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
1. 개요
마크 트웨인이 쓴 타임슬립물 대체역사소설. 아서 왕의 궁전에 떨어진 19세기의 미국인이 과학기술을 통하여 중세 영국을 현대 사회로 만든다는 내용으로 오늘날 타임슬립 SF의 선구작이다."좋았던 옛날(Good Old Days)"를 그리워하는 오래된 대략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중세를 거쳐 그 시대까지 내려온 사고방식을 공격하는 작품. 예를 들어 멀린이 지혜로운 마법사가 아닌 고루한 늙은이로 그려지는데, 주인공은 멀린에게 기상청을 맡긴 뒤 실제 날씨와 다른 예보로 명예를 실추시켜 견제한다. 여러 의미에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에서 엿보이는 당대의 시대의식이 짙게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시공사에서 정발했다.#
2. 줄거리
19세기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주인공 행크 모건은 거대한 무기 공장의 수석 작업반장이다. 어느 날 주인공은 쇄석기에 머리를 다치고 정신을 잃는데, 깨어나보니 웬 중세식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기사가 자신을 창으로 위협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기사에게 잡혀가면서 목격한 중세식 고성과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6세기 아서 왕이 실존하는 카멜롯에 타임슬립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사에게 잡혀온 주인공은 수상쩍은 놈으로 몰려 화형당할 뻔하지만, 일식을 예견해 위기를 넘기고, 자신이 알던 현대 문명의 이기를 통해 세계를 뒤바꿔놓아 자신이 살던 시대의 문명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현대 문물을 보급하면서 국민들은 교육을 받고 계몽되어 가며, 멀린은 실추되어 비웃음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주인공은 공주와 결혼도 하고 아이[1]도 낳으면서 잘 먹고 잘 살게 된다.하지만 거기까지의 전개를 후려치듯이, 반전이 일어난다. 주인공이 아이의 요양을 위해 타국에 가게 되는데, 이것도 의사를 시켜 주인공을 다른 나라로 보내버리기 위한 함정이었다. 이 때 아그라베인은 랜슬롯이 주식 조작을 통해 자기를 파산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불륜을 고발한다. 모든 것이 원래의 전설대로 진행되어 주인공이 돌아왔을 때는 아서 왕이 죽은 것은 물론, 교회가 주인공과 그 세력을 전부 파문시키고, 과학 문물을 금지시킨 상태였다. 계몽되어 가던 국민들도 막상 '파문'이라는 말에 겁먹고 전부 원래대로 돌아가고, 어릴 적부터 새 교육을 받아 자신을 따르는 52명의 소년과 측근만 남는다.
주인공은 이때까지 만들어 놓은 공장 등 모든 과학 문물을 폭탄으로 날려버린 후, 요새에 틀어박혀 공화정을 선포한다. 그리고 교회가 동원한 기사 2만 5천을 폭탄과 전기 울타리, 기관총으로 모조리 학살하지만, 결국 요새 주변을 가득 채운 기사의 시체로 인해 전염병에 걸려 요새 안의 사람들은 전부 죽고, 주인공은 몰래 숨어들어온 멀린의 마법에 의해 13세기 동안 잠들게 된다.[2]
결국, 첫 머리에서 노인이 된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듣던 마크 트웨인(작가)은, 그가 악몽 속에서 영영 못 보게 되어버린 아내와 아이를 찾으며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다.[3]
3. 반응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밝은 작품과 적도 여행기, 불가사의한 이방인 같은 비관적인 분위기의 후기 작품 사이의 전환기격의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마크 트웨인 개인의 문학관 면에서도 중요하게 연구되는 작품이다. 다만 고증은커녕 작가가 해당 시대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급히 집필한 소설이라, 고증 오류는 무수히 많으며 그 중 일부는 대중에게 각인되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잘못된 지식(?)을 낳았다. 중세 기사의 갑옷은 입고 움직이기도 어려운 물건이라거나, 기사는 자기 힘으로 말에 올라탈 수조차 없어 기중기로 올려줘야 한다든가 등의 낭설은 대부분 이 소설에서 시작된 것이다.[4]거기다 위의 잘못된 지식을 전파한 점과 더불어 작품 자체에 대하여 대가가 쓴 소설이긴 하지만 새로운 구석은 없는 그저 흥밋거리 작품이라는 비판도 많다.[5] 사료 조사 결과 이 당시 트웨인 말고도 다른 듣보잡 작가들이 이와 비슷한 타임슬립 대체역사물을 꽤 많이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에 '최초의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칭호는 빛이 바랜다는 것이다. 당시 비평계에서도 이 소설에 대해 비슷한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런저런 3류 이고깽 대체역사물을 능가하는 필력으로 뒷날 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 같은 잘 쓴 타임슬립 SF의 전범을 일찌감치 확립했다는 의의는 분명히 있다. 여담으로 일본식 이세계물이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었을 때, 잠시 영어 위키백과 문서 내 '장르' 부분에 "isekai"가 들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삭제되었다.
4. 미디어 믹스
- 여러 차례 영화화 되었다.
1949년작은 빙 크로즈비, 란더 플레밍 등이 출연한다. 주인공은 1912년에 살고 있다가 528년으로 타임슬립한다. 재즈, 안전핀 등 기계, 화기 등을 전수하며 지혜로운 마법사로 추앙 받고 작위를 받는데 멀린이 이를 질투하다가 왕위 찬탈 음모를 꾸민다. 란슬롯과 한 여성을 두고 다투다가 마상 창 시합을 벌이기도 하는데, 란슬롯을 이겨버린다.
- 미국에서 만화책을 발매해 2000년 초반에 미국문학 만화 시리즈로 같이 묶여 한국에서 정발된 바 있다. 1권 짜리에 책도 얇아 간추린 게 많은데, 멀린이 주인공을 잠재우고 좋아라하다가 주인공이 설치된 전기 장치를 건드려 감전되어 죽는다.
- 1970년 호주 에어 프로그램스 인터내셔널(Air Programs International)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원작과 좀 다르다. 주인공(한국어 더빙판 성우는 오세홍)은 제철공장에서 일하던 기술반장이며 작업 도중 다른 기술자가 실수로 떨어뜨린 스패너를 머리에 맞고 기절한 상태에서 아서 왕 세계로 온다. 눈을 뜨니 왠 숲에서 창을 겨누는 중세풍 서구갑옷 기사에게 잡혀버리고 '내가 꿈꾸나?' 한다. 어느 아이를 만나 '지금이 몇 년도이지?'라고 질문하자 '서기 528년인데요?'라는 대답을 듣고 '맙소사 1400년도 더 된 옛날로 왔구나?'라며 경악한다. 더불어, 무기기술자가 아니다보니 제철 관련 기술자로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멀린이 이끄는 기사들을 원작에서 쓰인 총과 폭탄 대신 철제 갑옷을 입었다는 점을 이용해 초대형 자석에 달라붙여 버리는 코믹한 장면도 더러 있으며, 그렇게 기사들을 격퇴하고 주인공은 공화국의 승리를 축하하지만 죽은 척하던 기사의 철퇴에 맞아 기절하고, 멀린이 주인공을 재운 뒤 마법을 걸면서 너는 졌다고 비웃는다. 요새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원작과 다르게 죽지는 않았으나 멀린 등장 이후로 언급되지 않아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주인공은 19세기 미국 코네티컷의 자기 집 침대에서 깨어나고, 간호사가 자신을 간호하면서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꿈을 꾼 것인가 혼란해하던 주인공은 간호사에게 백과사전을 가져다달라고 하고, 사전에서 아서 왕 부분을 찾아보는데 아서 왕이 오토바이에 기댄 채로 신문을 읽는 사진을 보고 자기가 꿈을 꾼 게 아니라고 알 게 되며 끝난다. 원작에 비하면 나름 해피 엔딩. 국내에서도 1980년대에 KBS-1로 더빙 방영한 바 있다. 사실 에어 프로그램스 인터내셔널에서 만든 세계 유명 소설 애니 시리즈가 당시 KBS1에서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세계명작특선 만화영화라고 방영했었는데 에어 프로그램스가 망한 뒤로도 여기 제작진이 버뱅크 필름스라는 곳에서 계속 제작하여 여기서 만든 지킬 박사와 하이드나 노틀담의 꼽추도 KBS1에서 더빙 방영되었다.
- 1979년 디즈니 프로덕션에서 21세기 미국의 우주비행사가 아서 왕 세계로 타임슬립하는 내용의 드라마 Unidentified Flying Oddball(A Spaceman in King Arthur’s Court라고도 한다)를 제작했다.
너드 타입 우주비행사(한국어판 성우는 송두석)와, 그 비행사와 똑같은 외모를 한 탐사용 안드로이드(배우의 1인 2역)가 좌충우돌 하는 것이 묘미이며 전연령 등급이니 전투씬도 코믹하게 사람이 안 죽는 것으로 나온다. 극중에 한 적군 쪽 왕이 손수 철퇴를 들고 우주선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들어가 한창 오퍼레이션 중인 안드로이드를 뒤에서 철퇴로 치려고 한다. 밖에서 전투지휘하던 주인공이 카메라 화면으로 이걸 보고 마이크를 꺼내 "아아아!"라고 소리치고 우주선 안으로 설치된 스피커로 그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 그 왕이 소리에 기겁하고 엄청난 음량에 멘붕하여 우주선 밖으로 튀다가 넘어지는 게 코믹하게 나온다. 당연히, 디즈니답게 결말은 해피 엔딩이다. 국내에서 위에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시기에 KBS2 디즈니 명작극장에서 더빙되어 방영했었다.
[1] 아기 이름은 여보세요 교환원이죠(Hello-Central)(...)이다. 당시 사람들이 전화 걸 때마다 교환수한테 하는 말인데, 주인공이 이렇게 잠꼬대하는 걸 들은 아내는 어감이 신비롭고 마법 같은데다 혹시 전 애인의 이름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주인공을 기분좋게 하려고 아기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2] 멀린은 도망치다가 전기 울타리에 닿아 감전되어 죽는다.[3] 초반부터 주인공이 문제 없이 놀랄 만큼 잘 활약하고, 국민들도 주인공을 따라 빠르게 계몽되어 가면서 술술 잘 풀리기에 '먼치킨 주인공이 미개한 중세를 계몽한다!'는 스토리인 줄 알았다가 이러한 반전에 충격 먹은 사람들이 많다. 이 점을 근거로 이 소설이 당대 사회상을 비판하는 목적으로 쓰였다는 주장도 있으나, 위에서 말했듯이 이에 대한 논란이 많아 불확실하다. 그 외에 이 결말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주인공의 노력이 오히려 많은 죽음에 둘러싸여 자신을 파멸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는, 주인공 자신이 가진 전제주의적 속성을 비판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4] "나는 중세를 비난하기 위해 중세를 공부한다"라고 말한 학자가 나왔을 정도로 중세에 대한 비난과 폄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서구 역사학계의 트렌드였다. 기사들을 말 탄 깡통 취급하는 것이 새롭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사도 로맨스물의 흥행과 별개로 기사가 가진 군사적 능력에 대한 폄하에 가까운 시선은 심각했고, 이런 시각은 심지어 20세기까지 이어져 패튼이 자신의 저서에서 중기병의 갑옷을 '자기위안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는 데까지 이르른다.[5] 실제로 작가가 본작에 내비친 기독교와 기타 미신적인 요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 특히나 로마 멸망의 이유를 기독교의 보급에서 찾는 시각은 기번을 위시한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아주 얄팍하게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