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3 02:31:38

속이 상해서 XX

1. 개요2. 변명으로의 악용3. 이 클리셰를 변명으로 악용한 대표적인 예시4. 같이 보기

1. 개요

말 그대로 '속이 상해서 XX를 했다'는 클리셰.

보통은 "속이 상해서"보다는 "속상해서"라고 편하고 짧게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보통 속이 상했다는 말은 마음 속이 상했다는 등 심리적인 경우를 많이 의미하지만, 이 '속'이란 꼭 마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몸 속도 엄연한 '속'이고, 즉 몸 속에 문제가 있을 때도 '속이 상했다'고 할 수는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그냥 간단하게 표현해도 "아파"라는 경우가 훨씬 압도적이다.

이 클리셰가 밈으로도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개그콘서트에서도 <속상해>라는 코너가 있었고 마이멜로디의 '뚁땽해'도 있다.[1]

2. 변명으로의 악용

문제는 이 클리셰가 종종 범죄 혹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자기합리화성 변명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으로, '속상하다'는 표현 자체만으로도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 클리셰로 변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다름아닌 부모인데 어지간한 윗사람이라도 단순히 교사, 선임, 상사 등이라고 하면 아랫사람에게 막 대해도 속이 상했다는 표현 자체를 쓸 이유도 없고 잘 쓰지도 않지만 부모, 특히 적잖은 막장 부모들이 자녀를 학대하고도 '속이 상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학대를 정당화하는 일이 많다. 문제는 이게 진짜로 이슈화될 정도로 극악무도한 학대를 저지를 수준까지 안 가더라도 적잖은 부모들이 자녀를 학대하거나 상처를 입히고도 '속이 상했다'며 병 주고 약 주기를 시전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자녀가 자신을 속상하게 만드는 '이유'를 보면 참으로 가관인데 대부분 자녀가 진짜로 심각할 수준으로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 맘에 안 든다는 이유이다. 단순히 자녀 자체가 맘에 안 드는 게 아니고 자녀의 가치관, 생각, 좋아하는 유명인, 꿈 등 자녀의 전반적인 특징을 맘에 못 들이겠다는 이유로 자녀를 학대하거나 상처를 주고는 미안한 척하며 "속상해"를 운운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딸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예쁜 그림을 그렸는데 부모는 그런 딸의 취미나 꿈이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딸의 그림을 마구 찢어 딸에게 큰 상처를 입혀 놓고는, 시간이 지나서 딸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척 하며 "네가 그림 그리고 그러는 게 속상해서야" 식으로 말하는 사례 등이 있다.

조금 다른 예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시전하지는 않고, 제3자가 이러한 문제에서 속상해를 시전하는 경우다. 주로 살해 후 자살 때 많이 발생하는데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자녀에게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오죽했으면" 하면서 "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혹은 "그 부모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운운하는 식이다.

이러한 클리셰가 아동 학대의 면죄부성 변명으로 악용되는 이유를 꼽자면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악습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관하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유교 문화권에서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일이 흔한 탓에 부모가 자녀를 통제하고 부모 뜻대로 키우거나 아예 개조하려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며, 이 때문에 자녀가 부모와 다르거나 부모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한다고 하면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온갖 수를 써서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말 그대로 학대를 시전한 뒤 사과하는 척 하면서 "다 네 탓이다. 네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내 속이 상한다."를 시전하는 것이다. 곧 자녀가 부모와 다른 사람이 되지 못 하도록 하는 교묘한 가스라이팅 수법이며 이러한 변명은 흔히 말하는 "맞을 짓"과도 일맥상통하고, 우생학으로도 설명될 수도 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가장 우등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자녀는 엄연히 부모와 독립된 개체지 절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비록 남남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더라도 부모와는 다른 엄연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자녀가 부모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지극히 정상인 일이며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순전히 자신의 마음에 못 들이겠다는 이유로 이를 가로막으면서 학대를 시전하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자녀가 부모와 다른 꿈이 있더라도 이를 가로막고 자신과 똑같이 만들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자녀가 그 꿈을 이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힘을 주어야 할 것이다. 재능을 펼칠 기회의 결핍에 시달리다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전인류적으로 볼 때 엄청난 손해이기도 하다.

부모와 다르다는 이유 혹은 사소한 문제로 자녀를 괴롭히고 속상하다를 시전하는 행위는 결코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자녀가 오히려 자존감을 잃거나 자신은 뭘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기혐오를 하거나 심하면 크게 비뚤어질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속상해를 시전하려고 하는 행동도 명백한 아동 학대인데 아동 학대는 그 어떠한 이유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이자 사회악이다. 게다가 그 자녀가 비뚤어진 채로 비슷한 타인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그 타인 탓으로 돌리는 것책임전가위선 행위이다. 국가에 비유하면 부모는 독재자이고 자녀는 독재자가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피지배자인 셈이다.[2]

3. 이 클리셰를 변명으로 악용한 대표적인 예시

  • 이영학 - 아내 최미선의 석연찮은 추락사 이후로 딸의 친구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결국 체포되었다. 이후 아내의 추락사도 언급되었는데 아내가 자살했다고 했지만 정작 두부에 맞은 상처가 있는 점에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실 사건 이전에 최미선이 이영학의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 이 문제로 이영학은 경찰의 압박을 받았고, 이에 이영학이 아내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 가능성이 있으니 자살하겠다'고 비관하자 너무 속이 상해서 '그만 하라'고 살충제 뚜껑으로 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영학이 후에 한 발언들도 그렇고 이영학의 이 진술도 명백히 거짓이었으며 백 번 양보해서 이영학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쳐도 자기 입으로 의도찮게 가정폭력을 시인한 꼴이 돼 버린 것이다. 실제로 이영학은 가족을 사랑하는 겉모습과는 정 반대로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했으며 아내의 사망 직후에도 슬퍼하기는커녕 아무런 감정조차 드러내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행동을 한 게 한둘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속이 상했다'는 변명을 시전한 매우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 은평구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 주변에 사람이 없어 속이 상한다는 이유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난동을 시전했다.

4. 같이 보기



[1] 다만 해당 에피소드에서 마이멜로디는 정작 '속상해' 혹은 '뚁땽해'란 적이 없다. 그냥 어떤 한국인이 해당 장면을 캡처하고 '뚁땽해'를 적어서 밈으로 만든 것일 뿐이다. 당연히 한국에서만 통하며 정작 마이멜로디의 원산지인 일본을 비롯한 한국 밖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해외에도 관련 밈은 있지만 굳이 속상하다는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2] 국가에는 민주주의를 강요하면서 가정에서는 폭력을 휘두르면 민주주의를 짓밟는 모순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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