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5 07:24:27

진흙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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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tians eat dirt cookies to survive

1. 개요2. 제조법3. 문제점4. 유엔기구의 조사5. 유사 사례6.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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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름 그대로 진흙으로 만드는 쿠키로, 아이티에서 이전부터 있었지만 2010년의 대지진 이후 주민들이 먹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2. 제조법

제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진흙을 체에 넣고 흔들어 고운 입자만 걸러낸 것을 에 개어 소금, 버터, 마가린, 밀가루 등을 첨가하고 모양을 빚어서 강한 태양 아래에 말리면 끝. 당연한 말이지만, 진흙까지 먹는 처지에 위 같은 첨가물은 못 넣는 때도 많은 모양이다. 위 같이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넉넉하다면 그냥 빵을 만드는게 이성적인 선택이다.

3. 문제점

최빈국에서 못 먹을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21세기의 꿀꿀이죽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꿀꿀이죽은 음식물 쓰레기를 주 재료로 하지만 어찌됐건 식재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음식 맛이라도 나고 영양소가 있으며 소화도 되는 '음식'의 일종이지만, 진흙쿠키는 칼로리도 전혀 없다는 점[1]에서 꿀꿀이죽보다 심각한, 한마디로 음식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무언가라는 것이다.

사실 신체가 흡수하는 열량으로 따지면 아예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칼로리라 함은 음식을 태워서 나온 열량을 측정하는 기계인 봄 칼로리미터에 넣어 측정하는 것이고, 실제로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에서 실질적으로 흡수하는 열량은 "음식의 칼로리 - 음식의 성분을 내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음식을 분해하는 소화작용에 쓰는 칼로리 - 그러고 남은 찌꺼기를 배출할 때 드는 칼로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음식은 소화에 드는 미량의 에너지보다 칼로리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진흙쿠키의 경우 "음식의 칼로리(0~해봐야 첨가물에서 비롯하는 고작 수십) - 음식의 성분을 내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음식을 분해하는 소화작용에 쓰는 칼로리(무슨음식을 먹든 고정값) - 그러고 남은 찌꺼기를 배출할 때 드는 칼로리(고정값)"이라서 먹으면 오히려 칼로리를 잃는 기적의 다이어트식품이다. 위생문제를 제쳐놓고서라도 당장 주린 배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먹으면 오히려 영양실조를 심화시키는 것을 먹는 슬픈 상황인 것이다.

단순히 열량이 아예 없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섭취 후 질병과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사망 등, 잠깐의 배고픔을 잊은 대가는 더욱 심한 고통으로 돌아온다. 심지어 이런 열량 없는 식품들은 허기가 제대로 가시지 않으므로[2] 배고픔에서 해방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재료가 다름아닌 흙이기에 동물의 배설물 등의 이물질이 함유되어 있을 수 있으며, 말리는 정도로는 병균, 기생충이 죽지 않아서[3] 이를 먹은 아이들의 뱃속엔 기생충이 득실득실하여 복통설사에 시달리지만, 먹을 것이 없는 기아에 허덕이는 상황에선 이런 것밖에 먹을 수 없다. 온갖 단점에도 불구하고, 문서를 보면 자세히 나와있겠지만 온갖 비타민 등의 영양 성분이 들어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는 흙도 음식으로서의 선택지일 수 있는 것.[4] 물론 이런 위험을 최대한 감소하기 위해서 깨끗한 진흙을 쓴다지만 그래봤자 진흙은 진흙이다. # #

차라리 불에 굽는다면 기생충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지 모르나, 진흙을 불에 구우면 뭐가 되는지 생각해보자. 과장 안 보태고 도자기 쿠키[5]가 되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소화시킬 수 조차 없는 무기물을 그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소화기관에 강제로 쑤셔넣어 포만감이라도 느끼려는, 식사를 가장한 자학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이들이 직접 파는 진흙 쿠키를 2000년대 국내의 MBC 취재진이 사먹어보려 했는데, 입에 넣는 순간 흙이 씹혀서 삼키는 건 고사하고, 더 이상 씹지도 못하고 바로 뱉어버렸다고 한다.

재료는 진흙 절반에 기름 약간, 밀가루 약간, 소금 약간, 이 정도로 넣고 햇볕에 말린다. 1개당 한국 돈으로 30원 정도. (2008년에는 그마저도 150원으로 올라버린 모양) 진흙 쿠키 말고 그냥 밀가루에 기름, 소금만 넣어 구운 건 한국 돈으로 100원이 넘는데 이건 맛이 없다고 해도 최소한 먹을 수는 있었다.[6] 적십자에서도 맛보기 체험행사를 했었는데 체험자들이 아연실색할 정도다.

국내 취재진이 이런 걸 먹으면 오히려 기생충 등의 문제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자 사가던 어느 현지인 여자가 "잘 안다. 이거 먹고 복통에 시달리고 병에 걸려 죽은 아이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먹을 게 없다."라고 슬픈 얼굴로 말했다. 또 다른 다큐멘터리에서는 엄마가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의 처방은 당연히 진흙 쿠키를 먹이지 말 것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사정으로는 진흙 쿠키밖에 먹일 것이 없다보니 그거라도 먹지 않으면 굶어 죽게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이에게 또 다시 진흙 쿠키를 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내용도 나왔었다.

4. 유엔기구의 조사

WFP(유엔 세계식량계획, World Food Programme)가 밝히길[7] 쿠키로 사용되는 진흙은 중앙 부처에서 공급하는 특수한 진흙이며 식량 사정이 좋을 때도 빵처럼 먹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 아프리카에서는 고대로부터 독이나 전염병 감염의 치료제로 흙을 먹어오던 관습이 널리 퍼져 있다. 프랑스산 몬모릴나이트(점토 광물)는 한 단지에 미화 36달러라고. 다만 의학적 관점으로는 중금속 노출의 위험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Famine Food Legends #1: Haitian Mud Cakes

5. 유사 사례

후한 말의 이술손권에게 반란을 일으켰다가 역관광을 당하고 철저하게 포위된 상황에서 군마를 잡아먹다가, 결국에는 진흙 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함길도(現 함경도)에서도 흉년이 들어[8] 흙을 먹었다는 기록이 실록에 남아 있으며(세종 5년 3월 13일), 21년 뒤인 세종 26년 4월 24일 황해도에서도 흙을 파먹다 흙이 무너져 2명이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를 보면, 두 죄수가 석탄더미를 파면서 뭔가 깨물어본 뒤 검은 덩어리를 먹는 얘기가 나온다. 죄수들 왈, "해양 점토"라면서 몸에 좋지는 않지만 해악도 없다며, 하루 1kg 정도 먹으면 뭐라도 먹은 기분이라나.

6. 관련 문서



[1] 정말 흙만으로 만든 것은 무기물 덩어리니 당연히 열량이 전혀 없지만, 어떻게든 모양을 내고 먹기 위해 마가린 등 뭐라도 넣으므로 칼로리가 완전히 0은 아니다. 물론 그래봐야 칼로리는 사실상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2] 보통 배가 차서 더 먹기 힘든데도 미칠 듯한 허기에 더 먹고 싶은 모순되는 감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다. 이는 배가 아무리 차도 정작 몸에 흡수되는 열량은 없다 보니 뇌에서 계속해서 영양을 요구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먹을 수 없는 솜 같은 걸 먹거나(미국에선 솜 다이어트(...)로 여러 사람이 골로 갈 뻔하기도 했다.), 열량이 거의 없는 곤약 등을 먹는 식이요법 방식의 맹점이기도 하다.[3] 회충, 편충 등이 토양 매개성이다.[4] 그러나 이런 식으로 얻을 수 있는 영양소는 대부분 무기염류, 즉 열량 공급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냉각수나 엔진 오일만 갈아줄 뿐 연료통은 비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그 갈아주는 엔진 오일과 냉각수도 폐급 불순물투성이겠지만 필수 영양소 중에 이런 무기염류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일차적인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열량 섭취가 필수 불가결이다.[5] 도자토가 아닌 그냥 점토를 굽는다고 해도 세라믹 형성이 일어난다. 석기시대에도 진흙을 구워 토기를 만들었다. 서바이벌을 다룬 작품에서 흔히 나오는 오지그릇이 이런 식.[6] 사실 밀가루에 기름과 소금을 섞어서 말리기만 한 것이 개당 100원이라면 한국 물가로도 싼 가격이라고 할 수 없다. 계란에 설탕을 넣어 구운 머랭쿠키가 그 정도 가격이다. 즉, 한국보다 국민 소득이 휠씬 낮은 아이티인데도 오히려 식품의 가격이 더 비싼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은 주요국들 중에서도 식량 가격이 가장 비싼 국가 중 하나이며, 특히 저소득 국가들의 물가는 대부분 최소한 고소득 국가들보다는 많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아이티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수준의 식량마저 사치품 수준의 가격인 셈. 아이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국내 인프라가 박살이 나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과 생필품을 포함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수출국의 마진에 국제운송비, 관세까지 덕지덕지 붙으니 당연히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마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7] WFP에서 제작한 이 동영상 시리즈에는 진흙쿠키 외에도 말라위의 쥐 꼬치나 벌레 먹기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8] 당시의 흉년을 다룬 실록의 다른 기사[9] 죽, 수프, 빵 등의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의 양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부어넣는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만화 에서도 유대인들에게 톱밥을 섞어 만든 빵을 줬다는 일화가 나오고 게임 프로스트펑크에서도 식량이 부족할 경우 톱밥을 넣은 수프를 배급할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지가 등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둘 다 먹은 사람들은 배탈로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