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1 17:55:15

할리로티오스



1. 개요2. 일대기
2.1. 아테네에서 벌인 온갖 각종 악행2.2. 강간미수, 그리고 최후
3. 기타

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

포세이돈의 아들로 아테네의 도시 아테네에서 온갖 신성모독과 민폐를 저지르는 걸로도 모자라, 아레스의 딸 알킵페를 겁탈하려다가 분노한 아레스에게 살해당한 악인으로 유명하다.

2. 일대기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님프 에우리테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이다.

포세이돈의 아들들은 그나마 성품이 온건한 트리톤을 제외하면[1] 대부분이 영웅들을 괴롭히는 괴수이거나, 가는 곳마다 패악질을 벌이는 범죄자 내지는 악당들인데, 그 중에서도 할리로티오스는 그 민폐와 패악질의 수준이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포세이돈의 어느 자식들처럼 다 아버지의 뒷배만 믿고 저러는지라 주변 사람들은 물론, 신들조차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살까봐 할리로티오스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특히 현재 그리스의 수도이자 아테나 여신의 수호도시인 아테네에서 저질러온 악행이 가장 유명하다. 아래 항목은 그가 생전에 저질러 온 악행들의 목록이다.[2]

2.1. 아테네에서 벌인 온갖 각종 악행

  • 모든 아테네의 식당과 여관, 상점에서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저질러 옴.
  • 아테나 여신을 숭배하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와인을 퍼 마시고 신전 벽과 기둥에 노상방뇨를 하거나 아예 신전 실내에 노숙함.[3]
  •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를 신성모독이라고 항의하는 파르테논 신전의 신관과 무녀들에게까지 폭언을 퍼붓거나 따귀를 갈기며 폭행하거나 무녀들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등의 성추행까지 함.
  •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똥을 누고 오줌을 배설함.
  •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는 아테네 시의 가로수로 심어져있던 올리브나무들을 무차별적으로 벌목함.

할리로티오스가 저질러대는 만행에 분노가 폭발한 아테네의 시민들과 파르테논 신전의 무녀와 신관들이 아테나 여신에게 할리로티오스를 처벌해 줄 것을 줄기차게 탄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테나도 진즉 할리로티오스의 행태를 알고 분노한 상태였으며, 아테나 역시 자신과 같은 처녀신이면서 성격이 차갑고 냉혹한 이복여동생 아르테미스에 비해 온건하고 상냥한 성격이 두드러져서 그렇지 메두사, 아라크네, 테이레시아스[4] 등의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자신을 신성모독, 능멸하거나 자신의 알몸을 본 자들에 대해선 가차없이 벌할만큼 화나면 굉장히 무서운 여신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사례들은 단지 능력이 조금 뛰어난 인간이거나 신의 일개 내연녀로 얼마든지 건드릴 수 있는 존재였지만 할리로티오스는 아테나 자신보다 윗서열[5]인 포세이돈의 친아들이었기에 괜히 덜미를 잡혀 포세이돈과 충돌할 걸 우려해 쉽사리 그를 벌하지 못하고 야단만 치거나 할리로티오스로부터 피해를 입은 식당과 여관, 상점의 주인들에게 대신 사과해야 했다. 할리로티오스도 이런 점을 노리고 아테나의 눈총을 받게 된 이후로도 꾸준히 악행을 이어나갔고 아테나도 결국 자신의 성지 아테네를 더럽히는 할리로티오스의 만행에 매번 이러지도 못하고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2.2. 강간미수, 그리고 최후

아테나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끝없이 망나니 짓을 지속하던 할리로티오스는 어느날, 또 다시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아테네에 가던 중 아테네 근교 교외의 들판에서 꽃을 따고 있던 소녀 '알킵페'를 발견했다. 그녀의 미모에 감탄한 할리로티오스는 알킵페를 강제로라도 자신의 아내로 취하고자 납치하려 했다. 당연히 알킵페는 이에 반발해 강하게 소리를 지르고 저항하며 몸부림쳤으나, 남성과 여성의 신체능력 차이로 그를 떨쳐내지 못했고, 할리로티오스는 오히려 알킵페의 반발에 더 강하게 힘을 주며 그녀를 끌고 갔다.

문제는 알킵페가 바로 올림포스의 왕자이자 올림포스 12신 중 가장 거칠고 폭력적이며 본능적이라고 소문난 전쟁의 신 아레스의 딸이며 올림포스의 제왕 제우스의 친손녀였다는 것이다.[6] 꼼짝없이 능욕당하고 납치당할 위기에 처한 알킵페는 아버지 아레스를 부르짖으며 도와달라고 외쳤다. 이때 당시 아레스는 그리스의 어느 폴리스 국가와 전쟁을 치르던 다른 이웃 폴리스 국가 측에 참전하여 그 나라 국왕과 왕세자, 장군들과 함께 적군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수립하려는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딸의 비명 소리가 들리자 작전 회의도 미루고, 전쟁터를 떠나 전차를 급하게 몰며 허겁지겁 딸을 구하러 달려갔다.[7] 부리나케 당도한 아테네 근교에서 아버지를 부르짖는 알키페, 알키페를 붙잡고 겁탈을 시도하는 할리로티오스를 본 아레스는 다행히도 알키페가 강간당하기 직전에 할리로티오스로부터 딸을 떼내어 구하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알키페를 겁탈하려 한 놈팽이를 가만 둘 성미가 아닌 아레스는 바로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할리로티오스의 머리채를 붙잡고 난도질을 하여 그의 목을 참수해 죽여버린다.[8][9]

하지만 포세이돈은 늘 그렇듯 할리로티오스가 저지른 만행은 생각도 않고 아레스를 할리로티오스를 목잘라 죽인 망나니 새끼라며 맹렬히 비난했고, 아레스도 이런 포세이돈의 철면피스런 행동에 화가 나서 이번만큼은 안 참고 '할리로티오스가 알키페를 강간하려고 했으니 알키페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을 뿐'이라며 반발하였다.

이 둘의 다툼이 평행선을 그리며 끝이 날 조짐이 안 보여 결국 제우스, 아테나의 중재로 도시 아테네의 어느 언덕[10]에서 재판을 열어 분쟁을 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11] 재판에는 이들을 직접적으로 중재하던 제우스가 재판관으로, 아테나가 아레스의 변호사로 나섰다. 재판관 겸 배심원으로는 헤라, 헤베, 에일레이티이아,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헤스티아, 데메테르 등을 포함해 여신들이 참여했다.

포세이돈은 재판이 열릴 때까지도 평소 아레스가 행실이 나빠 신들 사이에서 미움받은데다 자신의 지위를 근거로 아레스에게 유죄가 선고될 게 당연하다고 자부했으나, 그런 포세이돈의 생각을 비웃듯이 재판관, 변호사부터 배심원들의 압도적인 표결차로 아레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고 재판은 아레스의 승소로 마무리 지어진다.

재판관이었던 제우스는 아레스의 할리로티오스 살해는 딸 알키페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가 명백하다고 판결했고 변호사로 나선 아테나도 트로이 전쟁 당시 그리스를 지지하며 트로이를 지지한 아레스와 치열하게 싸우는 등,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전술했던 일들로 포세이돈, 할리로티오스 부자와의 악연이 더 깊었고 무엇보다 '지혜의 여신'답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검토한 결과 할리로티오스의 잘못이 크다는 걸 언급하며 아레스를 변호했다.[12]

이 둘뿐만 아니라 배심원으로 참석한 헤라, 헤베, 에일레이튀이아,[13]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헤스티아,[14] 데메테르[15] 등도 아레스의 편을 들었다. 어찌 여신들에게 욕처먹을 짓을 잔뜩 저지른 건 아레스가 아니라 포세이돈 같다.

3. 기타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신판 한정으로 14권 마지막 부분[16]에서 등장. 구타당해 죽었다는 전승을 택했는지 알키페를 강간하려다 딸이 당한 성폭행에 분노한 아레스한테 구타당해 죽는 모습으로 짧게 등장한다.[17] 해당 만화에서는 할리로티오스의 악랄함을 부각시키기 위함인지 대놓고 추남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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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여기선 아버지 포세이돈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짙은 푸른 머리로 등장했다. 다만 알킵페는 등장하지 않고 그저 아레스의 딸을 괴롭혔다가 아레스에게 맞아 죽었다고만 나온다. 이에 할리로티오스의 아버지 포세이돈이 아레스를 고소해서 살인이 일어난 아테네의 언덕에 올림포스의 신들이 모인 법정이 열리고, 포세이돈이 아레스에게 저놈이 내 아들을 죽였다며 억울하니 내 아들을 살려내라고 화를 내자 아레스도 지지 않고 내 딸도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 이현세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그냥 옷을 걸친 거대한 고릴라처럼 나오는데, 패악질만 골라서 하던 놈이니 일부러 괴물처럼 표현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숲의 연못에서 물을 마시려던 알킵페를 보고 희롱하다가, 아레스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자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지만 아레스는 듣기 싫다고 응수하곤 머리를 후려갈기는 걸 시작으로 패기 시작한다. 보다 못한 알킵페도 그러다 진짜 죽는다고 만류하지만 그딴 거 알게 뭐냐고 씹고는 기어이 두들겨 패 죽여버린다.
  • 할리로티오스 사건은 그리스 신화에서 줄곧 망나니로 묘사되던 아레스가 성폭행을 당할 뻔한 딸을 구해준 의로운 아버지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다.[18] 또한 폴뤼페무스,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와 더불어서 신화 내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포세이돈의 자식들, 그런 자식들을 말리기는 커녕 옹호하기 바쁜 포세이돈의 막장스러운 자식교육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그리스 신화 내내 아레스와 라이벌 내지 앙숙관계로 대립하던 아테나가 이번에는 정반대로 아레스를 도와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 에피소드 덕에 희대의 악신으로 밉보이고 온갖 욕을 처먹었던 아레스가 이제 보니 선녀였다는 식의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1] 특히 트리톤은 이아손아이네이아스 등,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영웅들의 항해를 일정 부분 도와주기도 했다.[2] 후술하듯 확실하게 묘사된 악행들 대부분이 아테네 일대에서 저지른 짓인데, 이 아테네가 아버지 포세이돈이 아테나와 소유권을 두고 경쟁했다가 패배한 곳임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해지는 부분. 이 때문에 전승에 따라선 할리로티오스의 본래 성격도 막장이긴 했지만 도시의 소유권을 빼앗긴 것에 원한을 가진 포세이돈이 일부러 아들을 아테네 근방으로 보내 행패를 부려 아테나의 명예를 더럽히도록 유도하였다는 전승도 있다. 이를 보면 아테나가 아테네의 소유권 승부에서 자신을 제치고 승리한 것, 또 다른 아들 폴뤼페무스를 장님으로 만든 오디세우스를 보호한 것, 애인이었던 메두사를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페르세우스를 앞세워 죽인 것에 앙심을 품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3]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제우스나 헤라, 아테나, 아르테미스, 데메테르 등 각 신들을 모시는 신전에서 일어나는 중범죄와 경범죄 등 모든 범죄 행위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하며 엄격하게 처벌했다.[4] 비록 시력을 잃었지만 테이레시아스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며 미안하다고 생각한 아테나가 대신 그에게 예지능력을 주었다. 인성이 파탄나기로 유명한 대부분 그리스 신들 중 온건한 성품을 가진 몇 안되는 신에 속하는 아테나한테 걸린게 망정이지 그녀보다 훨씬 냉혹한 성격을 가진 아르테미스에게 걸렸다면 악타이온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5] 아테나 역시 신들의 왕 제우스의 적장녀이자 그의 자식 세대 중에서도 최상권의 여신으로 절대 격이 낮은 건 아니지만 이는 헤르메스아르테미스, 아폴론 등 같은 아버지 슬하의 이복동생 신들에 비해 서열이 높을 뿐이었고, 올림포스 12신까지 가면 중상위권에 속한다. 반면 포세이돈은 바다를 다스리는 삼주신 중 하나이자 하데스와 함께 그 제우스와 견줄 수 있을 만한 최상위 신 중 한 명이었다.[6] 족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그리스 로마 신화지만 일단 아레스는 제우스와 제우스의 정실부인 헤라의 아들이고 할리로티오스는 제우스의 형제인 포세이돈, 포세이돈의 내연녀 에우리테의 아들이므로 이 둘은 사촌형과 동생의 사이이며 할리로티오스는 자신의 오촌 조카를 겁탈하려고 한 것이다.[7] 원래 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라는 다소 난폭한 이미지와 달리 자식들은 사랑하고 아껴주는 자상한 아버지다.[8] 전승에 따라선 아레스가 알킵페를 구한 뒤 할리로티오스를 주먹으로 가격, 구타해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개의 어린이용 그리스 신화 서적에서는 아레스가 할리로티오스를 참수해 죽이는 전승이 너무 잔인하게 묘사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패 죽이는 전승을 주로 많이 넣는다.[9] 소수 그리스의 민담에서는 알킵페가 할리로티오스에게 당한 성폭행을 딸로부터 직접 듣고 분노가 일어 할리로티오스를 직접 찾아서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10] 여담으로 아레스가 재판을 받은 이 장소는 훗날 아레이오파고스로 불리게 된다. 아레이오파고스는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11] 그리스 신화 상으로는 이것이 신들 최초의 재판이라고 한다.[12] 사실 이전부터 할리로티오스의 만행질로 인해 골머리를 썩히던 아테나는 큰아버지 포세이돈을 적으로 돌릴 수 없어 속만 끓이던 중 아레스가 대신 나서자 이에 고마워하며 아레스를 구원한다.[13] 헤라는 아레스의 어머니이기 이전 가정의 여신이고 헤베, 에일레이티이아는 친여동생들로 이 세 여신들에게 알킵페 사건은 강간 및 납치당할 뻔한 손녀/조카를 지키기 위해 아들/오빠가 가해자인 성폭행 미수범을 살해한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레스를 옹호했다.[14]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헤스티아도 여성의 순결이나 사랑, 가정의 화목을 관장, 중시하는 신들이라 남자가 여성을 강제로 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할리로티오스를 비판했다.[15] 데메테르 본인이 가장 큰 피해자로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적이 있으며 딸 페르세포네하데스에게 납치당하자, 정신을 놓고 한참동안 찾아다녔을 정도로 남자에게 데인 적이 많아 피해자의 입장을 처절히 알고 있었고 아레스와도 근친을 통해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도 낳은 적이 있다.[16] 오레스테스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인 일에 대한 재판을 받는 부분.[17] 짧게 등장해서인지 알키페 강간 미수 외의 악행들은 언급 및 묘사되지 않는다.[18] 사실 아레스는 스파르타 쪽에서 많이 숭배받던 신이기에, 아테나를 올려치기하기 위해 아테나와 대척되는 이미지로 아테네에서 깎아치기한 흔적이 많은 신이다. 어떻게 보면 신화 속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이기에 이런 면을 아테네에서 그나마 남겨 놓은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