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공작명왕(孔雀明王)은 불교, 특히 밀교에서 섬기는 명왕이다.불모대공작명왕(佛母大孔雀明王), 공작왕모보살(孔雀王母菩薩), 그리고 '공작왕'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원래는 인도의 신 마하마유리(महामायूरी, mahāmayūrī-vidyā-rājñī)인데, 인도 신화의 신들이 불교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다른 명왕들처럼 편입되었다. 불모, 왕모 등 '어머니 모'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마하마유리는 본디 여신이기 때문에 여자로 그려지지만 공작명왕은 남자로 나온다. 보통 관을 쓰고 일면사비(一面四臂)의 모습을 하고 금색의 공작새를 타고 있으며, 오른쪽 첫 번째 손에 연화(蓮花), 두 번째 손에 구연과(具緣果),[1] 왼쪽 첫 번째 손에 길상과(吉祥果, 석류), 두 번째 손에 5매의 공작우(孔雀羽, 공작의 꼬리 깃털)를 들고 있다. 보살상에는 팔이 둘, 여섯, 여덟인 것도 있다. 드물게 삼면팔비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면사비.
《화엄경》의 주존불인 대일여래(비로자나불)의 화신이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대일여래 수하의 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독사와 해충을 잡아먹는 공작을 신격화한 것으로, 명왕 중에서 유일하게 분노의 상을 띠지 않으며 대부분 자비로운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명왕이 본디 불교에 귀의하지 않는 어리석은 중생들을 제압하여 힘으로 귀의하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불교 전설에 한 비구니가 산에서 뱀에게 발을 물리자 석가모니는 '불모공작명왕대다라니(佛母孔雀明王大陀羅尼)'를 설법하고, 그러자 뱀독은 물론 모든 병이 나았다고 한다. 또 이 주문은 모든 재액을 물리치고 비를 불러 인간에게 이득을 준다고 한다.
밀호(密號)[2]인 불모금강(佛母金剛)은 어떠한 재난도 깨뜨릴 수 있다는 상징을 담고 있으며 언급한 바와 같이 능력은 비를 내리는 능력과 모든 재액을 물리치는 것. 이 능력은 현실적인 입장에서 상당히 쓸만했기 때문에 공작명왕의 초상을 그려 모시고 법회를 열면 재앙이 소멸되고 비가 온다고 생각하였다.
2. 대한민국의 공작명왕
《고려사절요》에 의하면 고려 예종 5년(1110) 4월 문덕전(文德殿)에서 국난을 타개하고자 '공작명왕도량(孔雀明王道場)'이라는 법회를 열었다고 한다. 고려 때 성행했는데 외적의 침입, 천재지변, 기우제를 지내야 할 때 열었다.그러나 조선시대 이후에는 공작명왕 신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불법을 수호하는 104위 신장(神將) 포함되어 신중탱화로 봉안되어 현재까지 미미하나마 명맥을 이어온다.
3. 대중문화 속의 공작명왕
두말 할 것도 없이 만화 《공작왕》 덕분에 많이 알려진 신이다. 여기서는 '사실은 루시퍼랑 동일 인물'이라는 당시로서는 쇼킹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다. 거기에 공작명왕의 설정[3]까지 짬뽕하여 다시 빛의 신으로 돌아와 모든 악을 멸하는 공작명왕이 되었다는 식으로 정체성이 상당히 왔다리 갔다리 한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2부가 나오면서 일본 신화의 스사노오랑 동일한 신이라는 둥 갑자기 산으로 가는 스토리로 인해 망작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이 만화에 나오는 공작왕의 쌍둥이인 천사왕(天蛇王)은 작가의 허구로, 현실의 종교가 숭앙하거나 존재한다고 믿는 신격이 아니다.CLAMP의 《성전》에서도 공작이라는 이름으로 등장. 이쪽에서는 마족보다 못한 죄로 인한 태어난 존재로 나오는데, CLAMP의 그림체가 다 그렇지만 여신과 남신 두 쪽으로 다 묘사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쪽은 그냥 사실 이름만 빌려오고 설정 자체가 공작명왕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 서유기에서는 사타동의 세 마왕 중 붕마왕 퇴치방법 얘기 중에 언급된다. 천지가 갈라지고 태초의 신수인 들짐승의 왕 기린과 날짐승의 왕 봉황이 사랑에 빠져 낳은 태초 직후의 존재 중 하나로 붕마왕 운정만리붕의 누나이다. 남동생보다 더 성정이 사납고 악독해 천리 밖의 사람을 남김없이 잡아먹다가 우연히 깨달음을 얻고 금신을 얻은 석가모니를 삼켰다. 뱃속에 있던 석가모니는 처음엔 뒷구멍으로 나오려 했지만 몸이 더럽혀질까 염려해 등을 가르고 나와 천계로 타고 가서 죽이려 했다. 그러나 과거불들이 만류하여 대신 어머니로 모시면서[4] 불교에 귀의시켜 공작명왕으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손오공이 "그럼 그 붕마왕 놈은 여래님의 외숙뻘 되는군요?"라고 놀리듯 말하자 석가여래가 급히 "그놈을 상대하려면 내가 나서야겠구나."라고 말을 돌리는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5] 이후 주자국에서 새태세에게 황후를 빼앗기고 쌍조실군증에 걸린 왕이 병에 걸린 원인으로도 언급이 된다. 주자국 왕이 왕자 시절에 수컷 공작을 쏴 죽인 일이 있었다. 암컷이 슬퍼하며 공작명왕에게 청하자, 그 왕자가 왕이 되면 3년 간 짝을 잃은 슬픔에 잠기게 하리라고 한다.
삼한습유에선 불모공작이 모자관계를 들먹이며 항복을 요구하나 여래는 "부모가 악행을 하려는데 그걸 그대로 따르는 건 효가 아니다" 라며 쿨하게 무시, 천라지망을 해제한다. 그런 상황에 공작은 분을 못 참고 부들부들거리다 그냥 날아가고, 이에 천군은 마군을 격파하면서 천마대전은 천군의 승리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