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石灰巖 / Limestone주로 탄산칼슘 성분으로 이루어진 퇴적암의 일종이다. 탄산염으로 구성된 생물의 유해가 퇴적되어 만들어졌으며 이에 따라 방해석과 아라고나이트라는 광물로 되어 있다. 건축(시멘트), 공예, 농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된다.
2. 설명
많은 생물은 저마다 외/내골격을 성장시키기 위해 탄산칼슘을 활용한다.[1] 대표적인 예로, 조개와 산호가 있으며, 해면, 플랑크톤 등 다양한 생물군에서 탄산칼슘 골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죽은 뒤 유해가 퇴적되어 단단하게 고결되면 석회암이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석회암에서는 크고 작은 생물의 흔적이 발견되는 일이 흔하며, 극단적으로 코퀴나(Coquina)라고 불리는 석회암의 경우 육안으로 보이는 조개 껍데기 조각이 얼기설기 뭉친 그대로 굳어 있다. 생물의 유해가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인 만큼, 다세포 생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캄브리아기 이후에서야 석회암이 다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보다 오래된 석회암도 발견되나 그 양이 비교적 적으며, 석회질 단세포 생물 등의 퇴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탄산칼슘을 활용하는 생물이 다량으로 번식하는 곳은 보통 따뜻하고 얕은 바닷물 환경이며 이 때문에 원양의 심해저보다는 대륙붕 환경에서 석회암의 생성이 활발하다. 뿐만 아니라, 탄산칼슘의 용해도는 너무 깊은 바다에서는 퇴적을 압도하여 (= 바닥까지 도달해 쌓이기 전에 녹아 없어진다.) 석회암의 형성이 불가능해진다.[2]자연이 으레 그렇듯이, 순수하게 탄산칼슘으로만 구성된 석회암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당시 함께 매몰되었던 규조류 등이 섞여, 비정질 규산염 성분도 함께 발견된다. 잘 보존된 석회암의 경우에는 당시 산호초와 같은 구조도 남아있으며, 계절 변화나 날씨 등의 영향으로 퇴적물의 성분이나 매몰되는 물질의 종류 등이 변하는 것이 기록되어 줄무늬가 발달하기도 한다. 예컨대, 육지와 가까운 얕은 바다에는 지속적으로 육지로부터 공급되는 쇄설성 퇴적물[3] 유입이 있다. 수온이 더 따듯하고 생물 활동이 강성해질 때, 혹은 육지가 건기라서 쇄설성 퇴적물의 유입이 급감한다면, 석회암의 형성이 쇄설성 퇴적물의 양을 압도하면서 석회암층을 만든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서 쇄설성 퇴적물의 퇴적이 강해지면 그 전의 석회암과는 다른 성분의 층(규산염이 더 풍부해지는 층)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안정적으로 반복되면, 석회암에는 아주 규칙적인 줄무늬가 만들어질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따뜻한 대륙붕에서 안정적으로 석회암이 퇴적되지만, 주기적으로 태풍이 지나가는 환경이라 한번씩 대륙붕을 긁고 지나간다면, 이 때마다 태풍에 의해 교란된 층이 기록된다.
석회암은 보통 회색 혹은 청회색인 경우가 많은데 일부 석회암은 새하얀 색을 띤다. 퇴적된 물질의 특성과 불순물의 종류나 양에 따라 색은 달라질 수 있다. 약산성을 띠는 지표수 덕에 조금씩 표면이 용해되기 때문에 노출된 면이 날이 서 있지 않고 제법 부드럽다. 지중해와 유럽 일대에서 발견되는 석회암은 유독 하얀색이 도드라지는데, 이러한 하얀 석회암을 백악(白堊/chalk)이라고 한다.[4] 중생대 백악기(Cretaceous)는 프랑스의 백악으로 된 퇴적층에서 정의되었기에 붙은 이름[5]이다.
한편, 드물게 생물골격이 퇴적되지 않고 화학적으로 직접 탄산칼슘이 침전하여 석회암을 만들기도 한다. 이 화학적 침전은 중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배우는 앙금 생성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암석은 압력이 용해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온도가 높을수록 용해가 잘되나, 석회암은 압력이 높을수록 용해가 잘 되고, 온도가 높을수록 용해도가 낮아진다. 빙하기 이후의 간빙기에서 온도가 높아지면서 용해도가 낮아져 석회암이 형성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3. 용도
앞서 언급했듯이, 건축 자재로서 활용되며[6], 암석 그 자체 뿐 아니라 석회암에 포함되어 있는 산화 칼슘(CaO)이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채광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고생대 지층이 분포하는 강원 남부(동해, 삼척, 태백, 정선, 평창, 영월 등)와 경북 북부(문경), 충청북도 북동부 지역(제천, 단양 등)을 중심으로 현재도 활발하게 채광하고 있다. 석회석은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가채 연수가 백년이 넘어가는 거의 유일한 광물이다. 이들 지역에서 석회암 지형인 카르스트 지형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지역들은 손꼽히는 석회동굴 밀집 지대이기도 하다.석회암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시멘트를 만드는 곳과 철광석을 제련하는 곳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사실상 탄소배출 및 지구온난화의 주범. 화학식은 다음과 같다.
CaCO3 → CaO + CO2 |
그 외에는 폐수 정화에 쓰이며, 사건사고 현장의 혈흔 등을 없애기 위해 석회암 가루를 뿌려놓기도 한다.[7] 닭 모이를 줄 때 섞어넣어 달걀 껍데기를 단단하게 하는 데에도 쓰인다. 또한 보기에 아름다운 석회암은 조각하기 쉬운 특성이 있어 조각용 석재로도 쓰이고, 하얀색을 띠는 석회암은 표백제로서 종이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데나 분필의 재료로 쓰인다.
농업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토양이 비료나 농약 등으로 토양이 산성화가 되거나 양분이 부족하면 이를 중화시키고 영양분을 보충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사용되면 토양에 무리를 일으키기 때문에, 보통은 농촌진흥청 예하 농업지도소에서 토양을 분석하여 이에 따라 기성품을 맞춰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지혈제로도 많이 쓰였다. # 칼슘 성분이 지혈 과정에서 여러모로 작용하는 성분이기 때문. 무협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금창약, 즉 날붙이에 다친 상처에 쓰는 약의 주성분도 바로 석회. 고정 성분인 석회에 몇 가지 약초를 섞으면 금창약이 되는데 이는 이 약의 주목적이 상처의 지혈에 있었기 때문.
공학에서는 탄산나트륨를 만드는 공정에서 쓰인다. 탄산나트륨 제조 과정은 르블랑 공정과 솔베이 공정 등이 있는데, 지금은 거의 솔베이 공정만 쓰인다. 솔베이 공정은 염화나트륨(소금)과 탄산칼슘으로 탄산나트륨을 만들고, 그 이전에 나온 르블랑 공정은 염화나트륨, 황산, 숯, 탄산칼슘으로 탄산나트륨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탄산나트륨은 유리제조 등에 쓰인다.
정말 놀랍게도 이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카메룬에선 석회암을 칸와(Kanwa)라고 부른다. 칸와는 아츄 수프(Achu Soup)라는 음식의 주 재료이며, 석회암을 일종의 유화제로 사용하여 팜유와 물이 잘 섞이게 돕는다. 이렇게 하면 노란 국물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고기나 버섯 등을 넣어 요리해 먹는 것으로 보인다.
4. 변질과 변성
석회암을 구성하는 광물은 방해석과 아라고나이트인데, 특히 방해석인 경우가 많다. 방해석에 들어 있는 칼슘은 마그네슘과 특히 잘 치환한다. 이 때문에 석회암은 지하에서 열수나 변성 작용에 의해 변질되면서 백운암(dolostone)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야외에서 백운암과 석회암은 묽은 염산에 반응하느냐의 차이로 구분한다. 염산에 부글거리며 반응하면 석회암이라고 기재한다.한편, 변질 정도를 넘어 강한 변성 작용을 받으면 석회암 내의 광물은 완전히 재결정(recrystallized)되면서 변성암의 일종인 대리암이 된다. 자세한 건 해당 문서를 참조.
5. 석회암의 풍화 및 지형
석회암으로 구성된 지대가 풍화될 때 이 지형을 카르스트라고 하며, 이 곳에서 발달하는 특유의 붉은 토양을 테라 로사라고 부른다. 이 토양은 비옥하면서도 물이 잘 빠지는 것이 특징으로, 이 때문에 석회암 지대에서는 밭농사가 발달하게 된다. 반대로 물이 잘빠지기 때문에 논농사를 하기는 어렵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옛날부터 물로 맥주와 포도주를 주조해서 마셨는데 이것을 재배하기 용이한 환경을 카르스트 지형이 제공해준다. 한반도에서는 카르스트 지형의 대표적 예로 충청북도 단양군의 못밭을 꼽는다. 일본 오키나와도 석회암 지대라서 쌀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또한 석회암지대가 많은 곳에는 필연적으로 석회동굴이 발달한다. 앞서 말했듯 물에 녹는다는 매우 단순한 석회암의 성질 때문인데, 수만년전부터 지하수가 지하에서 석회암을 녹이기 시작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지상에서 내려오는 물은 위의 석회암을 녹여서 지하통로로 내려오기 때문에 이는 동굴생성물들이 생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다른 돌들은 물에 녹지 않지만(침식은 된다.), 석회암만 녹기에 가능한 부분. 그래서 오래된 석회암지대에는 거의 필연적으로 동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석회동굴 네트워크가 발달한 곳으로 한반도에서는 단양군, 중국의 구이린이 유명하며, 석회동굴 일부가 차별침식으로 인해 마치 허공에 구멍이 뚫린 듯한 모양으로 남아있는 곳도 있다.
석회질 성분이 물에 녹아들면 석회수가 된다. 항목 참조.
[1] 참고: 탄산칼슘을 활용하지 않고 골격을 만드는 경우,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골격으로 인회석을 사용하며, 규조류와 같은 생물은 비정질 규산염(SiO2)을 활용한다.[2] 이를 탄산염 보상 심도(Carbonate Compensation Depth, CCD)라고 한다.[3] 이것은 암석의 풍화 결과이므로, 규산염 광물 입자들로 되어 있다.[4] 이것 혹은 이것의 가루로부터 만든 것이 분필이다.[5] 라틴어로 백악은 creta이다. 크레타 섬에서 유래된 단어.[6] 전통 건축에서 한옥의 벽체를 칠하거나 벽돌, 석재 등을 접착하는 데도 사용된다.[7] 나치 독일의 슈츠슈타펠 산하 아인자츠그루펜이 점령지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시신을 암매장할 때도 시신을 빨리 분해시켜 증거 인멸을 도모하기 위해 석회암 가루가 든 마대를 항시 지니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