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痕跡器官 / vestigial organ생물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생존에 필요 없는 기관들이 점점 축소, 혹은 퇴화되어 가고 결국 기능을 거의 잃은 채 말 그대로 흔적만 남아있는 기관을 말한다.
헷갈리면 안 되는 게 흔적기관은 아예 쓸모 없는 기관이 아니며 사실상 효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퇴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거나[1] 본래의 용도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2]하기도 한다. 드물게 아예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2. 상세
사람에게는 대표적인 예로 발가락, 충수돌기(막창자꼬리)[3]와 사랑니, 편도선, 꼬리뼈, 눈물 언덕(반월추벽)[4], 동이근, 긴손바닥근, 이루공[5], 야콥슨 기관, 잔털[6], 부유방 등이 있다.발가락의 경우, 영장류는 발과 손의 구조가 유사해 무언가를 움켜쥘 수 있지만 인간은 직립 보행에 특화되도록 진화하면서 발가락이 짧아지고 엄지도 나머지랑 같은 방향으로 나게 되었다.
충수돌기의 경우, 토끼에게는 소화기관 내 유익균을 관리하는 역할이 있지만 사람에게는 기껏해야 맹장염이나 일으키는 무의미한 기관이다. 다만 충수돌기가 면역에 관여한다는 설이 있기는 하다. 충수돌기는 박테리아를 잔뜩 보유하고 있는데 대장에 원래 서식하고 있던 박테리아들이 배탈이 나서 쓸려나갈 경우 충수돌기에서 박테리아를 대장쪽으로 보내 대장의 생태균형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충수돌기에 박테리아가 많으므로 충수염을 일으키다가 심해져서 구멍이 생기거나 충수의 혈관을 통해 박테리아가 몸 안에 퍼지게 되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사랑니는 턱이 넓은 인류의 조상에게는 제 역할을 했지만 진화를 거듭하며 턱이 좁아진 현재의 인류에게는 사랑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사랑니가 제대로 날 공간이 없어져 휘어지거나 옆으로 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동안 사랑니의 역할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밖에 없다고 생각됐지만 의학의 발달로 심하게 기형이거나 깊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에는 사랑니도 어금니의 일종이므로 기존에 난 어금니가 제 기능을 못할 때 사랑니를 사용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자가치아이식술 문서 참고.
꼬리뼈는 앉을때 무게를 지탱해 주는 일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다.
동이근의 경우, 동물들은 여러 방향으로 귀를 움직일 수 있는데 귀(耳)를 움직이는(動) 근육(筋)을 이용하는 것이다. 과거 인류도 이를 활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드물게 능력이 잔존한 일부 사람들이 살짝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이며 아예 귀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7][8]
이루공의 경우, 귓바퀴와 얼굴이 붙는 곳 근처에, 피어싱을 해도 괜찮을 법한 자리에 피어싱을 한 듯한 구멍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예전 아가미의 흔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어류와 인간을 예로 들기도 하며 태아때 귓바퀴와 얼굴이 잘 붙지 않아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간 외에 다른 동물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그 예로 두더지나 동굴 생물의 눈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살다 보니 눈의 필요성이 없어졌지만 기관의 흔적은 존재한다. 고래는 물 속 생활에 적응하면서 앞다리는 지느러미로 바뀌고 뒷다리는 사라졌지만 뒷다리뼈가 퇴화한 형태로나마 남아 있다.
학설에 따라서 포유류 수컷의 유두를 흔적기관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전술했듯 흔적기관은 진화생물학의 증거 중 하나여서 창조설을 주장하는 자들에게 반박할 때 언급될 때가 많다. 물론 살아있는 화석과 마찬가지로 역으로 진화론 반박 차원에서 나오기도 한다. "진화가 사실이라면 이미 진작에 다 죽어버렸어야 할 실러캔스 같은 것은 왜 아직까지 남아있는 겁니까?" 란다거나 "정말 진화가 사실이라면 생존에 필요없는 흔적기관은 이미 진작에 사라졌어야 맞지 않습니까?" 라는 식이다. 그러나 진화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인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신체 부위라도 반대로 생존에 크게 방해되지 않으면 선택압이 작용하지 않아 도태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1. 진화적 시대착오와의 차이
흔적기관과 진화적 시대착오(Evolutionady anachronism)는 지난 시대의 신체적 흔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차이점도 있다. 흔적기관은 과거 생존에 필요했으나 더 이상은 아니어서 그 기능 자체가 퇴화되는 과정에 있으나, 진화적 시대착오는 그 기능이 더 이상 필요가 없더라도 반대로 생존에 방해가 되지 않거나 그 정도가 적어 도태되지 않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관이다. 인간도 이런 진화적 시대착오적 형질들이 몇 가지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에너지 축적 능력이 있다. 인간이 수렵 채집으로 식량을 얻을 때는 생존에 반드시 필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비만과 그 합병증들을 불러와 현대인의 수명 단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형질이 생존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나, 자손의 생존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심각하진 않기 때문에[9] 결국 인간의 에너지 축적 능력은 선택압을 받지 않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이다.3. 공학에서
신기술의 개발로 인해 과도기에 접어든 경우에 많이 관찰되는데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 옵션으로 개조되었을 때 라디에이터 그릴이 흔적으로 남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그 외에도 연식변경 등으로 인해 부품의 배치나 구조가 바뀌어 기존의 자리가 멍텅구리 커버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게임기 등에서도 메모리 넣을 구멍 등을 미리 만들었는데 도입되지 않아 빈자리만 있는 경우도 있다. 닌텐도 DSi가 닌텐도 DS에서 지원했던 게임보이 어드밴스 카트리지 슬롯이 제거되어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4. 관련 문서
[1] 대표적으로 여전히 일부의 사람들은 사용할 수 있는 동이근이 있다.[2] 대표적으로 이동할 때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꼬리의 기능은 잃었지만, 앉을 때 무게를 효과적으로 지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꼬리뼈가 있다.[3] 맹장 끝에 달린 부위. 맹장수술을 할 때 잘라내는 부위가 여기다.[4] # 눈 안쪽의 붉은 살점 부분[5] 후술하겠지만 흔적기관이 아니고 그냥 귓바퀴와 머리 부분이 잘 붙지 않아 생기는 기형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6] 대표적으로 항문주위털, 다리털, 팔털, 배털, 겨드랑이털 등이 꼽힌다. 과거에는 유용했던 털일지 몰라도 현재는 거의 쓰임새가 무용지물인 털들.[7] 간단한 테스트 방법이 있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쓰고 이마 위로 걸쳐 올린 후에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거나 이마(눈썹) 근육을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고 선글라스를 떨어뜨려 쓸 수 있으면 안경 다리가 걸려 있는 동이근이 작동하는 것이다.[8] 한효주가 드라마 무빙에서 시각, 청각 초능력자 역을 맡았는데 진짜로 귀를 움직인다.[9] 수렵채집 시대에 어쩌다 비만인이 있어서 합병증으로 일찍 죽었다면 부모가 죽은 자녀들이 생존할 확률이 낮아지겠으나, 현대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조부모나 친척 등이 돌봐주거나 사회 안전망이 생존을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