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尺貫法고대 중국을 기원으로 하여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쓰던 전통 도량형. '척근법(尺斤法)'이라고도 한다.
전통 단위계 중에서도 차원(물리량) 개념이 빈약한 편이다. 영미 단위계에도 있는 온도와 압력은 물론, 심지어 길이만으로 정의되는 각도 단위조차도 없다.
2. 역사
정확히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선 여러 해석들이 있으나, 전국시대의 강국이었던 진(秦)의 재상인 상앙 이후 제정했다고 추정한다. 한국에서는 고조선 시대에 발견된 자 유물로 보건데 이때부터 사용한 듯하다.단위로는 길이 단위인 자와 척(尺), 질량 단위인 관(貫), 부피 단위인 되와 석 등이 있다. 같은 척관 단위라고 해도 당시 기술력과 정치적인 문제로 국가나 시대에 따라 단위의 크기가 상당히 다른 편이다. '황종척'을 예로 들어보자. 삼분손익법 문서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12음률 중 '황종' 음을 내는 황종관(黃鐘管)을 만들기 위해 황종척(黃鐘尺)이라는 길이 단위를 정했다. 그런데 황종척의 기준이 되는 기장알의 길이와 부피가 일정치 않았기 때문에 황종의 음높이가 시대마다 달라졌다. 중국에서도 위정자들이 이른바 '옛 성인(聖人)의 음악'을 재현하고자 음계의 기본이 되는 황종관의 길이를 고증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저마다 자기 시대 자기 나라의 도량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자 문화권의 국가 개념에서 나라는 천명을 받아 일어서고, 도량형 또한 나라가 천명에 따라 통치하는 수단의 일환이다. 그래서 새 왕조가 개창되면 기존의 역법이나 도량형을 바꾸곤 했다. 천명을 새로 받았음을 백성들에게 알리려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 그래서 단위의 명칭이야 같다고 해도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단위를 사용하곤 했다. 이 때문에 사료에서 나오는 척관법으로 표기된 수치들은 당시 시대에 쓰던 척관법의 크기를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현대 한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척관법 단위는 대부분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표준화한 것이다.
3. 통용 여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SI 단위가 완전히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다.한국에서는 1961년부터 SI 단위(미터법)를 사용한 이래 공식적인 계측에서 척관법의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에서 아직도 실생활상에서는 척관법을 혼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흔하지만, 한국에서 척관법의 위상은 영미에서 영미 단위계의 위치와는 완전히 다르다. 즉, 현대 한국인들은 SI 단위로 계측한 다음 이를 척관법상 단위로 표현하는 방법을 쓸 뿐, 척관법으로 바로 계측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고기를 살 때 600그램을 계량하여 '한 근'이라고 하지, '근'이라는 단위로 눈금이 새겨진 저울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면적을 잴 때도 제곱미터로 계산한 다음 '몇 평짜리 집'이라고 인식하는 식이다. 실제로 SI 단위를 사용하고, 이를 편의상 전통적 단위로 표현하거나 전통 단위 개념과 비교하는 것일 뿐, 척관법을 도량형으로 사용한다고 할 수는 없다. 1980년대, 또는 90년대생 이후 출생자들에겐 평이나 근 같은 일부 단위를 제외하면 확실히 사장되었다.
이는 해당 단위들이 실생활에서 기준으로 삼기 좋은 실용적인 측정량이기 때문에 이를 부속단위로 쓰는 것이다. 고기 1근은 평범한 4인 가정이 한끼 식사로 먹기 좋은 양, 1평은 사람 한 명이 누울 만한 공간이기 때문에 이를 병행해서 쓴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쓰이던 시절에는 이 단위들이 SI 단위와 관계 없었지만 '1근=600그램', '1평=400/121 ㎡'와 같이 SI 단위를 기준으로 재정의되었고[1] 따라서 한국의 전통 단위계인 척관법은 SI 단위의 부속단위로 완전히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서는 500그램을 1근으로 인지하는데, 1 kg을 잰 뒤에 이를 '2근'(=1공근)이라고 표현하는 것일 뿐 이것을 두고 중국이 아직 척관법을 쓴다고 말하지 않는다.
4. 단위 목록
물리량이 작은 것부터 서술한다.4.1. 길이 [math(\sf L)]
도량형에서의 도(度)가 이것이다.- 문(文) = 약 2.4cm (4/165m) = 8푼 = 4/5치. '10문 반짜리 운동화'처럼 주로 신발의 크기를 잴 때 쓴다.
- 치(寸) = 약 3.03 cm (1/33 m) = 0.1자 = 10푼. '촌'이라고 읽기도 한다.
- 자(尺) = 약 30.3 cm. (10/33 m[2])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영미 단위계의 피트(30.48cm)를 '자' 또는 '척'이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 황종척(黃鐘尺)
- 주척(周尺)
- 영조척(營造尺)
- 조례기척(造禮器尺)
- 포백척(布帛尺)
- 간(間) = 보(步)[3] = 약 1.82 m = 6자
- 길(仞) = 약 2.4 m 또는 3 m = 8자 또는 10자[4]
- 정(町) = 약 109 m = 60칸 = 360자
- 리(里) = 12,960자 = 360보 = 약 393 m[5]
- 식(息) = 약 11.79 km = 30리
4.2. 넓이 [math(\sf L^2)]
- 작(勺) = 0.33058 ㎡ = 1/100평
- 평방자[6] = 0.091827 ㎡ = 1/36평.
- 평(坪) = 1보(步) = 3.3058 ㎡
- 무(畝)[7] = 99.174㎡ = 30평
- 단(段) = 991.74 ㎡ = 300평[8]. 우수리(나머지)가 없으면 '단보(段步)'라고 한다.[9]
- 정(町) = 9917.4 ㎡ = 3000평. 우수리가 없으면 '정보(町步)'라고 한다.
4.3. 부피 [math(\sf L^3)]
도량형에서의 량(量)이 이것이다.- 작(勺) = 약 18 mL[10]
- 홉(合) = 약 180 mL
- 되(升) = 약 1.8 L (= 64,827세제곱푼 = 64,827,000/35,937 cm³ = 2,401/1,331,000 m³)
- 말(斗) = 약 18 L
- 섬(石) = 약 180 L
강수량을 나타낼 때 척관법에선 길이가 아닌 부피 단위를 사용했다. 강수량 1 mm는 평당으로 계산해서 1되 8홉 3작이 된다.[11] 비 1섬이 내렸다면 약 54.6 mm에 해당.
4.4. 질량 [math(\sf M)]
도량형에서의 형(衡)이 이것이다.- 돈 = 3.75 g으로 1푼의 10배이다.
- 냥(兩) = 37.5 g으로 1돈의 10배이다. 다만 한약재의 경우 1근의 1/16이다. 15/400 kg으로 정의되었다.
- 근(斤) = 과일이나 채소는 375 g(1/10관)에 해당하며 1냥의 10배이다. 다만 고기나 한약재는 600g에 해당한다.
- 관(貫) = 3.75 kg
- 칭(秤) = 37.5 kg
4.5. 기타 단위
모는 현대에서는 쓰이지 않고, 할푼리는 야구 이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12] 그래도 할 정도까지는 2음절로 표현 가능해서 잊을 만하면 보이는 편.
5. 같이 보기
[1] 현대 한국 관습 단위계의 기반이 되는 1891년 일본 도량형법 자체가 1척을 10/33 m, 1근을 600 g으로 하여 기존 관습에 가까운 SI 단위 물리량으로 재정의했다.[2] 정의값이다. 즉 정확한 값.[3] 원래 다른 단위였다가 통합된 것으로 상황에 따라 아직 다른 단위인 경우도 있다.[4]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의 '길'이 이것이다.[5] 일본 도량형 기준으로는 129,600자(360정)으로 약 3,939m인데, 한국에서는 기존의 한국식 리 정의에 맞추어 1/10으로 줄여 잡았다.[6] 한 변이 1자(尺, 약 30.303 cm)인 정사각형의 넓이다. 흔히 유리 거래에서 쓰이는 '평'이 사실은 평방자의 줄임말이다.[7] 畝의 독음이 무/묘 두 가지라 '묘'로도 읽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묘'로 실렸다. 畝 참고.[8] 다만, 북한에서는 30평으로 99.174 ㎡이다.[9] 가령 300평은 1단보라고 하지만 330평은 1단 1무라고 한다.[10] 勺은 넓이의 단위로도, 부피의 단위로도 쓴다.[11] 조선일보 1936년 7월 31일자 기사[12] 주로 0.XXX 단위로 나타내는 스탯을 말할 때 사용되는데, 0.123이면 1할 2푼 3리로 표기하는 식. 사실 21세기 들어서는 할푼리도 거의 쓰지 않는다. 일반인들이건 방송 캐스터들이건 스포츠뉴스 취재기자들이건 3할 8푼 5리보다는 0.385라고 더 많이 표기하고 말한다. 가끔 중계 중에 할푼리로 읊어줄 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