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Personality Psychology인간의 성격이 어떠한 형태로 형성되고 유지되는가, 성격의 개인차는 어떠하며 왜 그러한가, 또한 성격이 어떠한 구조를 가지는가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는 분과이다.
생물, 신경, 발달, 인지, 동기, 정서 등과 함께 다른 심리학 학문들의 기초를 구성하는 기초심리학(basic psychology) 범주 내에 느슨하게 함께 묶인다. 심리학적 발견들을 논의하고 새로운 발견을 해야 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서, 다른 더 복잡한 응용분야에 심리학적 접근을 해야 할 때에는 반드시 이들 주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1] 여기서 밑천에 한계가 드러나면 그야말로 모래 위에 쌓은 성 같은 지식이 되어 버리며, 그걸로 논문을 써 봤자 '심리학다운 접근법이 아니다' 같은 피드백만을 받을 뿐이다. 심리학이 갖고 있는 고유한 인간관은 특히나 성격심리학에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
관련 분야로는 정서심리학, 동기심리학, 자기심리학, 사회심리학이 있고, 실험실존심리학[2] 분야에서도 접목되는 중이라, 살바토르 매디(S.R.Maddi)가 주창한 강인한 성격(hardiness)이 조직심리학의 소진(burnout) 개념과 결합한 연구도 종종 보인다. 심리학 밖으로는 상담학이나 교육학, 경영학, 행정학, 사회복지학 등에도 광범위하게 접목되고 있다. 사실 심리학계 외부에 알려진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이미지나 인상은 (대중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을 제외하면) 이 성격심리 아니면 그나마 발달, 임상 정도다.
성격심리학 분야는 2010년대 이후 들어 그 자체로서의 가치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대신 다른 학문들의 발전에 있어 기초 이론(간학제적 응용)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거짓부렁이라서 퇴출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제 이 정도쯤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지~" 하는 의미. 간단히 말해, 쉽게 손댈 만한 연구거리는 이미 다 해 놨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학원 수준에서 심도있게 파고드는 토픽들의 경우 기초 내공이 부실하면 그걸 가지고 어떤 응용을 시도해 볼 수조차 없다. 그런 맥락에서, 각종 응용심리학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성격, 정서, 동기 같은 주제로 강의가 개설되면 수요가 상당히 높다.
2. 연구 패러다임
2.1. 사장된 관점
아래 나오는 정신분석학, 인본주의, 행동주의, 인지과학적 관점은 현대에는 역사적 의의만 인정되는 이론들이다. 물론 내담자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보는게 상책인 상담심리학에선 신빙성이 있는 기법을 모조리 쓰는 경향이 있기에 아래 이론을 다 공부하게 된다. [김남순,2002]- 정신분석학: 해당 문서 참조바람. 고전적인 학자로는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미움받을 용기 등 참조바람.), 융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호르나이의 신경증적 성격이론, 설리반의 대인관계이론, 머레이의 욕구 및 동기 이론, 에리히 프롬의 성격 유형,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등이 있다. 현대에는 역사적 의의만이 인정되나, 일부 논자들은 긍정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인본주의적 관점: 매슬로우의 욕구계층이론, 로저스의 인간중심접근, 실존주의적 접근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에는 역사적 의의만이 인정된다.
- 행동주의적 관점: 사람의 성격이 외부 환경에 의해서 학습되는 것으로 보며, 어떻게, 그리고 무엇이 학습되어 성격을 만드는지 연구한다.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 로터의 사회적 학습이론, 앨버트 반두라의 사회적 인지이론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에는 역사적 의의만이 인정된다.
- 인지과학적 관점: 켈리의 개인구성개념 이론, 엘리스와 벡의 인지적 성격이론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흔히 얘기하는 인지과학의 정보처리적 측면과는 다르게 성격심리학의 인지적 관점은 인간 인지의 주관성, 자동성, 비합리성에 주안점을 둔 관점으로, 정상심리보다는 이상심리의 치료에 훨씬 가까운 관점이다. 엘리스와 벡의 논의는 심리치료 분야로 계승되었고, 성격심리 분야의 경우 현대에는 역사적 의의만이 인정된다.
2.2. 현대의 관점
- 특질 이론: Allport (1937)에서부터 발전하였다. 이 패러다임에서는 성격이 각각의 특질(trait)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격은 이 특질들의 조합이라고 본다. 성격을 정확하게 확인, 측정하고 수학적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성격 요인 연구: 특질이론은 이후 성격요인 연구로 계승되어, 1990년대 말에 Big5로 유명한 5요인 모형(FFM; Five-Factor Model)으로 수렴하였다. 폴 코스타 주니어(P.T.Costa)와 로버트 맥크레이(R.R.McCrae)가 개발했다. [4] 후술되는 현대 심리학의 측정, 성격 발달, 성격의 개인차, 유전 등은 이 성격 요인 연구를 체계화시키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이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심리학의 분야에 가까스로 도달하게 된다. 그래도 사람들 마음을 읽는 독심술 그딴건 없다. 혈액형 성격 분류법은 거짓이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심리테스트도 95%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되지 못했기에 허황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5]. 공인된 성격유형 검사도구인 MBTI도 인터넷에 도는 정보는 불쏘시개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혈액형 성격설 같은 대놓고 낭설은.....
3. 현대적 연구 주제
오늘날 연구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Martinez,2015]- 성격 발달 과정 : 발달심리학 쪽에서도 관심이 있다. 프로이트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지만 방법론은 전혀 다르다. 오늘날에는 성격발달이라 하면 너무 막연해서 오히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협의로 가리키는 것처럼 통한다고 봐도 된다.
- personality dynamics 및 사람 간의 과정: 사람 간에는 개인차(individual differences)가 있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꼭 같은 모양으로 행동하고 정보처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분야가 다름아닌 성격심리학. 이 바닥의 대전제 자체가 1)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며, 2) 그 차이가 평생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3) 이를 통해 한 개인의 향후 행동이나 심적 과정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성격이 미치는 영향과 변하는 과정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
- 유전학: Weiss at el. (2008) [7] 같은 것들이 있다. 짧게 말하면 "성격특질은 유전되는가" 와 같은 이야기를 다루며, 여기 관한 논쟁을 'nature vs. nurture'라고 부른다. 여기서 많은 일반인들이 혼동하는 것으로, "이 사람의 성격의 ○○% 는 유전된 것"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의 특정 성격특질의 분산의 ○○% 는 유전자로 설명되는 것" 에 가깝게 설명한다.
- 측정: 심리학이 대개 그렇듯 연구방법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우선 생각할 만한 것은 신뢰도와 타당도 같은 것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고급 분석기법 중에서는 상기했듯 요인 분석이나 구조방정식 모형(SEM), 조절분석, 다중범주 회귀(multi-categorical regression), 상호작용 분석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 분야이다. 또한 성격을 구성하는 개념들이 fMRI 등의 최신 신경과학 영상 장비들을 통해 입증되고 보완되는 일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외향성에 관련된 뇌 분석이 2000년대 초반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 성격장애 : 임상심리 쪽에서 관심들이 많지만 Journal of Personality Disorder(JPD) 같은 저널들은 성격심리학자들도 많이 구독한다. 특히 성격심리학의 일부 연구거리들은 subclinical migration 같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양쪽 분야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한 예로 나르시시즘의 경우 개인의 성격으로서의 연구거리가 있는 반면 성격장애의 한 종류로서의 연구거리도 존재한다.
- Big5 모형에 대한 비판과 보완 : HEXACO 등등 보완적 모형이 제기되고 있으며, Goldberg 등의 연구자들은 짧은 척도로 단시간에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성격특질 검사결과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개인 대상으로 하는 임상적 평가에서는 이런 수십 개짜리 문항을 가진 축약된 도구로는 택도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Big5만의 두툼한 매뉴얼.
그 외에도 온갖 학제간 연구나 다른 심리학 연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연관이 사회심리학과의 연관. 이 접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핸드북으로는 《Handbook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Social Behavior》 등이 있다.
4. 주로 사용하는 방법론
- 질문지법: 대부분의 연구에서, 질문지법으로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게 된다. 특정 개인의 성격을 검사(assess)하기 위해서는 수백 개짜리 문항들로 장식(?)된 두툼한 검사 매뉴얼이 있어야 하며, 이 경우에는 임상심리학과도 상당히 유사성이 있다. 자기보고식 검사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늘 차원성(dimensionality)이나 요인구조(factor structure), 반응 세트(response set) 같은 독특한 통계적 방법의 문제들에 시달리는 분야이기도 하다. 다른 심리학 분야들의 통계가 그 방법론적으로 수학적인 면이 강하다면, 성격심리학의 통계는 개념(concept) 및 구성(construct)과 접하는 최전선인지라 추상성이 대단히 높다.[8] 그리고 그런 문제를 다루는 논문들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판 ○○○ 척도의 타당화"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오는 것들. 상황이 이러한지라 일부 대학교에서는 성격심리학 교수가 심리통계 강의를 같이 열기도 한다.
5. 주요 이론 및 학자
- Big5의 개발자인 폴 코스타 주니어(P.T.Costa)와 로버트 맥크레이(R.R.McCrae)
- 마시멜로 실험의 진행자이자 자기통제 분야의 권위자인 왈터 미셸(W.Mishel)
- 어둠의 삼원을 제창한 델로이 폴허스(D.L.Paulhus)
- 자기조절 연구의 권위자인 찰스 카버(C.Carver)
- 사회심리학 및 정치심리학과 연결시킨 주제로서는 권위주의를 연구하는 크리스 시블리(C.G.Sibley)와 존 더킷(J.Duckitt)
- 토론토 대학교의 조던 피터슨(J.B.Peterson)은 학계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유명한 심리학 교수이다. 학계에 흔치 않게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정치적 올바름과 임금격차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더 유명하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넓게 보면 성격심리학자라고 볼 수 있다.
6. 심리학과에서
심리학 세부 전공이 다 그렇지만, 유독 성격심리학은 옛날옛적에 사장된 접근법이나 반박된 이론들을 암기하는 커리큘럼이다. 성격심리학 전공서도 옛날에 사용하던 접근법 몇개 나열하고 끝난다. 시그마프레스에서 들여온 M.Miserandino의 교과서가 그런 맥락에서 추천할 만하다. Randy J. Larsen의 교과서도 괜찮다. (진화심리학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버스가 공저자이기도 하다.) 좀 더 대중적인 서적으로는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도 좋다.그리고 유독 심리학사(史)에 대해 자세히 수록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가장 휙휙 급변했던 이론이 바로 인간 성격에 대한 이론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7. 학술지
유명 저널로는 사회심리학과 공유하는 JPSP, PSPB,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PSPR) 외에도 성격심리학 위주의 저널인 Journal of Personality(JP),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EJP),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JRP),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PAID), 성격 검사를 다루는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JPA) 등이 있다. 이들 저널들은 Allik(2013)의 문헌계량(bibliometrics) 연구에서도 분석대상으로 선정됐다.[1] 성격심리학을 기초이론으로 삼는 예시를 들자면, 신경성이나 외향성 같은 개념들이 긍정심리학 분야의 행복 담론과 결합하는 일은 아주 흔하다.[2] Experimental Existential Psychology.- 자기들끼리는 약어로 XXP(…)라고 부른다.-[김남순,2002] 김남순 성격심리학(2002) 참조[4] 민경환,1997 민경환, 성격심리학에서의 정서연구, 심리학의 연구문제, Vol.- No.4, (1997)을 참조하였다.[5] 간혹 Big 5에 기반한 검사지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Martinez,2015] 대학원 강의계획서 모음집 및 성격심리학의 미래를 다룬 Martinez (2015) 참조바람.[7] Happiness is a personal (ity) thing: The genetics of personality and well-being in a representative sample[8] 예를 들어 보자. 당장 우리에게 익숙한 '인싸' 를 성격심리학적 연구주제로 삼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걸 질문지법으로 측정할 때, 개인의 인싸력(?)을 어떤 척도로 측정해야 가장 적절하겠는가? 문항들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 척도에서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싸를 측정한다고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을 잘못 측정한 것은 아닌가? 기존의 성격특질인 우호성(agreeableness)으로 이미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점수인 건 아닌가? 이런 추상적인 문제를 통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당초 우리가 상정했던 '인싸' 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의 머릿속에 막연하게 이리저리 떠다니는 추상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