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현재 전국지리올림피아드(KGeO)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 올림피아드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서 영향력과 중요도가 대한민국의 형식과학&자연과학 올림피아드보다 낮다. 여러 방면에서 홍보도 별로 없고 정보 공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국제지리올림피아드(iGeO) 관련 정보는 더욱 처참한 수준이다. 현재 대한지리학회는 iGeO에 관심이 없다. 2000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국가대표 선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원의 국대 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옆나라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매우 처참하다.
국제 과학 올림피아드는 학문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만큼 교내대회부터 국제대회까지 진행하는 권위 높은 대회이다. 국제대회까지 진행하는 다른 분야 올림피아드와는 반대로, 지리올림피아드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2. 폐쇄적인 진행 방식
현재 지리올림피아드의 문제 출제, 문제 검토와 채점은 대한지리학회 산하 전국지리올림피아드특별위원회와 전국지리교사연합회가 담당하고 있다.두 단체가 발표한 지리올림피아드 대회 방침은 시험지를 오직 2시간 정도 되는 시험 시간에만 볼수 있도록 되어있다. 즉 시험이 종료되면 답안지는 물론이고 시험지도 걷는다는 이야기다. 시험 직후 문제 유출 금지는 올림피아드의 특징이어서 무난하게 받아들일수 있다. 타국의 지리올림피아드들도 비슷하게 시험직후 시험지를 답안지와 함께 걷으나 몇달 쯤 뒤에 문제에 대해 언급이 가능하게 풀어주고 과거 시험지도 꾸준히 공식사이트에 올려준다. 미국지리올림피아드 예시 스위스지리올림피아드 예시
그러나 KGeO 특별위원회는 시간이 꽤 지나도 과거 지리올림피아드 문제들을 공개를 안한다. 공개를 해도 출제가 예상되는 4문제를 엮어 올려놓은것 뿐이다. 참가자가 지리올림피아드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공식적으로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술 더 떠서 특별위원회는 문제들이 어떤 분야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는지 출제&검토되는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출제 과정을 언급조차 해주지 않고, 그나마 학부 수준이 섞여있는 여러 문제에 여러 교수의 자문을 구한다고만 2019년 전국대회 시상식에서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원래는 대회 시작전 참가자들에게 문제 출제 과정에 대한 언급은 해둬야하는 것이 맞다.그래서 지리올림피아드 특별위원회 측의 입장을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너한테 문제만 내줄테니 너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알아서 준비해서 입상해라”라는 의미가 된다.
3. 타 인접학계와의 부족한 교류
현재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지리학은 다른 분야로 흡수되고있고 지리학이라는 학문의 자체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는 중이다.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정치지리=정치학, 사회문화지리=사회학, 경제지리=경제학, 자연지리=지질학,지구환경과학 생태지리=생물학, 교통지리=교통공학, 도시지리=도시공학 및 토목공학 등등 지리학에서 다루는 분야들은 모두 다른 분야와 겹친다. 이때문에 정책 결정자들 입장에선 이미 있는 학과를 폐강하고 지리학과를 개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를 두고 미국의 지리학자 칼 사우어는 지리학에 대한 관심은 태곳적이고 보편적이라고 평했다. 즉 순수지리학이라고 불릴수 있는 학문은 거의 지도학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지리덕후들이 주로 편집하는 지역지리 문서조차 국제관계학이나 행정학에서 다루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지리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행 지리올림피아드는 이런 추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국지리올림피아드 주최측과 지원측만 보더라도 국토 연구원과 대한지리학회, 전국 지리교사 연합회가 전부이다. 또한 대한지리학회의 대부분의 학자들과 지리 관련 과목 학회의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에만 급급한 편이다. 대한지리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자신의 연구에 대한 공유나 학자들 사이 친목 도모 대회가 두드러지고 인재 양성에 관한 게시물은 안보이는 편이다. 이쯤되면 대한지리학회도 지리올림피아드를 전통적인 규례만으로 생각하고 대회 자체를 사실상 방치한다고 볼수도 있다.
4. 국가차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 부족
현재 전국지리올림피아드는 국무총리 직속 연구 기관 국토연구원에게만 지원을 받고 있다.중등 과정에서 지리와 같은 사회과학을 등한시하는 한국 특유의 풍토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대부분의 국내 올림피아드 운영 및 국제 과학 올림피아드 참가를 지원해 주고 있다. 그 지원 대상은 한국수학올림피아드/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물리올림피아드/국제물리올림피아드, 한국화학올림피아드/국제화학올림피아드, 한국생물올림피아드/국제생물올림피아드, 한국정보올림피아드/국제정보올림피아드, 한국천문올림피아드/국제천문올림피아드[1],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한국중등과학올림피아드/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 한국청소년물리토너먼트/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이다. 즉 형식과학, 자연과학 분야 대회만 지원 대상이다.
반면 한국철학올림피아드, 전국지리올림피아드,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한국경제올림피아드, 국제역사올림피아드 등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 대회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과학 인재에 지원하는 것인데 왜 문과 분야도 지원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들 대회도 엄연한 국제 과학 올림피아드이며, 이들이 다루는 분야도 국가의 발전에 필수적인 기초학문이다. 국가를 포함한 한 단체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금융 관리와 유통[2]이다. 그런 지대의 유통 체계와 금융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과 지리학이다. 거기다가 국가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통신체계조차 무너지면 교통수단을 활용한 수송 체계로 의지하게 되는데 교통수단이 이동하는 경로망을 계획하는 것과 지역에 따라서 어떤 교통수단을 운행하기 좋은지 계획하는 것도 지리학의 영역이다.
나라의 단기적인 발전을 위해 우수한 이공계 인력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기초학문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필요함을 생각해 보면 정부 및 대중들의 '과학'이라는 개념 및 과학 분야 지원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관점이 환기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윗 문단에서 언급했듯 지리학 자체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경제학 같은 경우는 KDI가 지원하는 경제한마당이 이미 견실하게 자리 잡은 상황이다.
미국의 지리올림피아드인 USGC의 경우 정규 Rounds(Varsity)의 상위 4명 모두에게 iGeO 참가 자격과 더불어 150만원 가량 상금을 주고, JV의 경우 1,2,3위에게 각각 90만원, 75만원, 35만원을, 중등부 올림피아드의 경우도 1,2위에게 45만원, 24만원을 상금을 주는 반면, 한국의 전국지리올림피아드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면 금은동은 물론, 대상까지도 상금이 없다.
4.1. 지역 대회 상장 재발급
지역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경우 상장 재발급&수상 외국어 증명서를 받기 매우 힘들다. 지역 대회 대상은 해당 시도 교육청 교육감 명의로 수상하게 된다. 그외 다른 상장들은 지리학회 명의로 되어있어서 수상 증명서 발급이나 상장 재발급을 해주지만 지역대회 대상의 경우에는 교육감 명의 상장이라 교육청에 문의하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교육청 홈페이지의 발급 민원은 재학, 생활 기록부같은 교내 활동 증명서뿐이며 교육감 상장 재발급은 없어서 전화로 발급 부서를 찾아 민원을 넣어야 하는데[3], 해당 부서로 민원을 넣으면 그 부서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어서 다른 부서로 이관시킨다. 즉, 수상 증명&상장을 재발급하기 위해 필요한 상장 원본 파일을 교육청, 지리학회가 그다지 중요하기 취급하지 않음을 알수 있다.2022년 8월 기준 대전광역시교육청은 KGeO 지역 대회 수상과 관련해 외국어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5. 교육 정책과 상반되는 대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리올림피아드는 생활기록부는 물론이고 대학 수시입학전형에 활용할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수시모집요강자료에 기재 가능 항목의 예시로 지리올림피아드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 생활기록부에는 이래와 같은 내용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없다.| 1. 각종 공인어학시험 참여 사실, 성적, 수상실적 2. 교과, 비교과 관련 교외대회 참여 사실과 그 성적 및 수상 실적 (학교장의 참가 허락을 받아 참여한 교외대회에서의 수상실적도 기재 불가) 3. 교외 기관단체 장 등에게 수상한 교외상(표창장, 감사장, 공로상 등) 4. 교외 인증시험 참여 사실, 성적 5. 모의고사,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및 관련 교내 수상실적 6. 논문을 학회지 등에 투고 또는 등재하거나 학회 등에서 발표한 사실 7. 도서출간 사실, 지적재산권[4] 출원 및 등록사실 8. K-MOOC 9. 자율탐구활동으로 작성한 소논문 관련사항 |
이말인즉슨 교내대회 수상 실적만 기재할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수시 모집 비율이 정시 모집 비율보다 높은 현 시점에서 수시의 근간인 생활기록부에 올림피아드 지역 대회(1차), 올림피아드 전국 대회(2차)를 기재를 못하는 것은 참가자들의 축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그래도 내신 준비하느라 힘든 상황인데 이 대회까지 참여할 여력이 없게된다. 학생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정성을 조금이나마 위배하는 수상실적을 극단적으로 없애고자 하는 교육 정책과 상반되는 올림피아드는 원래 목적에 비해 권위가 떨어진다.
6. 참가자들의 편향적인 성향
참가자들은 대부분 지역지리만 파는 성향의 지리덕후이다. 전국지리올림피아드 문서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지리올림피아드는 지역지리를 묻는 대회가 아닌 다양한 지리분야에서 적용가능한 종합적인 사고력을 묻는 대회이다. 지리올림피아드 팁으로 지리부도를 줄줄 외우라고 하지만 이것만 해서는 입상에 도움이 되기 힘들다. 지리부도를 외우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다양한 지리분야의 학부 수준의 몇몇 지식과 그런 문제에 적용할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어야지만 지리올림피아드 입상을 할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이는 참가자뿐만 아니라 지리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 적용된다. 나무위키 지리학 프로젝트나 아카라이브 도시•지리 채널[5]만 보더라도 지역지리 관련한 문서혹은 토론이 90%를 차지할정도로 지리덕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태반이 지역지리만 판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지리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지리학이지만, 지리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두 다룰 정도로 광범위한 학문이다. 지리학을 지역지리학으로만 국한해서 보는 시각은 지리학의 전체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6]
그러므로 지리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 개선도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1] 2021년 국제 과학 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 발대식에 국제 천문 및 천체물리 올림피아드(IOAA) 국가대표도 함께 참석한 것을 보면, 앞으로 IOAA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2] 저명한 포스트모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도 아프리카 대륙이 후원&투자를 받는데도 여전히 가난한 이유는 유통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평할 정도였다.[3] 또 다른 것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4] 특허, 실용신안 등을 말한다.[5] 물론 아카라이브는 다른 지리 관련 커뮤니티들보다 더 지리에 창의적으로 접근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역지리에 국한되어있고, 도시 지리분야마저도 많은 지리학자들이 연구해놓은 이론이나 모델을 비평한다거나 혹은 이를 사용하여 도시에 대해 비평한다기보다는 통계치와 자료만 가지고 단순 추론을 하는 지리덕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6] 지리덕후들이 많이 하는 특정 지역의 기초적인 수리/인문적 통계를 다루는 것은 이미 컴퓨터의 영역이다. 즉 일반적인 지리덕후들처럼 통계를 외우지 않아도 해당 통계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