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7 21:41:34

살색

1. 색상학의 살색2. 인종차별?

1. 색상학의 살색

인간피부색. 대한민국에서는 흔히 R:255 G:195 B:150 채도로 맞춘 이 색상(#FFC396)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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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주황색(연한 주황색) 혹은 주황색에 흰색을 섞어 연하게 만든 코카소이드동북아시아인 계통 사람의 피부색을 말한다.

일러스트레이터, 특히 모에 계열 일러스트레이터의 매우 큰 과제 중 하나. 사실주의 그림이라면 피부색을 표현할 때 명암을 피부 원색/원색보다 밝은 색/원색보다 어두운 색으로 쉽게 채색이 가능하지만, 모에 계열 일러스트에서는 탁색의 사용을 꺼리는 편이기 때문에 주로 원색의 어두운 색 보다 붉은 톤의 색을 사용한다. 또한 피부의 채색풍에 따라 시각적 촉감이 매우 달라지며 이런 시각적 촉감은 보는 이의 취향을 크게 타는데다 해당 화가의 특성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그림계 장인들은 자신만의 살색 채색풍을 연구하고 있다.

2. 인종차별?

일각에선 살색은 살구색의 줄임말이며 2000년대 들어 다시 살구색이란 표현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살구색이란 표기를 사용하게 된 것은 글로벌화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현대에 특정 색상을 (사람)살색이라 부르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발상이라 판단, 살구색으로 바꿔 부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살색이란 표현을 살구색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흔히 부르는 살색은 밝고 희끄무리한 톤의 주황색을 칭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북부 황인, 백인의 피부 색을 뜻한다. 그러나 백인 살색, 황인 살색, 흑인 살색이 각 살색으로 칭하기 굉장히 애매하기 때문에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진짜 살구의 색은 노란빛을 띤 주황색이므로 흔히 떠올리는 살색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본래는 연주황색이란 표현을 권고하려 했지만 이게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한자어라는 이유로(…)[2] 대신 권고하게 된 표현이 살구색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할 연(軟)은 준3급, 붉을 주(朱)는 4급, 누를 황(黃)은 6급이다. 준3급과 4급 정도면 초등학생 입장에선 고급 수준의 한자이긴 하나 어려운 한자어라고 단어 자체를 이해 못 한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한 예로, 책상이라는 단어의 한자는 4급의 책 책(冊)과 준4급의 평상 상(床)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기 때문에 전혀 상관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똑같이 '연'이라는 한자가 사용된 연두색/연보라색이나 '주황'이라는 한자가 사용된 주황색 역시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로 그대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전혀 타당하지 않다.

비록 살색의 동의어로서 쓸 수 있다고 명기되어 있지는 않지만, 살구색과 연주황색은 양쪽 모두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되어 표준어로 인정된다. 이 두 표현 중 피부의 색깔에 좀 더 가까운 색채를 뜻하는 쪽은 당연히 연주황색 쪽이다. 단순히 살색 또는 피부색이라는 개념 자체를 뜻하는 의미가 아니라, 코카소이드동북아시아인 계통의 피부색을 장확히 가리키는 단어를 찾고 있다면 연주황색이 보다 적당한 표현일 수 있다. 대신 어감으로는 연주황색보다 살구색이 더 좋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쭉 동질성을 유지해 왔던 한국 특성상 원래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3] 또한 같은 식이라면 하늘색[4]과 같이 객관적이지 못한 표현이 얼마든지 있는데, 유독 살색만 걸고 넘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인종'과 같은 차별적 요소가 되진 않으니 완전히 같은 경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참고로 '살색'이라는 낱말 자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표준어이다. 다만 해당 낱말은 현재 '살갗의 색'으로만 정의되어 사실상 '피부색'의 동의어로만 인정되고 있으며, 연한 주황색을 가리키는 단어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특정 색상을 확실히 가리키는 단어들은 해당 색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상을 뜻풀이에 넣어 놓았다. 예를 들어 '빨간색'의 뜻풀이에는 피와 익은 고추, '노란색'의 뜻풀이에는 병아리와 개나리가 언급된다. 반면 '살색'의 뜻풀이는 '살갗의 색깔'이라고만 적혀 있다.

다른 언어권에서도 살색과 같은 표현이 쓰이거나 쓰인 적이 있다.
  • 영어권에서는 백인 계통의 피부색을 incarnadine이라고 표기하는데 이건 고기를 뜻하는 프랑스어 carné에서 유래된 것이다. 은유적으로는 연어색(Salmon Color)이나 밝은 주황색(Pale orange)이라고 부르며, 사실 한국과 마찬가지 의미의 살색 역시 쓰인다. 살색 타이츠를 표현하는 flesh tights가 대표적인 예. 그리고 1960년대 이후로는 위의 예시처럼 복숭아색이라고 부른다.
  • 일본어에도 살색이라는 표현이 있다(はだいろ, 하다이로). 물론 여기도 시끌시끌한 바람에 연주황색(うすだいだい, 우스다이다이)과 페일 오렌지(ペールオレンジ)라는 순화 명칭을 권장하고, 크레용에서도 '살색'이라는 명칭을 폐지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살색이라는 표현이 표준어로 유지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정체불명의 외래어를 남발하는 보그체가 만연한 패션 쪽에서는 피부색과 유사한 톤의 제품을 부를 때 상기한 문제로 '살색'이라는 단어 사용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되자, '누드색' '누드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살구색처럼 특정 색상을 지칭한다기보다는 개인 피부톤과 유사해서 눈에 안 띄는 색의 아이템을 사용하면 그 사람에게 누드톤이 된다[5]. 최근에는 스킨색이라는, 일부분만 영어 단어로 바꾸었을 뿐 사실상 기존의 '살색'과 의미 차이가 없는 끔찍한 혼종 단어가 사용되는 경우가 가끔 눈에 띄고 있다.


[1] 이모지에 내장된 살색들이다. 👍 → 👍🏻 👍🏼 👍🏽 👍🏾 👍🏿처럼 이모지의 색상을 바꿔준다.[2] 아래에도 언급하겠지만 '주황색'은 흔히 쓰이는 단어이고 '연하다' 또한 흔히 쓰이는 단어이고 '연(軟)-' 접두사도 다른 색 이름에 매우 많이 쓰이는데 이를 합한 '연주황색'이 정말로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단어인지는 고민해 볼 지점이다.[3] 다만,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바뀌어갈 거라고 전망하는 현 상황에서는 기존의 살색이라는 명칭이 부적절할 수 있다.[4] 당연하게도 항상 푸른색인 것은 아니다. 밤에는 검은색, 노을질 때는 붉은색이다. 대낮의 맑은 하늘색을 굳이 살색처럼 바꾼다면 연한 파랑 정도가 된다.[5] 사실 패션/뷰티 쪽은 '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색상의 차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아무데나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을 선호하다 보니,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누드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구체적인 색상 이름으로 들어가면 정말 세세하게 구분을 해야하기 때문에 파데의 21호, 23호처럼 숫자를 쓰거나, 살색이 아니라 페일 핑크부터 초콜릿까지 완전히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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