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3 18:40:07

도둑정치


1. 개요2. 역사3. 국가의 유지 수단4. 둘러보기

1. 개요

Kleptocracy

한 나라의 정치인과 공무원이 권력을 악용해서 국가와 국민의 부를 착복하여 개인의 부를 늘리는 정치 형태를 말한다. 나라 전체를 자신만의 캐시카우로 만든다고 표현한다면 얼추 맞을 것이다. 대개 권력에 대한 견제가 어려운 독재 혹은 권위주의 정권, 전제군주제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나 민주 국가여도 사법부가 정치에 예속되어 있거나, 정경유착이 극심한 나라의 경우에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정치체제이다.

도둑정치에서 권력자가 재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은 공금 횡령, 뇌물 수수, 이권 매각, 생산 수단 몰수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도둑정치란 말은 나랏돈을 어떠한 견제도 없이 사유재산처럼 마음대로 빼먹은 자이르의 전 대통령 모부투 세세 세코로부터 나왔다. 실제로 모부투 세세 세코는 사적으로 돈이 필요하면 그냥 국립은행에 사람을 보내 돈다발을 가져왔다.[1]

2. 역사

오늘날의 도둑정치라는 말은 지도자가 초법적 수단으로 돈과 권력을 갈취하는 체제를 가리키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국가는 도둑정치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라고 배우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법적 보호, 각종 안전보장의 대가로 세금을 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국가의 기능일 뿐, '세금을 냈기 때문에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현대적인 경찰, 군대가 없는 고대의 원시 국가도 세금은 걷었다. 때문에 미국의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국가의 조세를 조폭자릿세에 비유했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도둑 정치인과 성군의 차이, 이를테면 날강도에 가까운 폭군과 대중에게 은혜를 베푸는 성군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납세자로부터 거둬들인 세금 중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정부에서 가져가는지, 그리고 그 예산 중에서 얼마만큼이 공적인 용도에 사용되어 민간에게 재분배되는 지가 관건인 셈이다.

흔히 김정은을 도둑 정치인으로 여긴다. 그 이유는 인민을 착취하고, 국가 재원의 거의 대다수를 자신이 갖고, 대중들에게는 거의 분배하지 않기 때문이다.[2] 그리고 조지 워싱턴을 훌륭한 정치인으로 여기는 것은 그가 공익적인 사업에 세금을 투자했고, 세금을 적게 거두었으며, 재직 기간 동안 자신의 재산을 불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러한 사회에 대해 우리는 흔히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국가란 어쨌거나 각개 국민이 계약하여 형성된 것인데, 평민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수고하여 얻은 노동의 열매를 도둑 정치인들에게 빼앗기면서도 그냥 참고 있을까? 이 문제는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제기해왔고, 오늘날에도 새삼스레 제기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도둑 정치는 언제든지 전복당할 위험을 안고 있다. 더러는 짓밟힌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기도 하고 더러는 새로운 도둑 정치인이 나타나서 앞으로는 (도둑질한 열매에서) 더 많은 복지를, 혜택을 대중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함으로써 대중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3. 국가의 유지 수단

그렇다면 지배자가 평민보다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다음 네 가지 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했다.
  1. 대중을 무장 해제하고 정부를 무장시킨다.
    무기 제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는 이 방법이 더욱 쉬워졌다. 전근대에는 집에서도 간단한 냉병기 정도는 만들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화기, 전차, 군함, 전투기와 같은 첨단무기를 산업화된 공장에서만 합법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간단히 무력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거둬들인 세금을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일에 사용하여 재분배함으로써 대중의 환심을 산다. 이러한 방식은 원시 부족국가의 추장뿐만 아니라 오늘날 현대 국가의 정치인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3. 법률제정하고 집행해서 세금과 군역(또는 노역)을 부과하고 개인간의 분쟁을 조정함으로써 사회의 질서를 유지한다. 이 방법은 비록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중앙집권적인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에 비하여 갖고있는 가장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은 다시 시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었고(저수지를 만드는 것, 외적을 막기 위한 장벽을 쌓는 것 등) 정부에게 이익이 되는 일일 수도 있다.(화려한 궁전 같은 것) 한편, 무리 사회와 원시 부족에 대해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의외로 살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가령 백 명 남짓한 무리가 있다고 했을 때 굳이 살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다른 이유로 사람이 죽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3] 게다가 살인 사건마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그 무리는 결코 존속할 수 없다는 간단한 산술적인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도 원시 부족 사이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는 일대기가 수두룩했다. 부족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것은 곧 차츰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4. 도둑 정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종교를 구성한다. 무리와 부족은 이미 현대의 기성 종교와 마찬가지로 초자연적인 신앙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무리와 부족의 초자연적 신앙은 중앙집권적인 체제나 부의 이동을 정당화하거나 서로 무관한 개인 사이의 평화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초자연적인 신앙이 그와 같은 기능을 획득하고 제도화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하와이의 추장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신격화하거나 신의 혈통을 내세웠으며 적어도 신에게 직통으로 계시를 받는다고 단언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추장과 마찬가지였다. 추장은 인간과 신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정해진 의식을 거행하여 비(雨), 풍년, 풍어 등을 기원함으로써 스스로가 백성들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추장, 왕의 특징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화된 종교의 선행(先行) 형태였다. 추장은 스스로 정치적 지도자와 사제의 직위를 한 몸에 지니기도 했고, 추장을 이념적,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기능을 하는 지식인, 종교인(일명 사제)를 따로 두고 있기도 했다. 바로 그 때문에 추장 사회는 거둬들인 공물 중 많은 부분을 신전 건설을 비롯한 가시적인 토목 공사에 소비했다. 그것은 곧 공인된 종교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추장의 권위와 능력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제도화된 종교는 도둑 정치인이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을 정당화하는 일 말고도 중앙집권적 사회에 두 가지 중요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첫째, 이데올로기종교를 공유하고 있으면 서로 무관한 개인이 서로 싸우거나,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친인척 관계가 아니라도 동질감, 유대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사람들에게 혈통을 떠나서 집단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전쟁터에서 전사함으로써 전체 사회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른 사회를 정복하거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 국가에는 공인된 국교가 없고,[4] 이데올로기라고 해봐야 대중에게 호소할 위력이 약하다. 그러므로 공교육언론을 독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4. 둘러보기


[1] 참고로 모부투 치하의 자이르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였냐면, 32년간 집권하면서 당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원조 중 절반 가량을 자이르 혼자서 받았음에도 연평균 경제성장율이 1.4%였을 정도였고, 심지어 모부투가 죽었을 때 남긴 개인적인 재산은 자이르 GDP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2] 북한에는 수돗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부지기수다.[3] 노환, 질병, 사고 등[4] 이슬람교가 강세인 나라도 명목상으로나마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는 편이다. 대한민국도 이념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으나 일부 극단적인 세력을 제외하면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광적으로 열광하지도 않는다. 종교는 더욱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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