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10-10 21:22:42

813(소설)

1. 개요2. 줄거리3. 여담

1. 개요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작품 중 하나. 전작인 기암성에서 아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잠시 은둔했던 아르센 뤼팽이 4년 만에 다시 복귀하여 활약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 최고 걸작을 꼽을 때 많이 거론되는 작품이다. 스케일이 전작들보다 훨씬 커졌고, 셜록 홈즈의 망령을 어느 정도 떨쳐버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도약기가 된 작품이다. 악명높은 헐록 숌즈가 등장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등장은 없고 거의 언급되는 수준이지만 뤼팽은 반나절만에 푼 문제를 이틀이나 걸려서야 푸는 등 여전히 뤼팽에게 밀리는 묘사가 나온다. 이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다음 작인 수정마개 부터다.

여전히 화려하긴 하지만, 기암성 이전까지 꽤 노골적이던 변장, 비밀통로 질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또한 전작 기암성과 마찬가지로 제법 비극적인 결말로 귀결되며, 자신의 야망을 위해 남에게 멀쩡한 손가락을 자르도록 강요하는 냉혹함, (나중에 밝혀내긴 하지만) 진범의 손바닥 위에서 완전히 농락당하는 허술함, 원대한 계획이 완전히 물거품이 된 이후 허무함과 좌절감에 빠진 행보를 보면 뤼팽이 완전무결한 초인이 아니라는 것을 환기시킨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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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팽의 궁극적인 음모는 한 부랑자를 독일의 어느 선제후 대공의 자손으로 만들어서, 그를 마음대로 조종하여 궁극적으로 알자스-로렌을 되찾는 것이었다.(공국이 알자스-로렌에 인접한 위치라는 설정) 사실상 유럽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 4년간 뤼팽이 뭘 했는가 하면, 코친차이나로 가는 길에 죽은 '르노르망'이라는 사람의 신분을 훔쳐서 그로 변장하고 경찰이 되어 경찰국장까지 된다.[1]
  • 또한 뤼팽은 세르닌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귀족으로도 행세하고 있었다. 뤼팽은 유모에게 맡긴 자신의 딸을 자신이 만들게 될 펠덴츠 공국의 공비로 만들어 줄 계획이었다. 풀 네임인 '폴 세르닌(Paul Sernine)'은 다름아닌 '아르센 뤼팽(Arsene Lupin)'의 애너그램.
  • 숫자 '813'의 비밀은 독일 황실에서 비밀리에 오고간 비공개 서한들[2]이 보관된, 괘종시계로 위장된 비밀금고를 여는 비밀번호였다.
  • 숫자 '813'의 비밀 못지 않게 의문을 자아내는 살인자 이니셜 L.M. 즉 루이 드 말레이히(루드비히 폰 말레이히)의 정체는 다름 아닌 피살된 루돌프 케셀바흐의 부인인 돌로레스 케셀바흐였다. 루돌프는 부인의 이름인 돌로레스의 뜻이 '고통'인 것에 착안해서 둘만 있을 때는 그녀를 기쁨이라는 뜻의 '레티시아(Laetitia)'라고 부르곤 했으며 그녀에게 주는 모든 선물에 이 이니셜을 타공했다. L.M.은 그녀의 결혼 전 진짜 성[3]을 따른 '레티시아 드 말레이히'의 약자이다. 즉 그녀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가련한 여인인 동시에 뤼팽의 계획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하나 둘 살해해 나간 연쇄 살인마였던 것. 결국 뤼팽은 그녀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몰리자 그녀를 죽인다. 최후의 순간까지 그 아르센 뤼팽을 손바닥 위에서 갖고 놀았다는 점만 봐도 칼리오스트로 백작 부인과 함께 시리즈 내 최강의 여성 악당이라 할 수 있겠다. 여담으로, 뤼팽은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그녀와도 썸을 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죽인 후 뤼팽은 크게 좌절한다.
  • 뤼팽이 루이 드 말레이히로 잘못 알고 사형을 선고받게 만든 레옹 마시에는 뤼팽이 진짜를 밝혀낸 그 다음날에 처형될 예정이었고 사실을 알게 된 뤼팽은 그의 구명을 위해 급히 차를 몰아 밤을 세워 파리로 달려갔으나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집행이 끝나 있었다. 본인의 실수로 사람을 죽게 한 뤼팽은 또 한번 좌절한다.
  • 사건이 일단락된 후 자괴감에 빠진 뤼팽은 자신이 입수한 서한의 진본들을 빌헬름 2세에게 넘기고 자신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 했으나 자살에 실패하자[4] 모로코로 파견되는 외인부대에 자원한다.[5]
  • 작중 나오는 주느비에브는 뤼팽의 딸이다.

3. 여담

이 소설이 프랑스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모리스 르블랑레지옹 도뇌르 훈장 슈발리에를 받기도 했다. 작중 독일 황제의 제안을 뤼팽이 프랑스 국민이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장면 등이 그 예. 이 배경에는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연재되던 시기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한 후, 프랑스 내에서 프로이센의 적자인 독일 제국에 대한 증오와 민족주의가 강해지던 시기였다는 점이 있다.[6] 결국 이러한 프랑스의 국민감정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완전히 폭발하게 된다.

물론 단순히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는 이유만은 아니고 당시 아르센 뤼팽 시리즈 자체가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 크다.


[1]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에도 등장했던 전임 경찰국장 뒤두이는 작품 시작 전에 이미 작고했으며 그 후임으로 임명되었다.[2] 그 중에는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해외 식민지 일부를 양도받는 대가로 독일은 해군의 군비 감축 및 알자스-로렌의 프랑스 반환을 약속하는 프리드리히 3세의 각서도 포함되어 있었다.[3] 돌로레스의 집안이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정신병자에 알콜중독자인지라, 루돌프의 입장에서는 그녀를 그 집안에서 꺼내주고 국적까지 바꿔가며 다른 이름모를 '아몬티' 집안의 자녀로 만든 뒤 그녀와 혼인했다. 그래서 법적으로 돌로레스의 처녀적 이름은 돌로레스 아몬티이다.[4]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호랑이 이빨'이라는 후속작에서 밝혀진다. 바다에 떨어졌을 때 마침 근처에 배 한 척이 지나가고 있어서 구조받았다고.[5] 후속작 "황금 삼각형"에 등장하는 인물 상당수가 뤼팽의 외인부대 동기들이다.[6] 이러한 시대 배경을 많이 드러낸 작가 중에 알퐁스 도데가 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프랑스에서 독일(프로이센)로 넘어가게 된 알자스 로렌 지방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수업이 도데의 대표작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