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萬歲前염상섭이 1924년 4월 6일부터 6월 1일까지 시대일보에 연재한 중편소설로 일제 치하 지식인의 고뇌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원래 이 작품의 제목은 '묘지'였는데, 작가가 연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연재하던 잡지가 폐간되어 버렸다. 이후 다른 연재처에서 작가가 다시 연재를 시작하면서 제목이 '만세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기서 '만세'는 당연히 3.1 운동을 지칭하며 전은 고전문학 끝에 붙는 전(傳)이 아닌 '앞 전(前)' 자이다. 즉 3.1운동 이전 상황이 배경인 소설이다.
2. 줄거리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조선행 배에 탑승한다.[1] 그리고 조선으로 향하는 길에 일본인들의 대화를 통해[2] 일제 강점기하의 억눌리고 고통받는 조선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나'는 지금의 조선이 무덤이나 다름없다고 절규한다. 그렇게 조선에 도착한 '나'는 아내의 병을 둘러싼 기성 세대들의 논쟁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조선의 현실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3] 이러한 조선의 현실에 절망한 '나'는 아내가 죽은 후 도망치듯 조선을 빠져나와 다시 동경으로 돌아간다.3. 평가
염상섭의 위치를 굳혀준 작품으로, 3.1 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의 식민지 조선을 매우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나'가 일본에서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안의 형편과 실상을 목격하고 깨달아간다는 설정을 통하여, 식민사회의 병폐를 식민지 지배국의 상황과 대비시켜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하에서 신음하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보여'주기만 할 뿐, 거기에 대항하는 적극적인 의지나 방법 등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고 있다. 동경 유학생이라는 설정의 '나'를 통해 외부인적 시선으로 그려 내고만 있을 뿐이다.[4]동경역 - 신호역 - 하관역 - 부관연락선 순으로 일본에서 조선으로 가는 여정과 이후 경부선을 타고 부산역에서 경성역으로 가는 '나'의 여정을 통해 당시 조선과 일본의 철도 환경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여로형(旅路型) 소설의 예시로 자주 인용된다. 실제로 작중에서 '영동역에서 갓장수 하나가 탄 뒤 심천역에서 일본 헌병의 불심 검문에 걸려서 하차하였고, 대전역에서 또 다시 불심 검문이 이뤄져 기차가 30분간 정차하였다' 같이 실제 역 이름과 운행 상황 등이 자세히 묘사된다.
4. 여담
당시 조선의 성리학 근본주의를 통한 사회변화를 운수 좋은 날과 함께 잘 보여준다. 임진왜란과 소빙하기를 겪으며 조선의 성리학은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고 근본주의화되어 타락했다. 남성이 3년 동안 재혼해서는 안 된다는 건 개나 줘버리고 장례도 막 지냈는데 재혼 이야기를 꺼내고 원이 엄마의 편지처럼 서로 반말 쓰지 않는다.이에 대해선 변질된 유교적 전통과 조선/오해 문서 참조.
[1] 사실 이 때부터 검문을 받으면서 '나'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조금씩 느끼고는 있다. 단지 '평소랑 좀 다르네' 수준이었을 뿐.[2] 그 대화라는 것이 시골의 순진한 조선인들을 등쳐먹고 사기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3] 아내가 죽어가자 묫자리부터 알아봐야 한다는 등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단적으로 묘사한다.[4]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이 소설을 연재한 1920년대는 문화 통치라고해서 겉으로는 출판의 자유를 보장했으나 속으로는 검열이 난무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누그러뜨렸다고 해도 일제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내용이 그대로 출판될리가 만무하다. 비슷한 경우로 레디메이드 인생이 있는데,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사회주의를 ○○주의라고 바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