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한용덕 전 감독이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취재 차 방문한 스포츠동아의 강산 기자에게 펑고를 쳐주고 있다.
1. 개요
Fungo연습타구를 날리기 위해 공을 타격하는 사람, 혹은 이 타격으로 진행되는 수비 연습을 가리키는 말, 일본에선 야구 한정 노크, 노크볼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fung, fonge 등으로 추정된다. 메리암웹스터, 어원 발음은 일반적인 -ng 단어들과 마찬가지로 "펑고"로 발음한다.
펑고라는 단어는 서구권에선 야구의 야수의 주요 연습으로 사실상 단일명사화 되었지만 공을 도구로 치는 운동 전반에 사용된다. 골프에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연습전반을 펑고라고 부르며 아이스하키에서 퍽을 낮게 날리는 연습을 펑고라 부르기도 한다.
야구선수들 사이에선 Fun하게 즐겁게 시작해서 Go통으로 끝난다고 Fungo 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고통'이 어원일리는 없으니 농담이다.
2. 펑고 배트
펑고를 위해 사용되는 전용도구가 있으며, 대표적인 것은 펑고배트이다. 소프트볼에서 사용되던 가벼운 배트를 사용한다.[1] 가벼운 무게와 일반 배트보다 긴[2] 길이는 보다 정밀하고 체력소비가 적은 타격을 반복할수 있으며, 타격자의 기량에 따라 땅볼과 뜬공을 어느정도 제어해 내야수비에도 효과를 볼수 있다.단 이 배트에 일반적인 배트 수준의 힘이 가해질 경우 쉽게 깨지므로 공을 정확히 보내는 수비훈련 유도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공을 쉽게 맞추는 데에 특화된 배트이므로 일반 방망이와 무게배분도 완전히 달라 스윙 연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에서 지정하는 펑고 배트는 35인치에 17~22온스의 무게를 권하고 있다.
3. 펑고로 할 수 있는 훈련
펑고는 거의 내야수 훈련에 사용되지만 타격자의 기량에 따라 외야 플라이, 외야수 앞 땅볼, 외야수 좌/우 다이빙캐치, 포수 파울 플라이 훈련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내야 훈련의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정면 땅볼 처리 훈련부터 하게 되는데, 필요한 거리만큼 충분히 대시해 낮은 자세로 바닥에 글러브를 대고[3] 반대손으로 야구공을 쓸어담듯이 글러브를 덮어 공을 확보한 후 1루로 정확히 송구하면 성공.
그 다음은 내야수 좌우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보내 내야수의 타구판단능력을 키우고 수비범위를 넓힐 수 있다. 불가피한 타구를 제외하면 백핸드 캐치, 맨손 캐치, 다이빙캐치를 지양하며 정확하고 충분한 대시를 통해 안정적인 포어핸드 캐치를 목표로 한다.
내야 맨투맨 훈련이 끝난 후에는 협동 플레이 훈련을 하게 된다. 5-4-3, 6-4-3 등 더블 플레이 훈련이 주로 행해진다.
외야 훈련의 경우 플라이 캐치 훈련을 하든 좌우방향 타구를 잡는 훈련을 하든 2루 베이스 근처에 커트맨을 두고 그에게 송구하도록 한다. 야외 구장에서 주로 플레이하던 팀이 돔구장에서 외야 플라이 적응을 위해 하기도 한다. 외야 펑고는 초보 수비코치들도 초반에 힘겨워 하는데 공의 밑부분을 깎아서 타구를 띄워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있다. 외야수의 수비력 향상을 위해서는 낮고 빠른 펑고보다는 높이 뜨는 펑고가 좋다. 내야수의 내야 뜬공 처리 연습용 팝플라이도 치기가 어렵다.
포수의 경우는 시합 때처럼 타격자의 뒤에 앉아있다가 좌/우 파울 플라이, 머리 뒤로 가는 파울 플라이는 안정적으로 포구, 포수 앞에 떨어지는 번트 타구는 잡아내 1루로 정확히 송구하면 성공이다.
4. 펑고의 효과
달리기가 체력을 붙이는 스포츠 전반의 핵심운동이라면, 펑고는 달리기에 순발력과 각 종목의 기본적인 훈련을 덧붙인 강화형이다. 연습 조건이 간단한 편이고[4] 담당 코치가 직접 선수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유명 구단은 재활 혹은 데뷔 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전의 기대주에게 펑고를 꾸준히 시켜 몸을 만들고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아마추어 때 집중적으로 하고, 프로에서는 빈도가 줄어든다. 아예 안 하지는 않는다. 경기가 있는 날 야구장을 일찍 방문해 보면 수비코치들이 그라운드에 정위치한 내야수들에게 펑고를 쳐주고 야수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개월 이상 100경기가 넘는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하고, 프로까지 올라온 선수들은 다들 기본기가 웬만큼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 때처럼 많이 하지 않을 뿐이다.
프로에서 고교야구 이상으로 펑고를 시킨 감독은 김성근뿐이었다. 이미 OB 베어스 투수코치 시절부터 선수들에게 펑고 훈련을 지시했으며,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 펑고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시켰고 고양 원더스와 한화 이글스에서도 그렇게 했는데, 야신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고양 시기까진 수비력 향상의 비법으로 추앙받았으나 한화에서는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한화에서도 무식할 정도로 펑고를 시켰는데, 다른 팀들은 스프링캠프 때 바짝 하고 시즌 중에는 적당히 하는 반면 김성근은 시즌이 한창인데도 매일 매일 시켰고, 비가 오는 날에도 시켰다.[5] 이 때문에 체력이 남아나지 않아 결국 실전에서는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수비력이 더 떨어진 것.
이는 팀의 환경 차이이기도 했다. 김성근 시절의 SK는 젊은 20대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었고 고양도 마찬가지라 그렇게 훈련을 받아도 회복력이 받쳐줬지만, 김성근 부임 시점의 한화는 30대 베테랑이 주축인 팀이라 그러지 못했다.
근데 사실 진퇴양난인 것이 한화에서 펑고를 안 시킬 수도 없긴 했다. 수비력 강화에 가장 좋은 수단이 펑고이기 때문.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말처럼 수비력 강화엔 결국 직접 구르며 공 받는것만한 훈련이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한화의 수비력은 누가 봐도 당장 직면한 큰 문제였기 때문.
게다가 세상만사 다 그렇지만 펑고도 하루이틀 해서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당장 하루이틀 공부 빡시게 때린다고 내일모레 시험을 잘 보는 게 아니라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하는 습관을 들여야 그게 1년, 2년 쌓여가며 서서히 시험 점수가 오르듯 펑고로 경험치가 많이 쌓여야 1시즌, 2시즌 후에 성과가 나오는 것. 물론 그렇게 빡세게 하면 당장은 지쳐서 오히려 수비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아프다고 작은 종양 수술을 안 받으면 암이 되듯이 누군가는 그렇게 굴려서 수비력을 쌓아주지 않으면 영원히 수비 못하는 팀으로 남게 된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문제였던 것.
5. 펑고의 달인
키움 히어로즈의 2군 수비코치로 활동하다가 2022년부터 NC 다이노스에서 작전코치로 활동하게 된 오규택은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으며, 일본프로야구에서 감독과 코치를 여러 해 역임한 모리와키 히로시는 펑고로도 밥 벌어먹어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펑고 실력이 정평이 나있다.국내에선 류중일, 김용국 등이 펑고 실력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류지현 LG 감독도 코치 시절 오지환에게 전지훈련 때 하루에 1,000개의 펑고를 쳤으며, 김재박 현대 감독도 유망주 유격수였던 박진만에게 펑고를 쳐주다가 피가 날 정도로 혹독하게 펑고를 쳤다. 특히 야수가 강습타구를 놓치거나 피했던 경기 후에는 포수 장비를 착용시키고 바로 앞에서 강한 펑고를 날리기도 했다.
스톡킹에 나와 밝히기를, 차명석 현 LG트윈스 단장이 코치시절 펑고를 꽤나 쳤다고 한다. 이를 심수창이 증명했다.
6. 펑고 영상
- [KBO 리그 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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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B 및 MILB 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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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리그 및 사야인 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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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창작물의 펑고
부자지간 혹은 친구 지간의 유대감을 나타내는 것이 캐치볼이라면 스포츠물이나 사제지간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것은 펑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습과 성장의 상징이다.그런데 이와 반대로, 펑고배트를 사용하는 각종 폭력신에선 공포의 상징이 된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펑고배트와 일반 야구배트를 구분하기 어렵고 자루끝에 대각이 되는 구도로 강한 힘을 줄 경우 펑고배트가 쉽게 부러지기에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에 자주 사용된다.
영화 샷건 웨딩에서 펑고를 응용한 재미있는 액션 연출이 하나 있다. 달시(제니퍼 로페즈)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만큼 멀리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안 전직 야구선수인 톰(조쉬 더하멜)이 방망이를 뽑아들어 달시 앞으로 나오고, 톰의 의도를 알아차린 달시는 펑고를 던져주듯 톰이 치기 좋게 수류탄을 던져준다. 이것을 보기 좋게 받아쳐서 해적한테 수류탄을 날려 해적을 제거한다.
[1] 가벼운 배트인 만큼 부담이 적어 오랜 연습을 할 수 있다.[2] 일반 시합용 우드/금속/카본 배트는 30~34인치, 펑고배트는 35인치 정도가 일반적이다.[3] 이 때 글러브 바닥은 펑고 타격자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타구를 터널(알까기)할 확률이 높다.[4] 공을 칠 사람과 공을 담을 상자를 적당한 시간마다 가져다 줄 사람이 있으면 된다. 여차하면 공을 쌓아놓고 쳐도 되니 사실상 공을 칠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5]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패배한 날에는 실책한 야수에게 특별 수비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6] 투수도 펑고를 하는 선수가 없지는 않다. 투수 라이너나 땅볼 처리 연습을 짬짬이 하기에 가끔씩 펑고를 하며 또 선발 등판 다음날 등 훈련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출근해서 야수들 훈련 구경도 한다. 투수도 야구선수인만큼 펑고랑 전혀 관계없는 인생을 살진 않는다. 단지 부상 방지 차원에서 심수창처럼 작정하고 수비력을 키울 목적으로 수시로 펑고를 하는 선수가 드물 뿐.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서 투수임에도 수백 번 이상 펑고를 수시로 했던 투수로는 케니 로저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