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22:30:52

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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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효능3. 종류
3.1. 녹용으로 쓸 수 없는 것
4. 세분류5. 유통
5.1. 개인적인 구매의 주의
6. 여담

1. 개요

鹿

한약재의 일종으로 사슴의 새로 돋은 을 잘라낸 것을 일컫는 말. 뿔이 다 자란 뒤 저절로 떨어진 것은 녹각이라 한다.

프리온 질환인 만성 소모성 질병의 위험성 때문에 복용시 주의가 필요하다.

2. 효능

녹용이 들어간 약은 황록색을 띠는데, 은은한 단맛이 나고 동물 약재 특유의 비린내가 살짝 난다. 효능은 보정강장(補精強壯). 기본적으로 크게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아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녹용이 들어가는 '녹용대보탕'의 경우 사용처가 '큰 병을 앓은 직후 회복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동의보감에 실린 내용)

단 열이 많은 경우에는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이것도 체질을 탄다. 일반적으로 사상의학에서는 태음인 약에 속한다. 여기서 열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체온이 높다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서 열은 양적 기능이 활발하다는 것으로 보통 인체 기능의 항진을 말한다. 그래서 현대의학적으로도 그 사람의 생리 기능이 항진되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대개 한의학에서는 열증으로 많이 분류된다.

한편 어린아이에게 먹이면 바보가 된다거나 머리가 둔해진다, 살이 찐다는 속설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귀한 녹용을 어르신을 앞에 두고 감히 먹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서려있다. 거기다가 조선 시대에 녹용은 궁중에서만 취급했는데, 이러니 안 그래도 구하기 쉽지 않은 녹용이 더욱 귀해지고, 궁 내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자식한테 먹여 보려고 녹용을 훔쳐가는 일이 잦았다. 벌을 준다고 해도 몰래몰래 약방 창고까지 털어가니 차라리 이런 속설을 퍼뜨려서 막았다는 설도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양의 성질로 구분되므로, 굳이 양기를 보충하는 녹용을 먹을 필요가 없기도 하고. 다만 양기 자체가 위로 뻗치는 성질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 지연 등에는 적극적으로 쓰인다. 생리기능이 항진되는 약인데도 불구하고 먹으면 살이 찌는 경우가 분명히 있긴 한데, (특히 노인성의) 위장관의 무력이나 식욕부진, 위하수 등에도 자주 쓰이는 약이기 때문.

사실 보약필수요소는 아니다. 애초에 보약이란 것은 한의학의 8가지 치료법 중 한가지인 보법(補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약도 치료법 중 하나라서 결국은 상세한 변증과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도 안 하고 아무데서나 대충 지어먹지 말자. 그럴 경우 책임은 환자의 몫이다.

'살 안찐 사람은 살을 찌우게 하고, 살 찐 사람은 날씬하게 만들어준다.'라는 말도 안되는 만병통치 효능을 표방하는 건 돌팔이나 건강원 등의 짝퉁이 해대는 선전이다.

3. 종류

사슴이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녹용을 약으로 쓸 수 있는 사슴은 그 중 일부로 원화록과 대록, 매화록 등이 있는데 매화록은 중국 토종이나 한국 토종이나 거의 멸종해 버려서 다른 데서 들여온 매화록을 쓰고 있다. 중국은 겨우 매화록을 복원했다.

녹용 수입·판매업자들의 일반적인 분류는 러시아산 원용의 뿔(일명 '원녹용')이 1등급, 중국의 매화록(뜻은 꽃사슴), 원화록(중국산을 업계용어로 속칭 '깔깔이'라 한다) 등이 2등급, 뉴질랜드의 적록(보통 업계용어로는 '뉴짜')이 3등급이라는 인식. 다만 중국산은 저급 녹용의 혼용 위험 등이 있으므로 실제 한의사들은 뉴질랜드 녹용(뉴짜)을 더 선호한다. 미국엘크 같은 것은 논외로 이는 사슴의 광우병만성 소모성 질병(흔히 '광록병'이라고 칭했던 질병)의 위험성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 그 외에 마록이라는 것도 녹용 성분이 없기 때문에 금지먹었다. 농장에서 기르는 건 가끔 엘크 종도 있는데 이것은 아예 4등급(...) 방목이 중요한 듯.

3.1. 녹용으로 쓸 수 없는 것

순록이나 말코손바닥사슴, 인도사슴, 노루, 북미 흰꼬리사슴, 루사, 사불상 등은 녹용으로 쓸 수 없다. 사불상의 뿔은 녹용이라고 하지 않고 '미록의 뿔'이라고 하는데 녹용과 약효가 반대라고 한다. 종종 악질 업자들이 순록 뿔을 녹용이랍시고 팔아먹기도 한다.

순록의 뿔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암컷도 뿔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옛날에 유통할 정도로 유라시아 북쪽을 자주 드나들거나 신대륙에 도달하는 대업적을 쌓을 리가 없으므로 암컷의 뿔은 양기가 있네 없네 하는 건 나중에 갖다붙인 해석이고, 녹용에 대한 묘사로 '암컷에게는 뿔이 나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경우가 많기에 순록의 뿔은 녹용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1] 하지만 현대에는 필요에 따라서 암컷의 뿔을 키우기도 한다.

4. 세분류

녹용 자체는 분골, 상대, 중대, 하대로 분류되며 순서대로 뿔의 위쪽부터 뿌리(사슴머리) 부분으로 내려가는 명칭이다. 뿌리에 가까울 수록 좀 더 경화되어 있고 골질이 두껍지만, 정확하게 이를 구분하는 학술적 기준은 없는 상태이며, 사실상 잘라놓으면 대략적인 구분은 가능할 지언정 세세한 구분은 전문가도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가격은 산지가 같거나 심지어 한 사슴에서 잘랐다 해도 부위에 따라 심하면 2배 이상 나기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1~2 단계 정도의 제품들이 섞여서 유통된다고 보면 된다.

효능은 분골 > 상대 > 중대 > 하대 순으로 좋다고 보며, 이 중에서도 분골에 있는 지방부분을 기름분골 혹은 팁(tip)이라고 하여 최상품으로 친다. 다만 최근에는 분골이라 해도 이 지방부분이 다 잘려나간 상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통업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중국의 재벌가들에서 녹용팁을 상시 복용하기 위해 일종의 독점 수요가 있는지라 죄다 중국으로 쓸려나간다고. 또 하대 같은 건 찾는 사람이 없어 거의 유통되지도 않는다.

5. 유통

채취하여 건조한 뒤, 불에 그슬려 잔털을 다 태우고 털을 깎아낸 뒤 얇게 잘라 유통된다. 일부 홈쇼핑에서처럼 털이 다 달린 채로 피가 시뻘겋게 보이게 파는 것은 한약재로 쓰기 위한 녹용이 아닐 뿐더러, 그런 상태로 쓰면 피가 열에 의해 선지처럼 다 엉겨붙여 달이지도 못하고 녹용의 털은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다른 동물의 뿔도 마찬가지.

인삼 등과 함께 보약이 비싼 주범 중 하나로, 다른 초목류 약재의 10~100배 정도 비싸다(...).

그래서 홈쇼핑, 인터넷에서 널리 판매되는 녹용관련 건강기능식품은 언뜻 보기에는 저렴해 보이지만 실제 녹용 함량을 따져보면 녹용이 거의 들어가있지 않다. 소위 말하는 녹용이 세수한 물 수준. 비싸고 안 좋은 물건은 있을 수 있지만 싸고 좋은 물건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좋은 예. 그러므로 싼 값에 혹해서 인터넷, 홈쇼핑, 백화점 등에서 녹용이 미량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는 것 보다는 한의원에 가서 제대로 된 녹용 보약을 짓는 것을 권한다.

덤으로 말리지 않은 단면을 코에 가까이 대면 기생충이 빨려들어와 감염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이니[2], 제대로 유통된 녹용이 아니라면 함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5.1. 개인적인 구매의 주의

프리온 질환인 만성 소모성 질병의 위험이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사오거나 하지 말자. 법적으로 한의원 등에서는 대한민국약전이나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수재 한약재를 사용하여 한약을 조제하는 경우 제약회사에서 생산된 규격품만을 사용하여야 하고, 녹용 또한 그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3] 환자 개인이 소지한 비 의약품 녹용을 한의원 등에서 한약조제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과거에는 환자가 소지한 녹용을 첨가하여 약을 짓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한약재의 유통체계가 확립된 현재는 엄연한 불법이다. 허가받은 사슴농장이라도 예외없다.

특히 피 철철 흐르는 뿔 들고 한의원에 가서 "이걸로 보약지어 주세요"라고 하지 말자. 법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가지고 오면 원장이나 직원들은 이거 피 빼고 씻고 말리고 털 깎고 썰고 등등 오히려 인건비를 더 받고 싶을 정도의 수고가 들고, 그러한 생녹용은 의약품으로서 반드시 받아야 할 각종 이화학적 검사를 받지 않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사온 녹용은 결국 냉동실에서 몇 년 묵혀지다 잊혀지기 십상이니만큼(...) 녹용을 개인적으로 구매할 생각 하지 말고 한의원에서 제대로 진찰받고 약을 짓도록 하자. 한의원 등에서 알아서 좋은 녹용 쓴다. 받은 한의원에서도 심지어 몰래 버리고 그냥 구비된 녹용을 넣어준 경우가 있을 정도로(당연히 한약값에서 녹용 값만큼 할인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처치곤란인 물품이다..

고급인 러시아산 원용은 유통상 중국을 거쳐서 오게 되는데 거기서 섞일 우려도 있다.

6. 여담

한 마리의 수컷이 백 수십의 암컷과 교미한다거나, 사슴은 성질이 매우 음탕하여 누워 잘 때도 입을 꼬리 쪽으로 향한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사슴은 음탕한 동물로 간주되었다. 사슴에서 채취되는 녹용이 양기가 매우 강하여 남성의 정력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이런 속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1] 비슷한 예를 들자면, 고대 문헌에는 인삼에 보라색 꽃이 핀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 인삼 꽃은 흰색(보기에 따라 옅은 노란색이나 연두색) 이다. 따라서 고대 문헌의 인삼은 현대에 유통되는 인삼이 아니라, 인삼의 대용품으로 흔하게 사용되어왔고 실제로 꽃이 성숙하면 보라색이 되는 당삼(黨蔘 혹은 만삼蔓蔘)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려시대 이전의 처방은 인삼을 당삼으로 바꿔쓰는 경향이 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산 인삼은 고려삼이라고 해서 중국의 인삼과 아예 다르게 분류하기까지 한다.[2] 순록이나 일부 사슴류의 코에만 기생하는 기생충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사슴류 코 부분의 습도가 살아가기에 딱 적당하다고.[3]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재되어 있다. 따라서 녹용의 경우도 반드시 규격품 한약재를 사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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