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7 12:07:03

지역사회통합돌봄

커뮤니티 케어에서 넘어옴

1. 소개2. 설명3. 국내의 현황4. 유의점


community care

1. 소개

노인이나 장애인 등 타인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민이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 내지는 마을공동체 내부에서 그대로 거주하며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받는 정책적 패러다임, 또는 그것을 실현시키는 복지시스템. 한국어로 번역할 시 "마을돌봄" 으로 번역되기도 하며, 정확한 번역어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그대로 음차하여 "커뮤니티 케어" 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대비되는 전통적 패러다임으로는 시설돌봄(institutional care)이 있으며, 이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일괄적으로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으로 보내져서 생활하게 되고, 장애인의 경우 정신병원이나 재활병원에 보내지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영국에서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던 것을 시초로 보고 있으며, 2013년 이후로는 일본의 사례가 흔히 참고자료로 쓰이고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포용국가 비전에 발맞추는 어젠다로서 지역사회통합돌봄 4대 과제를 제시함에 따라 공직사회 및 사회복지학, 정책학 분야에서 화제가 되었다.

2. 설명

지역사회통합돌봄(이하 마을돌봄)은 "노인들이랑 장애인들, 우리 사회에서 손이 많이 가는데, 어디 시설 같은 데에 싹 몰아넣어서 관리해 버릴까?" 라는 복지 아이디어에 대해 "No" 라고 대답하는 패러다임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UN 등의 국제기구들에서 지적하듯이 그런 시설의 운영 자체가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을돌봄이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었던 더 큰 이유는,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한도끝도 없이 많아지게 되면 시설 수용 비용도 한도끝도 없이 늘어난다는 점에 있었다. 정책위키 페이지에서 그 구체적인 데이터들을 볼 수 있는데, 건강보험료나 노인 의료급여 등의 지출액이 매년 증가하는 양상을 따져보니 이건 뭐 답이 안 나오더라는 게 골자다.

그렇다 해도 결국 누군가는 노인들을 돌봐야 하므로, 복지 전문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정부에서 직접 세금 들여서 이들을 관리할 게 아니라 마을공동체와 그 지역의 시민사회가 직접 관리하자는 아이디어로 옮겨 갔다. 이는 사회복지학계의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나 건강한 고령화(healthy aging), 통합돌봄(integrated care), 소셜믹스(social mix), 공동생산(co-production)과 같은 인식의 전환과도 궤를 같이 하는 변화이다. 실제로 마을돌봄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시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돌봄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그런 돌봄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 여기서의 인프라는 노인친화적 도로교통시설과 같은 물질적인 측면에서부터 이웃 간에 나누는 정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까지 모두를 포괄한다.

노인들이 자기 집에 그대로 머물면서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시설로 노인들이 '모였다면', 마을돌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내에서는 이제 복지담당자가 노인들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20년대 들어 전국 각지의 보건소들마다 방문건강체크,[1] 비상연락망 유지, 어르신 식사배달 등으로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독거노인 가정에다 AI스피커 같은 걸 나랏돈으로 설치해 주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국내에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할지언정 원격 의료를 접목시키는 것에 대한 준비도 활발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을돌봄의 핵심이 관에 있는 게 아니라 민간에 있다는 것이다. 마을돌봄이 성공하려면 그 지역의 마을공동체의 역량이 충분해야 한다. 이는 곧,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언제 이사를 와서 언제 나갔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마을에서는 마을돌봄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흔히 가스검침원이나 요구르트 아주머니들을 활용하는 돌봄 아이디어들이 논의되곤 하지만, 이는 그 집에 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보는 수준으로, 단순히 고독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마을의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옆집에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돕고, 마을 축제를 위해 시간과 금전을 투자하여 한마음으로 애쓰는 분위기가 자리잡을 때 마을돌봄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물론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지역사회 주민들과 어우러져 함께 지내도록 섞어준다는 의도는 이상적이지만, 이는 자칫 함께 살아가는 다른 주민들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사회생활이 미숙하여 이웃에게 여러 모로 폐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라면, 오히려 이웃들이 거부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사회 재적응을 위한 별도의 거주공간에서 생활 훈련을 거친 뒤에 지역사회에 재합류한다는 중간집(halfway-house) 운영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병원 퇴원 후 갈 곳이 없고 살 길도 막막하여 다시 소형 병원에 입원하는 '횡수용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간집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는 것이다. #

3. 국내의 현황

국내에는 2026년에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 대안으로서 제시되었다. 즉 기존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없이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비용을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므로, 어떻게든 2026년 전까지는 이 부담을 덜 수 있는 노인복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했다. 따라서 2026년을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 기본계획보건복지부에 의해 발표되었다. 대략의 계획은 2022년까지 선도사업을 마치고, 2025년까지 마을돌봄의 제도적 준비를 마친 뒤, 목표했던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을돌봄을 대중화한다는 것.

마을돌봄을 수용한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이, 국내에서도 중앙정부는 법적이고 제도적인 근거를 만드는 데 그칠 뿐, 실질적인 마을돌봄 관련정책의 집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보건분야와 복지분야 양쪽에서 추가 일자리 창출도 된다는 점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마을돌봄을 논의하고 있는 중. 2020년대에 들어서는 전국 각지의 복지부서마다 마을돌봄에 대해서 한 번 이상씩은 전부 토의를 거쳤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명한 정책 키워드가 되었다. 지나치게 폭증하는 노인복지 예산을 줄여보려고 시작한 것이니만큼, 중앙정부에서 국비를 직접 쏟아붓지 않고서 한 발 물러서는 포지션을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한편 치매 환자들에 대한 마을돌봄 위주의 접근도 치매안심마을이라 하여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 특히 치매환자의 경우 본인도 모르게 혼자 길을 잃고 동네를 방황하곤 하는데, 이런 배회노인들을 일일이 추적하여 가족에게로 돌려보내는 것이 상당한 행정력을 요하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는 지역 보건소에서 겉옷 셔츠 같은 곳에다 다림질해 붙이는 전화번호 스티커를 나눠주는 방식이었지만, 아무리 그런 스티커를 붙여 봤자 이웃 주민들이 관심을 안 가지면 누가 길가에서 서성이고 있어도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일. 따라서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치매환자 돌봄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4. 유의점

다른 유사한 정책들이 대개 그렇듯이 마을돌봄 역시 강력한 마을공동체를 전제로 하는 정책사업이다. 그러나 마을공동체 역량이 아직 초보적일 수밖에 없는 초창기에는 부득이 나랏님이 지역주민들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데(…), 사실 이는 그저 마중물 정도일 뿐 진짜배기 마을돌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관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골목길 벽에 노인들을 위한 손잡이를 달아 주는 것 아니면 마을자치회에다 돌봄회의 또는 돌봄위원회 같은 걸 추가로 설치하는 정도다. 자치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면면이 거기서 거기인 현실을 고려하면, 마을사업에서 이렇게 행정활동이 과잉되면 결국 마을자치회의 역할이 과중해져서 탈진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안내손잡이나 장수의자 따위만을 설치한다면, 그건 그냥 흔한 복지사업 A 정도이지 마을돌봄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주민들의 적극적 인식이 없다면 마을돌봄은 마을돌봄이 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출간하는 문헌들에 따르면,[2] 마을돌봄 사업 전반에서 의사들과의 협업이 경시되었다는 비판이 있다. 보건과 복지는 현장에서 서로 선긋기가 힘들 정도로 밀접하면서도 그 기능과 역할은 엄연히 달라지는 분야인데, 여기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결과 사업의 영역 문제로 충돌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많은 노인들은 각종 만성질환들을 줄줄이 달고 살기 때문에 집중적인 진료와 간호가 필수적인데, 원격 의료 찬반론은 둘째치더라도 마을 내에서 이들에 대한 의학적 도움을 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을돌봄이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주도형으로 추진되다 보니, 지자체 간의 복지서비스의 형평성과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기 쉽다는 점도 거론할 만하다. 우리 단지가 속한 시에서 서비스하는 돌봄보다 옆 단지가 속한 시에서 서비스하는 돌봄이 더 포괄적이라면, 주민들로서는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각 지방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환경적 특성들이 무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자기들끼리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끌어모아 사업을 하려고 하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며, 이런 지자체는 중앙에서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본래의 정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1] 주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근골격계 질환 진단, 치매예방 및 진단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2] e.g., 강태경, 2019; 성종호, 2019; 오영인,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