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4 02:37:00

더닝 크루거 효과

1. 개요2. 연구 계기와 발단
2.1. 우매함의 봉우리(mount stupid)
3. 대중적인 오남용
3.1. 잘못 알려진 그래프
4. 여담5. 관련 인용구


캡션

1. 개요

Dunning–Kruger effect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

즉, 모든 사람들이 "나는 중상위권(25~50%)쯤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2. 연구 계기와 발단

더닝 크루거 효과는 인지 편향 중 하나인데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코넬 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제안한 이론이다. 특정 분야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적당히 유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들은 자동차 운전, 체스, 테니스유머 감각, 문법 지식, 논리적 사고력 등의 부문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실제 성적에 비해 피험자 당사자의 등수 기대치(자신감)가 높았고 오히려 높은 성적을 받은 피험자들은 그 반대 경향을 보였다.

어디까지나 심리학의 수많은 연구 중 하나일 뿐, 이 효과에 대한 비판도 많고 항상 통하는 정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심리학의 많은 연구 결과가 그렇듯 교수와 같은 국가, 같은 학교의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을 좀 모아놓고 얻어낸 결과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연구자 이언 앤슨(I. G. Anson)이 2018년에 발표한 논문[1]에 따르면 정치지식이 평균 이하인 응답자들은 자신의 정치 이해 수준에 과잉 확신을 갖고 있으며, 이런 반응은 자신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쪽인지 의식할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정치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정치 잘 안다’ 착각” 이런 경향은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의 광신적인 행태를 잘 설명해 준다. 자신의 정치신념에 종교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열성적으로 활동한다.

2.1. 우매함의 봉우리(mount stupid)

파일:5WA.png
더닝 크루거 효과를 설명하는 그래프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틀리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하락하지만, 다시 배우면서 겸손한 자세로 모든 걸 알고 있는 게 아니라는 논리를 갖게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고원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 목표이다.

3. 대중적인 오남용

다른 수많은 심리학의 연구결과와 달리,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비판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사실상 과학이 아니라 격언처럼 사용되는 셈. 유독 이 효과만 거론되는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서 비판하는 인지적 편향을 가진 사람들 역시 이 표현으로 상대를 비판할 수 있으며, 이 표현을 오남용하는 것 자체도 인지적 편향이나 유사과학에 해당한다.

한국 같은 극단적 문화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유능함을 학벌 등으로 치환하는 자의적 해석도 자주 보인다. 어디까지나 이 논문에서 말하는 유능함은 자체적인 평가를 통해 얻어낸 점수로 측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더닝 크루거 효과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관념을 주장할 때 과학의 권위에 기대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적인 표현 중 '빈수레가 요란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일 수록 실력이 부족하다는 속담인데[2], 사람들이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확증편향으로, 실험목표와 실험과정이 순환 논리가 되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다 할 수 없다.[3]

3.1. 잘못 알려진 그래프

흔히 퍼진 아래 그래프는 더닝 크루거 효과가 아니다.
파일:Dunning-Kruger.jpg
더닝 크루거 효과로 잘못 알려진 그래프

인터넷 밈을 통해 퍼진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위 그래프 짤을 더닝 크루거 효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래프이다. 논문 PDF 이 그래프는 '한 사람이 모르던 뭔가를 배워갈 때 자신의 지식 수준에 대한 평가가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4][5]인데, 실제 논문의 연구는 단순히 사람들의 기대치와 실제 성적을 비교한 것뿐이다.
파일:Dunning–Kruger_Effect2.svg.png
실제 더닝 크루거 효과 그래프

잘못 알려진 그래프처럼 가운데가 양끝보다 낮은 형태는 논리력 영역에서만 나왔고, 최하위가 최상위보다 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원 논문에서는 유머, 논리력, 문법 영역에서 예측 점수와 실제 점수를 비교하였고,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나는 중상위권(25~50%)쯤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연구의 주 내용이다. 자신의 실력이 하위권에 있는 사람은 과대평가하고, 상위권(0%~25%)의 사람들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캡션

이 영상에서도 지적하듯이 더닝 크루거 효과는 우매함(stupidity)이나 초심자(beginner)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력의 부족(incompetence; poor performance)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2018년에 진행된 후속연구에 따르면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유능한 사람들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실력의 부족을 인정하며, 단지 약간의 실력만을 갖고 있을 때는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 메타인지가 없다 보니 실제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과하게 높긴 했지만 진짜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자신감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 2013년 대니얼 시먼스의 연구에서는 이 사람들에게 그들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려주더라도 오평가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들어서 '단순히 자신의 상대적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심리적인 차원에서 근거 없는 낙관성을 유지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파일:realdunning.png
이 문서를 읽은 후 다시 보는 그래프

하지만 이 그래프가 실제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가 아니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래프의 내용에 여러모로 공감을 느끼고 있으며 인터넷 등에서 잘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사람들을 놀리는 데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여전히 자주 쓰이고 있는 편이다.

4. 여담

  •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이 논문을 발표하고 2000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 더닝 본인은 더닝 크루거 효과의 명명 자체도 본인들이 한 것이 아니라며, 잘못 인용된 그래프가 자신의 연구결과보다 흥미롭다는 농담을 하였고 Gartner Hype Cycle에서 온 것이 아니냐는 코멘트를 남겼다. ChatGPT에 물어봤더니 본인이 만들었다는 답변이 나와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 유대교 랍비를 길러내는 율법학교 예시바에선 1학년을 '현자', 2학년을 '철학자'[6], 3학년을 '학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겸허한 자세로 배우는 사람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으며, 학생이 되려면 수년 동안 수업을 쌓아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7]
  • 이와 관련해 학위와 관련된 유머가 하나 있다.
    학사: 난 무엇이든 다 안다.

    석사: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

    박사: 난 아무것도 모른다.

    교수: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말하면 다들 믿는다.

    혹은 이런 내용으로도 전해진다.
    학사: 내가 뭘 아는지 알겠다.

    석사: 내가 뭘 모르는지 알겠다.

    박사: 내가 뭘 아는지 모르겠다.

    교수: 거짓말을 해도 다들 믿는다.

5. 관련 인용구

어지간한 문화권에서 관련된 명언이나 속담이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수박 겉 핥기"
— 한국 속담
"井蛙不可以語於海"(정와불가이어어해)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에 대한 얘기를 알아듣지 못한다.
장자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찰스 다윈
"One of the painful things about our time is that those who feel certainty are stupid, and those with any imagination and understanding are filled with doubt and indecision."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출처]
버트런드 러셀[9]
너 자신을 알라.[10]
델포이 신전에 써져 있는 문구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공자, 「논어 위정편」
[ruby(知者不言, ruby=지자불언)] [ruby(言者不知, ruby=언자부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노자, 「도덕경」
[ruby(學然後知不足, ruby=학연후지부족)]
배운 연후에야 부족함을 알 수 있다.
— 「예기
엉터리로 배운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더 어리석다.
벤저민 프랭클린
愚曚愚極 自謂我智 愚而勝智 是謂極愚
어리석고도 어리석은 사람은
제 자신을 두고 지혜롭다 하나니
어리석은데 뛰어나게 지혜롭다 말하면
그야말로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네.
— 「법구경 우암품」 6, 한글대장경 번역판
[ruby(至人何思何慮, ruby=지인하사하려)]. [ruby(愚人不識不知, ruby=우인불식부지)],
[ruby(可與論學, ruby=가여논학)], [ruby(亦可與建功, ruby=역가여건공)].
[ruby(唯中才的人, ruby=유중재적인)], [ruby(多一番思慮知識, ruby=다일번사려지식)],
[ruby(便多一番億度猜疑, ruby=편다일번억탁시의)], [ruby(事事難與下手, ruby=사사난여하수)].
학문과 덕이 극에 이른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랴.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는지라, 가히 더불어 학문도 논할 수 있고 또한 (사업도) 함께 하여 공을 세울 수 있다.[11] 오직 그 중간의 재사들은 생각과 지식이 많은지라, 한편으로 억측과 시기도 많아서 함께 하기 어려우니라.
— 홍자성, 「채근담」전집(前集) 219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종교산업에서 이단자가 추방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가 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안토니 제이[12]
무엇인가를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신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 아모스 트버스키[13]
책 한권의 사람이 무섭다.[14][15]
Nothing is more dangerous than an idea when it is the only one you have.
한 가지 생각만 가진 사람보다 위험한 사람은 없다.
— 에밀 "알랭" 샤르티에(프랑스의 철학자)
단 한 권의 책밖에 읽은 적이 없는 인간을 경계하라.
벤저민 디즈레일리


[1] Ian G. Anson(2018). Partisanship, Political Knowledge, and the Dunning-Kruger Effect. Political Psychology, Vol. 39, No. 5. 1173-1192.[2] 비슷한 속담으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도 있다.[3] 만약 겸손함과 능력의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한들,그 통계는 건전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사회 분위기상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겸손해 보이는 '척' 하는 사람들만 사람들의 눈에 띄거나 아니면 그러한 사람들만 사람들이 '능력이 있다' 라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4] 지식을 쌓을수록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고 느껴서 완전히 무지한 상태일 때보다 자기 지식 수준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낮아졌다가, 정말 많이 알았다고 생각될 때쯤 서서히 자기평가가 높아진다는 것.[5] x축을 한 사람의 성장 시간 흐름으로 많이 해석하지만 다양한 사람들 중 경험과 통찰이 낮은 경우부터 높은 사람을 열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6] 여기서 유래한 말이 대학 2학년생을 의미하는 'Sophomore'이다(지혜를 의미하는 접두사 'soph-'가 들어간다).[7] 출처: 유대인 이야기(홍익희 저) p. 203[출처] Part I: Man and Nature, Ch. 1: Current Perplexities, pp. 4–5 1950s, New Hopes for a Changing World (1951)[9] 여기 나온 다윈과 러셀의 말은 더닝과 크루거가 논문에 직접 인용한 것이다.[10] 너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라라는 뜻이다. 즉 자신이 바보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은 따라서 바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자신이 바보임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은 따라서 지금 상황에 만족하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11] '어리석은 사람'은 여기서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르치기 더 쉽다. 모차르트의 수업료 이야기(음악을 처음 배우는 사람보다 10년 동안 음악을 배운 사람에게 더 많은 수업료를 받더라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12] 에츠허르 다익스트라가 인용하기도 했다.[13] 전망이론을 제안한 인지심리학자. 실제로 신경생물학자들에 의하면 변연계를 제거하여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극히 합리적인 인간은 사소한 판단 하나 내리는데도 시간을 허비한다고 한다. 여기서 사소함이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의지력 차원의 문제를 이것 저것 재보며 할 정도의 비능률을 말한다. 실제로 극심한 강박장애 들을 보이는 환자들이 어떤 옷을 입을까 같은 작은 결정에 하루종일을 소비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는 사례들이 있다. 과학철학 분야에서도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과학자들조차 절대 그러지 않는다.) 이는 과도한 합리성과 과학성 추구가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비합리성으로 귀결되는 딜레마 중 하나이며, 직관과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결과이다. (이 항목의 맥락과는 관계가 없지만.)[14] 보통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으며, 원래 의미는 책 한 권을 꼼꼼히 읽은 사람이 나무위키나 웹발 정보처럼 수많은 정보를 대충 훑어서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지만 후세에는 반대로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아는 척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아는 척하는 좆문가를 까는 얘기다.[15] 사실 21세기 현대에는 후자의 해석이 더 현실적이다. 정보의 홍수라고 할 만큼 온갖 출처의 정보량이 가득한 정보화 시대에는, 편향되지 않은 폭넓은 정보의 수용과 팩트체크가 중요하며 오히려 특정 작가가 쓴 하나의 저서만 읽고서 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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