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1-04 14:01:24

고종(조선에는 쿠데타가 필요해요)

1. 개요2. 작중 행적3. 평가4. 기타

1. 개요

조선에는 쿠데타가 필요해요의 등장인물.

원 역사의 고종 황제와 동일인물이다. 김시혁과 적대적 공생 관계인, 본작 핵심 반동 인물이자 사실상 제2주인공.

2. 작중 행적

노련한 일본 공사가 '약함을 이용할 줄 안다.'라며 치를 떨고 내각 구성원들 모두 경계할 정도로 음흉하고 위험한, 역사 속 고종을 그대로 구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약하면 그대로 잡아 먹히는 제국주의 시대에 나라를 운영할 능력은 전무하나 권력을 쥐고, 유지하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괴.

1차 친위 쿠데타로 왕권도 강화했고 황제 즉위까지 했으며 의화단 운동 개입으로 세종 이후 가장 많은 영토를 확보한 군주라는 업적도 챙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원 역사를 능가하는 발암 행보를 벌여 독자들도 고종 언제 퇴장하냐며 난리를 쳤고 극동전쟁 개전 직전 일어난 2차 쿠데타로 실권을 사실상 전부 빼앗긴다. 그럼에도 황위는 지킨 덕에 언젠가 김시혁을 또 엿먹이려는 거 아니냐는 우려는 남아있었고 예상대로 되었다.

전제군주정이 당연했던 20세기 초반, 500년 전제군주국의 왕이 민중의 의사,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움직여 막후에서 좌지우지 한다는 전위적 발상을 실현에 옮겼고, 이를 위해 역신이라며 치를 떨던 서재필과 그가 운영하는 독립신문을 참된 언론이라며 후원하는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동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김시혁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약점을 잡기 위해 몇달간 사생활을 캐고 다니기도 했는데 김시혁이 꼬투리 잡힐 짓을 전혀 하지 않아 헛물만 킨 적도 있다고.

극동전쟁 종전 이후 거의 10년 간 뒤에서 조장한 민의를 바탕으로 군부와 내각도 손댈 수 없는 거대한 정치적 압력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고, 이를 활용해 중추원황국협회 일변도로 채우고, 황실경위원과 제국익문사, 국가헌병대를 기반으로 내각, 군부를 견제한다. 극동전쟁 승리를 이끌어낸 성과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고종의 신하라는 데서 정당성을 얻는 내각과 군부는 간접적인 견제 이상은 하지 못하는 상태.

엄밀히 따지면 제2차 쿠데타 이후 정권을 장악한 테크노크라트들이 전후에도 비상 대권을 놓지 않은 탓이 크다. 황제의 신임에 기반한 내각인데도 황제를 배제한 채 국정을 주도하여 집권 정당성이 현저히 부족한 내각이기에, 실권을 상실했던 고종이 여론을 업고 공작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의 외교도 내각과 황실이 따로 전개하는 상황으로, 이로 인해 외교도 꼬여버려 러시아가 역으로 뤼순을 일본에 넘겨버리고 남만주를 유지하고 싶다면 파병하라는 요구를 해서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기에 이른다.

동부전선 원정군이 김시혁 측근 지휘관들로 꾸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정적인 의친왕을 감찰관 명목으로 붙여 둘다 곤경에 빠트릴 궁리를 하면서도, 김시혁을 대신할 지휘관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능력이 자신에게 꼭 필요함을 알기에 김시혁을 숙청하자는 박제순의 건의는 일언지하에 잘라버린다. 오히려 김시혁을 원정군 사령관으로 추대하도록 여론을 조장했고, 원정 나간 뒤에는 군사 부분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헌법 제정을 떡밥으로 던져 내각과 중추원을 갈라치고 자기 편을 늘릴 계획을 수립 중이며, 전쟁으로 도시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임오군란 이상의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지하고 유사시 강제로라도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해, 더하여 한성을 자신의 친위 세력으로 둘러싸기 위해 헌병대의 규모를 확충하고 이를 기존 근위사단과 강습보병대 주둔지에 밀어넣는다. 내장원이 장악한 황무지 다수를 목장으로 개간하여 황실 차원에서 도시로의 육류 공급을 보장하려고 애쓰는 것은 덤.[1]

3. 평가

빙의 대상이 아니면 조기 리타이어 전개가 보통인 고종을 원래 역사에서 보여준 모습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민의를 바탕으로 독재하고 싶은 전제군주라는 골 때리는 조합으로 기존 대역에 없는, 그리고 엄청나게 빡치는 새로운 고종상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는 현실의 21세기 선진국을 기준점으로 잡더라도, 작중 고종만큼 친대중적인 정치인은 드물다. 인품상으로는 원 역사보다 더 나빠졌지만 능력상으로는 원 역사보다 훨씬 유능해진 셈. 작중에서 묘사되는 고종의 정치질 능력은 원 역사의 고종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평이다.

자기 권력 확보에는 이토록 열심이나 막상 후대까지도 강력한 황권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황실이 계속 강력한 권위를 갖기를 원했다면 군부와 민중의 지지세가 확실한 의친왕을 순종 다음으로 지명해야 했지만, 아무런 존재감 없는 영친왕을 후계로 밀겠다는 뜻을 꺾지 않으면서 이용익에게 자기 사후에는 김시혁과 발맞춰 만사를 진행하라 지시한다. 순종이나 영친왕이 제어 못할 게 뻔한 근황파 역시 자기가 죽기 전에는 정리해버릴 생각이었다. 권력을 누리는 건 자신까지고 후대들은 왕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족하다 여긴다는 점에서 동시대 다른 전제군주들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4. 기타

본작의 주인공인 김시혁은 정치 감각이 떨어지는 군인형 주인공이다 보니 고종과 불편한 동거가 성립될 수 있었는데, 만약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 감각까지 괴물 수준인 주인공이었으면 그런 거 없었을 거라는 게 정설이다.

극중에서 반동인물 위치에 있으면서도 지식인이 아닌 민간인들이나 외국인들 사이에선 이미지가 무척 좋은 편인데, 백성들 관점에서는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많은 영토를 새로 획득한 전승 군주에 영조의 재위 기록마저 넘어선 최장수 나랏님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고, 외국인 시선에는 민권 향상에 적극적이고 서구 문물에도 전혀 배타적이지 않은 세련된 군주이기 때문이다.[2]

맥심포 총성이 클래식보다 감미롭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밀덕후로서, 단순히 화력이나 크기만 보는 게 아니라 디자인의 유려함과 미감까지 살피는 미학있는(?) 밀덕이라 삐까번쩍한 장비나 전함, 열병식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군사적 안목은 전무하나 이 밀덕 기질 덕분에 대한제국군의 신규 장비 도입은 쉽게 쉽게 되는지라 도움이 되긴 한다. 구식 파먼 복엽기를 뉴포르로 교체하려는 군부의 요청을 탁지부에서 예산 문제로 반려했을때 새 비행기를 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끼어들어 내탕금을 제공해줬고 노급 전함에 꽂혀서 프랑스와 미국을 찔러보았으며 프랑스제 전차 도입도 주도하는 등 최소 장비 도입 측면에서는 최고의 도우미라 봐도 될 정도다. 원 역사에서도 신문물 애호 기질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나름 고증이다.


[1] 민간의 설렁탕 가격 변동에 내재된 의미를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바뀌는 시대에 적응 못하고 끌려 내려간 동시대 전제군주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면모로, 고종의 발암 행각에 치를 떨던 독자들조차 혼자 보법이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2] 민권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는 고종 지지세가 압도적이니까. 설령 하루 아침에 대통령제 공화국으로 바뀌어도 황국협회 소속 후보로 출마해 압도적으로 당선 가능한 지지세라 민권이 확대되면 될수록 근황파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