의 안전이었다.

또한 마틴의 주권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어서 진트가 흔쾌히 자치권을 줬을 것 같은가? 애초에 어릴 때, 이미 진트는 마틴에 대한 소유권 따위 없는 것으로 치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그야말로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하이드 성계 백작인 진트는 백작의 권리를 마틴 시민에게 휘두를 생각은 전혀 없었고, 거기엔 깊은 고찰이고 자시고 필요 없었던거다. [17]

틸 콜린트가 제국에게 반항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 안 했다고 하는데, 고민할 것도 자시고도 없었다. 일단 라피르의 곁에 있고 싶다는 것도 있었겠지만, 마틴 시민들은 아브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는 사실을 지겨울 정도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틸 콜린트와 마틴의 시민들은 투석기 레벨의 병기로, 아브를 상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고,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공격을 해놓고선 자기들은 아브에 대해서 무력 도발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18] 진트는 왜 반항하는가도 알고, 왜 그게 부질 없는 짓인가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마틴의 지상에 아브의 발을 대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는 틸을 보고, 아브는 지상에 발을 댈 생각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진트는 난감해 했을 정도다. 진트가 백작 작위를 반납하고 콜린스 부부의 말대로 마틴에 망명할 수 없었던 이유도, 마틴 사람들이 너무 아브에 대해서, 성계군의 힘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 이유다. 진트가 틸에게 말한 "다음 백작이 진트처럼 상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아브가 수틀리면 뭘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던 진트의 본심이기도 했다.

게다가 진트가 아브란 종족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종족이란 것을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게 아니다. 오히려 크로와르란 예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백작 작위를 포기할 수 없었던 거다. 만약 진트가 작위를 포기한 후에 크로와르 같은 놈이 다음 하이드 성계 백작으로 봉해진다면, 그의 만행에 하이드 성계를 지킬 수 있는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진트가 자길 증오하는 시민들을 위하고, 진트의 권한으로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추방 명령을 달게 받아들이면서도, 백작 직위를 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라피르 때문도 있겠지만, 진트는 진심으로 마틴의 시민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그 쪽 사람이 되어버리면, 하이드성계가 멸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간이 한사람도 없어지기 때문이야”라고 말했고 그것은 틀림 없는 사실인데 불구하고 틸은 뭘 잘난척 하냐고 빈정거렸다.

'진트는 그저 자신이 지배층(기득권)이 된 것을 무의식 중에 인식했기 때문에 아브에 대한 지배를 별 저항감없이 받아들였다'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더라도 심한 평가는 아니라고 했는데 심한 평가다. 다시 말하는데, 아브 귀족은 자기 영지를 제멋대로 다룰 수 있다. 크로와르처럼 메이드 끼고 살면서 제멋대로 해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자리에 있었다.[19] 만약 진트가 지배층이란 것을 무의식 중에 인식하고 휘두를 마음을 먹었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마틴 시민들이 반항하는 것을 불태워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진트가 진심으로 마틴을 지배할 권한을 주장할 생각이었다면 아브로서는 우아하단 소리 못 듣겠지만 마틴 시민들이 반항하는 것을 간단히 싸구려 핵융합탄 몇개 지표에 쏟아붓고 항복하라고 하면 끝날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백작으로서의 권한은 아무것도 발휘하지 않고, 주권을 마틴 시민에게 돌려주고, 마틴인이 진트를 진트 소유의 행성(...)에 들여보내주지 않는다는 억지조차 인정하고 조약까지 맺어줬다. 이게 과연 기득권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한 자의 행동일까? 물론 우주에서 반물질 공장을 만드는 등 아브 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은 했지만, 그건 아브 귀족으로서 아브 측에 자긴 자치권을 내줬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다고 어필하기 위해서란 면이 크다. [20]

3.2. 사실은 일본 극우를 돌려서 까는 이야기다?

어차피 성계 시리즈는 진트와 라피르의 알콩달콩 만담 때문에 보는거지...닥쳐 진트
아브의 원류가 일본임을 암시한다든지, 아브의 문장인 가프토노슈가 야마타노오로치를 형상화한 것을 비롯해 일본 신화에서 나온 내용이 여럿 들어가있는 등. 일본 문화를 연상케 하는 요소가 보이는 것은 한국인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브를 만들었다고 하는 <어느 화산섬 열도>의 극우집단이지만 그들이 생체 기계로 만들었다는 아브는 미형, 푸른 머리칼, 커다란 눈, 게다가 어느 일족은 '엘프 귀'를 갖고 있다. 그러면 이런 종족을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내는 화산섬 열도의 극우 집단이란건 대체 어떤 자들인가?

작가 자신도 소설 내에서 아브의 외모를 그야말로 소위 말하는 'Big eyes, tiny mouth'를 글로 풀어서 옮겨놓은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단편집 성계의 단장에 나오는 초외전 향연을 보면 '일년에 두 번 개최되는 요즘 시대에는 극히 희귀해진 종이 매체 인쇄물을 참가자가 손수 제작하여 판매하는 행사'인 소비크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초외전'이라는 타이틀에서도 보듯이 이것 자체는 그냥 작가의 셀프 패러디이지만 작가가 그 극우집단을 어떤 이들로 상정한건지 엿볼 수 있다.[21]

요컨대 아브의 탄생 비화를 정리하자면 모 화산섬 열도의, 특정한 성향과 특정한 매체에 열광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이[22] 자기들만의 독립 도시를 만들고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담뿍 담은 유전자 조작 인간을 만들어냈다가[23] 스스로의 꿈과 망상의 산물에 깡그리 망해버렸다는 훈훈한 스토리가 된다.

그러나 결국 극우 집단의 신인류가 덕후로망결정체로 바뀌는 것뿐이고, 그렇다고 아브의 행태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 결론적으로 아브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우주엘프의 우주정복 스토리 미화라는 본질은 변하지가 않는다.

3.3. 사실 아브 제국은 '근대성'에 반하는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출처(현재 삭제됨)

위 이글루스의 글은 이야기판 전기 1권 265페이지, NT노벨판 전기 1권 266페이지부터 있는 내용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아브 제국과 인류통합체를 비롯한 노바 시칠리아 조약기구와의 전쟁은 다름 아닌 "근대"와 근대성에 근거한, 즉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 국가들의 사이의 전쟁이고 그때문에 "자본"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브가 취하고 있는 제국은 대일본제국같은 '근대형' 제국이 아니라, 고대 중국이나 이슬람 제국과 같은 일종의 패권 종주국의 개념에 근접해 있으며 작가는 이러한 형태의 제국이 일반적인 침략자 제국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 내 아브들의 행태를 본다면, 위 블로그의 소위 '제 3의 시각'은 전혀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심하게 말하면 위험하기까지[24] 하다.
  • 네이션이 희미하거나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작 아브는 자신들의 고유한 종족적 특질을 절대 버리려 하고 있지 않고, 다른 종족이 지배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자손들을 아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치명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네이션이 정말 희미하다면 굳이 다른 종족의 사람들마저 아브라는 종족으로 편입시킬 이유는 없다.
  • 만일 성계 시리즈 작가가 링크의 내용대로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의도하고 있다면, 작가 본인은 국가주의적 제국주의라는 검은 용을 비판하기 위해 착한 제국주의라는 하얀 용을 등장시려고 하는 셈이다. 만일 그러하다면 '착한 제국주의'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 자체가 제국주의 소재를 어떻게든 붙잡고 정당화하려는 망집에 가깝다. 실제로 일본제국의 '대동아공영권' 사상은 일단 명목상으로는 서구 세력의 '근대적인' 침공에 맞서 동양 국가들이 단결하면서도 일본을 종주국으로 각 국가가 나름대로의 자율적(?) 번영을 누리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앞에 제시된 아브 제국의 형태와 일치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of 시궁창이었다. 즉 이미 실제 역사상의 실험에서도 실패해서 용도폐기된 사상인 것이다.
  • '근대성에 대한 대항'이라는 몹시 추상적이고 허울 좋은 명분을 내걸고는 있더라도, 멀쩡한 나라에 함포외교로 밀고 들어와 자유국가를 강제 병합하는 아브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단순히 적의 팽창을 막을 작정이라면 군사동맹이나 상호방위조약 등 다른 선택사항이 많은데도 굳이 침략과 병합이라는 길을 택하는 아브의 행동은 당연히 욕 먹을 만하다.
  • 게다가 애초에 근대의 국가주의를 부정하고 제시하는 '미래의' 제국 형태가 통신 및 운송이 미발달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더 옛날의 제국 형태라는 것부터가 근거가 없고 별로 사고 실험을 해 볼 만한 의미도 없다. 핵전쟁 같은 사단이 나서 인류문명 전체가 다시 시작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현대에 다시 그런 고대의 제국 형태가 부활할 수 있는가?
  • 또한 고대의 제국이라고 딱히 더 도덕적으로 우월하지도 않았으며[25], 아예 침략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비제국주의 국가들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다만, 위 반론 역시 몇 가지 오류를 가지고 있고, 이 점에서 해당 블로그의 글(지금은 원문삭제되어 볼 수 없지만)이 주장하는 바에 어느 정도 합리성이 있다고 볼 영역도 있다.
  • 아브 제국에 네이션이 희미하거나 없다는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위 반론에서는 아브들이 자신들의 종족적(유전적)특질을 고집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아마도 가라타니 고진의 정의에 따른)네이션이란 해당 국가의 구성원 전체가 공유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이지 극 소수 지배계층인 아브들만이 가지는 특징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보면 아브들이 고집하는 자신들의 특징은 네이션에 대한 공감대라기 보다는 자신들이 지배계급임을 입증하는 공감대로써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말하던 푸른 피개념에 훨씬 가깝다. 그리고, 아브 제국은 네이션 개념에 따라 국가 구성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여 입장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아브 제국의 주적인 인류통합체의 노선이며, 아브들은 우주 공간은 오직 아브만이 지배한다는 원칙에 따라 같은 항성계에 복수의 유인 행성이 있다면 각각 별개의 영민 정부를 형성하도록 할 정도로 자신들의 지배 영역 사이에 통일성이 형성되는 것을 지극히 혐오한다. 즉, 아브 제국은 네이션 개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해당 개념의 형성을 막으려고 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들이 지배하는 영역을 철저히 분할하고 고립시켜 소수의 귀족에 의해 통치하는 아브 제국의 정치체제는 명백하게 봉건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
  • 위 비판에서는 '핵전쟁 같은 사단이 나서 인류문명 전체가 다시 시작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현대에 다시 그런 고대의 제국 형태가 부활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하고 있는데, 아브 제국은 현대국가가 아니라 미래국가, 그것도 인류의 생활권이 은하 전체로 확장된 시대의 국가이다. 따라서, 고대의 제국 형태는 부활할 수 있다. 성간항행기술이 없다면 각 거주행성 단위로 고립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해당 작품의 세계이고, 이는 통신과 운송 영역에서 엄청난 제약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작품 내용을 보더라도 현대인이 촌락 단위의 독립적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이 시대의 아브들은 행성단위의 독립적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각 행성이 실제 역사에 비추어보면 마을이나 도시 정도에 불과한 입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해 준다.[26][27] 이 면에서, 이 작품의 은하계는 지구에 비유해 보자면 통신과 운송기술의 제약으로 각각의 촌락이나 도시가 고립되어 있었던 고대나 중세 시절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봐도 무리는 아니다.[28] 즉, 작가가 아브 제국이라는 국가를 '비근대적' 제국으로 상정하고 소설을 집필했다는 관점 자체는 분명히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본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데 결국 이 비근대적 제국(아브 제국)의 모습이라는 것이, 탈근대적인 것이 아니라 도리어 중세의 신분제/장원제 국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전근대적으로 퇴보한 제국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근대적 국민국가들보다도 더 우월하다는 투로 서술된다는 것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론 아이작 아시모프도 파운데이션에서 이러한 전근대적 우주 제국을 그리고 있지만 파운데이션의 은하제국은 확실히 이전에 비해 퇴보한 암흑기이고[29] 결과적으로 해리 셸던의 복안에 의해 다시 부흥을 맞을 운명으로서 제시되는 반면, 성계 시리즈의 작가는 되려 근대국가의 대안이랍시고 아브제국이라는 전근대 형태의 전근대 제국을 내세운다는 황당한 논리의 도치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더욱 황당한 것은, 아브가 항성간 교통을 통제하여 인위적으로 전근대적 사회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당위나 명분은 아브 자신들의 정체성 유지와 기득권 수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보통 정당성 없이 특정 지역을 점거하고 교통을 통제하여 먹고 사는 무력집단은 아무리 고상하게 말해도 군벌이고, 국가라는 간판을 인정해 준다 한들 불량국가다. 즉, 항성간 항해를 하던 인류 입장에서 보면 난데없이 근대 국가들 사이에서 혼종 약탈자들로 이루어진 중세시대 군벌이 출현해서 기존에 멀쩡하게 이용되던 도로와 차량들을 모조리 점령한 후 완전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대체 이것이 근대 국민국가에 비해서 뭐가 더 낫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아브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전 인류의 역사적 발전을 막고 사회 체제를 중세시대 수준에 고착시키려는 반동적 태도인 것이다. 결국 아브 제국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스스로를 근대적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체제라 자부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아브의 네이션 개념 따위는 어찌되건 좋을 지엽적인 논변일 뿐이다.
  • 단, "아브의 네이션 개념 따위는 어찌되건 좋은 지엽적인 논변일 뿐이다" 라는 독해 역시 적절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위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브 제국은 비-근대적 제국을 상징한다> 는 해석에 대한 가장 유효한 반론은 (아브 제국에 대한 묘사에서 근대성의 조각을 찾아헤매는 것이 아니라) <아브 제국이란게 비-근대 제국이긴 한데, 그 비-근대성이라는 게 정확하게 읽어보면 탈-근대성이 아니라 전-근대성이다> 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아브 제국이 비 근대 제국이 맞긴 맞은데, 그럼 대체 독자보고 <근대화의 물결에 맞서는 중세 봉건제국>의 어떤 부분을 긍정적으로 읽으라고 하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는 것. 더 진지하게 말하면 <근대성에 대한 비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현대>의 상황이지만 현대에 비판받고 있는 근대성이란 분명 그것이 등장한 시점에서는 <위대한 발전> 이었다. 다만 시대가 더 변화함에 따라 그 근대성마저도 낡은 개념이 되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따라서 <현대성-미래성>에 기반한 <근대성 비판>을 <중세성> 에 기반한 <반 근대성>과 비벼놓지 말라는 뜻이 되겠다. 이 점에서 "아브의 네이션 개념 따위는 어찌되건 좋은 지엽적 문제다" 라는 독해가 위험한 것은, 이것이 성계 시리즈를 비판하는 논지 자체를 파괴하는 독해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현대인)독자들이 작중 인류통합체아브 제국 보다 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결국 신분제 질서에 기반한 봉건 제국인 아브 제국과는 달리 인류통합체는 나름 삐걱거릴지언정 최소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시민의 지위를 누리는 근대적 국민국가를 형성하려는 시도라도 해 보고 있기 대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국민 국가의 형성(=네이션 개념의 형성)을 위한 인류통합체의 노력을 멍청한 개삽질이라고 신나게 조롱하면서 아브 제국의 중세성을 예찬하고 있으니 현대인 독자들에게 불편하게 읽힐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작중에서 작가는 네이션 개념의 형성을 명확하게 조롱함으로써 중세성을 예찬한다고 비판받았는데, 이런 네이션 개념의 형성이 지엽적인 문제라면 대체 본작은 왜 비판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아브에 의한 항성간 교통의 통제가 가져다주는 이득이 아예 없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 아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항성간 교통을 독점하는 아브라는 절대우위자 아래로 형성되는 전우주적 정체와 평화이다. 발전이 꼭 평화나 행보을 불러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현된다면 전쟁이라는 인류 최악의 흉행으로 죽어나가는 인구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나름대로 강력한 명분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렇게 되기까지 필요한 전쟁과 그로 인해 흐르게 될 피, 실제로 제국이 전은하를 석권했을 때 아브 지배층이 실수나 범죄(예를 들어 학살)을 저지를 가능성, 아브 지배층 사이의 내분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며(만약 이렇게 전쟁이 만정화된다면 완전히 본말전도인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대다수 인류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약점도 마찬가지로 남아있다. 다만 그런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아브의 행동엔 나름의 명분이 존재한다. 그 명분은 모든 아브가 공유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이기적인 동기를 제외한 명분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 다만 '일단 아브에게도 이기적인 동기를 제외한 명분이 있다' 는 반론은 비판에 대해 별로 유의미한 반론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명분론에서 중요한 것은 명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명분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30]. 단순히 '명분은 있다' 고 한다면 대부분의 신념형 범죄자들에게는 명분이 있다. 수단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으나 명분 자체는 상당한 공감을 얻을만한 경우도 종종 있다. 심지어 히틀러스탈린, 일본 제국에게도 명분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그 명분에 공감하지 않기에 그들의 행적이 철저한 비판의 대상이 되며, 그 명분에 공감하는 소수의 사람들마저 '극우'와 같은 극단주의 정파로 분류되어 비판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영구평화 달성' 이라는 아브의 명분이 '아브가 모든 우주공간을 완전히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아브 외의 인류를 고립된 영지에서 살아가던 중세인들과 같은 처지로 격하시킨다' 는 수단을 그 정당성, 비례성, 실현 가능성 및 합리성등의 여러 측면에서 정당화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일 것인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 내에서 이미 대답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 터무니없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는 대사들의 항변에 대해 라마쥬가 돌려준 대답은 '그때는 우리 아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였다. 즉, '아브 제국의 명분'이란 '아브의 특별함'으로 '아브 제국이 선택한 수단이 가지는 한계, 모순, 문제점, 불합리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동의하는 사람[31]에게만 의미가 있다는 것.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중2병자아도취 이상으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아브라는 종족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묘사를 제외하고 '명분'과 그 '실천을 위한 수단' 만을 현실 역사에 비추어 평가해보자면 '아브 제국의 논리' 는 잘 봐줘야 나치즘이나 대동아공영권, 주체사상 수준에 불과하다.

3.3.1. 재옹호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정치성을 굳이 긍정하고 싶다면 차라리 다음과 같은 논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성계 시리즈의 이야기에서 정치성을 '배재' 한 독해를 주장할 수 있다. 세상에 흔하디 흔한 것이 용감한 왕자님과 아름다운 공주님이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의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예컨데 '군주정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왕자와 공주에게 긍정적인 속성을 가져다 붙였다' 라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성계 시리즈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이쁜 우주엘프왕족 아브가 등장하는 '낭만화된' 이야기로 해석할 경우, 정치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주장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성계 시리즈를 '라피르랑 친트가 알콩달콩하는 맛에 보는 이야기' 로 해석한다는 데서 어느 정도의 정당성이 있다.
    • 한계: 하지만 이렇게 읽기에는 이미 본작에 정치적인 서술이 너무 많다. 성계 시리즈 자체가 낭만주의 경향보다는 리얼리즘 경향이 더 강한 작품이다. 따라서, 작중에 이미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이미 잔뜩 나왔는데 왜 이걸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거냐고 하면 반론할 말이 없어진다.
  • 성계 시리즈의 주제의식 자체가 아브 제국을 옹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아닌게아니라, 성계 시리즈는 거의 진트의 시선에서 진행되는데, 진트는 아브 제국 소속이기는 하지만 아브 제국의 논리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인물은 아니며, 아브 제국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인물이다. 즉 아브 제국의 이념이 곧 작품의 주제는 아닐수도 있는 것. 성계 시리즈의 이후 진행에 대해 한때 퍼졌던 루머처럼 '인류통합체를 중심으로 한 4개국 연합'(근대사회)의 맹공 앞에 '아브 제국'(중세사회)이 무너지고, 라피르와 진트는 어딘가에서 영웅적인 죽음이라도 맞이하거나, 근대화된 우주의 어느 한 구석에 숨어 조용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보낸다는 결말일 수도 있다는 것.
    • 한계: 작가가 그렇게 안 쓰면 땡이다. 애초에 성계 시리즈 2부가 나올 가능성 자체가 먹물에 가깝게 불투명한 판에... 일단 현재까지 쓰여진 내용 내에서는 아브 제국의 정치적 특성에 대해서는 그나마 긍정적으로, 인류통합체의 정치적 특성은 명백하게 부정적인 조롱거리로 서술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전기 5권에서 락파칼이 함락되면서 그동안 당장이라도 4개국 연합을 때려잡을 것처럼 말하던 아브들의 태도가 그냥 아브적인 허세였음이 밝혀짐으로써 약간의 설득력을 얻기는 하였으나... 기본적으로 '씌여지지 않은 내용', 즉 독자 개인의 상상을 근거로 작품을 옹호하고 있다는 반론에 대응할 수 없다.
  • 이 작품이 '근대성에 저항하는 중세성'을 주제로 한 작품임을 그냥 인정한다. 위에서는 근대 사회에 반대하여 중세 사회를 옹호하면 절대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실제 역사를 봐도 중세~근세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의 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세계 최대의 종교조직 중 하나인 가톨릭만 해도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민주주의나 공화주의, 세속주의 정부와 같은 '근대주의'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었고, 역시 유럽의 작가나 예술가 중에서도 낭만주의적 관점에서 '천박한 대중이 설치는 근대'를 혐오하며 중세를 '고귀한 이들이 지배하던 아름다운 시대'로 이상화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중세적 사회의 기득권이던 귀족이나 지주중에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멀리 나갈것도 없이 당장 한국에서도 광복 및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보통선거가 시행되면서 백정이나 노비집 자식들이 투표하러 가는 모습을 본 양반님네들이 "저런 천것들이 나랏님 뽑는 일에 나대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느냐!"고 울부짖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그러니까 이 작품 역시 '근대성', 말하자면 인류통합체가 보여주는 구성원간의 공감대 형성 및 복잡고도화된 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들을 '쓸데없이 복잡하고 헛된 것'으로 조롱하고 그 대안으로써 '아브 귀족이 지배하는 중세적 봉건제'를 이상화한 작품이라고 이해하면 땡이라는 것이다.
    • 한계: 이 논지를 사용할 경우 이 작품에 대한 거의 모든 비판이 봉쇄 되지만, 반론은 하나도 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보수를 넘어) 반동적이다' 라는 비판에 '그래! 반동적이다! 반동적인거 쓰지 말라는 법 있냐?' 고 반론하는 것.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비판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현대인 독자들 중에 이러한 관점에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이 받는 비판점들을 억지로 부정하지 말고 그냥 '그 또한 작품의 특징' 으로 인정할수도 있다는 의미인 셈.
  • 작중 등장하는 우주 세계의 기술적, 사회적 수준이 아직 근대 국가를 이루기에는 미숙한 것이 아니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작중 관료제의 경직성과 폐해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세력은 4개국 연합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인류통합체이고, '가장 강력한 통일정책과 관료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상적인 면에서 덜 딱딱하다는 확대 아르콘트 공화국이나 기만전술과 기습으로 제국에게 한방 먹일 정도의 기민함을 보여준 하니아 연방 같은 경우 수도성계(스메이 성계와 아르콘트 성계)를 중심으로 이미 통합성이 높은 상태였다고 서술되는 것. 즉, 작중 배경세계는 아직 은하 전반에 이르는 거대한 근대국가를 이룩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이 세계에서 성립 가능한 거대 제국은 봉건제 제국의 형태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한계: 일단 소설의 내적 논리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작가가 직접 서술하지 않은 부분을 조금 넘겨짚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작중 아무 근거도 없이 넘겨짚은 것은 아니므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반론은 작품에 대한 비판론을 본질적인 수준에서 반박하지는 못하는데, '작품 내적 설정에서 중세적 봉건국가가 근대국가보다 더 우월한 면이 있다' 면 '그러한 내적 정합성을 만들어내는 설정'을 작가가 무슨 의도로 만들었냐는 질문에 다시 부딪히기 때문이다. 창작물의 세계관은 결국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기에, 특정한 내적 정합성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작가의 의도라는 것. 그리고 작품 내적으로 보더라도 '근대국가를 만들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탄생한 중세적 봉건국가' 라면 이후 기반의 발전으로 근대국가에 이르게 되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부 제국의 이념은 자신들이 '지루함에 못 견딜 정도로 영구적인 평화'를 외치는 것과는 전혀 달리 영속적일 수 없으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근대성의 기반이 미래에 도래한다면 이 아브 제국이 그 근대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써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가지 논지로 옹호하기는 힘든 문제이니 정 옹호하고 싶으면 이런 논지들을 잘 섞어서 써보자.


[1] 작중에서 실제로 점령당한 행성의 사람들은 대부분 유례 없는 평화를 누리게 되고 그 평화가 너무 지루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독립국가를 세우겠다는 일당이 제국 내에서 나올 정도다. 이들은 제국에게 탄압되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오히려 제국에게 고용된다.[2] 대동아 공영권을 추구하던 구 일제를 연상시키는[3] 대놓고 일본이라고 나오진 않지만 반달 모양의 화산성 열도라고 나온다.[4] 죽이고 나서 '난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거나 마찬가지. 얀데레 단, 정작 모도시의 문화(=일본 문화)가 제대로 지켜진 것은 작품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의복이나 식생활 정도만 좀 중세 일본과 비슷할 뿐. 단 황가의 문장은 일본 설화에서 나오는 동물이다.[5] 이 과정에서 다른 외국의 문화도 많이 섞였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6] 다만 자신들과 접촉하기 이전에 독자적으로 성간항행기술을 갖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는 여러 성계로 이뤄진 성간국가들은 물론이고 샘슨의 고향인 미드그래트처럼 단일행성국가지만 성간항행기술을 가진 경우도 포함해서 먼저 침략한 적은 없다고 한다. 성간항행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세력은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작중에 보면 본편의 시작 전에 라마쥬가 황태녀 시절 다른 성간 국가인 '샤샤인 연방'을 합병시켰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은 침략주의 국가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7] 우주항행, 그에 따른 무역과 외교, 그리고 군사. 식민지는 지상 자치권과 치안을 위한 소규모 지상병력을 가질 수 있으나 해당 성계를 영지로 소유한 아브 귀족에 속한다. 아브 귀족은 성계의 항성을 이용한 반물질 플랜트나 무역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지상인이 우주에서 출세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아브 제국에 기술자나 군인으로 복무 한다던지 등이다. 쉽게 말해서 침략자 아브에게 '협력'하면. 작중 진트 외에도 아브 외 인물들은 많이 나오나 적(=타국)이나 지상인이 아니면 함선 기술자등 고급 기술자다.[8] 다만 이들은 적어도 지하에 살게 가두지 않고 우주로 나오는 것만 막았다. 그렇다고 땅 속에서 나오면 수인 써서 학살하는 로제놈과 달리 다른 별로 가는 것을 금지한 것도 아니다. 직업에 따라선 우주선에 타고 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9] 제국의 부정적인 면이 아주 약간씩 나오긴 한다. 아브의 지옥이나 페브다슈 남작 크로와르, 그리고 단장의 이야기들 중 '군림'에서 소돔과 고모라 수준으로 타락해가는 세계로 묘사된 레토파뉴 대공국의 모습 등등.[10] 어떻게 보면 '승자에게 절대복종'이라는 특유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11] 이 때문에 진트는 전기 3권에선 마틴에서 영구 추방된다.[12] 쿠 후린는 너 정도 내가 받아줄 수 있다고 넉살 좋게 말해주지만 말이다.[13] 틸이 구해줬을 수도 있다지만... 자칫 잘못하면 틸조차도 한패로 몰려 살해당했을 수도 있다.[14] 진트 개인만 놓고 보면 델크트에 눌러 앉는 건 가능하긴 했다.[15] 최소한 전력적으로 이길 수 있거나 대등해야지 싸움이건 전쟁이건 할 수 있는 법이다. 100% 질 싸움에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 상황에선 확실히 질 것을 알면서 마틴의 시민들의 목숨을 바치게 하는 것보다 희생이 없는 시점에 전면 항복하는게 났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록 린이 마틴 사람들을 위해 그랬다면 맞는 말이지만 록 린은 자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항복한 것이므로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록 린의 행보는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은 꼴일 뿐이다.[16] 가장 약한 연습용 질량탄으로 마틴 최고의 대궤도 병기를 박살냈다는 것을 기억하자.[17] 고찰이 부족하다느니, 고찰을 했느냐느니 그런 문제가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냥 사랑하는 마틴을 위해서, 사랑하는 마틴인들을 위해서 고찰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고찰을 했느니 안 했다느니 그런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그런 고찰을 뛰어넘은 개념으로 봐야 할 수도 있다.[18] 마틴 사람들이 성계군에게 했던 공격은 성계군 장교에게 시덥지 않은 장난기로 시작한 모의전 취급을 받았는데, 정작 틸은 성계군의 연습용 질량탄을 한정적인 정식 공격으로 착각했었다.[19] 중세 일본의 영주와 같다. 다 죽여도 뭐라 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유럽의 영주보다 일본의 영주가 훨씬 더 심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브의 체계에서 '영지'는 사실상 영주만을 위한 세계이다. 크로와르의 경우가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다.[20] 가족의 식탁에서 빚을 내서 우주선을 대여했기 때문에 반물질 공장 만들어 팔아먹지 않으면 빚쟁이 상태로 놓인다는 것도 있겠지만서도.[21] 다만 아브의 탄생비화에 대한 단편에서 그 집단 자체는 이시하라 신타로 마냥 문화규제를 했다 나온다. 다만 아브의 탄생에 관여한 인간중 핵심인물이 그쪽 문화에 빠져사는 인간이란게(...)[22] 실제 일본의 '특정 취미 애호가 오덕'에는 극우, 국수, 배타적 성향을 보이는 자들이 적지 않다. 당장 애니만 봐도 정신줄 쏙빠지는(…).[23] 단장1권 '창세'에서 아브가 만들어진 이유가 행성개척에 있다고 밝혀졌다.[24] 이런 식으로 추상적/이론적인 분석 틀이나 주장을 어떠한 실제 행동에 끼워맞춰서 그 정당화의 근거로 삼는 사고방식은 극단적 교조주의에 빠지는 정석테크다.[25] 가령 몽골 제국의 팽창으로 일어난 살육이 대영제국의 정복 활동에서 나타난 살육보다 도덕적으로 '더 낫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물론 순수하게 정치/철학/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서구적인 근대성의 유무가 두 가지 현상의 차이를 분석하는 데 유의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평가에서나 그럴 뿐이고, 침략 행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26]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진트의 고향 마틴은 매우 특이한 행성이다. 성간항행기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년 동안 독립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자립하여 왔다. 인류통합체 소속일 때도 중앙정부의 간섭 등을 배제했다는 듯이 여겨지는 표현도 보인다.[27] 다만 행성 마틴의 사례를 과연 현대인 독자의 관점에서 볼 때도 특이한 사례라고 보야야 할 지는 의문인데, 본작 및 이 문서를 보고 있는 독자의 대부분은 이미 마틴의 사례보다 더 특이한 사례를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태양계의 세번째 행성인 지구의 사례로써, 이 행성에 거주하는 인간이라는 종족은 행성 마틴보다 더 빈약한 기술적 기반에서도 마틴의 수백년보다 훨씬 더 긴 수천년(기준에 따라서는 1만년 이상)의 기간동안 고립된 행성 내에서 독립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자립하여 생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작중에서 해당 장면 자체가 아브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성계 단위의 고립된 경제를 운영하겠다니, 터무니없다"고 개탄하는 아브 관료에게 진트가 "마틴은 이미 수백년간 잘만 해왔다"고 일침을 놓는 모습이고 인류의 역사를 잘 아는 독자들로써는 당연히 진트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아브 특유의 편협함을 인식하게 되는 장면이기도 한 것이다. 또 덤으로, 인류 통합체 및 연합군에 점령중이던 당시 마틴의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간섭을 정말 배제했는지도 의문인데 록 린의 친구였다가 정적이 된 틸 콜린트의 경우 록 린을 매국행위로 처벌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행성 마틴의 법에 의한 정당한 재판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마틴에 주둔한 인류 연합체등 주둔군이 일방적으로 록 린을 처형하는 것을 전혀 막지 못한것으로 보아 성간 중앙집권국가를 지향하는 인류 연합체 역시 마틴의 자치권을 존중할 의사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28] 사실, 이 부분은 아이작 아시모프파운데이션 이래 은하제국을 등장시킨 대부분의 SF 작품들이 사용하는 클리셰다. 인류의 거주범위가 은하 단위로 확장될 경우, 교통이나 통신, 통제력의 한계로 인하여 정치체제가 봉건제국 수준으로 퇴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29] 널리 알려진 대로, 파운데이션의 모티브가 된 것은 에드워드 기번로마제국 쇠망사이다[30]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좋은 정치의 실현' 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만한 명분이지만 문제는 독재자나 부패정치인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건 다 좋은 정치를 위한 심모원려의 일부' 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평가 가 없는 명분은 아무 의미도 없는 헛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31] 말하자면 작중 등장하는 아브라는 종족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