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7 12:30:30

달래 전설

1. 개요2. 해석3. 비슷한 설화4. 기타5. 관련 문서

1. 개요

'달래강 전설' 또는 '달래 고개 전설'[1]이라고도 전해지는 우리 나라의 전설. 그 얘기는 지방마다 좀 다르지만 대체로 이런 줄거리다.
소나기가 마구 쏟아지던 어느 날 멀리서 고갯길을 넘어 내려가던 오누이가 있었다. 둘은 비에 흠뻑 젖었는데, 문득 오빠는 비에 젖어 드러난 여동생몸매를 보고 음욕을 느낀 오빠가 이를 죄스럽게 생각하여 혼자서 번민하다가 여동생을 먼저 보낸 뒤[2] 돌로 자신의 성기를 내려치게 되었다. 그 뒤 여동생이 오빠가 처한 상황을 알고 "달래나 보지, 한번 달래나 보지!"하면서 슬피 울었다.

한편 일부 결말 중에는 여동생도 오빠의 뒤를 따라간다든가 동굴에서 여동생과 합일해서 오누이 사이에서 아기를 낳는 결말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전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이와 비슷한 설화가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사례로 '달래강 전설'이 있으며, 이 버전은 단지 두 오누이가 강을 건넌 뒤, 역시 물에 젖은 여동생의 모습에 욕정을 느낀다라는 것으로 단지 장소가 고개에서 강으로 바뀐 것이 차이라면 차이. 그 뒷이야기는 '달래고개 전설'과 동일하다.

그 밖에 지방마다 '남동생'과 '누나', '삼촌'과 '조카', '사촌누이' 등 인척 친척의 여러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참고로 달래강은 충주의 '달천'의 본명이다.

2. 해석

이 이야기의 초점은 근친혼 또는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이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모든 인류가 멸망하고 남매가 살아 결혼해 자식을 낳는 이야기가 있고[3] 일본 신화 또한 남매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서로 통혼하여 자녀신을 낳은 경력이 있지만 조선시대 이후에 한국은 유교 문화가 뿌리 깊게 지라잡은 이후엔 이런 비극적인 근친 전설이 탄생한 것일지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동생이 '달래나 보지'라며 여운을 남기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는 있다. 즉 금기 속에서도 남성성과 여성성의 결합에 대한 성적 열망을 남기는 것.

한편 "말했다가 거절당하더라도 달래나 보지"라고 했다는 버전도 있어, 여동생이 오빠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라도 해보지 그랬냐, 말을 했으면 뭔가 해결책이라도 찾아냈지 않겠니"의 뜻이라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해석도 있다.

3. 비슷한 설화

이외에도 창조신화 중 '남매혼 홍수 신화'가 존재하는데 복희여와의 설화와 거의 같다. 다만 맷돌 부분은 추가된 듯.
오랜 옛날, 천계 수문장이 물길을 잠시 터놓는다는 걸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 천계의 물이 지상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온 세상이 물에 잠겨, 각각 암수 한 쌍씩을 빼고 온 생명이 죽게 된다. 나중에 일이 커짐을 알게 된 천계 수문장이 이를 막았을 때는 이미 모든 생명이 죽었고 이 때 (인간으로)살아남은 것은 오누이였는데 그들은 근친결혼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다른 암수들이 서로 사랑하는 데에도 서로 피하기만 해서 이대로 두면 인류의 대가 끊어질 일이었다.

남매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천계의 신들에게 어떡하면 좋을 지 결정을 받고자 각각 서로 다른 곳에서 어떡하면 좋을지 답을 가르쳐달라며 기도한 뒤 불을 피워 연기를 냈다. 그러자 두 연기가 동시에 솟아 오르더니 서로 꼬이는 것이 아닌가. "짝을 맺으라는 하늘의 신호다" 이 때 두 남매는 한 가지 더 확인을 하기 위해 맷돌을 굴렸더니 역시 합쳐지게 되었다. 남매는 비로소 하늘이 그들의 사랑을 허락(명령)하였다는 것을 알고 서로 짝을 맺으니, 이들 남매에게서 태어난 것이 우리 사람들이라.

이 신화에서도 '달래 전설'처럼 비극적인 결말은 없지만 두 오누이가 근친상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듯이, '근친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4]

이런 근친에 대한 부정적인 설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타국에도 존재한다. 위의 내용은 동아시아 민족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신화적 모티프로, 천의시험이라고도 하며 암맷돌과 숫맷돌을 산 꼭대기에서 굴렸는데 합쳐졌다는 등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먀오족이나, 강족계통의 소수민족들 사이에서 거의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다른 형태로 예를 들면 오이디푸스는 부친을 살해하고 근친을 저지른 후 평생 그것을 후회하며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모드레드는 아더 왕과 그의 누이사이에서 난 자식으로, 아더 왕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해진 죄지만 그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아더 왕의 왕국이 멸망한다는 묘사 또한 존재한다. 특별히 한국의 유교 문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근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세계 공통인 것이다.[5]

4. 기타

오빠가 자진한 이유를 여동생이 어떻게 알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는 설화의 판본마다 유래가 제각기 달라 발생한 일로 어떤 설화에서는 오빠가 죽지 않고 성기만 찍은 채로 살아 있다가 죽었으며 여동생은 연유를 물어볼 수 있었다고 한다.

성기를 스스로 찍고 죽는 방식이 굉장히 특이한 자살방식임은 분명하므로 이 모습을 본 여동생이 "성욕을 해결하지 못해 죽었구나"라고 추정할 개연성은 있고, 여기에 굳이 따로 가자고 하던 부자연스러운 행동, 자신의 젖은 몸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하던 모습을 종합해 저런 결론을 내리는게 이상한 건 아니다. 여동생 역시 "한번 달래나 보지"라고 여운을 남긴 것을 보면 오빠쪽만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5. 관련 문서


[1] 충주라고도 전해지기도 하고, 경부고속도로 판교IC와 양재IC 사이에 있는 달래내고개라는 설도 있다.[2] 오빠가 먼저 여동생보다 앞으로 가서 이랬다는 판본도 있다. 그 판본에선 여동생이 제 갈길을 가다가 혼자 앞에 가서 오빠를 발견하게 되므로 더 개연성이 높아진다.[3] 애당초 그리스 신들부터가 근친으로 시작했다.[4] 복희여와 신화에선 오누이 신이 결혼하는 것이 후대에 유교적 관점에선 다소 불건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근친혼을 했다고 설명하기 위해 추가 된 이야기라고 한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신화에서 근친 이야기가 나타나는 것은 신화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은 각각이 세계에서 존재하는 특정한 성질들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도덕적인 관점과는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