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1-26 21:17:48

의회 독재



1. 개요2. 논란 : 의회 독재는 독재가 맞는가?
2.1. 독재가 맞다2.2. '그 독재'는 '독재'가 아니다
3. 사례4. 관련 문서

1. 개요

의회 독재는 일당 독재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지만, 일당 독재와 의회 독재는 기본 전제가 다르다. 일당 독재는 정치학 용어로, 권력을 가진 단일 정당만 합법이며, 모든 야당이 금지되는 일당 국가이다. 반면 의회 독재는 둘 이상의 합법 정당이 있으며, 권력이 국회 밖에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회를 비판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군소 정당이 다수결로 밀어 붙이는 다수당을 비판하거나,[1]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할 때, 그리고 국회가 사법, 행정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비판할 때 쓰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개헌선에 살짝 못 미치는 여소야대 국회가 21대에 이어 22대까지 이어지면서, 대통령과 소수인 여당다수인 야당을 의회 독재, 입법 독재라고 비판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방송된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이 '민주당 입법독재', '입법독재'라고 여러번 언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입법 독재는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표현이 됐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의회 독재, 입법 독재라는 비판이 한국의 보수층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쓰이는 주장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예상외로 꽤 일찍부터대통령이 국회를 의회 독재라고 힐난한 기록이 남아 있다.

2. 논란 : 의회 독재는 독재가 맞는가?

2.1. 독재가 맞다

'의회 독재'가 '독재'가 맞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국민 다수의 집단지성(集團知性·collective intelligence)은 정의롭다'는 독단의 소산, '정의로워서 다수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다수가 결정했기 때문에 정의롭다'는 사고방식이 위험한 의회 독재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런 논리 구조에서 다수의 결정은 그 어떤 것도 정의롭고 무오류(無誤謬)가 되고 만다. 이에 관해 프랑스의 정치철학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이 대의제 민주주의에 잠복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국민에 의해 선출됐어도 독재에 걸맞은 행동을 벌인다면 독재이다. 히틀러나치는 투표로 선출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프랑스 혁명에서, 집정관이자 국민공회 의장이고, 집권 자코뱅당 당수였던 로베스피에르는 당, 정, 의회를 모두 장악한 상태였다. 그 유명한 '공포정치' 시대다. 파벌들과 대중들의 급진적 요구에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를 한층 더 강화하게 된다. 하지만 공포정치가 계속되면서 어느새 다들 언제 로베스피에르가 자신을 죽일지 걱정하게 된다. 이에 민심 이반과 이를 등에 업은 반정이 성공해,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2.2. '그 독재'는 '독재'가 아니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사례는 행정부가 의회까지 장악했을때 벌어지는 선거독재(Elective dictatorship)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Elective dictatorship 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그것을 의회 독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한국 언중의 '의회 독재'는 행정부가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보수층이 그렇게 부르고 있는것이다.[2]

정치학에서는 한 국가의 실질적인 권력을 하나 또는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정치적 상태를 독재라고 한다. 따라서 둘 이상의 정당이 존재할 때 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이 국가의 실질적인 권력을 독점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독재가 아니다. 그리고 '의회 독재'가 성립하려면 의회와 행정부가 함께 권력을 독점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행정부와 대립하는 '의회 독재'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2공화국의 기록과 그 이후의 기록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의회 독재', '입법 독재'란 다수당이나 국회를 비판하는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 즉 '너는 의회 독재야'라는 말은, '너는 계속 그렇게 하다가는 독재가 되고 말거야', '너는 마치 독재자처럼 구는구나'와 같은 말을 7글자로 축약한 표현일뿐, 진짜 '독재'와는 무관하다.

3. 사례

  • 제2공화국김성수부통령 사임서에 따르면, 이승만이 당시 국회를 의회 독재라고 비난했다. 이승만은 장기집권을 꿈꾸며 대통령직선제와 양원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는 대통령직선제를 143:19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하고, 국무원책임제를 제안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이승만이 국회를 의회 독재라고 비판욕설했다고 한다.
    이박사는 그의 대통령당선을 꾀하고 국회를 무력화할 노골적인 의도하에 소위 대통령 직선제 및 양원제 개헌안을 제출하였습니다.


    국회에서는 이것을 143 대 19표라는 압도적 다수로 폐기하고 반대로 우리나라에 진실로 민주주의적인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국무원책임제개헌안을 준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박사는 국회를 <민의배반>이니 <의회독재>니 <반민족적>이니 하여 험구욕설할 뿐 아니라...
  • 야당 연합을 '의회독재'의 탄생으로 예견한 김근태의 2003년 10월 16일 연설. 이듬해 새천년민주당과 그에 동조한 한나라당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게 된다.
    "신 3당연합에 의해 의회독재가 탄생한다면 강력하게 투쟁할 것"
  •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이튿날 탄핵 규탄 촛불 집회에 나온 이의 말.#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가 의회독재에 의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 여당, 야당, 그리고 국회를 싸잡아 '의회독재'라고 비판한 2016년 5월 20일자 한국경제신문 사설
    365일 상시청문회 하겠다는 국회법 개정, 또 하나의 입법독재


    ‘대한민국은 국회공화국’이라는 식의 이런 의회독재


    시행령 같은 행정 입법은 명백히 대통령이 책임지는 행정부의 고유권한일뿐더러, 상위법의 위반 여부도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지만 국회는 전지전능의 입법독재를 시도했었다.


    견제도, 통제도 없는 무한권력의 만능국회에는 여야도 따로 없다. 여당 출신 정의화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이용해 직권상정해 처리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민주당 입법 독재'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 수단으로 이용한 이러한 민주당 입법 독재는 예산탄핵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주도하고 있다"

4. 관련 문서


[1] 정치학 용어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와 다수주의(majoritarianism) 개념을 참고하자[2] 영상 40:37 에서 미국 초당파 비정부 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회장 그레그 스칼라튜(Greg Scarlatoiu) 박사의 말에서 '의회 독재'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이 드러난다. "또한 한국은 반대쪽의 보수층이 진보층을 '의회 독재'라고 부르고 있는 국면인데요..."(Korea is also facing this "parliamentary dictatorship" as the other side, the conservative side calls it...) '의회 독재'("parliamentary dictatorship")라는 말에서 스칼라튜 박사가 살짝 코웃음을 친다. 공산주의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989년 옛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할 당시 루마니아 국립대 1학년이었던 그는 미국 시민권자이며,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재를 몸으로 경험하고 학문으로 익히고 독재국가의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반응이 이렇다. 니들이 독재맛을 알어? 독재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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