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02 00:27:28

통근열차/북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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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운영 주체4. 설비와 차량5. 문제점6. 개선 시도

1. 개요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운영되는 통근열차 시스템들을 서술한다.

한국어 단어 '통근열차'에 딱 대응되는 영단어 커뮤터 트레인(Commuter train)은 주로 열차 자체만을 의미하고, 노선을 일컬을 때는 주로 커뮤터 레일(Commuter rail)이란 단어를 쓰기에 '통근철도'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다.

2. 상세

북미 특유의 광활한 국토와 연방제로 인해 주로 국가 단위로 도시권들의 통근열차 노선들을 관장하는 구대륙의 시스템과는 구분되는 특이한 통근열차 시스템이 생겨났고, 이를 '커뮤터 레일'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에 극히 인색했던 미국답게 한 도시가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데 매우 진입장벽이 높았던 반면, 통근열차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철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훨씬 진입장벽이 낮았고, 이 때문에 웬만한 도시들은 통근열차 노선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1] 유니온 퍼시픽 등의 화물철도 회사들도 일반 장거리 여객사업은 모두 철수하였으나, 통근열차 사업은 계속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3. 운영 주체

한국의 코레일광역철도나 독일의 도이체반S반처럼, 구대륙의 통근철도들이 주로 국가 단위의 기관이나 공기업, 혹은 해당 도시권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회사들이 운영하는 데 비해, 북미의 통근열차 노선들은 암트랙이나 VIA 레일 대신 주로 해당 도시권만 관장하는 교통국 직속이거나, 아예 그 통근열차 시스템의 운영만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에서 맡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교통국이나 회사가 직접 운영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으나, 시애틀의 Sounder train처럼 소유만 교통국이 하고 실제 운영은 철도 사기업에 외주를 주는 경우도 꽤 있다.

4. 설비와 차량

일반적으로 전철화가 미비하며 단선 구간이 대부분인 등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역 승강장도 투자가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아 저상홈이 대부분이라 교통약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선로를 공용하는 특성상 화물열차와도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열차 지연도 자주 있는 편이다.

디젤기관차+2층열차+운전객차의 조합은 북미권 통근열차의 아이콘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흔한 조합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일단 전철화율이 낮으니만큼 디젤기관차든 디젤동차든 디젤로 굴러갈 수밖에 없으며, 2층열차는 배차간격이 매우 긴 북미 통근열차 특성상 편성 당 수송량이라도 늘려야 그나마 제 몫을 할 수 있고, 더불어 차체강성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선택된다.[2] 운전객차는 통근열차 운영 주체들이 전차대 같은 설비에 돈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데다 도심의 종착역이 두단식 승강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양방향 운행을 위해서는 필수요소이다. 북미권 통근열차의 운전객차의 한 가지 특이한 점을 찾아본다면 바로 그 외형인데, 일반적인 운전객차들이 외형을 기관차나 동차의 선두부처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반면, 북미 통근열차들은 운전객차 생김새가 문서 상단에 보이듯이 그냥 일반 객차에다가 그냥 창문 하나 뚫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래서 북미 통근열차가 거꾸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매우 많다.

5. 문제점

북아메리카의 통근열차들은 문제점이 매우 많아 이용률이 낮고 존재감도 매우 떨어진다. 유럽이나 동아시아의 통근열차 이용객들이 북미에 와서 통근열차를 타보고 19세기 유물이라고 비웃어대기도 한다.
  • 열악한 배차간격과 운행 횟수 및 방향
    설비가 열악한 만큼 피할 수가 없는 숙명적인 문제점. 통근열차 노선 소유 주체들이 선로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나마도 단선 구간이 대부분이라 선로를 소유한 사기업들의 화물열차와의 다이어 간섭을 피하기 위해 배차간격과 운행 횟수가 매우 악화되었다. 독일어권의 S반 같은 15~5분 배차간격은 꿈도 못 꿀 수준이고, 대부분 출퇴근 시간대에 단방향 운행[3]을 하고, 그나마 양호한 배차간격이 20분 정도, 심각하면 1시간을 넘어가기도 한다.
    긴 배차간격 뿐 아니라 단방향 운행 자체도 매우 큰 문제점인데, 이거 때문에 교외에 거주하고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운행패턴은 전혀 쓸모가 없다. 스프롤 현상이 정점을 찍으며 교외 거주/도심 근무자가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20세기 후반까지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도시 재집중화가 북미에도 상륙하면서 도시 내 거주 인구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출퇴근 패턴이 다양화되고 있는 21세기엔 더 이상 안 먹히는 컨셉이라 더더욱 심각한 문제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 차량의 문제점
    디젤기관차 + 2층 객차 조합은 승객 탑승 구역에 진동이 적은 구조라서 도시간 여객열차나 관광열차에는 적합하지만, 통근열차처럼 일일 통근수요를 담당하는 노선에서는 매우 나쁜 선택지다. 가감속 성능이 낮은 디젤기관차와, 량당 수송량 자체는 많지만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2층열차는 역간 거리가 짧고 승하차가 잦은 통근 노선과는 궁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통근열차들은 수도권 전철처럼 역간거리가 짧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문제가 크게 없다. 애초에 도심 내부에 역이 한개만 있는 경우도 널렸다. 그리고 북미 통근열차들은 보통 좌석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좌석을 많이 확보하려면 2층 열차 이용이 필요하다. 유럽의 도시 통근용을 겸하는[4] 장거리 여객열차들도 마찬가지로 2층 열차 운행을 별 문제 없이 잘 하고 있으며, 북아메리카의 통근열차 시스템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해서 많은 북미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S반도 미텔도이칠란트 S반이나 드레스덴 S반처럼 2층객차+전기기관차 조합을 잘 써먹는 시스템도 있다.[5] 당장 수도권에서 통근열차로도 활용이 가능한 ITX-새마을호나 무궁화호도 입석이 아닌 좌석식 열차이다.
물론 차량 문제가 큰 문제가 안 되는 건 교통국들이 서비스 개선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현상유지에 만족했던 2010년대 초반까지의 이야기고, 지금처럼 서비스 강화와 이용객 증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결국 차량 문제는 큰 걸림돌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이용객 유치를 위해서는 결국 승객들의 편의성이 증대되어야만 하고, 편의성에서 배차간격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높은 역 접근성을 위해서는 도심 내 추가 역 설치를 단행해야 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6][7] 상술한 2층열차를 통근노선에 투입하는 대표적인 예시로 들어진 미텔도이칠란트 S반이 21세기 들어서 결국 단층 전동차로 선회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도시권 내 통근열차의 편의성 향상에는 편성당 승객수를 높히기보다는 가감속 성능을 높히고 승객 승하차 시간과 배차간격을 줄이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
통근열차가 정차하는 도심 정차역들은 말 그대로 도심 한가운데에 있을 확률이 높은데, 때문에 디젤기관차 자체의 소음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 도심역들의 문제점
    북미권 통근열차들은 대부분 도시권 한쪽 끝에서 출발해서 반대편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인 도심의 중심역에서 노선이 끝나는데, 이 역들이 두단식 승강장 방식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것 때문에 도시권 전체를 쭉 가로지르는 노선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바로 시카고메트라. 메트라의 소유주인 RTA가 시카고 권역 내 난립한 통근열차 회사들을 대강 통합한 것에서 시작한 교통국이다보니 시카고 도심 내 종착역들만 시카고 유니언 역, 오글비 교통센터, 밀레니엄 역, 라살 스트리트 역으로 4개나 되는데다가 이 역들이 죄다 통과역이 아닌 두단식 승강장 역이라 메트라 노선간 환승에 막대한 불편을 끼치고 있다.
다만 SEPTA 통근열차 노선들처럼 도심을 관통하는 노선들을 보유하고 있어 상황이 훨씬 나은 곳들도 있긴 하다.
  • 역세권 개발의 미흡함
    역세권 개발(Transit Oriented Development, TOD)은 대중교통 수요 창출에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 북미 통근열차 정차역들을 보면 외곽으로 나갈수록 주변에 건물 하나 없이 주차장만 펼쳐져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8] 국내에서는 환승주차장이라고 불리는 시설로 보통 역의 상업시설과 연계해서 주차장을 건설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규모로 지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주차장이 도시철도나 광역전철과 연계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지만, 북미는 시가지 자체가 너무 넓고 베드타운의 대중교통이 너무나 부실하기 때문에 주차장 자체가 일종의 환승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부분의 북미 도시들이 교외에 환승주차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북미라고 해서 베드타운에 대형 상업시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역과 연계해서 건설하는 경우는 드물다.[9] 사실 제대로 돈 들여서 지은 도시철도 노선들도 교외로 나갈수록 역세권 개발은 안중에도 없고 주차장만 만들어놨다는 비판을 종종 듣는 동네가 북미인데 경전철 지을 돈도 없어서 만든 게 통근열차 노선인 만큼 이게 제대로 되는 게 더 신기한 일이긴 하다.[10]

6. 개선 시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 것이 북아메리카의 통근열차지만, 그래도 21세기 들어서 꾸준한 개선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 배차간격 감소와 양방향 운행
    토론토GO 트랜짓을 시작으로 주로 거대도시들의 통근열차 운영 주체들이 많이 시도하고 있다. 열차 한번 놓치면 못해도 30분, 심하면 2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 15분만 기다리면 다음 열차가 오는 것으로 변한다면 엄청난 효과의 수요 창출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신기재에 대한 투자
    교통국들도 디젤기관차+2층객차 조합이 영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서,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교통국들은 낡은 차량들을 대체하기 위해 가감속 성능이 보다 우수한 디젤동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기류에 잘 편승해서 슈타들러 레일의 FLIRT가 대박을 치고 있다.
  • 전철화
    워낙 투자비용이 높아서 전철화까지 시도하는 교통국은 많지 않지만,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Caltrain은 실제로 전철화를 거의 완료했다.
  • 선로 부설
    미국의 간선철도는 대부분 화물열차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고, 당연하게도 화물 우선 관제를 실시한다. 그래서 화물열차에게도 밀리고, 일반 장거리 여객열차에게도 우선순위가 밀리는 통근열차들의 정시성이 매우 나쁜 편이다. 그래서 교통국들이 자체적인 선로를 건설하거나 선로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통근열차를 기존 간선철도 노선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정시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배차간격 향상과 양방향 운행, 신기재 투입 등으로 어떻게든 통근열차로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교통국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북미의 철도 동호인들이 이렇게 개선된 통근열차 시스템들을 리저널 레일(Regional Rail, 지역철도)로 따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통근열차들이 교외 거주/도심 출근의 패턴을 따르는 통근자(Commuter)가 아니면 도저히 써먹을 게 못 되었던 것과 달리, 이런 시스템들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연선에 있는 지역(Region) 사람들이 모두 쓸 수 있다는 뜻에서 이런 호칭이 붙은 것이다.[11] 다만 공식적으로 '커뮤터 레일'과 '리저널 레일'을 구분하는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각 개인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정해지고 있다.
[1] 이를테면 앨버커키의 뉴멕시코 레일 러너 익스프레스나, 올랜도의 선레일 등.[2] 오히려 2층열차 하나 없는 통근열차 노선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특히 전차선은 물론이고 터널 같은 차체 높이 제한 요소가 없어서 높이가 6m에 달하는 차량을 굴리기도 한다.[3] 즉 출근시간대에는 교외에서 도심으로, 퇴근 시간대에는 도심에서 교외로만 운행.[4] 물론 유럽에서도 철도 통근의 주류는 중장거리 완행 여객열차가 아닌 S반이나 RER 같은 그보다 하위 등급의 단거리 열차나 도시철도다. 빠른 대신 30분~한시간에 한 대 오는 열차랑, 조금 느려도 10분에 한 대 오는 열차 중 뭐가 일상적인 통근에 더 편할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5] 공교롭게도 둘 다 구 동독 지역의 S반이다.[6] 도심 내 통근열차 정차역이 노선당 한두개인 케이스는 선진국에서는 북미를 제외하면 그렇게 많지 않다. 하다못해 도시철도와의 환승 편의성이라도 높으면 훨씬 낫겠지만, 시카고 메트라처럼 도시철도와의 환승조차 힘든 경우도 있으면 더더욱 편의성이 떨어진다.[7] 일단 북미권 통근열차 서비스 개선 열풍의 스타트를 끊은 GO 트랜짓부터가 도심 내 추가 정차역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8] Park and Ride라고 불리는 개념으로, 자가용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을 타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설이다. 북미에서는 철도역 뿐 아니라 대형 버스 환승센터에도 이렇게 큰 주차장이 딸려 있는 경우가 흔하다. 차가 지나치게 많이 도심으로 몰려들어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으나, 사실 주차장이라는 게 공간 대비 창출가치가 매우 저열한 시설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마이너스다. 다른 대륙 특히 역세권 개발이 활발한 동아시아권에선 역세권 = 금싸라기땅 취급이라 주차장에 공간을 이리 많이 쓰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도 2000년대 들어 철도가 일종의 혐오시설(소음) 취급을 받으면서 지상역사와 지상선로를 도심 외부에 설치하려는 경향이 생겼는데, 이로 인해 역에 환승센터와 주차장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절대로 드물지는 않다. 지방의 KTX역이 이 문제가 심각해서 역에서 주차난이 일어날 정도이다. 물론 이건 대부분 장거리 도시간 철도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북미처럼 도시철도나 광역철도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매우 드물다.[9] 당연히 이런 시설들도 엄청난 크기의 자체적인 주차장을 보유한다. 땅값이 워낙 싸서 보통 시설 면적보다 주차장 면적이 더 많다. 이런 이유로 마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보기 드문 국가이기도 하다.[10] 사실 북미 교외지역은 인구밀도 자체가 높지가 않고, 자동차 보급률도 높아서 만 16세만 되어도 운전면허를 허가하는 주들이 많을 정도라 이렇게 지어놔도 통근열차 환승에는 크게 무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한국 수도권이었다면 당연히 역에 주차난이 나겠지만 북미는 그럴 일도 없을 뿐더러 난다고 해도 그냥 주차장을 더 지으면 된다. 그게 인건비 많이 드는 버스보다도 싸기 때문.[11] 아이러니하게도 Regional Rail을 독일어로 번역하면 레기오날반(RegionalBahn)이 되는데, 독일어권에선 영어권의 리저널 레일과는 반대로 통근열차(S반)보다 배차간격이 길어서 일상적으로 이용하기엔 좀 더 불편한 등급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즉 두 언어에서 '통근열차'와 '지역열차'가 의미하는 개념이 서로 반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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