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나시외

　당신이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다들 이야기하더군요. 그 감응 능력이란 건 타고난 건가요? 그리고 모든 아이테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인가요? 아니면 당신만 가지고 있는 건가요? 어쨌든 당신은 왠지 저와 조금 비슷한 것 같네요. 전 어릴 적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 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리듬과 변화가 있었죠. 가족들은 처음엔 제가 병에 걸린 줄 알고, 여러 의사를 찾아가 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검사 결과는 항상 「모든 게 정상」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 「환상」은 점점 더 현실화되었고, 언젠가부터는 제 옆에 어떤 사람들의 허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것들은 바로 「신의 종」이었죠. 저들은 제가 음악과 인연을 맺도록 도와주었고, 제가 「궁극의 악장」을 찾아 나서도록 이끌었어요. 그리고 전 그걸 위해 진리의 결사에 가입했어요. 빅토리아 님이 갖고 계신 단서에 따르면, 그들이 찾는 「진리」도 「궁극의 악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었거든요.

전 가스코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거긴 악기를 많이 만들고, 주로 백야성에 판매하고 있죠. 이 작은 마을의 학자 가문 출신인 전 어릴 적부터 다양한 악기에 푹 빠져 지냈고, 많은 악단의 공연을 감상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제 안경 보이시죠? 전 7살 때부터 무대에 올라서 지휘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사람들에게 멋진 지휘자처럼 보이고 싶어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는 습관적으로 쓰게 됐어요.
사실 어렸을 때 전 음악을 싫어했어요. 지겹도록 연습을 해왔으니까요. 그러다「그 사건」을 겪은 뒤로 전 깨달았죠. 어릴 적부터 제게 발생했던 환청과 환각은 모두 「신」께서 제게 주신 인도였다는 걸요. 신께선 제게 어떤 악장을 찾으라고 하셨는데, 그 악장은 세상의 모든 음악을 품고 있고,「신」의 목소리를 상징한다고 해요.
게다가 그 악장이「신」을 상징한다면, 제가 마음속에 줄곧 품고 있었던 의문도 해결해줄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제가 신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는지 말이예요.　

가스코뉴는 음악을 숭상하는 마을이었고, 제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드러낸 걸 보자, 부모님께선 제가 더 많은 훈련을 받도록 강요하셨죠. 왜 강요라고 말하냐구요? 그건 백야성의 훈련 방식이고, 제 머릿속의 목소리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백야성은 음악이 뭔지 전혀 몰라요.
하지만 가스코뉴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계속해서 백야성의 방식으로 절 교육했어요. 그리고 백야성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 백야성의 틀에 박힌 기준에 부합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목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죠. 하하...
그 사건은 당시에 아직 어리고 미숙했던 제게 큰 자극이 되었고, 전 집에 틀어박혀 오직 음악에만 전념했어요. 전 반드시 온 세상에 충격을 줄 그런 음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죠. 하지만 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어요. 백야성의 교육 방식이 이미 제 영감을 가두어 버렸고, 그들은 진정한 음악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전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말했었죠. 한때 전 2년 동안 혼자 틀어박혀 완벽한 음악을 만들려고 한 적이 있었다구요. 하지만... 전 한 악장조차 써내지 못했어요.
그리고 전 끝내 제가 실패했음을 알았고, 백야성에 대한 제 집념도 한없이 깊어졌음을 알았죠. 전 제가 악보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빈 노트 위에 계속해서「백야성은 음악을 모른다」고 쓰고 있을 뿐이렀어요. 그렇게 다 쓴 노트가 산처럼 쌓일 때까지 말이죠.
그리고 제가 깨달음을 얻은 그 순간, 제 귀엔 또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귓가에 들려오던 그 허황된 소리 말이에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무척이나 사실적이었죠. 제 마음속엔 순식간에 한 악보가 떠올랐고, 제 손은 자신도 모르게 지휘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가 어릴 적에 봤던 그 누군가의 환영이 제 지휘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고, 제 지휘에 따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죠.
그 후 굉음이 울리더니 제가 있던 집이 무너졌어요. 부모님과 이웃 말로는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 맞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잔해 속에서 기어 나온 제겐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다들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전 알 수 있었어요. 그 운석은「신의 울림」에 의해 소환된 거고,「신의 울림」이 제게 주는 계시였다는 걸요.
그 뒤로 전「신의 울림」의 근원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신의 울림」은 분명히 궁극의 악장에 기록되어 있을 거라고 전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