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내버려둬서 차게 식은 밥.따끈따끈할 때 머금고 있던 수분이 날아가 밥알이 굳어서 맛이 상당히 떨어진다[1]. 이 때문에 대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빗대어 별로 좋지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을 '찬밥 취급' 또는 '찬밥 신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2. 맛과 보관 방법
밥이라는 음식은 본래 여름엔 금방 쉬고 겨울에는 습도가 낮은 관계로 표면이 말라 붙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온밥솥 등의 도구가 없던 시절에는 밥맛을 유지하면서 온전히 보관할 방법이 없어 끼니마다 밥을 지어 먹었는데, 이런 풍토상 찬밥은 전 끼니에 남은 밥이다보니 맛도 맛이려니와 신선도 및 인식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손님에게 찬밥을 주는 것은 대단한 푸대접으로 여겨졌으며, 이런저런 이유로 활용성이 떨어지는 바 찬밥이 나오지 않게 밥량 조절을 잘 하는 것도 옛시절 부인들의 덕목이었다. [2]하지만 맛 부분[3]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차도 있어서 찬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4] 이런 이들은 오히려 뜨거운 밥을 먹는 걸 싫어한다. 특히 보통 밥보다 찰기가 덜한 편[5]인 찬밥이 맛을 내기 좋은 요리도 여러가지 있다. 물론 맛보다 그냥 빨리 먹을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지 이 경우에는 찬밥보다 그냥 온도가 낮은 밥을 좋아한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보온밥솥이 보급된 이후에는 밥을 장기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어 찬밥이 생기는 경우는 꽤 드물어졌다. 다만 보온밥솥에 밥을 오래 보관하면 밥이 삭거나 색이 변해서 맛이 없어지니 주의할 것. 이론상으로는 1주일 가까이(150시간 가량) 보온밥솥에 보존했다가 먹어도 건강에 지장은 없지만, 4~50시간만 보온 상태로 있어도 밥의 맛과 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귀찮아도 밥은 2~3끼 분량씩 꼬박꼬박 하는 것이 좋다.
보온밥솥이 없거나 지나치게 장기간 나눠 먹을 경우에는 갓 지은 밥을 랩으로 싸거나, 뚜껑이 있는 용기[6]에 따로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맛도 그리 떨어지지 않고 먹을 만 하다.
옛 말에 '찬밥 먹으면 살이 안 찐다' 는 말을 종종 들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있는데, 스리랑카 화학 과학대 연구진이 미국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연례회의에서 코코넛 오일 1 티스푼 가량을 넣은 후[7] 밥을 지은 후 그 밥을 12시간 가량 0~5도의 냉장고에서 냉장을 할 경우 원래 밥 안에 들어있던 가소화 전분이 저항 전분으로 바뀌어 최대 60%의 열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8], 실험에서는 실제로 10~15% 전후의 효과밖에 있지 않았고, 60%나 줄인다는 건 연구자의 희망사항임으로 저항전분이 다이어트에 드라마틱한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같은 방법으로 감자 등 탄수화물이 다량 함류된 식재료를 조리해도 마찬가지의 열량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며 빵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연구 중이라 밝혔다. 관련기사 1, 관련기사 2
소장에서 가소화 전분은 포도당 등의 영양소로 분해되는데 반해 저항 전분은 분해가 되지 않아 그대로 몸 밖으로 배출되고 신체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는데 위의 방법대로 밥을 지은 후 냉장할 경우 녹말의 주요 성분이자 물에 잘 녹는 성분인 아밀로스 분자들 사이에 수소 결합이 이루어지면서 저항 전분으로 바뀐다.[9] 가소화 전분이 저항 전분으로 바뀌어 체내에 흡수되는 포도당도 줄어들기 때문에 혈압의 상승량도 낮아지게 되는 원리로 코코넛 오일은 밥이 되는 과정에서 쌀알에 침투해 저항 전분이 되는 것을 돕는다.[10]
이와 관련해 밥을 냉동하기만 하면 탄수화물이 파괴되어 열량이 감소한다는 냉동밥 카더라가 나오기도 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박준우 기자가 언급해서 넓게 퍼지게 되었는데[11] 이는 위의 정보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몇 가지가 누락되면서 왜곡된 것이다.
먹거리 X파일 방송에서 전남대학교에 의뢰해 검사한 바에 따르면 갓지은 밥의 저항전분 비율이 3.83%일 때 냉장 보관한 밥의 저항전분이 5.18%로, 1.35%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같은 기관에서 여러가지 밥과 오일을 사용해 실험해 보았지만 최대 2%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밥을 먹고 혈당 차이를 비교해 보았지만 갓지은 밥을 먹고 120분 뒤 혈당이 163mg/dL일 때 냉장 보관한 밥의 혈당은 그보다 10~15mg/dL 정도 떨어지지만 현미밥의 120분 뒤 혈당이 120mg/dL인 것과 비교해 보면 미미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건강을 생각한다면 현미밥을 먹거나 한 숟갈 덜 먹는 게 훨씬 낫지 냉장 보관한 밥을 먹는 건 수치로 볼 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용례
- 국물이 있는 요리, 특히 라면에 밥을 말아먹을 때는 뜨거운 밥보다 찬밥이 훨씬 맛있다. 뜨거운 밥은 밥알 겉면에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국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데, 찬밥은 이미 겉면에 수분이 많이 날아간 상태이기 때문에 국물이 잘 스며들어서 간이 잘 되기 때문이다.
- 볶음밥을 만들 때도 고슬고슬한 찰기 없는 밥을 조달할 수 없을 때 찬밥을 대신 쓴다. 특히 식당이 아닌 집에서 해 먹을 때는 대부분 이쪽을 베이스로 삼을 수밖에.
- 무더운 삼복더위에 입맛이 없다면 찬밥에 물을 말아서 먹는 것도 한 방법. 물에 말아 김치와 함께 먹는다든가, 밥 한 숟갈 고추 한 입 베어먹는 그 맛은 시원하면서도 매운맛이 있어 입맛을 돋운다. 이외에도 김과 간장만의 간단한 조합으로 즐기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밥상에선 찬밥이 밥의 냄새가 적기 때문에 더욱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4. 기타
- 중요하지 않고 하찮은 인물이나 사물을 비유하는 말인데, 관련 속담으로 굉장히 급하거나 조건을 따질 때가 아님을 의미하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가 유명하다.
- 전통명절 한식에는 찬밥과 찬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다.
[1] 물론 더운 밥보다 식은 밥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 뜨거운걸 잘 못 먹거나, 고슬고슬한 밥을 선호하는 사람들중에는 아예 밥을 짓고 나서 냉장고에다가 밥을 넣어 식혀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2] 다만 주막과 같은 외식산업에선 언제 얼마나 올지 모르는 손님이라는 변수와 가마솥과 부뚜막이라는 조리환경의 한계 및 경제성 측면으로 인해 찬밥이 항상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찬밥을 따뜻하게 만들어 먹기 위해 뜨거운 국물에 밥을 여러 번 부어내는 토렴이라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현재도 국밥집에서 종종 볼 수 있다.[3] 맛이 아니더라도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도 찬밥을 선호한다.[4] 대표적으로 강호동. 따뜻한 밥도 잘 먹지만 국 종류에는 찬밥을 말아먹는 걸 좋아한다.[5] 우리나라 벼의 특성상 그렇다는 것이며, 태국이나 베트남 등지의 안남미는 처음부터 찰기가 거의 없으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6] 밥이 말라붙지 않기 위해서 뚜껑을 반드시 닫아야 한다.[7] 코코넛 오일 특유의 향미가 강하게 나서 호불호가 심히 갈릴 수 있다. 올리브유도 마찬가지로 카놀라유나 옥수수유가 선호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8] 엄밀히 말하면 밥 자체의 열량 변화는 없는데 식이섬유처럼 소화가 되지 않아서 흡수되는 열량이 적어지는 것이다.[9] 다만 밥맛도 보다 쫀득쫀득해지는 찰밥과 비슷한 식감으로 변한다. 갓 지은 밥의 느낌은 불가능하다.[10] 콩기름 등 다른 기름으로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코코넛 오일의 열량이 압도적으로 낮아 효율성을 따지자면 코코넛 오일이 가장 좋다. 다만 밥 지을 때 들어가는 기름의 양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시중에 파는 코코넛 오일이 웬만한 올리브유 이상으로 비싼 가격이란 것은 고려하자.[11] 사실 잘못 말한 것은 아니고 최화정이 코코넛 밥을 냉동했다는 말에 박준우가 부연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설명하기 난해한 코코넛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서 왜곡되어 버린 것이다. 거기다 '차게 식혀야 한다'는 부분은 '냉동해야 한다'로 왜곡되어 번지게 되었다. 관련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사진에서는 분명히 '냉장고에 보관'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기사 제목에서는 냉동밥을 운운하고 있다. 실제로는 냉동시키면 저항 전분으로 전환되기 전에 얼어버리므로 반드시 장시간 냉장시켜야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