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7:35:23

후쿠모토 세이조

후쿠모토 세이조
[ruby(福本, ruby=ふくもと)][ruby(清三, ruby=せいぞう)]
파일:external/www.jili.or.jp/ph_04.jpg
본명 하시모토 세이조(橋本清三)
직업 배우
출생 1943년 2월 3일
효고현 미카타군 카미초
사망 2021년 1월 1일 (향년 77세)
교토시
신장 172cm
혈액형 B형
소속사 토에이 교토촬영소
배우 활동 시기 1959년 ~ 2020년
1. 개요2. 탐정 나이트 스쿠프 - 테츠코의 방 출연3. 이후의 활동4. 사망5. 관련 문서

1. 개요

일본의 배우.

20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시대극이나 현대극 등에서 선악을 막론하고 죽는 역할(斬られ役)을 맡았던 베테랑 액션 배우로 명실상부한 일본의 국민 사망전대이다. 별명은 5만 번 이상 참살당한 사나이로 명실공히 죽음 연기의 본좌이자 끝판왕인데, 비참하게 죽는 역할이야말로 주인공의 위상을 돋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할을 맡게되면 어떻게 죽을지부터를 연구하고 끝없이 연습했다고 한다.

50년 넘게 사무라이낭인, 야쿠자 연기를 전담하다시피 하여 검술은 물론 각종 격투기 액션 연기도 매우 뛰어나다. 또한 주인공의 역할을 돋보이기 위해 최종 보스 포지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많고, 가장 마지막에 간지나게 죽는 캐릭터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만 연기력과 비중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무명을 지냈고, 결국 그냥저냥한 배우로 잊혀지나 싶었는데...

2. 탐정 나이트 스쿠프 - 테츠코의 방 출연

최초로 방송가에 제대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2년 tv프로그램 탐정 나이트 스쿠프에 게스트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이 때 후쿠모토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부부의 사연이 방영되었는데, 시대극에서 주로 악덕상인들의 보디가드인 과묵한 낭인으로 분하여 "센세, 부탁드립니다."[1]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나서서 주인공과 싸움을 벌이다가 아차하는 순간에 빈틈을 보여 칼에 맞고 원통한 표정으로 죽는 배우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나이트 스쿠프 방송 https://www.dailymotion.com/video/x6k5sya

이 사연을 진지하게 읽던 비서 포지션 진행자는 읽다가 터졌고, 객석과 다른 MC들은 듣는 순간 빵 터졌다. 이 부부는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수도 없이 죽는 역할에 매료되어 팬이 되었으며, 후쿠모토가 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토크쇼에 출연시켜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그 전에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했고 본인이 워낙 성실하고 인망이 두터웠기 때문에 배우계에서는 당연히 널리 인정을 받았고[2], 일반인들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배우였지만 이름은 알려지지 않아 전국구 스타로 성장하지는 못했었다.


이 덕분에 당시 대배우이자 MC인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토크쇼인 테츠코의 방에 정말 우연찮게 출연하게 되어 30년 무명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죽음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희소성 덕에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여기에는 비화가 좀 있는데, 원래는 탐정 나이트 스쿠프에서 후쿠모토의 사연이 방영되었을 때, 리포터를 맡고 있던 라쿠고가(落語家) 카츠라 코에다(桂小枝)가 쿠로야나기 테츠코로 분해서 테츠코의 방 세트에서 패러디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테츠코의 방 본방송 직전이라 패러디 코너가 끝날 무렵에 막 스튜디오에 들어선 진짜 테츠코와 마주쳤다. 안 그래도 후쿠모토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주인공 칼에 맞아 죽는 연기를 펼치고 있었는데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절묘한 타이밍이라서 당대 최고의 MC를 눈 앞에 두고 엄청 긴장했다. 그럴만도 한 게 이게 몰래카메라처럼 짠 게 아닌 실제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로야나기는 시대극의 주인공보다 주인공들의 손에 죽는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원래 출연예정이 없었던 후쿠모토와 직접 이야기를 하여 꼭 출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 토크쇼는 76년 개시 이래 근 4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배우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하는데 여기에 출연해야지 제대로 된 유명인이다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수두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명성을 자랑하는 토크쇼이다. 거기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들이나 무명이 길었던 중고 신인들이 이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재조명을 받으면서 전성기를 맞이한 적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신인들의 등용문이었다.

배우도 보통 배우가 아니라 거물급이 아니고서는 여간해서 출연하기 어려운 프로이기도 한데, 후쿠모토는 한 열성 팬의 투고 덕분에 30년 무명배우에서 하루 아침에 전국구 스타가 되었고 이후로도 일거리가 넘쳐나[3]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테츠코의 방에 출연한 결과는 대호평이었지만 후쿠모토 본인은 처음에는 "왜 내가...?"라면서 자신과 같은 무명배우가 나서기엔 분에 넘치는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스태프들 중 그 누구도 후쿠모토의 출연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만도 한 게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MC로서의 위상은 일본의 오프라 윈프리+송해 정도로 어마어마한데다, 테츠코의 방은 당시 기준으로도 방영 16년 차였고 인기 드라마와 시청률 경쟁이 가능한 중견 토크쇼 프로그램이었다. 토크 쇼를 혼자서 진행하면서 시청률도 잘 뽑는 흥행의 보증수표인데, 제작진이 쿠로야나기의 말에 복종수긍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3. 이후의 활동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네이선 알그랜 대위(톰 크루즈 분)의 감시 겸 호위역을 맡은 과묵한 사무라이로 유명하다. 이 덕에 할리우드 진출도 성공했으며 톰 크루즈가 직접 "정년에 그만두는 건 아까우니까 꼭 할리우드로 오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서구권에는 자신의 배우로서의 정체성이자 상징과도 마찬가지인 斬られ役(kirare yaku)라는 단어를 최초로 전파한 배우이기도 하다. 사실상 이 사람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된 셈.

죽음 연기 하나만으로 명배우의 반열에 들어선 덕에 수많은 후배 무명배우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며, 설령 화려하지 않은 일이라도 하나에만 매진해서 충실히 하다보면 언젠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독려해주고 있다. 시대극 등에서는 오랜 경험을 살려 액션 연기도 지도하고 있으며 워낙 업계 짬밥이 두둑한지라 이 사람의 연기에 매료되는 후배들도 많다고 한다. 근래에는 젊은 시절 무명의 설움을 잊어버릴 정도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가면라이더 W의 극중극인 바람의 사헤이지에서도 악역으로 출연, 그리고 렛츠 고 가면라이더에서는 블랙 장군을 연기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배우 인생 55년 만에 우즈마사 라임라이트[4]라는 영화에서 최초로 주역이자 주인공을 맡았다. 시대극의 입지가 좁아지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젊은 연예인들이 경험 풍부한 중견 배우들을 밀쳐내고 주역을 꿰차는 현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5]하고, 죽는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의 눈물겨운 삶을 그렸으며, 극 후반에는 이들이 다시 한번 시대극의 메인으로 무대에 서는 화려한 재기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6] 이 영화를 통해서 후쿠모토는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일본인 최초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4. 사망

2021년 1월 1일, 폐암으로 교토 시 자택에서 요양 중, 사망했다. 생전에 워낙 드라마틱한 성공담을 가졌던 배우인 만큼 일반 시민, 배우 할 것 없이 추모를 했다.

5. 관련 문서



[1] 주로 에도 시대를 다루는 일본 시대극에서 센세는 주로 밤에 에도의 저택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는 번주(참근교대로 인해 에도 체류 중)나 악덕 상인, 야쿠자 패거리들의 개인 경호원으로 고용된 떠돌이 로닌을 일컫는 속어다. 대부분 탈번한 전직 번사거나 번 내 검술도장 사범이었다는 과거가 있고 오랫동안 이발을 하지 않은 더벅머리에, 갈색이나 검은색 등 어두운 색깔의 옷을 걸치고, 벽 한 켠에 칼을 기대고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도박판에서 누군가가 깽판을 치거나 사기행각이 발각될 경우, 물주가 "센세, 잠시 귀찮으시더라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 "알았다(心得た)"라고 대답하면서 깽판 친 인물을 그 자리에서 참살해버리는데, 이 장면이 아예 시대극의 대표적인 클리셰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센세 역할을 맡은 로닌과 주인공이 반드시 도박판이나 시체 처리장면에서 한번 충돌을 한 후, 회차 말미에 꼭 1대 1로 대치해서 칼싸움을 벌이는 것도 너무나 유명한 클리셰다. 또 다른 형태로는 야쿠자 패거리가 주인공한테 된통 깨지고나면 언제 쫓아왔는지 "관둬라. 네놈들이 상대할 자가 아니다."라며 분위기를 잡거나 잠깐 칼부림을 하다가 오캇비키 등 봉행소 소속 조력자들이 호루라기를 불자 물러나라 말하고는 주인공에게 이 결판은 나중에 내자며 끝까지 무게를 잡는 경우도 있다. 한편 악당이 아닌 주인공이 해당 회차의 빌런들의 음모와 관련된 정보를 캐낼 때도, 뒷소문이 많이 떠돌고 필연적으로 빌런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악역들이 제 집 드나들듯 하는 도박장에 일부러 복장을 갖추고 들어가서 경호원을 맡는 경우도 있다.[2] 예나 지금이나 악명높은 원로배우 스기 료타로(杉良太郎)조차도 깍듯이 예우하는 선배이다. 스기는 완벽주의자인 성격 탓에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면 설령 수 십년 선배라도 면전에서 대놓고 "이 따위로 연기를 하면서 배우라니ㅉㅉ"라며 쌍욕을 퍼부었던 싸가지 없는 배우로 악평이 자자했다. 이 소리를 듣고, 아들을 동반한 검객으로 유명한 와카야마 토미사부로(若山富三郎)가 절친인 후배 후지타 마코토(藤田まこと, 나카무라 몬도로 유명한 배우.)와 함께 스기를 개박살낸 일화도 유명한데, 그런 배우가 존경할 정도로 후쿠모토의 연기는 일찍부터 선후배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받았다. 여기엔 좀 더 비화가 있는데, 늘 주역인 자신과 합을 맞추며 조연으로 고생하는데도 늦게까지 빛을 보지 못한 선배를 안타깝게 여긴 스기가 자신이 주연하는 도신 아카츠키 란노스케(同心曉蘭之介) 25화의 메인 빌런 역으로 후쿠모토를 적극 추천해서 처음으로 사극에서 한 에피소드의 주역을 맡은 것이다. 그 전에는 출연은 해도 항상 메인 빌런의 경호원이나 수하로만 등장해서 보조 역할만을 했었다.[3] 이전에는 수 많은 시대극 출연에도 불구하고 메인 빌런의 부하 같은 단역으로 죽어나가는 악당 역할만 맡았었지만, 상술한 스기 료타로의 일화부터 시작해서 테츠코의 방 출연 이후로는 한 에피소드의 메인 빌런을 맡는 일이 엄청 늘어나면서 출연료도 그야말로 급상승했다. 일본 배우계에서 악역 배우들의 모임인 악역상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가 올라간 것이다.[4] 찰리 채플린의 영화 라임라이트에 대한 오마쥬가 들어가 있는 영화. 우즈마사는 교토 북부에 있는 영화촬영소 밀집지역을 일컫는데 이 지역은 50년대 말부터 시대극의 할리우드라고 할 정도로 촬영이 성행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알려진 저명한 시대극 영화나 드라마는 모두 이 우즈마사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우리로 치면 한국민속촌충무로가 합쳐진 위상을 자랑하는 곳.[5] 더불어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을 추구하거나 젊은 층을 의식하여 배우들도 젊은 사람만 쓰거나 스위츠 사극만 만들어내는 일부 무개념한 감독들에 대한 디스도 포함되어 있다.[6] 한편 이 영화에 대배우 오노우에 세이시로로 출연했던 마츠카타 히로키 역시 생전에는 후쿠모토와 주인공-빌런 관계로 몇 번이고 시대극에서 호흡을 맞추며 대단히 절친한 선후배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