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16 00:18:17

살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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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십시오.
1. 개요2. 사례
2.1. 조선2.2. 고대 로마2.3. 대중 매체에서
3. 파생

1. 개요

살생부(殺生簿)는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를 의미한다.

2. 사례

2.1. 조선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계유정난 당시 한명회가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작성하였다. 조정 대신들의 기존 행보와 포섭 가능성을 바탕으로 죽일 자와 살릴 자를 구분하여 기록했으며, 그 목록을 펴놓고 앉아 무사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입궐하는 대신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우리가 아는 살생부라는 단어가 바로 한명회가 작성한 문서에서 유래한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궁문 뒤에 무사들을 숨겨둔 다음 대신들이 입궐하면 살생부에 적힌 이름을 긋는 걸로 신호를 보내 살해하는 방식으로 묘사하는데 실제로 대궐에서 습격하는 방식으로 살해된 이는 황보인, 조극관, 이양 딱 3명 뿐이며 김종서를 비롯한 나머지는 일일이 자객을 보내 암살했다.

2.2. 고대 로마

고대 로마에도 Proscript라 불리는 살생부가 작성되었던 적이 있는데, 바로 공화정 시기 술라의 독재관 집권 시기와 제2차 삼두정치 당시이다. 술라와 제2차 삼두정치를 한 3명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정적이나 위협이 될 만한 인물들을 위 명단에 올려놓고 그들을 죽인 사람들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이 명단은 포룸 로마눔(포로 로마노)의 높은 벽에 실시간으로 작성되어 공표되었는데 때문에 어느 노인의 경우 포룸 로마눔을 방문해 자신의 이름이 명단에 있음을 알고 절규한 뒤 자신의 집에 돌아가다 살해당하기도 하였다. 이 죽은 사람들의 재산은 그대로 몰수당해 작성자와 측근들이 나눠가졌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또한 술라에 의해 이름이 살생부에 올랐었지만[1], 동방으로 튀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2.3. 대중 매체에서

조선왕조 500년부터 공주의 남자까지 한명회와 계유정난이 다뤄지는 영상매체에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등장한다. 정치 모략이나 정변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극적 효과를 한껏 끌어올려 주는 소재라 연배 있는 사극 작가들이 애용했다.

사극 작가 중에서 이환경이 매우 애용했는데, 계유정난을 다룬 드라마인 파천무(수양대군)를 시작으로 용의 눈물(태종), 태조 왕건(견훤), 제국의 아침(왕식렴), 연개소문(연개소문)까지 꾸준히 살생부 신을 집어넣었다. 숙청 대상 목록을 책으로 엮고, 모두 궁으로 불러들인 다음에 살려둘 사람들은 한 곳으로 집합시키고 제거할 사람은 붓으로 이름을 그으면 숨겨둔 군사들이 베어 죽이는 식으로 묘사했다. 다만, 태조 왕건에서는 살생부를 작성하는 장면은 나오지만 써먹기 전에 신검의 난이 일어나는 것으로 연출되었고, 연개소문에서는 사람들을 모두 연개소문의 별채로 모은 다음 집행 담당자가 직접 육성으로 좌측(살해)이나 우측(생존)으로 서게 하여 대상자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유동윤이 집필한 여인천하에서는 파릉군이 중종의 명을 받고 작성했고, 1차 왕자의 난을 다룬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종이 조각에 제거할 인물의 이름을 적고 그를 제거할 때마다 이름이 적힌 조각을 불에 태우는 식으로 연출했다.

대조영에서도 중반 대조영이 요동성의 취성루를 기반으로 조직한 '동명천제단'에서 작성한 살생부가 나온다. 거기에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부기원, 사부구, 신성)와 배신자(보장왕[2], 연남생), 거란족(이진충, 손만영, 이해고)과 당나라(설인귀, 홍패)를 적어놓으면서 설인귀를 비롯한 안동도호부 전체를 긴장시키게 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대조영과 동명천제단이 제거한 건 매국노 3인방[3]이었고, 마지막으로 부기원이 제거된 이후 조직이 들통나 일망타진되었다.

3. 파생

숙청과 마찬가지로 현대에는 반대파를 살해하여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원래 뜻에서 파생되어 인사처리의 맥락에서 사용된다. "그 바닥에서의 정상적인 활동을 끝나게 한다" 정도의 의미가 강하다.

예를 들면, 프로 스포츠의 계약관계에서 방출 여부를 논할 때 언론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예: 퍼거슨 감독의 살생부).

선거를 앞두고 한 정당 내에 공천 과정에서 현역(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불문)들이 몇% 단위로 신진 인사로 교체된다고 소문이 돌면 정치권 내에서 살생부가 돈다. 여기서 '살'의 의미는 '공천 원천배제'[4] 즉 컷오프의 의미.

허경영은 2000년대에 3,000명의 살생부를 발간했다.

김일곤은 28명의 실명과 주소가 기재된 살생부를 가지고 있었다.[5]

조폭세계에서의 살생부는 살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조폭들조차 무조건 죽이진 않고, 대상을 조직에서 퇴출시키거나 조폭세계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끝나기도 한다.


[1] 민중파의 거두 마리우스의 친척에다가 직접 술라에게 대항한 술라에게 있어선 가장 위험인물인지라 병사를 풀어 잡으려 했다. 하지만 운좋은 사내답게 간신히 피해서 도망칠 수 있었다.[2] 다만 보장왕은 동명천제단의 숨어있는 '정신적 지주'로 일부러 넣은 것이라 볼 수 있다.[3] 거란족은 살생부가 공개될 당시 이해고와 초린의 결혼 이후 영주로 돌아갔다가 나중에 이해고가 다시 돌아왔다.[4] 공천 원천배제란 구제의 가능성이 없이 짤라버리는 것을 말한다. 공천은 보통 2~3단계의 과정(청구 - 심사 - 경선/전략공천)을 거치는데 공천 신청 자체를 불허하거나,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게 심사 단계에서 짤라버리는 것. 따라서 경선 패배로 인한 공천 탈락과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물론 당선될 자신이 있다면 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해버리면 그만이긴 하다.[5] 하지만 복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현재 김일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