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제병연합"(諸兵聯合)이란, 보병, 기갑, 포병, 항공 등 2개 이상의 다른 병종 제대(부대)들이 상호보완, 상호통신 속에 함께 작전하는 것을 말한다.2. 어형
통상 "제병협동"(諸兵協同)으로 부르며, 그밖에 "제병합동"(諸兵合同)으로도 부른다. 이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는 "Combined arms"이다.한국어에서 군사에 관하여 "협동"과 유사한 말로는 "합동", "연합"이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병종 간에는 "협동"을, 군종 간에는 "합동"을, 국가 간에는 "연합"을 쓰는 경우가 많으나 용례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 호환되어 쓰인다.
한국에서는 군사용어로서 "협동"과 "합동", "연합"이 어느 정도 구별되어 쓰이지만, 역어로서는 아주 엄밀하게 구별되어 원어와 대응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Combined arms"는 "제병협동"으로 번역되지만, "Combined operations"는 "연합작전"으로 옮겨지는데, 연합작전(Combined operations)이란 2개국 이상의 군대가 서로 협력하여 수행하는 군사작전을 말한다.
3. 개념
전근대에는 보급이나 훈련, 교전 시 통신 문제 등으로 말미암아 병종별로 나누어 대단위 부대를 편제하여 집단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대로 올수록 사회체제와 군 조직이 고도화하고 제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제병협동작전을 수월하게 수행할 여건이 마련되었으며, 이에 따라 더 소단위 부대 차원에서 각 병종이 유기적으로 협동하는 것이 중시되고 있다.[1]하지만 이들을 통괄하는 지휘자가 각 병종들의 장단점과 특성, 제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실제 작전을 수행해야 할 일선에서도 훈련으로 합을 맞추지 않은 경우, 제병협동작전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상호보완은커녕 각 병종이 따로따로 놀게 되며 지원 병종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손실 혹은 유기되거나 최악의 경우 각개격파당하기 쉽다. 따라서 좋든 싫든 훈련을 통해 서로를 보완하는 감각을 익힐 수밖에 없다.
병과 수준을 넘어서 군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확장된 협동작전을 가리켜 "합동전"(Joint warfare)이라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 모든 부대는 그 수준에서 상정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각 편제단위마다 그에 걸맞은 제병과를 편성하지만, 행정과 보급 상의 효율성과 편의성 목적에서 같은 병과를 하나의 대단위 편제로 묶어두기도 하며, 원래 편성된 제병과 제대들만으로는 부여되는 임무에 항상 적정한 전력을 충족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 타 부대로부터 일부 병과제대를 증원받거나 역으로 파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임시 편성부대는 각국이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온 데다가 필요할 때 만들어 쓰고 나면 해체하였던 까닭에 국가별로나 규모별로 다양했다.
이러한 임시편제의 대표적 사례로는 "전투단"(Combat Team미국식 영어; Battlegroup영국식 영어; Kampfgruppe독일어) 혹은 "임무부대"(Task force)가 있다.[2] 미국의 경우, Combat Team은 주로 연대급 이상 사단급 미만이었고, Task force는 육군 기준으로 중대급이나 대대급이었다. Task force는 육군의 소규모 부대들보다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해군 기동부대의 사례가 더 유명한데, 기동부대는 다수의 정규 항공모함 및 호위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여 편성되었다.[3] 영국식 Battlegroup은 보병대대나 기갑연대에 다른 병과부대들을 붙여서 편성하는 임시부대였다. 독일의 Kampfgruppe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국방군에서 사용했던 제병연합 임시편제 개념으로, 주로 대대급이었으나 중대부터 군단까지 다양한 편제단위에서 조직되었다. 전후 독일 연방군에서는 모두 여단편제로 전환되어 더는 쓰이지 않는다. 그밖에도 일본의 병단이나 지대 같은 명칭들이 이러한 제병연합 임시부대를 가리키는 데에 사용되었다.
4. 사례
잘하기가 힘들 뿐이지, 그 자체는 아주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령 보병이나 기갑이 돌격하기 전에 포병이 퍼붓는 공격준비사격이나 보병과 기갑이 함께 다니며 화력 지원과 엄호·정찰을 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냉전시대까지는 사단급 이상의 정규편제 단위나 최소 연대급 이상의 임시편제에서 수행되었다가, 탈냉전 이후로는 대체로 비정규전이나 테러 등이 주요 문제로 대두하면서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신속대응군 차원에서 제병연합이 시도되었다.[4] 대표적으로 미군의 여단전투단과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이 있다.[5]
5. 대중매체
따로 의식적으로 이 용어를 쓰는 모습은 일부 워게임, 특히 실시간 전술 계열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지만, 다양한 유닛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바카닉 테란, 발리앗, 배틀탱크, 커세어 + 지상유닛(질럿, 다크, 리버), 뮤탈 히드라 등이 있다.Hearts of Iron III에서는 편제를 만들 때 여러 병과를 적절히 조합하여 제병군 효과를 받을 수 있다. 후속작인 Hearts of Iron IV에서는 병과별로 다양한 효과(장갑, 돌파, 참호, 험지 적응, 상륙 등)를 제공하므로 필요와 가용자원(인력, 공업력, 천연자원)에 따라 다채로운 편제를 만들 수 있으며, 일부 병과는 대대급 없이 지원중대만 사용할 수 있다.
워게임 시리즈는 병과별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여서 특정 병과로 도배하는 행위로는 이득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같은 병종 내에서도 최신 병기를 사용하는 고급 전력일수록 가용량을 많이 잡아먹게 되어 자연스럽게 양과 질을 저울질하여 적당한 하이로우 믹스를 하게 된다.
6. 관련 문서
[1] 예컨대 중세까지는 기병대, 보병대, 궁병대 식으로 큼지막하게 나뉘어 야전군이 구성되었던 것이 근대에는 사단이나 여단 내에 전열대대들과 공병이나 척탄병, 경보병 등 각중 지원중대, 포대 등이 편성되었고, 근현대 이후로는 보병대대에조차 화기중대가 편성되는 등 제한적으로나마 제병연합을 하게 된다.[2] 육군의 경우는 주로 "특임대", "특임부대", "특수임무부대", "임무부대" 등으로 번역하고, 해군의 경우는 보통 "기동부대"로 번역한다.[3] 전후에는 항모의 대형화와 함께 항모 단함마다 보조함을 붙이는 항모전투단(Carrier Battle group)을 사용하였다.[4] 다만, 21세기에도 정규군 간 제한전이 몇 차례 발생하고 신냉전이 대두하면서 다시금 사·여단급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러시아군의 대대급 시도는 실패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고, 그나마 미군 정도가 여단급에서 실현 가능한 정도이다.[5] 다만, 여단전투단 각 부대 자체는 엄밀하게는 임시 편성부대라기보다는 상설 건제부대에 가까운데, 이는 과거보다 훨씬 소부대에서도 제병연합이 긴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각 여단급에서도 상시적으로 옛 전투단 수준의 제병연합을 수행한다는 "개념"이 "여단전투단"이며, 따라서 이렇게 전투단스럽게 편제된 각 여단급 부대의 편제단위 명칭 자체는 단순히 "여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