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12-14 17:59:06

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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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전통_아교.jpg 파일:StewMac_Hide_Glue.png
<rowcolor=black,white> 한국 전통 방식으로 만든 아교
한우 가죽으로 만든 전통 아교로, 숭례문 복구에도 사용되었다.
가루 형태로 가공된 서양식 가죽 아교
1. 개요2. 특징
2.1. 제조법과 사용법2.2. 용도
3. 기타

1. 개요

, glue, 갖풀[1]

동물의 가죽, 힘줄, 골수[2], 물고기의 뼈·부레[3] 등을 끓여 젤라틴 위주의 성분만을 추출한 점성이 있는 물체로, 주로 접착제 등의 용도로 쓰지만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2. 특징

사실상 근대까지 인간이 쓸 수 있었던 접착제 중에서는 가장 접착력이 셌기에[4] 꽤 널리 쓰였고, 지금도 여전히 책등(의 종이가 모이는 부분)을 비롯해 여러 곳에 쓰인다. 가죽 및 소의 부산물을 활용한 아교가 가장 대표적으로, 소의 여기저기를 다 떼어 온갖 먹을 것으로 먹고 남는 나머지 안 쓰는 폐기물급의 재료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과거 아직 재료공학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때에는 아교 말고는 무언가를 단단하게 접착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던데다가, 소의 부산물, 동물의 가죽, 생선의 부레 등 버리는 재료들을 사용하여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었기에 널리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순간접착제 등 다양한 선택지가 나왔기에 몇몇 특수한 목적을 제외하면 사용하는 경우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실제로도 아교는 뜨겁게 달군 뒤에 바로 붙여야지만 효과가 있는데, 애매하게 뜨거운 상태로 붙여버리면 접착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 잘 붙였더라도 온습도가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상태가 변성되면서 접착력이 줄어들고, 아예 떨어질 수도 있는 등, 현대적인 접착제들과 비교하면 사용하기가 불편한 점도 있었다. 거기다가 동물의 부산물로 만든다는 특성상, 그 지독한 냄새 때문에 사용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모습은 진한 갈색의 약간 투명한 고체로, 갱이나 캐러멜과 비슷하게 생겼고, 길이 20 - 30 cm에 폭 1 - 2 cm 정도의 막대 형태, 혹은 이것보다 작게 조각내거나 아예 바로 물에 섞어서 쓸 수 있도록 입자가 큰 가루 형태로 묶어 팔기도 한다. 만져 보면 플라스틱 내지는 나무토막 마냥 무진장 딱딱하다. 힘을 주면 휘어지는 글루건의 글루 스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예전에는 동네 철물점에서도 흔히 팔았지만 동네 철물점이 대부분 사라진 뒤에는 공구 상가의 전문점 및 온라인 정도로만 구할 수 있는 형편. "풀" 용도 아교는 그리 비싸지 않다.

2.1. 제조법과 사용법

소의 가죽, 물고기의 부레 등 부산물들을 잘게 자른 뒤, 물에 넣고 졸아들 때까지 끓인다. 이렇게 하면 안쪽에 있는 젤라틴 성분이 물에 녹아나오면서 조금씩 끈적거리는 상태가 되는데, 어느 정도 점도가 높아지면 끓이는 것을 그만두고 체에 걸러 액체 성분만을 모은 뒤, 굳히면 완성된다. 이걸 막대기 형태로 가공하든, 아니면 입자감이 굵은 가루 형태로 만들든 추후에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거나 소분하여 보관하고 그때그때 꺼내서 쓰면 된다.

시판되는 막대 형태의 아교는 그냥 만져보면 딱딱하고 반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처럼 생겼으나, 이걸 타지 않도록 중탕 가열하면 다시 점성이 있는 끈적거리는 액체 상태가 되며, 이걸 가열하여 녹인 뒤, 냉각되기 전에 붙이고자 하는 위치에 바르고 다시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루건과 사용방법이 완전히 일치하며, 유일하게 다른 점은 글루건처럼 전기를 사용하여 녹이는 것이 아닌, 중탕을 통해 녹여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2.2. 용도

  • 붓글씨 할 때 쓰는 그을음을 모아 아교랑 섞어서 빚은 것이다. 영상 물론 한국화를 비롯한 동양화의 물감을 만들 때 필수적이며, 전문가급으로 가면 광석을 빻아 만든 안료를 직접 아교와 섞어 사용한다. 자세한 과정은 한국화 문서의 준비물 문단 참조.
  • 한국 전통으로 민어부레만을 이용해서 만든 부레풀은 각궁 등 목기의 제작 및 보수에 고급품으로서 유용하게 쓰였다. 동영상[5]
  • 가구를 만들 때에도 많이 쓰였다. 1990년대 이전 동네마다 하나쯤 있던 목공소, 가구점에서는 항상 아교가 들어 있는 중탕 물솥이 끓고 있어서 늘 아교 냄새가 났다. 아교 냄새는 옻칠과 함께 새 가구에서 나는 냄새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수성 목공 접착제 오공 본드가 나온 뒤에는 아교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 바이올린이나 기타악기를 제작할 때도 사용되었다. 현재는 대부분 타이트본드 등 현대적인 목공용 접착제로 대체되었으나, 몇몇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되는 고가의 악기들은 값비싼 인건비와 수고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아교를 사용하여 제작되기도 한다. 아교를 사용하여 제작된 악기들은 온습도 관리가 부실하면 아교의 접착력이 떨어져 접합부가 열리는 등 파손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여 관리해줘야만 한다.
  • 국악기 대금을 붙일 때 쓰인다. 아교를 물에 적신 다음 청공에 바른 뒤 그 접착력으로 청을 붙이는데, 청을 굳이 아교로 붙이는 이유는 아교가 물에 닿으면 접착력이 떨어져, 늘어진 청을 다시 당겨 수정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6]
  • 본초강목에도 나오는 오랜 약재이다. 중국에서는 특히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아교를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에 쓰는데, 한국에서 인삼, 홍삼, 녹용 정도의 고급 재료로 쳐준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에 중국의 소득수준도 높아지면서 아교의 수요가 크게 늘자, 2000년대 들어 중국 내 당나귀 사육 마릿수가 크게 줄고 값이 폭등했다. 그러자 중국 업자들은 가짜 아교를 만들거나, 아프리카와 인도의 당나귀들을 싹쓸이하여 해당 국가에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1#2

3. 기타

  • 2011년 새해에 방영된 KBS2 스펀지에서 악취 지폐를 만든 적이 있다고 나왔는데, 이거는 보존성을 목적으로 지폐에다 아교를 바른 것이다.
  •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투옥되어 노역 중이던 독립투사들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 하여 공업용 아교를 구워 먹기도 했다. [7]
  • 위화도 회군의 4불가론의 하나로서, "넷째, 지금 한창 장마철이므로 활은 아교가 풀어지고, 많은 군사들은 역병을 앓을 것이다."라는 부분만 봐도, 활(특히 각궁)처럼 강력한 장력이 걸리는 곳에는 아교 말고는 딱히 쓸만한 접착력을 가진 접착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전통 아교를 제조하는 방법의 맥이 끊어져버려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서양식 접착제나 일본에서 수입해온 아교를 사용해야 했으나, 2019년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 아교를 제작하는 방법이 복원되고 생산시설 구축에도 성공하였다. 해당 방법으로 제작된 전통 아교는 이후 숭례문 복원에도 사용되었다. (관련 기사)
  • 윤오영의 유명한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의 후반부의 죽기 제작하는 과정에서 언급되는데, 바로 부레를 쓴 어교다.
    옛부터 내려오는 죽기(竹器)는 혹 대쪽이 떨어지면 쪽을 대고 물수건으로 겉을 씻고 곧 뜨거운 인두로 다리면 다시 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죽기는 대쪽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죽기에 대를 붙일 때, 질 좋은 부레를 잘 녹여서 흠뻑 칠한 뒤에 볕에 쪼여 말린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붙인다. 이것을 소라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접착제를 써서 직접 붙인다. 금방 붙는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소라 붙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 언젠가부터 중국산 새우 중에 아교를 주입해서 더 크게 부풀리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싼데 새우가 비정상적으로 큰 새우면 아교 새우라고 의심할 수 있다.
  • 목공용 접착제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인 Titebond에서도 목공 용도로 사용하는 아교로 Genuine Hide Glue를 판매하고 있다.
  • 일렉트릭 기타, 어쿠스틱 기타 제조사인 깁슨의 사장을 지낸 것으로 유명한 기업인 테드 맥카티는 기타의 프렛을 지판에 붙일 때 당대에도 이미 널리 쓰이고 있었던 본드 대신 아교를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테드 맥카티로부터 기타 제작과 관련된 여러 팁들을 전수받았던 PRS의 설립자 폴 리드 스미스 또한 여기서 착안하여 아교를 사용하려 했다가 지독한 냄새 때문에 포기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 서양권에선 말이 죽으면 아교로 만든다는 이미지가 있다. # 동물농장의 복서가 팔려가는 마차에서도 아교를 만든다는 선전문구가 써있고, 말딸이 서구권에서 정식 서비스를 한 다음부터는 실적이 안좋은 우마무스메들을 너 아교 공장 보내버린다 하는 밈이 흥했다.
  • 중국에서는 당나귀의 아교인 어자오(阿膠)를 식용 및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보양식으로 명성이 높다. 허나 이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심지어 케냐와 같은 다른 나라에서 당나귀를 대규모로 사다가 도살하는 등의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1] 순우리말[2] 이렇게 동물성이라면 영어로는 Animal glue라 부르며 가죽에서 추출하였다면 Hide glue라고 한다.[3] 생선을 이용하여 만든 아교는 '어교'라고한다. 영어로는 Fish glue라 부른다.[4] 사실 현대의 순간 접착제같은 물건과 견줘보면 센 편은 아니지만 범용성이 워낙 뛰어나서 여기저기 이것저것 섞어 많이 사용했다.[5] 민어 부레로 만든 어교는 접착 후에 휘거나 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아 활을 만드는 경우에 적합하다고 한다.[6] 요즘은 편리성을 이유로, 아교 대신 물풀로 청을 붙이거나, 아예 청테이프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7] 주 성분이 동물의 결합조직을 졸여 만든 콜라겐에서 나온 젤라틴이니 깨끗하게 만들었다면 먹어서 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원료가 도살 부산물인 만큼 지저분하게 만들고 방부제나 가수분해를 위한 산(acid) 등 다른 못 먹을 것이 들었을지도 모르니 먹어서 좋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